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제국
로버트 W. 메리 지음, 최원기 옮김 / 김영사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나.

매우 독창적인 저서이면서도, 매우 날카로운 지적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새로운 세기에 미국의 세계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를 논하는 책이다. 지금의 세계를 문명 대 문명의 대결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자유의 확산이라는 이름으로 강공책을 취하고 있는 네오콘은 비판하는 책이다. 그러나 저자가 네오콘을 비판하는 이유는, 미국이 보다 더 현실적인 방식을 택해야 미국의 이해에 더 맞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세계무역센터가 테러공격을 받은 이후. 세계를 보는 미국의 시각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저자는 사실 이러한 문제가 공산주의 블록이 무너진 이후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지도의 흐름이 달라졌고, 세계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을 해야 했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이슬람 문명과 미국이 대표하는 서구문명과의 대립구도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윌슨대통령이래 미국의 외교정책을 보수적, 자유주의적 축을 하나로 들고 또 고립주의와 개입주의를 하나로 들어서 모두 네가지의 방향으로 분류한다. 지금 미국이 취하고 있는 방식은 가장 위험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고 걱정을 한다. 네오콘이 주도하는 이런 정책기조하에서, 미국은 군사적 개입을 통해 자유의 확산이라는 이념을 세계에 심으려 할 것이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문명간의 충돌을 불러 일으켜서 미국의 이익에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한다.

다분히 서구적 개념인 자유라는 절대 가치에 기반을 두고, 그 가치를 다른 문명권인 이슬람 세계에 기계적으로 대입시키려는 정책을 펴면 필연적으로 이슬람 세계의 광범위한 반발을 부를 것이라는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은 서구문화권과 세상과 삶을 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구의 시각으로 민주나 자유라고 생각되는 것이, 이슬람 문화의 시각으로 바라볼때는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슬람 문화권을 서구의 잣대로 맞추어 변화시키려는 생각을 버리고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취해야 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란이나 터키같은 나라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지어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도록 허용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핵을 발판으로 이란이 이슬람 권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하면, 이란에 의한 이슬람권의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이란과의 관계개선만을 염두에 두면 효율적으로 이슬람권을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러한 논리를 러시아에 대해서도 같이 적용한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세계의 패권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인근의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통제권일 뿐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미국이 러시아에게 그 지역의 패권을 인정하면, 미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만 개선하면 미군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이 중앙아시아의 테러위협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란, 러시아, 인도라는 지역패권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진정한 미국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중국을 효율적으로 포위하고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미국인의 미국에 관한 책이다. 미국을 비판하거나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패권국가로서의 역활을 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이 보다 현실적인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네오콘과는 다른 미국내의 주장들을 이해할 수 있는 논리를 이해 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흡수하면 미국이 타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시대에 미국과의 관계를 새로이 조율해야 하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만한 책이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글이 존재하는 방식은...

이 특이한 제목의 작품은 표지도 특이하다. 사람이 책 속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책은 또 무대위에 세워져 있다. 이 특이한 제목과 책의 표지를 책을 다 읽은 후에 바라보면, 처음 책을 접할때 "특이한 표지도 있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 소설 책은 책안에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기 보다는, 독자들에게 책이란 것이 도데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이야기로서의 소설이 아니라, 소설의 존재 형식을 탐구하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무대위에 책이 올려져 있는 표지가 책의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소설책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의 역활은 무엇일까. 이 특이한 이름과 내용과 표지의 책에 사람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인 소설이 결국은 사람들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소설의 존재양식에 관한 상징을 담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집단적인 바램을 통해 가공의 소설책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내용을 알지 못하는 한 책에 대한 막연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소설속의 인물이 바로 그 소설을 쓰기도 한다. 소설이란 결국은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소설은 소설이기 전에 사람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이 특이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작가가 바로 그런 점을 세상을 향하여, 세상의 사람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의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씬시티 4 - 노란 녀석
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 존재를 던져라

또 하나의 대항인물이 등장한다. 정의로운 경찰이다. 정년을 앞두고 음모에 휩싸여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경찰이다. 헐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스토리이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가 놓여진 배경인 사회가 다르면, 같은 이야기가 전혀 다른 힘을 가진 이야기로 변하고 만다. 그것이 바로 이 씬 시티가 다른 폭력물이나, 사회정의를 다루는 만화들과 차별화가 되는 점이다.

강렬한 화면, 극명한 흑백의 대비. 인물에 대한 매우 뚜렷한 표현. 시각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장치들이고 아주 훌륭한 점들이지만 이것만으로 이 작품이 칭찬을 받을수는 없다. 이 작품을 그 명성에 걸맞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제의식이다.  훌륭한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씬 시티는 그 제목에서 느껴지듯. 씬 시티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존재의 조건을 탐구한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류를 보는 비주류의 시각

레볼류션이란 '혁명'이다. 그런데 무슨 혁명이란 것이 이렇게 시시한 건지 모르겠다. 삼류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류 고등학교 학생들의 오만함이 대를 이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류고등학교 여학생들을 유혹해보는 것이라니... 바로 이 엉뚱한 발상에 이 책의 재미와 이 책의 깊이가 있다.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 쉬운 문장으로 삼류 악동들의 시시한 이야기를 아주 명랑하게 끌어나가기 때문이다. '더 좀비스'라니 서양의 이상한 귀신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채용한 것이 아닌가. 여기에 이 책의 엉뚱함이 잘 축약되어 있다.

일류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이상한 집착과 불온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약간의 분노. 그런 것이 바로 사회의 비주류가 겪는 고통일 것이다. 바로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나오는 것일수도 있다. 해학적으로 그려진 재미있는 줄거리의 이 책을 읽고나면 왠지 모르는 느낌이 남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음지에서 항상 양지를 꿈꾸며 커가는 아이들. 사회의 그늘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 그런 마음의 아픔이. 그런 아픔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이. 그리고 헛된 희망의 몸짓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꿈이 바로 혁명이란 이름의 이 책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좋은 친구

30년.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다. 그 긴 세월을 한마리의 개와 함께 살아간 기록을 남긴 책이다. 처음 조그만 개를 들여왔지만, 그 개는 금방 커다란 개가 되고, 온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존재가 된다. 조용하던 집이 어수선해지고, 그 한마리의 개로 인해 삶은 바뀌어버린다.

오죽하면 "행동과다, 주의력결핍"이란 이상한 병명까지 같다붙였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소란스럽게 살아가는 개도 자신을 아껴주는 주인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다. 그 어수선한 개를 참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개에 대해서 무언가 모르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예쁜짓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온통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귀찮기만 한 존재. 그 이상한 존재에 대한 이상한 사랑. 그것이 바로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예뻐서 하는 사랑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수도 있다. 사랑스러운 점이 하나도 없는 개를 인정하고, 내 가족으로 받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 늙고 관절염으로 절뚝거리는 늙은 개가 되어서도 개는 가족을 떠나지 않는다. 조건없이 주는 사랑에 개는 그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한 평생을 인간들과 가족을 이루며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간 개에 관한 이야기. 그 개와 가족을 이룬 사람에 대한 가슴 저린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