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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존스 1
헨리 필딩 지음, 류경희 옮김 / 삼우반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1. 2권. 합쳐서 총 1400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소설이다. 무려 200여년 전에 쓰여 졌기에 고어식으로 쓰여진 문체는 예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솔직히 책을 읽는데 적지 않은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 책은 최초의 근대적 소설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읽는 맛깔스러운 문체와는 거리가 멀다. 200여년의 세월. 이런 느낌은 바로 그 길고 긴 시간의 길이가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긴 분량과, 읽기에 거슬리는 문장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이 책을 그토록 격찬하는 것일 것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문체 때문에 약간의 고생을 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책의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그러한 문체는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런 문체가 오히려 이 책을 다른 책들과 구별되게 만드는 맛깔스러운 요소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은 근본적으로 사랑에 관한 책이다. 운명적인 사랑. 그러니까 이 책은 사랑과 운명에 대한 책이다. 태어날 때부터 아픔을 지니고 태어난 주인공은 그 지역 대지주의 도움으로 비극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그러나 운명이 그렇게 행복으로만 그를 감싼다면 이 책은 밋밋한 책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한 여인을 둘러싼 신분이 다른 두 남자 사이의 갈등은 결국은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이 책은 처음 시작은 느린 템포로 시작된다. 장황하게 상황설명을 하는 고어체의 문장으로 느릿하게 진해되는 전반부는 결국은 매력적인 후반부를 위한 상황의 설정이다. 그리고 후반부도 다가가면, 책의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1년, 몇 개월 단위의 사건이, 몇 주, 몇 일 단위로, 그리고 몇 시간 단위로 숨가쁘게 이어져간다. 아예 목차가 순전히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을 나타내는 문장으로만 이어져 있다.
후반부에 압축적으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극적 진행의 마지막 순간에 여러 가지 사건들이 생기고, 또 여러 가지 진실들이 밝혀진다. 다소 지루한 전반부의 서론이 깔아놓았던 복선들이 하나씩 형태를 드러내며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서사적 드라마의 결말로 이어진다.
결코 만만치 않은 분량. 쉽게 읽히지 않는 문장. 그러나 그런 초반부의 선입견을 극복하고 나면, 이 책은 오늘날의 책들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책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느린 호흡으로 한번쯤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이렇게 기대하지 않은 매력을 발견하는 것에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