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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푼 막노동꾼인 내가 글을 쓰는 이유 - 그리고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이은대 지음 / 슬로래빗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순도 백 퍼센트 나의 글이다. 그러니 아무 염려 말고 써보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따위는 개밥에나 말아줘 버리고 있는 그대로 쏟아부으면 된다.(140)
이런 일은 처음이다.
서점에서 온 택배 상자를 열고 순식간에 이 책을 다 읽었다.
보통 나는 책을 소유했다는 뿌듯함에 바닥에 몇 시간 널려놨다. (혹은 며칠)
시간이 지나면 책장에 들어가 한참 안 보는 게 다반사였다.
무슨 잡은 물고기에 관심을 주지 않듯,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밀려 심지어 만화책임에도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잘 읽지 않았다.
이 책은 달랐다.
난 유시민 작가 글을 좋아한다. 이해하기 쉽게 유려하게 쓴 그가 쓴 문체를 부러워한다. 그렇기에 당연히 그분이 내신 글쓰기 책을 읽었다. 잘 쓰기 위해 읽어야 하는 추천 도서도 있고 나름 체계적인 책이다. 그렇지만 공허했다.
과외 선생님을 구할 때 모태 천재는 기피한다. 유명하지 않은 대학 학생이라도 이전보다 성적이 향상된 경험이 있는 분을 선호한다. 왜냐면 원래 잘 한 사람은 못 한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유시민 작가는 그런다. `나는 원래부터 글을 잘 쓰지 않았다.`.그것은 혼자만 착각이다. 원래 공부를 잘 하셨고 많이 읽으셨고 그래서 운동 중 붙잡혀 억지로 글을 썼을 때, 명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유시민 작가가 느끼는 글 쓰는 열등감은 오직 자신 혼자만 느낄 수 있는 정도다. 한 문장도 힘든 평범한 사람에게는 역시나 거리감이 느껴진다.
저자는 다르다. 자신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제안한다. 못 써도 괜찮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 쓰는 글이다. 한 권을 통해 이 내용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겹지 않다. 내가 끼적이고 싶었던 본능이 나쁘지 않은 것임을 확인하며 힘이 난다. 글을 쓰는 것은 바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할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이라는 용기를 얻는다.
저자는 인생 앞에 좌절했다. 대기업에 다니다 사업하며 큰 부를 꿈꾼다. 실패한다. 그 흔한 드라마에 나온 실패자처럼 술을 물처럼 마시며 현실을 도피한다. 돈을 갚지 못해 감옥에 들어간다. 술을 마실 수 없다. 멍하니 감옥 안에 있다 생각한다. `쓰자`. 그렇게 그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쏟아내고 확인하고 다시 생각한다. 글을 통해 자신을 만들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나는 계속 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정철 카피라이터님 강연을 듣고 내려온 광화문 서점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만났다. 나름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강연을 들었다. 그때도 나는 좌절했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정말 많고 나랑 다른 사람이라는 괴리감이 나를 괴롭혔다. 그 당시 내 마음을 참 뾰족했다. 그런 참에 이 책 앞표지와 만나버렸다. `막노동꾼`이라는 단어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화가 났다. 아니, 막노동꾼도 책을 내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아닐까. 한참을 책만 노려보았다. 펼치지도 않았다.
그 후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이웃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고 어쩌다 저자님 블로그까지 타고 갔다. 짧은 글 한 마디를 읽고 전율이 일었다. 아, 그냥 단순한 `막노동꾼`이 아니셨구나. 내 알량한 교만과 오만이 부끄러웠다. 글을 읽으며 보통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 나를 보면서 `이제껏 폼만 잡고 책 읽은 것은 아니었구나.` 스스로 기특하기도 했다.
날 변화시키는 책은 언제나 옳다.
어떤 형식이든 내용이든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절대로 써서는 안 될 글은 있다. 악성 댓글이다. 타인의 생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쓰레기, 기생충이다.(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