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 - 문명과 문명의 대화, 개정판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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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중심의 역사에서 탈피하기

작년 이맘때쯤 지하철 역에 책을 쌓아놓고 파는 곳에서 싼값에 먼지뭍은 책을 한권 산적이 있다. 일본사람이 쓴 그 책의 이름이 "서양중심사관에 도전한다"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누렇게 색이 바랜 종이에 구식형태의 자로 쓰인 그 책이 그렇게 인상적이어서 그 책의 이름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런 책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쓰여지지 않을까..."라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책을 대하면서 문득 그 당시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이렇게 좋은 책이 왜 팔리지 않아 지하철 역에서 헐값에 팔려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났었던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어 나온 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가 바로 그런 서양중심사관에시각에 도전할뿐 아니라, 남성중심사관, 성인중심사관에도 도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차가운 겨울 바람을 폴폴맞는 지하철 매장이 아니라, 각종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있는 것을 알게된 것도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한가지 더. 내가 일본사람이 쓴 그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책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그 시기에 이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기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을 알게되어 무척이나 기쁘다.

우리세대가 배운 세계사는 서양사 + 약간의 중국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근세직전까지만 해도 세계사에서 동양이 차지한 비중이 경제, 인구, 과학기술등의 모든면에서 서양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은 무척이나 통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민족감정, 동양인의 울적한 감정의 해소로만 생각하는 수준을 넘는다.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세계사 무대에 동양의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다. 무시당하고, 축소당하고, 왜곡당하여 왔던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복권시켜 제대로 된 세계사를 수립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세계사'가 되는 것이다.

역사란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아시아, 그리고 한국에서 역사를 재해석할 수 있는 여건이 비로소 이루어진 것을 보면 아시아와 한국이 세계사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서양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진정으로 바람직한 세계의 건설을 위해서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를 다시 쓰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은 작다. 세계사를 무척 간결하게 정리했다. 간략하다는 것이 책의 흠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가가 쓴 책은 쉽기 마련이다. 군더더기를 달 필요가 없이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것이 이 책의 시원한 전개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더욱 반갑다. 작은 책에 큰 뜻과 내용을 품은 책이다. 정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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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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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

장대한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이 2권을 꼽을 것이다. 그리고 한 권을 더 뽑으라면 시저의 게르만정복 부분을 꼽겠다. 그러나 그 유명한 시저이야기보다도 더 흥미로운 것이 바로 이 책, 한니발 전쟁에 관한 것이다.

로마는 긴 역사를 가진 제국이다. 그 제국의 흥망성쇄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도전과 응전이 있었다. 그러나 한니발의 도전과 그에 대한 로마의 응전만큼 흥미로운 부분은 없다. 로마의 역사중에서 이탈리아 본토뿐만 아니라 로마시 자체가 가장 백척간두의 위기에 달했던 순간이기도 하고, 그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지중해의 제해권을 장악함과 동시에 로마의 영토가 절대적으로 넓어진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니발이 군대를 일으키고, 처음엔 초라했던 군대를 자신의 나라가 아닌 스페인에서 키우고, 그 군대를 무장시키고 훈련시키는 과정. 코끼리를 이끌고 로마로 향하는 여정을 선택한 지략. 알프스를 넘는 험준한 고행. 그리고 이탈리아 반도로 들어와 로마로 진겨하지 않고, 로마의 연맹도시들을 초토화시킨 전략, 이에 대해 로마가 반격한 지략... 이 흥미진지한 일들이 이 작은 한권에서 숨막히게 일어난다.

한니발이 군대를 일으키고 이동하는 과정부터, 마지막 카르타고 본토에서의 일전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전투의 지형도까지 동원해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군사전략까지가 로마인시리즈 중에서 이 책은 단연 선두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게 만드는 압권이다. 이 2권은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장대한 영웅서사극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은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이라는 윤색을 거쳤을 망정, 실제로 있었던 역사를 재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흠미진지하다.

그런 스펙터클한 재미에 더해서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친절하고 개성적인 해설이 더해지면서 이 책 2권을 그토록 유명했던 로마인 이야기의 백미를 만들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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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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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로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참 긴 세월이었다. 로마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처음 몇권이 한꺼번에 출간된 이후, 해마다 한권씩 나오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드디어 이번해 마지막에 완간이 되었다. 기나긴 세월을 유지해온 광대한 로마제국만큼이나 오래 걸린 시리즈였다. 시오노나나미 여사도 이 책과 함께 늙어갔고, 로마인 시리즈를 읽어온 독자들도 그 세월과 함께 늙어간 시간들이었다.

해마다 새로이 나오는 로마인 시리즈를 맞이하며, 반가운 과거의 독서를 연장해 가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책을 기다려가면서 읽는 것은 처음있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대단한 것은 단지 그렇게 오래 걸렸다는 시간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오히려 로마인이야기라는 책이 가진 힘이 그토록 오랜 기간을 기다려가며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층을 만들어 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이 책은 한 나라의 역사를 서술하고 읽는 방식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인 그녀가 역사를 서술해나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도 처음 겪는 경험이었지만, 먼 나라의 역사를 그토록 길게 연재하는 책을 꾸준히 읽어나게 된 힘도 바로 그녀만의 특수한 시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로마인 이야기의 첫 책인 1권은 사실 전체의 구성에서 볼때 아주 흥미롭지는 않다. 그러나 이 첫번째 책에는 로마를 대하는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바로 로마의 탄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첫권은 처음 로마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웅대한 대제국으로 성장하기 전의 로마의 건국까지를 다루고 있다. 로마의 성격은 이 무렵에 결정지워진다. 고대세계로서는 드물게 공화제를 채택하는 과정과 신생 로마가 커져가는 과정에 대한 해석이 무척 흥미롭다.

로마는 당시의 세계에서 정당성을 가졌던 정치체계와 자유로운 시민들을 가지고 있었고, 로마는.자신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영토를 넓힌 것이 아니라, 도전에 대한 응전의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이 넓어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고, 로마인들의 의식에는 자유인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는 그녀의 시각. 그리고 그 자유의 정신이 로마를 대 제국으로 만들게 된 원초적인 힘이라는 의식이 매우 특이하고도 매혹적으로 소개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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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 핑 -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지음, 유영만 옮김 / 웅진윙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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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다. 바로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존재냐 소유냐" 내가 학창시절에 즐겨읽었던, 지금은 서점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책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노 철학자의 그 가르침이 머리에 생생하다. 그 책에 깃들어 있던 지혜로운 말들의 글귀들이 살아있는듯, 먼 시간을 지나서 살아난다. 그러나 그것은 이 글을 쓰는 것같은 한가로운 때의 이야기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나의 삶이 나를 찾아왔다' 가 아니라, '또 하루의 노동이 시작되었다.'라고 느끼기 시작한지가 오래되었다. 그런 삶의 와중에서 그 노철학자의 가르침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깊은 밤. 오랜만에 책상에 앉았을때거나, 오랜만에 옛 친구들과 만나 그 친구들만큼 낡은 이야기를 줏어먹을 때에나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난 이 책을 대하면서 금새 '존재냐 소유냐'란 책이 떠올랐다. 참 많이 닮은 책이다. 물론 꼭 같은 내용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의 형식이나 화법뿐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다르다. '존재냐...'가 소유의 삶보다는 하루하루의 실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된다면, 이 책은 하루하루의 삶을 견디고 이겨낼 용기를 가져라는 말로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왠지 그 두가지 말이 아주 비슷한 말로 들린다. 꼭같은 이야기도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들리는 법이고, 나에게 그 두 책은 꼭같은 의미로 들린다. 나에겐 바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인가 보다. 무엇을 소유하기 위해 힘들게 살아야 하는 삶. 그래서 내 아이디인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힘들어지는 삶. 그런 삶을 견디고 이겨내는데 이 책 '핑'에 담긴 글들은 큰 도움이 된다.

하나의 좋은 친구가 있으면 삶은 그만큼 풍요로워진다. 말을 못하는 책이고, 언제보아도 꼭같은 글밖에 담고 있지 못한 책이지만, 언제나 한결같기에 때로는 사람친구보다 더 좋은 친구일수도 있다. 토라지거나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옛 친구 '존재냐 소유나"만큼이나 오래된 훈훈한 느낌을 주면서, 새로운 시대의 감각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위로와 격려를 주는 이 책 덕분에 한동안은 내인생이 덜 적막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차가운 겨울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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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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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찾아왔다.

네루다는 그의 유명한 시에서 "어느날 시가 내게로 찾아왔다." 고 말했다. 난 네루다를 알고 그의 시를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시들중 몇편을 좋아한다. 내가 읽은 단 하나의 그의 시집에 스물 한편의 시 중에서도 내 마음에 썩 좋은 것은 몇 편 뿐이었다.

난 시를 좋아한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달달 외우기도 하고, 남몰래 시를 써보려고 노트에 글을 적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시가 나를 찾아왔다."고 외칠만큼 좋은 시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아니 그럴만한 정성이 부족했다. 나에게는.

내 영혼은 산문적인 것이어선지, 시를 좋아하고 책을 즐겨 읽긴 하지만 내가 시집을 사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내 까마득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도 몇권 뿐. 그 뿐이다. 그래도 한때는 나도 시를 끄적여 보았는데, 그렇게 박약한 노력으로 무엇을 하겠느냐고 스스로에게 자책도 해본다.

그러나 솔직해야 하는것 아닌가. 오랜만에 맘먹고 산 시집을 끝까지 읽은 적이 별로 없었다. 서가에서 시집을 빼들고 이리저리 페이지를 넘겨봐도 맘에 와닿는 시들은 한 시집에 한 두편... 그 때문에 시집을 살순 없었다. 변명같지만... 난 그랬다... 그렇게 살아왔었다.

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가 담겨 있는 책속으로 푹 담겨버릴만한 시집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칠만큼 좋아하는 시들고 가득한 시집을 찾기보단, 도서관에서 시집들 속에서 찾아낸 시들을 내 노트에다 옮겨놓는 것이 훨씬 나은 편이었다. 나에게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책. '처음처럼'은 내가 좋아하는 술처럼 진한 향기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시는 좋아하지만 좋은 시만 가려서 읽을수는 없었던 나에게, 그리고 이제는 시노트를 간수하는 것조차도 귀찮아진 무력한 생활인에게, 그러나 시적인 그리움에 대한 갈망이 전혀 없어진 것은 아닌 평범한 인간에게... 이 책은 톡 쏘는 술처럼 다가왔다.

"어느날 그게, 그게... 나를 찾아왔다..." 나는 이 책을 되풀이 읽으면서 그런 말을 되풀이 할것 같다. 게슴츠레 취한 눈으로 책의 페이지를 뒤져 오늘은 이 시를, 내일은 저 시를... 그렇게 내 고달픈 영혼에 안식과 위안을 주기에 알맞은 책을... 난 어느날 만났다... 그게 어느날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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