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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 앨 고어의 긴급환경리포트
앨 고어 지음, 김명남 옮김 / 좋은생각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진실은 항상 불편하다. 사람들은 편한 것을 원한다. 말로는 진실을 원한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온 존재를 바쳐 진실을 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사진을 담은 커다란 사진은 반환경적인 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비판하는 사람보다는, 크고 화려한(그래서 반 환경적으로 제작된) 책을 바라보며 "역시 엘고어가 대통령이 됐어야해." 라고 쉽게 말해버리는 것이 편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엘 고어는 대단한 환경전도사이다. 사실 환경문제는 오늘날 공영방송의 TV특집으로 다루어질만큼 보편적인 관심거리가 되었다. '상식'으로 통할 정도이다. 그야 말로 화석가스의 배출이 온난화의 주범이고 온난화가 환경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은 common sense(상식, 영어 그래로의 의미는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엄밀한 지식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는 것(sense) 라는 점이다.
기상캐스트의 기상예보다 폭염이나 폭우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보도하는 앵커의 언조를 들어보면, 당연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전재를 깔고 있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만큼 되게까지에는 온실가스 방출을 반대하는 환경주의자들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도록 만든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그렇게 생각하는 기상캐스트나 뉴스앵커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출퇴근을 하고,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지는 사실 의문이다. 엘고어의 절절한 환경사랑을 담은 이 책이 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출간되었듯이 말이다. 한가지 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오늘날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60년대 히피 운동으로 보이는 반문화운동은 오늘날의 로하스 문화보다 더 진보적인 운동이었다. 그러나 반문화 운동이 히피족의 퇴폐적 행위로 보이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 바로 우리들의 주류담론이었다. 그들은 히피들에게 그들의 문화적 코드를 담은 상품을 팔았고, 그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자, 반 희피 담론으로 주류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않으려 히피문화를 매장시켜버렸다.
오늘날의 환경운동에도 '환경특수'를 노리는 자본의 침투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엇이 뜨고 있을때 그 트랜드를 노리고 침투하여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항상 있는 법이다. 이 출판사가 이런 형식으로 책을 낸 것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작은 실수일수도 있다. 근본을 따지고 올라가면 애당초 이런 식으로 원저를 출간한 고어를 탓해야 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안타깝게 패배한 아픔을 '인류의 미래에 대한 헌신'으로 달래려 하는 고어의 '나이브함'을 추궁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고어를 부추켜 '환경전도사로 만든 기획자들' 이 있을 것이다. 세상은 그런식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진실은 불편하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이 진실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나는 항상 비판적 참여주의자의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세상을 항상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지만, 몸은 무엇엔가 참여하는 행동하는 사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리뷰는 민감한 문제에는 시니컬하다. 덜 민감한 문제에는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사실 내가 비판하는 문제는 내가 동감하는 문제들이다. 큰 관심이 없는 문제에 큰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사랑하는 자녀들의 사소한 결점을 나무라며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는 이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엘 고어도 좋아한다. 그리고 그들이 지지하는 관점 역시 지지한다. 그러나 더 강하고 더 튼튼하고 더 큰 영향을 주는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나같은 사라도 쉽게 비판할 수 있는 흠결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이라는 책의 리뷰에 적은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