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서양 고대사 -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 제정 시대까지 역사도서관 교양 5
허승일 외 지음 / 길(도서출판)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서양고대의 역사에서 오늘날의 정치질서를 찾아보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책이다. 무려 31명의 국내학자들이 힘을 모아서 만든 두터운 역작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단순히 서양의 고대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독특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그리스와 공화정시대의 로마 그리고 군주정 시대의 로마의 대표적인 인물들을 뽑아서 정치와 문화 사회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그런 인물에 대한 분석과 그가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 어떻게 권력을 장악하고, 어떻게 권력을 운용했는가를 분석하는데 시각을 집중한다.


고대에도 한 사람이 권력을 잡는 데 필요한 것이 단순히 군사적인 힘만은 아니었다.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지기반이 있어야 했다. 그 기반이 그에게 보내는 성원이 그에게 정치적인 힘이 되고, 그 기반을 이루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지원과 군사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각의 시대에 권력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들의 분석을 통해 그 사람들이 어떠한 과정으로 집권을 했고, 그들의 지지기반은 무엇이었는지, 그는 권력을 잡은 후에 그 지지세력 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지를 분석하는 것은 단순히 서양의 고대사회를 이해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양의 고대사회는 그리스와 로마를 통해 민주제, 공화제, 군주제라는 인류의 대표적인 정치체제를 모두 겪었다. 그래서 서양의 고대정치사를 분석하는 것은 인류의 정치체제를 분석하는 하나의 작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서양고대사를 통해 오늘날의 삶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나's 런던놀이
배두나 지음 / 테이스트팩토리(Yellowmedia(옐로우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영화배우 배두나가 책을 냈다. 연예인이 펴낸 책. 그것도 사진에 관한 책. 그럴 때 머리에 떠오르는 어떤 고정관념이 있다면 버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영화배우가 아니라 자유롭고 싶은 인간, 그리고 진정으로 사진과 삶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사진놀이 만이 있기 때문이다.


두나는 자신이 말하는 ‘런던놀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런던놀이란 런던을 놀이터로 삼아 즐겁게 노는 것을 의미한다. 런던의 유명한 명소를 찾아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처음 가보는 도시지만 마치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것처럼, 그저 런던을 즐기고 소비하는 것, 그리고 런던의 사람처럼 한동안 살아보는 것”이란다. 책에서 문장을 베낀 것이 아니라 내용이 틀릴 수 있겠지만, 내가 이해한 배두나의 ‘놀이개념’은 그런 것이었다.


한 도시를 대상으로 놀이를 한다는 것은 참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톡톡 튀는 억눌리지 않은 젊음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은 책의 여기저기에서 가득히 만날 수 있다. 아직은 젊은 청춘들이 그러하듯이 그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배우로서의 예쁜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자아를 확인하고 싶은 초상화로서의 모습이다. 그래서 책의 여기저기에는 다양한 셀프카메라가 등장한다.


그녀는 런던을 떠나기 전에 한 나무 밑에 자신을 찍은 셀프카메라 필름을 뭍고 왔다. 아무도 보지 않겠지만 자신의 모습을 런던에 영원히 남기겠다는 것이다. 소녀다운 감성이다. 그런 감성은 이 책 속에 가득하다. 런던을 대하는 이방인의 시선은 또한 소녀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런 때 묻지 않은 시선이 이끄는 사진들과 글들을 통해, 책을 읽는 우리도 런던을 다른 모습으로 볼 수가 있다.


그녀가 런던을 보는 시각으로 나도 런던을 보고, 그녀가 런던을 걷는 느낌으로 나도 런던을 걸어본다. 그리고 그녀의 젊음이 런던과 만나며 속삭이는 그 속삭임대로 나도 그렇게 속삭여 본다. 참으로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다.


사족이지만 배두나씨는 사진을 참 잘 찍는다. 책의 말미에 담긴 그녀가 소장한 케메라들을 보면 입어 벌어진다. 각 카메라의 특성과 성능에 대한 평도 재미있다. 그녀가 찍은 사진들의 많은 것들은 어떤 카메라로 찍었는지가 작은 글씨로 붙어 있다. 각 카메라의 특성을 이해하기에 좋다. 그리고 도시의 사진을 이런 식으로도 찍을 수 있구나... 하는 느낌도 많은 배움이 되었다. 나같은 카메라 초보에겐 큰 도움이 되는 사진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틀러와 스탈린의 선택, 1941년 6월
존 루카치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오늘날의 전쟁은 총력전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그 나라의 국력전체가 총동원되어서 전쟁의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그런 최초의 총력전의 사례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바로 제 2차 세계대전이었다. 그 전쟁은 온 국토가 전장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투에 참가했으며,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군사력을 지탱하기 위한 노력에 동원되었었다.


그런데 그런 전쟁에서도 전쟁을 지휘하는 지도자의 판단은 전쟁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은 바로 독일의 소련에 대한 침공이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그때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수가 없다. 소련침공으로 말미암아 독일군은 전선이 확대되었고 엄청난 정예병력과 군수물자를 잃어야 했기 때문이다.


흔히들 독일의 소련에 대한 침공이 독일에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택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들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사이에 오간 신뢰의 사슬이 끊어진 것이 소련침공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그렇게 역사를 지도자들 사이의 신뢰와 심리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다. 요즘의 역사분석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이런 관점은 오히려 신선하고, 낮선 주장을 읽는 눈이 즐겁기까지 하다.


히틀러와 스탈린. 두 걸출한 지도자의 심리대결. 비록 그 중 한사람인 히틀러는 실패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지만, 아직도 히틀러가 선하고 악하다는 차원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써 걸출한 인물이었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히틀러는 도대체 왜 소련을 침공하는 악수를 두었을까. 그리고 스탈린은 도대체 왜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할 준비를 한다는 정보보고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소련 침공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까. 저자는 이런 의문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설명을 한다.


그런 심리적인 설명은 전후 마샬플랜에 대한 소련의 반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먀샬플랜이 동구권을 영향하에 두려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소련의 판단과 과잉대응이 결국 소련의 체제가 감당할 수 없는 군사대응을 계속하게 해 오늘날과 같은 소련의 해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무척 흥미로운 시각을 가진 독서거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한복음 강해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올의 정신세계는 알것 같으면서도 알기가 힘들다. 내가 그의 말을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그가 사용하는 개념들이 너무 복잡한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표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언어적 표현의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복층적인 의미들을 같이 받아들여야만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는 대단한 사상가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개념을 섞어서 파는 사이비 전도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컨데 나는 도올을 잘 모른다.

도올을 잘 모른데, 하물며 기독교를 알수가 있을까. 기독교는 변화가 다양한 만화경과 같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서로 다른 무수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 신학의 종류가 범주는 도올의 다양한 사상적 편력보다 더 복잡하고 더 다양하다. 유대교를 제외하더라도 지난 2000년 동안 무수한 종류의 기독신앙이 태어나고 또 사라져갔다. 일부는 그냥 뭍히기도 하고, 일부는 살아남고, 일부는 후대의 다른 신앙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요한복음은 특히 주목을 많이 받는 부분이다. 또 도올같은 개념적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는 좋은 지적편린의 대상이 될만하다. '로고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철학을 공부한 도올에게도 이것은 흥미로운 주제가 될만하다. 그래서 기독교에 대해서 알만큼 알고 있는 도올이 굳이 요한 복음을 대상으로 자신의 신학적 편력을 강설하는 것일 게다. 어떠하면 어떠랴. 우리는 이 책에서 도올을 만날수 있고, 또 예수와 그를 신앙하는 삶들의 정신을 만날수 있다. 그리고 도올이 생각하는 성령이라는 것과, 재렴의 현현이라는 것을 만날수 있다. 소위 '정통기독교'와는 한참 떨어진 도올의 생각이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에는 금각사가 있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은각사가 있다. 둘다 쿄토에 있다. 그래서 JR을 타고 지나다 보면 금각사역과 은각사 역을 같지 지나게 된다. 그런데 금각사와 은각사의 일본어 발음이 흡사하다. 그래서 그곳을 지나가는 한국 관광객에게는 두 절을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 종종 가해진다. 자칫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발음은 '긴가꾸지'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발음은 '긴-가꾸지'이다. 단어의 발음은 꼭 같은데, 한 단어의 길이가 두 절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사소한 차이가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 많다. 행위에서 뿐 아니라, 마음가짐에도 그렇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크고 작은 움직임들, 그 마음을 장식하는 자잘한 잔영들이 내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마음에 풍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주 작은 것, 그런것이 아주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것에 대한 처절한 조명을 담고 있다. 맑고 고운 영롱함. 마음속의 그 아름다운 미적인 변화. 그것에 대한 접근과 그것에 대한 태도. 이 책은 그렇게 작고 미묘한 차이에 대한 것을 다루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