이 소설은 눈처럼 깨끗하지만,
엄청난 적설량만큼이나 그 밑바닥의 고뇌와 허무는 무겁고
황량한 눈벌판을 바라보는 시린 시야만큼 아름답고 아린다.

˝온다고 했으니 왔고 간다고 했으니 가야죠˝

무채색 사랑에 지친 게이샤 고마코의 말은 인생 그것이다.
모든 게 헛수고이지만
오히려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는 순수한 우리네 인생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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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물고기 2016-09-15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국 하면 모두들 그것만 기억하죠 소설의 첫 문장ㅎ 다시 한 번 설국을 들여다 보네요

북프리쿠키 2016-09-16 11:53   좋아요 0 | URL
구름물고기님 연휴 행복하게 보내고 계신지요~첫 문장이 워낙 유명한 구절이라 수 많은 평가의 권위에 맞서 저만의 온전한 느낌을 표현하려니 자신이 없네요. 다른 분들이 많이 언급을 해주셔서 식상해질 수도 있겠다 싶단 생각도 들었구요...그래도 첫문장과 후반부 요코의 죽음에서 ˝은하수˝란 단어를 빌려 표현한 부분은 정말 아름답네요^^

북프리쿠키 2016-09-16 12:47   좋아요 1 | URL
뜬금없지만 제 글쓰기의 수준을 나타내는 적절한 비유가 있네요 흑ㅠ
˝앨리스가 이런 글(이를테면 패션잡지 같은)을 좋아하는 것은 그녀의 심리구조에 우연히 나타난 일면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의문이 반영된 일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누구인지,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했고, 자연히 외부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카디건을 사려고 한 것은 혼란스러운 자신을 기왕에 존재하는 스타일에 맞추려 한 시도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제공하는 상에 자기 자신을 맞추려했다.그것은 고상하고 돈이 많이 드는 흉내내기였고, 잠재적으로 무한한 특성을 몇가지 핵심사조로 축소하는 일이었다.그러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형태에 안주할 수 있었으니까.˝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102쪽
 

제가 책 읽을 때 자주 가는 카페예요~
설국은 어떤 느낌으로 내 인생에 흔적을 남길까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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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9-1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요^^ 자몽주스? 캬~~~~~

북프리쿠키 2016-09-17 14:25   좋아요 0 | URL
ㅎㅎ띠지~리뷰쓸때 유용해요 얄쌍해서 산뜻하구요..이 날은 늦은 밤이라 카푸치노가 겁이 났어요 자몽쥬스 정답^^;
 

애초에 인간은 욕망의 덩어리.
시대의 법과 윤리는 이 덩어리를 잘게 부수어
꼼꼼히 욕망의 제목을 붙여
수 많은 단계의 죄로 분류시켜 억압해왔다.

이런 류의 욕망을 충족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을 타락시키는 원죄인가.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고 난 후
험버트의 입장을 공감하는 건 아닌데도
이상하게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왜 37세 남성은 12살 소녀를 사랑해선 안되는가˝
위험한 질문인가?

해설에서도 관점은 다르지만 엇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완벽한 균형을 이룬 문구와 섬세하게 조율된 문장에 진정한 미적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도덕적 판단을 유보할 수 있을까˝

책을 읽어가며
험버트에 대한 쌍욕이, 롤리타에 대한 연민이
점점
험버트에 대한 연민과 롤리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변해갔다.

˝롤리타는 순진무구하게 유혹하는 존재이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희생자이며, 험버트는 수동적으로 조작하는 존재이자 유혹을 당하는 가해자다˝
절묘하지만 논란거리가 남는 해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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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물고기 2016-09-06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입부는 정말 기가막힌거 같아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고요 읽고나면 [은교][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도 떠오르고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 생각해요

북프리쿠키 2016-09-06 23:31   좋아요 1 | URL
몇번이고 필사해보고 소리내어 읽어봤는데..예술적이었어요 특히 ˝나의죄˝에서 감탄했어요ㅎ 은교도 좋았구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꼭 읽어보도록 할께요 ^^;

북프리_앤:D 2016-09-07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쿠키님이 던진 질문이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당연히 그것은 범죄라는 사고방식에 대해 다시끔 생각해보게 됩니다.

북프리쿠키 2016-09-08 10:45   좋아요 2 | URL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원점부터 생각해보는 습관이 독서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때론 ˝진리˝로 확신했던 모든 것들까지도 어찌보면 단지 ˝통설˝에 가깝다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밑바탕이 아닐런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1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 가장 탁월한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원죄.. 막 이럴 때 말이죠..

북프리쿠키 2016-09-11 14:19   좋아요 1 | URL
맞아요~어찌 보면 인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기는 죄를 짓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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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꾸는 것으로 끝날 뿐 본질적 사회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것.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지도자들을 감시,비판하고 질타할 수 있을 때에만 혁명은 성공한다는 것 등이 이 작품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앞부분 내용 중에 돼지들이 우유와 사과를 자기들만의 몫으로 빼돌리는 장면이 나오는 데 바로 이 대목이 혁명의 부패가 시작되는 전환점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153쪽
(....)
현대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오웰이 소비에트의 소멸을 예견하고 있었는가 아닌가라는 문제이기보다는 그가 작품을 통해 제기한 일련의 문제와 주제들이다.
혁명의 배반이라는 큰 테마안에서 오웰은 우리가 뽑아내거나
재구성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생각할 거리로 던지고 있다.
인간의 모든 혁명은 <반드시> 그것의 당초 약속을 배반하게 되는가?
모든 혁명의 성과는 권력에 주린 지배 엘리트 돼지들의 손에 반드시 장악되는가?
권력의 타락은 인간 사회의 불가피한 조건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결정론적 해답을 시도할 수
없다.
그러나 지배권력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오웰은 혁명이라는 것의 운명에 대해서도 다분히 결정론에 가까울 정도의 비관적인 관점과 태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혁명이 스스로를 배반하게 되어 있다면 어떤 혁명도 이미 가치가 아니며 애당초 시도될 이유도 없다.
역사상 많은 정치적 사회적 혁명들이 타락하고 이 타락이 인간 사회의 운명적 조건 같아 보이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부터 <모든 혁명은 반드시 타락한다>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을까?
다행히도, 오웰의 비관적 태도는 비관만으로 끝나지 않고 권력의 타락을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통찰도 동반하고 있다.
작품에서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함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독재와 파시즘은 지배집단 혼자만의 산물은 아니다.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모든 사회는 이미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한다.-156쪽

동물농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분명히 현재의 책임은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놈들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무지˝와 ˝무기력함˝으로 중무장한
우리 대중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근자의 발언들을 듣고 있노라면
˝민중이라는 개돼지˝가
˝상위1%인간˝에 비해 그~~렇게 무식하지만은 않더라
게다가,
그들의 넘치는 의욕에 비하니
˝무기력˝하게 보일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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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29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나서주겠지?˝하는 일말의 기대심리도 무기력한 사회 분위기의 원인이죠. 그래서 안철수 신드롬이 생겨요. 크게 실망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뒤돌아서서 비난합니다.

북프리쿠키 2016-08-29 20:57   좋아요 0 | URL
댓글에 댓글달기로 달아야 되는데 이제 배웠네요^^; 아래 고민에 대한 싸이러스님의 고견 부탁드리께요~

북프리쿠키 2016-08-29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행동하지 않는 수많은 군중들 중 한명 입니다.ㅠ 리뷰를 쓰면서 가급적이면 정치색을 띠지 말자는 다짐을 해왔는데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란 오웰의 글을 읽고 갈팡질팡입니다ㅎ 특히나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라는 문장 또한 공감이 갔습니다. 싸이러스님의 생각은 어떤지요?

cyrus 2016-08-29 23:00   좋아요 1 | URL
참으로 어려운 질문인데요. ㅎㅎㅎ 저도 북프리쿠키님과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고, 행동보다는 말만 많은 소시민입니다.

어떤 책이든, 어떤 글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오웰의 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예술과 정치의 관계성을 부정하는 의견이 정치적 태도일 수 있는 이유가 그러한 입장이 어떤 정치적 논제를 애써 외면하려는 세력이 변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어요.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으려는 입장은 중립으로 보긴 하지만, 결국 어떤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보는 것 또한 정치적 의견입니다.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려워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오웰이 생각하는 ‘예술’의 의미가 모호합니다. 시적으로 표현하는 건지 아니면 반대론자들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는 수사를 뜻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북프리쿠키 2016-08-3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제가 결정해야 될 문제라 늘 고민만 했습니다.
사실 뭐~독후감이나 긁적이는 저에겐 지극히 해당사항 없는 고민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편향은 글을 쓸때도, 책을 고르거나 읽을 때도, 누군가의 리뷰를 접할 때도 더러 광신도처럼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해버리는 측면이 있어요.

때론 정치적 성향을 표출하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스스로 만든 이념의 울타리안에 갇혀 더 이상 예전의 생동감있는 필력을 잃어버려 독자들에게 외면받는 일도 많았구요.
비록 저와 같은 정치적 성향을 가진 작가라도
지나치면 불쾌해지기도 한답니다.

오랫동안 화두가 되어 온 담론에 명쾌한 결론이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 같기도 하구..성급하게 들이대서 죄송하구요.
묵직한 질문에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끔 해주신 싸이러스님의 답변에 감사드려요

 
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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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2번째 작품이다.
투잡시기 부엌 테이블에서 쓴 습작이라고 한다.
이 시기 하루키 작품을 읽노라면
풀냄새나는 산나물을 씹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몸에는 좋다고 하니 먹어 보겠는데
입맛에도 맞지 않고 포만감도 거의 없는~
그래도 나름 한끼는 건강식 먹었다고 애써 뿌듯해하는
자기합리화~물론 결과적으로 몸에는 좋을수도 있는
그런 느낌말이다.
아래 해설을 읽기 전까지는 !!

《하루키의 작품이 동양에서뿐만 아니라 유럽과 러시아 등에서까지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우선, 자본주의와 산업의 수레바퀴 밑에서 `개인의 고립`때문에 고민하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등장인물이 끌어안고 있는 내면적인 고립감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수
있다.-236쪽》

《이 작품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같은 주인공들을 등장시키면서도 (...) 상실의 시대 주인공 나오코의 흔적을 처음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237쪽》

흠, 번역자의 후기를 읽고 나니
아하~끄덕이게 되고 훗날 탄생하게 된 역작들의 소재들이
이 책에 ˝허무와 상실˝의 그림자로 군데군데 묻어있었구나.
의도한 느낌 없이 일관성있게 쓰여진
하루키 소설의 탄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여전히
우울한 한편의 중얼거림으로만 느껴지는 건
하루키 문학에 대한 나의 깊이 없는 독서편력때문이겠지.

아무튼 연휴 마지막날 많은 후보들(?)을 제치고
선뜻 집어들게 되었으니
이젠 기나긴(-.-) ˝쥐˝시리즈로 입문할 일만 남았다.
그 순간이 까마득한 훗날이 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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