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페테르부르크 유럽을 향한 창 살림지식총서 105
방일권 지음 / 살림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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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이 행간에 살아숨쉬고
도시 구석구석에서 푸시킨, 고골, 도스토예프스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책.
게다가 츠바이크의 쫀쫀한 독백을 닮은지라 짧은 분량에도 깊이를 갖춘 흡인력에 살림지식총서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동안 러시아문학을 읽고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
네바강의 흐름을 따라 배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는 듯한, 혹은 네프스키 거리의 한쪽 모퉁이 호텔에서 숙박하며 도시의 명멸을 체화하는 듯한 저자의 시선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한시간만 투자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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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2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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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7 18: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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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신
샤를 드 몽테스키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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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신‘, 그리고 ‘법과 정신의 관계‘에 대한
몽테스키외 일생의 역작
어렵고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는 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며 마음 편히 읽다보면 어렴풋이 질문들이 생겨난다.

특히나 많은 주석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그리고 가장 저명한 법 이론가들이 내린 유명한 정의와 완전히 다른 한마디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법은 사물의 성격에서 유래하는 필연적 관계다˝ 라는 문장은 <사회계약론>에서 인간의 자유가 법을 만들어내는 원리라는 루소의 주장과 부딪히면서 다시 한번 독자들 사고의 경직성을 흔들어 놓는다.
방대한 이 책을 이 한가지 관점에서만 통찰해 보아도
몽테스키외가 우리에게 주는 위대한 사상에 한걸음 다가서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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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84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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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리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지금 주인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또는 철학자의 유서에서 한 가닥 위안을 구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세상을 조롱하고 있는 것인지, 세상에 섞이고 싶은 것인지,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 있는지, 세상에 초연한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고양이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 단순하다. 먹고 싶으면 먹고,자고 싶으면 자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울 때는 죽어라 하고 운다. 게다가 일기 같은 씨잘 데 없는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인처럼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은 일기라도 써서 세상에 드러내 보일수 없는 자신의 속내를 풀어 놓아야 하겠지만, 우리 고양이족은 먹고 자고 싸는 생활 자체가 그대로 일기이니 굳이 그렇게 성가신 일을 해가면서 자신의 진면목을 보존해야 할 것까지는 없다. 일기를 쓸 시간이 있으면 툇마루에서 잠이나 즐길 일이다. -37쪽

 

 

인간이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써 입을 움직이면서, 재미있지도 않은 일에 웃고, 시답잖은 일에 기뻐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95쪽

 

 

돈을 벌려면 삼무(三無)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군, 도리를 모르는 무도, 인정을 모르는 무정,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치, 이렇게 삼무 말일세.재밌지 않나, 하하하하 -171쪽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자신은 한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215쪽

 

 

하지만 자신의 코 높이를 스스로 알 수 없듯이 인간이 자신을 깨닫는 일이란 좀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503쪽

 

 

말하자면 교제용 표정인데, 이것이 또 몹시 복잡하고 힘든 예술이다.

세상은 이 교제용 표정을 잘 짓는 사람을 예술적이고 양심이 있다 일컬으며 크게 대우한다. 그러니 남들에게 대우받는 인간일수록 수상한 것이다. 시험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점에 관한 한 우리 주인은 서투른 부류에 속한다 할 수 있다.-504쪽

 

 

바둑을 발명한 것이 인간이니 바둑판에 인간의 취향이 표현된다고 한다면, 답답한 바둑돌의 운명은 옹졸하고 좀스러운 인간의 성품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바둑돌의 운명으로 인간의 성품을 헤아려 보면 인간은 광활한 천지를 스스로 좁혀 자신이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자리 밖으로는 절대 나갈 수 없도록 자기 영역에 새끼줄을 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인간이란 굳이 고통을 자초하는 존재라 평해도 무방할 것이다.-518쪽

 

 

옛사람들은 자신을 잊으라고 가르쳤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잊지 말라고 가르치니, 전혀 다르지. 하루 종일 자신을 의식하느라 정신이 없어. 그러니 한시도 평안할 수가 없지. 일상이 초열지옥(焦熱地獄)이야. 천하의 명약이 무엇이냐, 자신을 잊는 것만큼 용한 약은 없지.-538쪽

 

 

사람들은 보통 문명이 발달하면서 살벌한 기운이 없어지고 개인과 개인사이가 온화해졌다고 하는데, 그건 큰 착각이야. 그렇게 자각심이 강한데 어떻게 온화해질 수 있겠나. 언뜻 보기에는 아주 조용하고 아무 탈 없는 것 같아도, 서로는 몹시 힘겹고 팽팽한 관계에 있지. 마치 씨름 선수가 모래판 한가운데에서 서로의 샅바를 잡고 꼼짝 않고 버티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옆에서 보기에는 지극히 평온하지만 당사자들의 배는 힘을 주느라 불끈불끈하지 않은가.-570쪽

 

 

인간은 영리한 듯하면서도 습관에 휘둘려 근본을 잊는 큰 약점을 갖고 있어.-579쪽

 

 

늘 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 보면 어디에선가 슬픈 소리가 난다.-5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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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늦은 나이(38세,1905년)에 출간한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의 데뷔작이다.

문학 모임에서 발표한 첫 1장이 호평을 얻어 문학지 <두견새>에 연작으로 11장을 쓰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소설이 가지는 일정한 스토리가 없고 마땅한 결말이 없어 몰입도가 떨어진다.

분량도 많고 띄엄띄엄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읽다보니 더할 수 밖에.

등장인물의 끊임없는 만담과 고양이의 인간세상관람기가 작가의 탄탄한 한학과 영문학 실력에서 비롯되었다는 느낌을 받고 감탄했지만, 내용면에서 참신하다거나 가슴속을 절절하게 만든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알고 있지만, 완독한 사람들이 적은 이유가 바로 나와 같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꼽으라면 여러가지 상념에 잠기게 하는 이 소설의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연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고양이다. 나는 이름이 없다" 의 첫문장으로 시작한 이 소설은

인간의 맥주가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보기 위해 마셨다가 취해서 물항아리에 빠져 .

 

 

"세월을 베어 버리고, 천지를 갈가리 부수어 신비의 평온함으로 들어간다.

나는 죽는다. 죽어 이 평온함을 얻는다.

평온함은 죽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기쁘고 기쁜지고."

 

이렇게 마지막 문장을 남기고 죽는다.

 

 

 

 

태어나서 죽음으로 끝나는 삶은

고양이나 인간이나, 또 다른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겐 '인생(人生)'이고 '철학(哲學)'이다.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인간도 세계(世界)에선 무명(無名)이니.

고양이에게 그토록 낯선 인간만사도, 힘겨운 삶을 짊어진 인간조차 적응하기 어려운 낯선 풍경일지니

체념하고 익숙한 듯이 살아가는 것, 그리고 죽음앞에서 평온한 기쁨을 찾는 고양이를 보고,

제발 인간은 우쭐대지 말아라~.라고 적을려다,

 

 

 

인간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그 전능(全能). 제발 우쭐대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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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6-30 2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 내일부터는 7월입니다.
7월에는 더 좋은 일들, 기분 좋은 순간 많은 한 달이 되시면 좋겠어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8-06-30 21:42   좋아요 3 | URL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는 만큼, 과거의 기억은 흐릿해져만 가는 느낌이..
쌉쌀하네요.^^; 서니데이님도 7월의 무더위, 시원하고 알싸하게 보내시길.

2018-07-01 0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7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1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7 1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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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8 0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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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공사 중 일본 중단편 고전문학 3
모리 오가이 지음 / 현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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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희>의 후속편
20여페이지 정도의 아주 짧은 단편

둘은 다시 만났지만,
일본도 공사중. 주인공 와타나베의 마음도 공사중.

˝키스해도 되나요?˝
와타나베는 보란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여기는 일본이야˝-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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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8-06-26 08: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의 꽃에 있는 빨강색 보고 순간 욱일기인줄 착각했습니다.ㅋㅋㅋ

북프리쿠키 2018-06-26 09:39   좋아요 1 | URL
아~놀랬습니다ㅎㅎ
 
[eBook] 무희 일본 중단편 고전문학 2
모리 오가이 지음 / 현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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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것은 아둔한 나의 마음이었다.
나는 내 자신의 진퇴에 대해서도, 그리고 나와는 관계없는 타인에 대해서도 결단력이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 결단력은 순경에만 있었던 것이지 역경에는 없었던 것이다. ˝-41쪽

모리오가이의 첫 작품(1890)
실제로 작가가 독일에 유학을 다녀오며 사랑했던 서양의 여성이 있었다고 한다.
모리 린타로(모리오가이의 본명)를 따라 일본까지 온 그녀를 잘 타이르고 설득하에 다시 독일로 보냈다고 하는데 이 작품과 연관성이 있다.
여성의 불우한 처지를 지나치지 못해 마음을 쓴 주인공의 순수한 행동은 좋은데 ... 엘리스에 대한 오타 도요타로의 무책임한 결말은 ‘이타심은 이기심과 맞물리는 또 다른 욕망의 발로인가‘..이타적인 행동의 이면에는 내 자신의 모순된 감정을 합리화하고 주변사람들에게 면죄부를 받는 고도의 기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특히나 그것이 사랑에 관한 것이라면 말이다.

한편으로 문학은 한 작가가 가진 내면의 가치의 결과물이고 그 내면의 가치는 그 시대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때 메이지유신의 철저한 정부주도적 개혁에 의해 개인의 사상이나 자유 등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좌절하는 작가의 모습을 소설속에서 보여주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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