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스탈린의 선택, 1941년 6월
존 루카치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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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전쟁은 총력전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그 나라의 국력전체가 총동원되어서 전쟁의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그런 최초의 총력전의 사례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바로 제 2차 세계대전이었다. 그 전쟁은 온 국토가 전장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투에 참가했으며,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군사력을 지탱하기 위한 노력에 동원되었었다.


그런데 그런 전쟁에서도 전쟁을 지휘하는 지도자의 판단은 전쟁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은 바로 독일의 소련에 대한 침공이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그때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수가 없다. 소련침공으로 말미암아 독일군은 전선이 확대되었고 엄청난 정예병력과 군수물자를 잃어야 했기 때문이다.


흔히들 독일의 소련에 대한 침공이 독일에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택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들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사이에 오간 신뢰의 사슬이 끊어진 것이 소련침공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그렇게 역사를 지도자들 사이의 신뢰와 심리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다. 요즘의 역사분석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이런 관점은 오히려 신선하고, 낮선 주장을 읽는 눈이 즐겁기까지 하다.


히틀러와 스탈린. 두 걸출한 지도자의 심리대결. 비록 그 중 한사람인 히틀러는 실패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지만, 아직도 히틀러가 선하고 악하다는 차원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써 걸출한 인물이었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히틀러는 도대체 왜 소련을 침공하는 악수를 두었을까. 그리고 스탈린은 도대체 왜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할 준비를 한다는 정보보고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소련 침공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까. 저자는 이런 의문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설명을 한다.


그런 심리적인 설명은 전후 마샬플랜에 대한 소련의 반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먀샬플랜이 동구권을 영향하에 두려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소련의 판단과 과잉대응이 결국 소련의 체제가 감당할 수 없는 군사대응을 계속하게 해 오늘날과 같은 소련의 해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무척 흥미로운 시각을 가진 독서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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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권력전쟁 - 사이버 세계를 조종하는
잭 골드스미스 외 지음, 송연석 옮김 / NEWRUN(뉴런)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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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세계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자유의 꿈에 도취된 사람들이 격정에 찬 목소리로 ‘인터넷 독립선언문’을 열정적으로 낭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은 선 하나만으로 세계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연결하고, 사람들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인류를 자유로운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은 과연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오늘날 인터넷이 없는 삶을 생각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초기의 희망과는 달리 인터넷이 우리에게 자유를 안겨주지는 못하였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고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인터넷은 모든 장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바로 언어의 장벽이다. 영어를 자유로이 사용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지역간의 언어적 장벽으로 같혀 있는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인터넷에는 더 많은 장벽들이 있다. 바로 사용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생겨난 장벽이다.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물건의 교환을 감시자가 없이는 신뢰를 구축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인터넷은 인터넷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해 다른 기관에 권위를 위탁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장벽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도메인 설정에도 장벽이 생긴다. 각 나라별로 도메인을 달리 설정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각 나라의 실정법 사이의 충돌도 결국은 각국의 실정법이 인터넷에 대한 관할권을 갖는 것으로 추세가 굳어지게 되었다.


인터넷이 창출할 것 같은 자유로운 반권력적인 권력은 이제 신기루가 된 것인가. 해커들이 각종 범죄를 저지름에도 불구하고 용인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인터넷의 자유로운 사용을 추구하던 사람들의 정신적인 후예로서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해커는 점점 확실한 범죄자로 여겨지게 되었다, 역시 법 권력이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이제 해킹은 인터넷 자유선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취업의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고 말았다. 인터넷은 이제 권위에 의해 제한된 자유를 누리는 공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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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분쟁 - 지구촌 분쟁을 세계지도로 한눈에 읽는다 지도로 보는 시리즈
세계 정세를 읽는 모임 지음, 박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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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정치질서를 통해, 인구를 통해, 각 나라의 GNP를 통해, 그리고 그 나라의 자원과 기술을 통해, 혹은 그 나라의 인터넷 보급률, 혹은 그 나라의 범죄율과 교육 수준을 통해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는 분쟁을 통해서 세계를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분쟁이란 것은 그 나라가 놓인 총체적 문제를 한꺼번에 가장 잘 집약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분쟁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의 뒤에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미묘한, 그러나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원인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분쟁을 잘 보면 세계의 모습들이 보다 정확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사를 쓸 때도 자칫 전쟁들을 기록한 연대기가 되기 쉽다. 전쟁이 가장 사료가 많이 남고 읽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도 하겠지만, 전쟁은 그 원인과 그 전쟁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그 사회를 분석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세계의 여러 가지 분쟁들을 파악해서 지도위에 표시를 해 놓은 책이다. 지도를 통해서 보면 현대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분쟁들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놀랍게도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분쟁들을 기록한 것이 이 책 한권의 분량이 되니 말이다.


우리들의 눈과 귀의 주목을 받는 분쟁들의 뒤에는 세상의 관심을 끌지도 못하는 더 많은 분쟁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분쟁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조차 못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 분쟁들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으니 그나마 행복한 분쟁이라고 해야 할 것인까...


21세기. 인류의 문화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이때에도 여전히 분쟁은 많다. 크고 작은 이권과 종교의 차이, 잘 못 그어진 국경등 다양한 원인이 분쟁의 이유이다. 그러한 문제는 그 전의 세대에 벌어진 일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빠르게 변하는 오늘의 세계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분쟁을 살펴보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참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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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두 얼굴 -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를 넘어서는 길
로버트 A. 아이작 지음, 강정민 옮김 / 이른아침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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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 ‘올리브 나무와 렛서스’를 쓴 프리더먼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를 읽었다. 그는 세계가 인터넷과 빠른 교통수단등을 통해 연결되어 세계를 연결하는 문턱이 매우 낮아졌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지적이었다. 그는 현명했고, 세계는 그의 주장대로 더 가까워졌다.


그가 세계는 평평하다고 주장한 것은 중의적인 뜻이 있어 보인다. 그가 말하는 평평한 세계란 그렇게 밀접하기도 하지만, 기회가 빈국이나 부국 모두에게 똑같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화가 모든 국가와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세계화가 인도의 엘리트들에게 미국으로 오는 수고를 하지 않고, 자신의 나라에서 자신의 음식을 먹고, 자신의 가족들과 지내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세계화는 미국의 많은 기업들에게 더 낮은 비용으로 꼭 같은 일을 해내어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될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기회이다. 세계화는 빈국과 부국 모두에게 준비된 사람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래서 세계화는 평평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평평한 세상은 부국과 빈국이 평등하게 기회를 보장받을 뿐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이데올로기성을 갖고 있었다.


세계화의 얼굴이라는 이 책은 바로 그 책을 읽으면서 내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던 그 느낌을 시원하게 뚫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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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기초 (양장)
이현송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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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기초


미국은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출신 국적과 인종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나라를 이룬 독특한 나라이다. 그래서 미국을 거대한 용광로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한 복잡한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 미국인이라는 단일한 소속감을 느끼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이 자유의 나라이고, 미국에서는 누구나 꿈을 이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환상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그 꿈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불러 모았고, 미국이라는 용광로 속에 기꺼이 자신을 던져넣어 용해되게 만들었던 힘이었다.


얼마나 멋진가. 누구나 노력만 하면 신분의 제약 없이 꿈을 이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니! 미국은 바로 멋진 신세계였던 것이다. 메스컴에서는 늘 환상적인 꿈을 이룬 사람들의 사례가 소개되곤 하였다. 자신의 옆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날 성공한 사람의 자리에 않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미국이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미국사회에선 그런 멋진 신분상승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고급교육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막혀있고, 오늘날의 지식집약적 사회에서는 교육의 도움이 없이는 신분상승을 이루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가난은 게으름의 산물이 아니라, 물려받은 가난에 가난한 것이 되었다. 이제 미국에는 계급이라는 것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계급이 없는 사회.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라는 꿈이 이제 퇴색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인종간의 문제가 주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인종이 아니라 계급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계층상승을 이루기 어려울만큼 빈부격차가 커지고, 그 빈부격차가 장벽을 만든다면 미국의 사회에 또 다른 계급적 현상의 생긴 것이고, 그것은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것은 미국의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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