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체스판 - 21세기 미국의 세계전략과 유라시아
Z.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 삼인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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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거대한 체스판.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땅인 지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진후 미국은 세계의 유일 초강대국이 되었다. 바야흐로 1극체제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쓰여진 것은 9.11 사태가 벌어지기 전이다. 미국이 아무런 꺼리낌없이 세계의 유일강자로서의 날개를 펼치고 있던 바로 그 시기이다.

브래진스키. 우리에게 지금은 잊혀져가는 이 이름은 한때 키신저와 마찬가기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무르던 사람의 이름이다. 그답게 세상을 거대한 체스판의 말을 움직이는 듯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큰 안목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책이다. 세계를 권역별로 나누고,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어떻게 말을 움직여야 할지를 보여주는 그의 시각은 노련한 정치인이 한창 자라나는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세계를 경영할 훈수를 가르쳐 두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미국의 젊은 정치학도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이다.

9.11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은 많이 변했다. 부분적으로는 이 책에 쓰인 내용이 실행된 것도 있고, 부분적으로는 이 책에서 훈수를 두는 내용과 달라진 정책을 실행하는 것도 있다. 9.11은 예수의 출생을 전후로 B.C 와 A.D로 나누는 것처럼 9.11전과 9.11후로 세상을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큰 영향을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주었던 사건이다. 미국의 세계경영이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바로 그점이 지금와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이다. 이 책이 한국에 출판된 것이 2000년. 그러니 9.11이 발생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세계전략과 세계지도의 변화.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유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깨닿고 새삼 놀라게 된다. 특히 이 책을 읽을 당시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던, 우크라이나, 중앙아시아에 대한 훈수가 오늘날 거의 그대로 실행된 것은 그저 놀랍기만 할 뿐이다. 역시 거인의 훈수는 그만한 변화가 있은 후에도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계를 경영하는 지혜인 가보다.

우리같은 세계변화의 주요인이 되지 못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거인들의 머리싸움을 주의깊에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100년전 우리가 외부의 도전에 적절히 응전하지 못하여 고통을 겪었던 그런 아픔을 지금에 다시 되풀이 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화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도 이 책의 훈수에 따라 세상을 보는 큰 시선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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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보 2009-03-1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알라딘 리뷰보고 왔습니다.
브레진스키 새 책 <미국의 마지막 기회>가 나왔는데요
2007년에 쓴 책인데 올해 번역되었다고 하네요
미국이 위기에 처하기까지 세 대통령의 행적과 유산을 분석하고
새로운 훈수를 두고 있습니다. 역시 이 책에서도 세계를 경영하는 지혜가 번뜩입니다.
<거대한 체스판> 떄도 그랬지만 읽느라고 끙끙했는데
읽고 나면 역시 큰 시선이 길러지는 느낌입니다.
추천하고 갈게요~
 
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강영의 글.사진 / 북하우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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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사람들은 많다. 늘 입버릇처럼 되풀이 하는 말이지만, 문득문득 그 말이 더 실감이 날때가 있다. 이 책을 대하고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진찍기'란 재목을 보고서 사진에 관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더랬다. 과연 사진에 관한 책이긴 하다. 그러나 이 책은 1년에 가까운 신혼여행을 세계일주로 떠나는 초보 아마추어 사진사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더 옳겠다.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를 떠나는 것은 요즘 가끔 접할 수는 있는 일이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것도 갓 새 카메라를 사서 비행기 안에서 안내서를 읽어보는 초보 사진가라니... 이 좋은 내용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이 책의 그런 성격때문일 것이다. 여행책의 부류에 들기도 뭣하고, 사진에 관한 책에 들기도 뭣한 그 어정쩡함이 이 책을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는 것을 방해했을 것이다. 그럼 어떤가. 나는 이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니...

이 책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책을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골간을 이룬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광에 대한 사진들이 들어있다. 이 책이 다른 숯하게 많은 여행책들과는 다른 점은, 바람처럼 횡하니 경치만을 보고 스쳐가는 여행이 아니라, 느린 걸음으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유난히 강조하는 때문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찍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아름다운 장면을 찍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멋진 장면을 찍는 것은 쉽다. 그러나 나는 사람과의 교감을 중시한다. 그래서 몰래 사진을 찍고 횡하니 도망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후 그 사람의 표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찍는다"

이 말은 어느 사진작가가 TV교양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나는 이 책의 아마추어 작가가 바로 그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을 보자. 이런 사진은 횡하니 찍고 도망갈 수 있는 사진이 아니다. 피사체와 공감을 나누고 충분히 친해진 다음에야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아마추어 사진들이 특별히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사진은 빛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같은 대상에 가해지는 빛의 세기와 시시각각 빛이 뿜어내는 조금씩 다른 스펙트럼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는 것은 사진을 조금만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저자는 자신이 바라는 빛이 비칠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여행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허겁지겁 눈에 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교감을 시킨다.

저자는 마찬가지로 자신이 찍고자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충분히 마음을 열때가지 기다린다. 바닷가에서 다이빙을 하며 노는 아이들을 찍을때에도 그 아이들이 자신들끼리 장난을 하다, 마침내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 순간이 오기까지를 느긋하게 기다리다 셔트를 누른다...  그런 저자의 마음자세가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하도록 만들고, 아마추어 사진가임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타인에게까지 따뜻한 느낌이 전해지는 사진을 찍도록 한 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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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여행
안동수 지음 / 북스(VOOXS)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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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PD인 저자가 촬영팀들과 함께 남미를 누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맛깔스러운 글들과 함께 멋진 사진들을 만날수 있다. 이제 남미는 더 이상 먼 나라는 아니지만, 아직도 남미에 관한 정보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남미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던 여러가지 장소들에 관한 이야기와 다른 책들에서 만나기 어려운 체험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다큐방송 제작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기에, 한 개인의 여행기에서 만나기 어려운 풍광들을 많이 만날수 있다.

리오데자네이로에서는 도시의 경관을 내려다 보는 높은 언덕에 대한 이야기가 멋있다.007영화등을 통해 잘 알려진 팔을 벌린 거대한 예수상이 있는 언덕 말이다. 다른 기행문들에서는 그곳을 올려다 보았는데, 이 책은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브라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최남단에서는 빙하를 만나는 이야기와 마젤란 팽귄과 조우하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촬영에 어울리게 그 나라의 음식들을 먹는 장면, 영화 미션을 통해 잘 알려진 이과수 폭포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바라본 멋진 풍경도 다양한 구도의 사진으로 접할수 있다. 짧게 다루어 졌지만 이 책에 실린 파라과이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우리 교민이 많이 사는 나라임에도 파라과이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 우리나라에 아마도 처음 소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미의 사막에서 샌드보드(모래위에서 스노우 보드를 타는 것)에 도전하는 모험담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고, 이미 여러번 소개되었지만 페루의 고산지대의 티티카카 호수에서 물위에 떠 있는 짚으로 만든 섬을 방문하는 것도 재미있다. 남미의 여러나라의 재미있는 풍경들을 한 권의 책에서 갈라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더 나은 책이 나올때까지 남미를 책으로 체험하기에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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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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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몸속을 스치는 곳이다. 머리를 차갑게 하는 한기가, 영혼마저 얼려버릴듯이 맹렬하게 불어댈것 같은 곳. 그런데 그곳에서 아르다움을 건져 올리는 사내가 있었다. 일본사람이다. 10대때부터 차가운 바람과 얼음의 땅을 동경해오던 그는 40대에 이 세상을 떠났다. 바람같이 왔다가 그렇게 떠나가버린 사람이다.

뒤에 남은 우리는 그가 남긴 글과 그가 남긴 사진을 본다. 떠나간 사람의 영혼을 스쳐간 바람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의 눈동자에 무엇을 담았는지, 차가운 바람속에서 그는 무엇을 호흡했는지, 그가 남긴 체온의 온기는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읽을 수 있다. 그가 남긴 얼음의 땅 알래스카는 바람이 불어가는 곳이긴 하나 차가운 곳은 아니었다.

먼 곳. 아득한 곳. 미지의 땅. 그런곳으로 남아있던 그 전설같은 땅을 그는 우리에게 가까이 당겨주었다. 자신이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삶. 자신을 스쳐간 바람같은 사람들의 바람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고 자신이 그 속에서 알래스카의 한 부분이 되어서 살아가던 그리운 그곳의 풍경들을 담은 사진을 통해서.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을 담는다고 한다.  사방 눈에 보이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사진에 담기는 것은 작가의 마음에 가장 잘 와 닿는 모습일 것이다.  눈길위를 작가 자신이 걸어오면서 남긴 발자국이기도 할 것이고, 그가 들여마셨다가 토해낸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공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를 살갑게 반겨준 한 아주머니의 포근한 미소일 수도 있다.

그는 아름다움만을 본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아르다운 곳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사는 여느곳처럼 그곳에도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있었고, 아무리 아름다움에 동화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마음속에도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정염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그에게 스쳐간 것들을 담았고, 그렇게 그는 그곳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스치고... 그리고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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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
김기봉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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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좋은 책을 만나 그 책에 푹빠져서 새로운 사유의 세계를 즐길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지적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 이 책 '동아시아공동체만들기'는 그런 즐거움을 준 책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가 서로를 인정하고, 동아시아 담론을 통해 새로운 아시아주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위해 미국의 역활을 강조하는 기존의 시각은 필연적으로 중국과 일본,미국연합과의 긴장을 만들어 내기에 불필요한 파열음만을 만들어 낼 뿐이라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기본적인 시각이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생각의 변화는 탈민족주의이다. 오늘날 동북아에는 점점 민족주의의 물결이 높아져 가고 있다. 우리들 자신도 일본에 대한 민족주의적 감정의 분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동아시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민족주의라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수가 없게 된다.

민족주의를 고양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정말 어려운 일은 조그만 불씨에도 쉽게 타오를 수 있는 민족주의라는 인화성이 강한 이슈를 이성적인 노력으로 피해가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는 우리들의 민족감정에 불을 지피는 것이 애국애족의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민족주의는 결국 일본이나 중국내부의 민족주의에도 불을 지피는 것이기에 실리를 취할수 있는 방법이 아니란 것을 금새 느낄수가 있다.

이제는 감성적인 유혹에 빠지기 보다는 보다 이성적으로 싫든 좋은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웃들과의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 더 냉철한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양세력인 미국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수 있겠지만, 점점 아시아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오늘날의 세력에서 아시아 역내에서의 공동의 번영을 강구해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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