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살다보면 가끔 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물론 가끔. 아주 가끔이다.

그러기에 삶은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겠지...

그러지만 그런 만남은 사실 그리 흔치 않다. 유감이지만...

 

오늘 저녁 난 그런 귀한 만남중 하나를 만난것 같다.

내일 아침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왜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이런 만남이라면, 적어도 이 순간만은 충분히 좋다...

 

난 오늘 저녁 그런 만남을 만났다.

이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법하지만,

내 삶에는 뜬금없이 오늘 밤에 불쑥 끼어든

EBS 공감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그 밴드의 무엇이 날 매료시킨 것일까.

그전에 내가 알던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상징적인 닮음이 있는 것일까.

혹, 아무것과도 닮지 않은 그 점이 날 정말 닮은 것일까.

 

예전 들국화를 처음 만날때처럼

동물원과 엄인호를 처음만날떄처럼

신촌블루스를, 그리고 늦게야 알게된 한대수와 양병직과 김현식을

그들을 알고 나서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삶은 만남이다.

불연속적이고, 불규칙적이다.

만남이 영영 끊어졌다 싶을떄 불쑥 나타나는 그들.

그들 때문에 삶을 살아갈 의미를 느낀다.

 

더 이상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서

영영 멸종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허무함에 건배를 하는 그 순간 불쑥 나타나는

정말 내 삶의 불청객인 그들.

 

밥 벌이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내 발목을 잡는

내 꽁꽁 여민 지갑을 풀도록 만드는 문화게릴라.

난. 내가 동류 의식을 느끼는 그들처럼

누구를 감돌시킬 가망이 영영없어보이는 오늘.

 

그들을 만난다. 그리고 반가워한다. 그들을.,,, 혹은 그(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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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예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2본 동시상연관의 스크린에서

김혜자씨가 주연한 영화 '만추'를 본적이 있었다.

내 어린 가슴에 그 영화가 왜 그토록 사무치든지...

 

나는 언젠가부터 만추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누런 나뭇잎들이 수북히 쌓인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단풍이 화려하게 물드는 가을.

다른 이들이 가을을 앓는 그 가을은 나에겐 가을이 아니었다.

 

잎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몇 되지 않은 남은 잎들이 추운 가지를 보듬고 대롱대롱 매달리는 때

그때쯤 되어야 나는 가을을 느끼게 된다. 지금같은 12월 초순.

검은 가지들 위에 겨울 햇살이 처량하게 내리쬐는 이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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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아침.

밥을 먹는데 전기가 나갔다.

비로 어둑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은 괞찮다.

멈춰선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상당히 긴 계단을

터벅 터벅, 익숙하지 않은 근육을 사용하며 내려오는 것이 힘이 든다.

 

문득 생각을 해본다.

내가 몸을 제대로 움직여 본 것이 얼마인가.

원래 운동이라고는 싫어하는 사람.

글 쓰기 위해 손가락 움직이는 것과. 숨쉬기 운동만으로

생존과 삶의 목적을 위해 최소한의 근육만을 사용하며 살아온지 어언...

 

머리만 비대한 화성인처럼

내 갸날픈 다리가 강조되어 보인다. 오늘따라.

내가 지적 성취를 이룩한 것은 있는가.

삶의 다른 부분과, 몸의 다른 근육을 포기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내가 이룩한 것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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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다, 첫머리에 나오는 글이 마음에 들어서 베껴봅니다.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나쁘지만

그 결과는 더욱 나쁘다.

역사를 보는 관점은

과거와 현재의 정치 과정에 대한 인식을 형성한다.

학생들은 왜곡된 역사서를 통해

정치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문법'을 배우고 내면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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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역사는 , 현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문법'을 왜곡시킨다" 라는 뜻으로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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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와 죽은자"를 읽으면서 가슴에 와닿는 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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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자유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네가 정말 자유로운지 잘 생각해바라.

너는 네 의지로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네가 스스로 직장을 옮길 수가 있는가.

너는 네 집에서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 집은 너의 집이 아니라 은행의 집이다.

너는 자유로이 여행을 갈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휴가날짜가 되어도 집에서 머물고 있지 않는가.

과연 너는 정말 자유로운 사람인가...

과연 네가 자유로운 삶을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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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대로 적은 것이 아니라

기억에 떠오르는 내용을 적은 것입니다.

책과 대화하면서 내 마음속에 일어난 상념이라고 하는 것이 낫겠지요.

 

나는 과연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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