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 1
야마자키 도요코 지음, 박재희 옮김 / 청조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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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드라마로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병원드라마의 원저이다. 이 책을 의학드라마라 하지 않고 병원드라마라고 하는 이유는, 병원을 대상으로 하긴 하지만, 의학적 사전은 소재에 불과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인간들 사이의 갈등을 그리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하얀거탑은 하얗게 솟아오른 탑처럼 생긴 건물을 말한다. 요즘은 병원이라고 꼭 하얀색이 아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병원의 상징은 하얀색 타일을 바른 높이 솟은 건물이었다. 이 책이 쓰여진 30년 전에는 당연히 하얀거탑이라고 제목을 붙일만 했을 것이다.

하얀거탑 안에는 다른 거탑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욕망들을 가진 사람들이 거하고 있다. 그곳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곳이지만, 또한 아픔과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 갈들하고 서로 사랑하고, 치열하게 투쟁하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까지 병원을 이상적인 장소이거나, 혹은 파렴치한의 집단으로 생각해온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얀가운이 주는 권위와 그에 따란 이상적인 느낌, 그리고 그런 기대감에 배신을 당했을때 느껴지는 경멸과 비난의 감정이 바로 그런 이분법적인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곳에도 역시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오늘날의 기업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듯이, 병원내부에서도 서로가 더 많은 명예와 부를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오히려 기업보다는 병원이 실생활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더욱 실감나는 경쟁적인 삶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는지 모르겠다.

30년전에 이런 책을 만들어낸 일본사회는 오늘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이미 그려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보다 근대화를 일찍시작했기에, 사회가 사회적 갈등을 다루는 시각을 바라보는 모습도 더 일찍 발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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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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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진지한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냉철하고 따뜻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삶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코드이다. 그 삶의 아픔에 대한 처방이 이 책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책은 말한다. 삶. 그거 별거 아니다. 너도 살고 나도 살아가는 거야. 누구나 태어나서 언젠가 죽는 순간까지 그냥 머물러 있는게 삶일 뿐이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마. 삶이라는 것은 그저 그렇고 그런거야. 떡볶이 집에서 예술적인 맛을 기대하지 않듯이, 삶이란 그저 그런 것이라고 생가해봐. 떡볶이가 맛있는 것만큼 삶도 맛있는 거야...

이 책은 웃긴다. 조금 심하게 웃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예를 들면 지하철 같은 곳에서 이 책을 읽다가는 심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책이다. 얼굴 근육에 심각한 마비증세 같은 것이 올수도 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하다보면 생길수 있는 부작용이다. 그러니 제발 조용한 곳에서, 골방 같은 곳에 숨어서 읽는 것이 좋다.

그렇게 실컷 껄껄거리고 웃고 나면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책이 너무 황당해서만이 아니다. 그 참을수 없는 웃음을 웃으면서 뭔가 찔끔 찔끔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형언할 수 없는 공감 때문이다. 황당한 정신과 의사가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때문이다. 바로 삶이란 별거 아니다. 그냥 살고 싶은대로, 편하게 살아라는 메시지. 우리는 그 정신과 의사로부터 웃음과 함께 치료도 선사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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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 -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배우는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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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낳으면 부모가 되는 줄 알았다. 아이를 키워보면서 절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워놓기만 하면 힘든 과정은 끝나는 줄 알았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학년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보다. 끝없이 한 인생을 위해서 도움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어야하고, 지혜로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 '엄마학교'는 그 유명세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란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TV에 까지 출연하게 된 이유가 몇몇 유별난 사람들의 극성때문이 아니라, 이 책이 담고 있는 뛰어난 지혜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부모의 정성과 배려 지혜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좋은 부모는..." 이렇게 말이다. 결코 야단스럽거나 시끌벅적한 유행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갈 육아의 소중한 지혜를 담은 책으로 기록될만 하다.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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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
신의진 지음 / 갤리온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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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상한 책도 나오나?"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때 느낀 감정이다.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하라니? '세상이 아무리 변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기적인 생각을 책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약간의 불쾌한 감정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책을 찬찬히 보니 그런 생각이 수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사실 이 책이 하는 말은 거의 100% 옳은 것 같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정서적인 부담을 주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한 가정내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서적인 긴장감이 조성되거나, 자녀들에게 부모의 희생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은 자녀들의 정신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겠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부터 먼저 행복해져라는 말은, 자녀들이 건강한 정서를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가 있을 것 같다.

현명한 부모는 자신들이 심리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심리를 위해선 스스로들에게 투자를 해야한다.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우선은 자녀에게 갈 것은 자신들에게 투자한다는 부담을 느낄수 있겠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삶을 바라볼때는 건강하게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이 자녀들에게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미칠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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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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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스라엘이 싫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생존 이상의 것을 바라는 모습이 탐욕스럽게 비쳐지기 때문이다. 지금 팔레스타인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이 겪은 것 이상의 아픔을 겪고 있지 않은가. 폭력을 내면화한 이스라엘이 이젠 자신 스스로가 폭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변화한 것인가...

사실 아우슈비츠에서의 고통에 관한 글들은 약간 거부감이 든다. 시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에 국가를 건설할 명분을 얻기 위해, 오히려 유대인들의 박해를 조장했다는 음모론적인 이야기들까지 나오는 탓이다. 아우슈비츠에서의 유대인의 고통이, 오늘날 팔레스타인에 대해 유대인이 가하는 고통과 연결되는 모순점이 나를 불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속좁은 나의 그런 불쾌감에도 불구하고 강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인간이 극한상황에서 인간성을 말살당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가슴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비록 지금의 가해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책속에서 그들은 너무나 아픈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수용소에서 생활하면서 인간의 품위로 여겨지던 것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마침내 생존을 위한 의지외에는 모든 것을 상실하고 마는 과정이, 가스실에서 사람의 피부외엔 모든 것. 심지어 금니까지도 벗겨지는 과정과 충첩되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폭력에 대해서, 유대인이 당한 폭력과, 유대인이 행하는 폭력과, 우리 사회 내부의 폭력까지도,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모든 폭력이란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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