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허정 감수 / 열대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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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은 불완전하다. 과학은 사물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있는 것을 인간이 이해한 최전선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학은 그 자체가 부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기에 과학이 과학인 것이다. 과학은 자신을 딛고 전진해가는 그 과정에서 더 완벽함을 추구하고, 불완전함을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완벽한 과학이 되어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뉴튼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듯이, 새로운 이론이 아인슈타인을 매장시키지 않는다. 과학은 거인의 어께위에서 더 나은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자연과학을 이렇게 이해한다. 오늘날 우리는 정밀한 제어장치를 통해서 우주선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화성에 착률시키고 탐사로봇을 작동시키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과학의 정밀함이 과학은 오류가 없는 것이라는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학은 수많은 오류속에서 더 나은 완벽함을 추구해가는 과정이란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과학의 업적속에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숨어 있다.

원자가 물질의 기본단위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원자가 그보다 더 적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작은 입자들은 또 더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병? 우리가 알아가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 불완전함을 이식하는 과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욱 정확한 학문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과학적 진리는 '잠정적'인 진리이다. 더 나은 결과가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때까지 밝혀진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잠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학이다.

진화론에는 많은 허점들이 있다. 빅뱅이론에도 풀리지 않은 허점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진화의 과정을 재해석하고, 인플레이션이론을 빅뱅에 첨가하는 방식으로 단점들을 보완해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현재까지의 최선일 뿐이다. 조만간 더 나은 이론이 나올것이고, 조만간 인류는 더 큰 발전을 이룩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과학에 대한 신뢰이다. 과학에 대한 신뢰는 절대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더 나아질 것이라는 발전의 미래에 대한 신뢰인 것이다.

응용과학의 한분야인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우리는 히포크라테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안다. 오늘날의 의학은 어려운 수술을 이루어내는등 놀라운 외형적(외과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생명의 신비나, 의식이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암이란 것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그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생명의 근보을 모르지만, 인공수정이나 세포복제를 할 수 있다. 의식의 근본 원리는 모르지만, 인공지능을 만들어가고 있다. 암의 원리는 모르지만 경험적인(원시적인) 치료법으로 많은 경우에 암을  효과적으로 퇴치하기도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의학의 진보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 더 나은 의료지식이 보급될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인구에 회자되는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되는 의학적 지식이 완전히 바뀌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새로운 과학적 발전이 있을때까지는 현대의 의학이 이루어낸 발전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서 더 나은 근거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오늘날의 의학이 미처 이루어내지 못한 문제때문에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이미 밝혀져 있는 의학적 지식이 충분히 제대로 전해지지 못해서 건강을 잃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런 전달 과정에서의 과학적 힘의 상실은 의사들 집단 내부에서 이루어질수도 있고, 의사와 환자들 사이의 전달과정에서 개인적인 혹은 의료체계적인 문제점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오늘날 의료정보를 공급하는 주요한 루트중 하나인 메스미디어에 의해 잘못 전해질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전해진 의학이라는 학문이 이루어낸  지식의 최선선이, 다른 지식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는 경우이다. 내일의 일기예보를 기상대가 정학히 예보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러나 기상대의 예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점짐에서 내일의 기상을 묻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그러나 의학에 관해서는 이와같은 일들이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의 건강이라는 큰 문제가 달린 사안에 의학이 명학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혼란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이루어 낸 과학의 최선선에 충실하는 것이, 내일 더 나은 과학적 결과가 나타나기 이전까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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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 - 역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8
김기봉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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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다." 이 말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우리는 역사책을 통해서 역사를 배운다. 역사책에 쓰여있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조선시대가 어땟는지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 조선시대가 남긴 기록들과 유물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추측하고 재구성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이다.

역사에 기록이 없는 부분. 기록과 기록사이의 공백. 그것은 유추에 의해서. 그렇듯한 상상력에 의해서 메꾸어 갈 수 밖에 없다. 더 나은 유추가 나타나기 까지,  유추를 뒤집어 엎을 새로운 역사적인 증거가 나타날 때 까지... 그래서 과거는 과거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하는가에 따라서 다른 모양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매트릭스란 개념이 다소 거친 표현인것 같으면서도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잘 정리된 어제의 신문도 어제가 실제로 존재했던 모습을 재구성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의 재해석에는 항상 일정부분의 허구가 들어간다. 때로는 그 허구가 과거를 더 생생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허구에 의해 과거가 왜곡되기도 한다.

사극. 역사적 실재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영화는 바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영화이다. "역사와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모든 역사는 팩션이다."라고 하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는 바로 허구이다. 그리고 허구는 일정부분 사실이다. 영화를 통해 과거를 재해석하고 재해석된 과거는 그 영화를 통해 새로운 과거로 자리를 잡는다. 다모와 왕의남자가 있기전의 역사와 그 이후의 역사는 느낌이 다를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는 단순한 오락의 대상이라는 일반적인 관념속에 숨어있는 역사로서의 영화를 발견해 내는 것이 이 책의 훌륭함이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대할때. 영화에 대한 담론을 대할때 영화는 과거를 빌려오지만, 영화를 통해서 과거가 재창조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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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 돌아왔다 1
방동규.조우석 지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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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라고 해야할까. 부적응자라고 해야할까. 오늘날 통조림같이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은 삶을 산 사람의 이야기이다. 내가 도저히 그러한 삶을 살수는 없을 것 같고, 일견 합리적이지 않은 좌충우돌식 삶인것 같지만 그렇다고 웃어넘길수는 없는 삶이다. 그의 삶에는 독자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진짜 로망' 같은 것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백이 삶이란 그가 산 삶과 같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짜릿하고,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모험을 하며,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삶. 오늘날 우리들이 극구 회피하려는 그런 운명적이고 모험적이고 위험이 많은 삶. 안정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오늘날에는 생각하기 힘든 삶, 그러나 모든 사람이 한번쯤은 나도 그렇게 살아보았으면... 이라는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삶.

그 자신에게는 그 삶이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삶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다. 그러나 그 삶을 피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마주대하는 것이 그가 삶을 살아가는 자세이기도 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가 젊은 시절을 살았던 그 시절. 해방이후, 6.25 이후의 어수선한 삶을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상대적으로 안정된 삶인가.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점은 시절을 살았던 그 시절에 비해 우리들의 삶이 더 안정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는 안락한 삶에 길들여졌고, 바람진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허약해진 것이다. 내일 어디서 어떤 바람이 불어오더라도 굳건히 그 모진 바람과 싸워서 이길수 있는 강한 도전의식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 아닌지.

배추라고 불리는 한 멋진 노년의 삶을 지켜보면서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아쉬움의 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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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세계사 2 : 동남아시아 - 동방의 천년 문명이 열린다 가로세로 세계사 2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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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 11개의 나라가 있다. 남 아시아를 제외하고도... 하나 하나의 이름을 들어보면 귀에 낮설진 않다. 브루나이나 동티모르처럼 시사문제에 열심이 아닌 사람들은 잘 잊어 버리는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그러나 눈을 감고 동남아... 를 생각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가 별로 없다.

내가 그들 나라에 여행을 자주 다녀보지 못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동남아라는 이야기는 많이 하면서도 그들 나라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한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아 국가들 사이의 관계의 중요성은 늘어가는데 우리의 인식은 아직 그 필요성을 ?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항상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원복 교수와 함께 쉽고 재미나게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개략적으로 알아보는 이 책은 그래서 반갑다. 동남아의 역사와 개황을 다룬 다른 형식의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다.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그들 나라에 대한 책을 선뜻 읽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미 재미있고 쉽다는 코드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이원복교수가 만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 책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동남아시아에 대한 책이 부담을 덜어버리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놀라운 현상이 아닐수 없다. 이 한권의 책으로 동남아를 다 알수는 없는 일이다.

간단하게 동남아시아라고 칭하기는 하지만 지리적인 인접성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들은 약간씩 다른 개성과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책을 통해 한층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개별적인 만남을 시도하기가 한층 쉬어진 것 같다. 이제 용기를 내어 각 나라를 살펴보기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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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홍은택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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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책답게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의 여운은 머리에만 남는 것은 아니다. 가슴에까지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은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울림이 큰 책은 그 영향이 머리뿐 아니라 가슴에까지 번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그제야 저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전 동아일보 노조위원장.' 결코 만만하지 않은 그의 경력이 가슴에 다가온다. 역시 그런 인물이니 이만한 책을 쓰는구나. 고개가 끄떡여진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들이 겪고 있는 변화를 대표하는 단어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는 책이다. 세계화는 미국이 아니라 주변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은 세계화가 미국의 내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하는 책이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긍이간다. 세계화는 미국뿐 아니라 미국내부에도 마찬가지로 큰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그러나 또 한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세계화가 아무리 중요하고 미국이 큰 나라라고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머나먼 지구의 반대에 있는 나라가 아닌가. 그 미국 내부의 일들을 우리가 시시콜콜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신기하게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 책은 미국의 일이 바로 우리의 일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쓴 저자의 능력이고 이 책이 가진 힘이다.

이 책은 기행문이다. 이 책을 펴면 미국의 지도가 제일 첫 페이지에 나온다. 각 장의 처음에도 저자가 방문하는 미국의 지역이 지도로 표시된다. 이 책에 나오는 도시들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주로 미국의 중부지역에 있는 주들의 도시들이다. 동부와 서부에 몰려있는 영향력 있는 도시들이 이 책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는 마치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처럼 그 넓은 미국의 중부 곳곳을 자동차를 몰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면서 이 책을 풀어나간다. 책의 첫 이야기도 미국답게 무려 100에이커나 되는 농장을 방문하여 그 곳에서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은 또 미국의 지리적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도 없는 뜬금없는 질문을 해보기도 한다. 재미있다. 지리적 중심이라니... 미국의 중심에 있는 배꼽에 해당하는 장소가 어디인가?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절로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미국의 배꼽이라... 그럼 우리나라의 지리적 중심은 어디인가? 아마도 충청북도 어디쯤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이 책은 이런 기상천외한 질문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책은 면밀하게 기획된 한치의 빈틈도 없는 책이다. 저자가 재미삼아서 미국을 돌아다니며 그런 한가한 소일거리들을 생각해 내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찾는 지리적 중심은 인구의 중심을 묻는 질문으로 금새 바뀌어간다. 미국인들은 점점 동부보다는 서부쪽에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단다. 중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이민의 영향으로 서부쪽의 인구가 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인구중심은 매년 8km 씩 서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란다.

미국의 저곡가 정책으로 농산물의 가격은 낮다. 농민들이 생산한 곡물도 낮게 팔린다. 점점 많은 농민들이 농토를 처분하고 농촌을 떠난다.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농장을 운영하는 기업농(우리는 그렇게 불러왔다) 들은 사실은 인건비도 안나오는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란다. 그러면 그 이익은? 미국의 농민이 아니라 미국의 곡물회사가 챙겨간다는 것이다. 곡물회사는 로비스트를 고용해 미국정부가 계속 저곡가를 유지하도록 한다. 미국 곡물회사의 정책이 미국의 농민들에게 슬픔을 안기고, 바다 건너 우리의 농민들에게도 슬픔을 안기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세계화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미국의 중부에는 거대한 기업 월마트의 본사가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을 접고 떠난 월마트이지만, 미국내에서 월마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한것 같다. 월마트는 ereryday low price 라는 멋진 목표를 내걸고 있다. 월마트의 구호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월마트는 일상적으로 low price에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본사 건물도 허름하기 짝이 없을 정도란다. 그러나 월마트의 그런 피말리는 절약정신은 안타깝게도 월마트 직원들의 처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월마트의 직원들은 미국적 의미에서 볼때 최저생계비 수준의 가난한 삶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처우를 받는단다.

또 월마트는 저가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구매력을 앞세워 납품회사에도 강한 압력을 행사한다. 어느 기업이 과연 거대한 구매력을 갖춘 월마트의 가격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납품업체들은 월마트가 요구하는 납품가격을 맞추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 한다. 그런 노력을 해서 가격을 낮추면 월마트는 이번에는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 납품업체는 이제는 자사 직원들의 보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고도 납품업체가 월마트가 납품단가를 맞추지 못하면 월마트는 냉정하게 공급선을 중국으로 돌려버린다. 자연히 월마트가 성장하면서 미국내에는 수많은 실업자가 생겨나게 된다. 이들의 대부분은 교육수준이 낮은 가난한 노동자들이다.

안타까운 모순은 여기서 발생한다. 월마트의 저가정책 때문에 해고된 납품업체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역설적으로 자신을 해고시킨 원인이 된 월마트로 물건을 사러간다. 그들이 쓸개도 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월마트의 물건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해고되어서 더 이상 수입이 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가장 물건 값이 싼 월마트에서 물건을 살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월마트가 만들어내는 신화의 이면에 있는 지독한 역설이 아닐수가 없다.

성공의 신화인 월마트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가 만들어내는 역설은 또 다른 곳에도 있다. 월마트는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종업원들에게 의료보험을 보장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가난한 월마트의 직원들이나 월마트 때문에 해고된 노동자들이 받는 최소한의 의료혜택은 지방정부가 재정부담을 해야 한단다. 그 지방정부의 세금중 상당부분은 바로 그 가난한 종업원들의 월급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와는 사뭇다르게 미국은 법인세가 아주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세금은 노동자들이 내는 것이라고 한니 말이다. 월마트는 이익만 가져가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지역의 것이되는 셈이다. 낮은 가격이 가난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 같지만, 그 순환의 고리가 한바퀴를 돌면 결국 가난한 사람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셈이다.

저자는 코카콜라나, 맥도날드에 대해서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처음에는 그 거대한 기업이 시작한 초창기 점포를 찾아가는 상당히 흥미로운 기행문으로 시작한다. 그 기업이 성장하면서 미국민과 세계인들에게 가져다준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그리고 그 건강상의 문제를 가져오게 된 원인인 이들의 판매전략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책은 줄곳 흥미롭다. 한가지 문제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도 않고, 독자에게 결론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결론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책을 통해 그가 발로 뛰면서 확인한 사실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레 어떤 느낌에 도달하게 되도록 유도를 할 뿐이다.

이 책은 얼마전 부정회계문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엔론사의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처음에는 엔론사 건물이 어디있는가를 찾아가는 기행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엔론사가 당면한 문제를 슬쩍 제기한다. 엔론사는 지금 망했고 최고경영자는 감옥이 있다는 사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그가 왜 감옥에 가야 했는지에 대한 해설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어떻게 로비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사는지를 운을 띄운다. 엔론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부시대통령이 아슬아슬하게 당선된 첫번째 선거때 부시대통령의 선거팀이 플로리다를 헤집고 다닐때 타고다닌 비행기가 엔론의 전용기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시작했던 위대한 기회의 나라 미국은 이런식으로 점점 빈부격차가 커지는 나라가 되어간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가진 사람은 더 부유해져 간다. 미국이 가진 문제는 더 크다.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은 대가로 지정한 보호구역에 허가했던 카지노는 상업적 이권으로 전락하여 인디언 사회의 내분을 가속화하고 오히려 인디언 문화를 훼손하는 역활을 한다. 미국의 든든한 허리역활을 하던 중산층은 무너져 가고, 계층간의 차이를 뛰어넘기는 갈수록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중남미인들은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향한 월경을 계속한다. 미국의 이민제도는 전통적으로 딱 필요한 만큼의 이민만을 받아들이도록 규제의 수준을 높이고 낮추는 주기가 변동되어 왔다. 값싼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한동안 느슨하던 이민에 대한 규제는, 이제 미국내의 빈부격차로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한 사람들의 증가때문에 더욱 규제가 강화되어 가고 있다. NAFTA 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지 않자 더 많은 멕시칸들이 미국으로의 월경을 감행한다. 높은 철조망과 총을 든 국경수비대가 더 엄중하게 지키는 국경을 넘기 위해, 더 많은 멕시칸들이 양국의 국경 부근에서 죽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희망을 노래하기를 잊지 않는다. 백인들이 떠나가고 버려져서 낡아가는 건물들만이 즐비한 디트로이트의 시내에서 저자는 흑인들만의 거리가 이렇게 안전할 수가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인구의 80%가 흑인인 디트로이트(백인들이 거주하는 외곽지역을 포함한 광역단위인 메트로디트로이트는 여전히 백인이 더 많다) 시내에서 도시를 살리기 위한 직업교육과 자활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취재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말을 말미에 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한두 사람이 혹은 여러 사람이 성공하여 이곳을 떠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흑인의 노력이 폐물처럼 쓰러져가는 디토로이트를 살릴수 있을지를 주변을 둘러싼 백인의 마을들이 마치 비웃고 있는 듯이 보인다...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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