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누가 뭐래도 내 방식대로 행복해지기를,
마흔 넘은 싱글로, 혼자 사는 프리랜서로,
소심하고 게으르고 어리숙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내 방식대로,
나는 행복해질 것이다.

"네네" 하면서 디제이한테 맞춰주는 게 뭐가 어렵겠어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설득하는 게 어려운 거지. 그래도 욕먹을 때 먹더라도 방송 잘 나오는 방향으로 해야죠.

남자가 연상녀를 만날 때는,
호칭으로 그 사람과 나 사이를 먼저 규정하려 하지.
고로 그 남자는,
그녀와 자신을 ‘여자 - 남자’로 규정한 것이 아니고
‘누나 - 나’로 규정한 거야.
그래도 계속 만나고 싶다면
가볍게 만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나중에 상처 받을 수도 있으니까.
이 문자를 고스란히 복사해 전달해주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래, 연애에서 뿐만 아니라
‘호칭’은 그 사람과 나를 규정해주는 중요한 증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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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우리 모두가 아는 ‘세 개의 반지‘ 이야기도 있지요. 이 유대인 이야기는 자유주의적인 온갖 쓰레기들이 그렇듯 오직 혼란과 재앙만을 일으켰고 지금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를 고쳐주시기를! 이제 여러분의 인내심과 관대함을 그만 이용하고 말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 세 개의 반지에 반대하며 오히려 다른 한 링의 편을 들겠습니다. 그링은 진짜 링다운 링입니다. 우리 옛 포메른의 케신이 가진 좋은 것. 하느님과 함께 왕과 조국을 책임지는 것, 그런 것이 아직 몇 가지 있습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을 전부 푸짐한 식탁에 모이게 한 링의 편을 들겠습니다. 저는 이 링을 지지합니다. 링, 만세 - P215

 우리는 전적으로 이 전체에 종속되어있어요. 혼자 산다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저는 제 짐을져야 하지요. 진정한 행복은 사라지겠지만 ‘진정한 행복‘ 없이 사는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래야 한다면 저도 그렇게 살아야지요. 또 그렇게 살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은 꼭 행복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행복을 요구할 권리는 더더욱 없으며, 행복을 빼앗아간 자를 반드시제거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살려고 하면 그자가 세상을활보하게 둘 수도 있지요. 하지만 사람들과 모여 살면서 어떤 것이 생겼습니다. 그것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조항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우리 자신을 판단하는 데 익숙해졌지요. 그것을 위반하면 안 됩니다.  - P326

어떤 일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면 도가 지나치고 웃음거리가 되는 거야.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하지만 시효는 언제 소멸되는 것일까? 어디가 경계선일까? 십 년이 아직 결투가 필요하고결투하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거라면 십일 년, 아니 십 년 반이 지나면 허튼짓이 된단 말인가. 경계선, 경계선. 어디가 경계선일까? 경제선이 있었던가? 경계선을 이미 넘었을까? 그의 마지막 눈초리를 생각하면, 체념하여 불행 속에서도 미소 짓던 그 눈은 말하고 있었어. ‘인슈테텐, 융통성 없이 원칙을 고수했군요...... 나한테, 또 당신 자신한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라고. 그가 옳았는지도 몰라. 내 마음속에 그런 말이 울리는 것 같아. 차라리 죽이고 싶도록 증오하고 복수심에 불탔더라면 복수는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인 것이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권리지. 하지만 이 모든 짓은 관념과 개념을위한 거였어. 작위적인 사건이고 반은 희극이었다고. 이제 나는 이 회극을 계속하고 에피를 내쫓고 파멸시켜야 해. 그리고 나도 같이 파멸하는 거지..... 차라리 편지를 불태워버리고 세상은 편지가 존재한다부덴브로크도 그러지 않으면 내가 그랬겠지.  - P338

모든 일은 하벨 강변의 푸른 숲속에서 일어나지요. 모두 서쪽에있어요. 그래도 그곳엔 문화와 수준 높은 교양이 있지요. 하지만 부인. 다른 쪽으로 슈프레 강을 따라 올라가보세요. 트렙토와 슈트랄라우이야기가 아니에요. 거기는 별것 없고 무해한 곳이지요. 하지만 특변한 지도를 손에 넣어 들여다보면 키케부슈, 불하이데" 같은 이상한 이름 외에도……. 츠비커가 그 이름을 발음하는 걸 들으셔야 하는데………… 잔인한 이름을 만나실 거예요. 차마 부인의 귀를 더럽힐까봐이름은 말하지 않을게요. 당연히 그런 곳이 가장 사랑받지요. 저는 괴크닉을 중요해요. 일반 시민들은 피크닉을 ‘나는 프로이센 사람이다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다인승 전세마차를 타고 가는 소풍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여기에 사회 혁명의 씨앗이 잠복해 있답니다. 여기서
"사회 혁명‘이란 당연히 도덕 혁명을 뜻하지요. 다른 모든 게 이미 진부해져버렸어요. 츠비커는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저한테 이렇게말했답니다. ‘나를 믿어요. 조피, 크로노스는 자식들을 잡아먹는다오‘ 단점도 있고 약점도 있지만 츠비커는 철학자였고 역사의 발전을감지하는 타고난 감각이 있었지요...... 그건 인정해야겠더라고요. 인11 마시다‘라는 뜻이다.
1이라는 뜻이다. - P351

"여, 아쉽지요. 하지만 뤼겐에서는 실제로 여기저기 다녔어요. 뤼겐은 선생님이 좋아하실 만한 곳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아르코나에는아직도 멘트족의 커다란 야영지가 남아 있대요. 거기는 안 갔거든요.
아르코나에서 멀지 않은 헤르타 호수에는 갔어요. 하얗고 노란 개연꽃이 핀 연못을 보면서 선생님 딸 헤르타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 그래, 헤르타 하지만 헤르타 호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예, 그러려고 했지요. 생각해보세요. 글쎄 제물을 바쳤던 커다란 바위 두 개가 호숫가에 있더라고요. 매끄러운 바위에는 홈이 파였는데 옛날에 피가 흘러내리던 홉이래요. 저는 그때부터 멘트족이 싫어졌어요"
"아, 에피, 미안하지만 벤트족이 아니야. 돌 제단과 헤르타 호수는한참 오랜 옛날, 그리스도가 탄생하기 한참 전 일이란다. 순수한 게르만족이지. 우리는 모두 거기서 나온 거야......
에피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요. 우리는 모두 거기서 나왔지요. 얀케 가문은 분명히 그렇고 브리스트 가문도 그렇지 몰라요."
그녀는 젠과 헤르타 호수에서 화제를 돌려 손자들에 대해 묻고베르타와 헤르타가 낳은 아기 중 누가 더 예쁘냐고 물었다.
그렇다. 에피는 얀케와 가깝게 지냈다. 안케는 헤르타 호수, 스칸디 - P391

불쌍한 에피, 너무 오래 하늘의 기적을 올려다보고 너무 오래 그런생각을 했구나! 결국 그녀는 차가운 밤공기와 연못에서 피어오르는안개 때문에 그만 또 병석에 눕고 말았다. 비지케가 왕진 부탁을 받고와서 진단을 했다. 그는 브리스트를 따로 불러 말했다.
"가망이 없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그 말이 맞았다. 며칠 후 그리 깊지 않은 밤 열시가 채 안 되었는데로스비타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브리스트 부인에게 말했다.
"마님, 위층 마님 상태가 심상치 않아요. 계속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하시고 가끔 기도도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절대 그렇다고 인정을 안 하세요. 잘 모르겠지만 곧 돌아가시려나봐요."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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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넌 어린애야. 예쁘고 시적이지. 상상이란 그런 거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단다. 환하거나 은은한 빛보다 어둠이 더 좋을 때가 많지." - P41

"아니요. 엄마. 진심이에요. 사랑이 첫째지만, 영광과 명예가 바로다음이고, 그다음은 재미예요. 그래요. 재미요. 나는 새로운 것, 웃거나 울 수 있는 것이 꼭 필요해요. 지루한 건 절대 못 참아요."
"우리하고는 어떻게 살았어?"
"아이, 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물론 가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인정해요. 이를테면 겨울에 친척들이 찾아와서 여섯 시간 넘게 눌러앉아 있고, 군델 아주머니와 올가 아주머니가 나를 찬찬히 뜯어보고는 되바라진 아이라고 생각할 때가 그랬지요. 군델 아주머니는진짜 그런 말을 했다니까요. 그것 빼고는 항상 행복했어요. 얼마나 행복했는지......"
에피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무릎을 꿇고는 엄마의 손에 입을맞추었다. - P43

 아. 나는 높으신 귀부인 역할엔 소질이 없나와 엄마라면 그래 엄마라면 더 어울렸을 거야. 군수부인답게 화중을 휘어잡았을걸. 지도니 그라젠은 엄마에게 경의를 바치고 엄마가 하느님을 믿건 말건 신경쓰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나는... 나는어린아이이고 계속 그대로일 것 같아. 그것이 행복이라고들 하지만정말인지 모르겠어. 사람은 환경에 맞추어 살아야 하거든"
프리드리히가 식탁을 치우려고 들어왔다.
"몇시에요. 프리드리히아홉시입니다. 마님."
"아, 종소리가 들리네요. 요한나를 보내줘요~
"마님, 부르셨어요"
"그래요. 요한나, 이제 그만 자러 가야겠어요. 시간이 좀 이르지만너무 외롭네요. 우선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줘요 편지를 부치고 오면시간이 맞을 것 같아요 안 맞아도 할 수 없고"
에서는 촛불을 들고 침실로 건너갔다. 예상대로 돌로는 깔개에 누워 있다가 그녀를 보고 일어나 길을 내주었다. 그리고 에피의 손에 귀를 비벼대고는 다시 드러누웠다. - P99

신비주의라고요! 그이가 영의 세계를 보는 농
"영의 세계를 본다고요! 그런 말은 아닙니다. 인슈테텐은 유령이야기 하기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그의 이야기에 흥분하고 실지어 불안해하면 돌연 남의 말을 잘 믿는 사람들을 그냥 놀려주려고한 것뿐이라는 듯 구는 거예요. 그래서 한번은 제가 대놓고 말했어요.
바보 같은 소리 마요. 인슈테텐 다 희극일 뿐이오. 나를 속일 순업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갖고 놀고 있어요. 사실 당신도 우리처럼 믿지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거지요. 특이한 면이 출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평범한 인물을 앉히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당신은 그런 야심 때문에 특이한것을 찾았고, 우연히 유령을 만나게 된 거예요‘라고 말이에요."
에피가 잠자코 있자 크람파스는 마침내 부담이 되었다.
"아무 말씀도 안 하시네요, 부인."
"예." - P182

기스휘블러. 하지만 정말 잠깐만 있다 갈게요.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요"
부인. 다시 오시잖아요. 사나흘 후면 오신다고 들었는데.....
"예, 돌아올 거예요. 늦어도 일주일 후엔 오기로 약속까지 했지요.
하지만 못 올 수도 있어요.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꼭 해야겠어요. 제가 아직 너무 젊다는 말을 하시려는 것 같은데……… 젊은 사람들도 죽을 수 있답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딴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그래서 차라리 영원히 헤어지는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요."
"부인....."
"영원히 헤어지는 것처럼. 여러 가지로 감사했어요. 기스휘블러저는 여기서 약사님이 제일 좋았어요. 약사님이 가장 좋은 분이시니까 당연하지요. 백 살이 돼도 약사님을 잊지 못할 거예요. 전 여기서가끔 외롭고 슬펐답니다. 약사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이. 그런 기분을 제대로 다스리지는 못했지만 첫날부터 약사님을 보면 항상 마음이 편해지고 좋아졌어요."
"Ho......"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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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못 버린 물건들 - 은희경 산문집
은희경 지음 / 난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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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랫동안 그 물건들을 버릴 수 없었다는건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임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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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랫동안 그 물건들을 버릴 수 없었다는건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임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아니, 그건 아니다. 선물이란 인사를 건네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물건에 만족하고 즐거워할 것을 생각하면 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그러니까 그냥 좋아하는 마음인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정확하게 생각하려고애쓰는 조금 전 내 소설 주인공의 말을 다시 인용해보자면 나는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라는 건 아니다". - P44

수첩에 비하면 펜은 한층 더 잃어버리기 좋은 조건을 갖고있다. 상습 분실사범인 내가 그 이점을 간과할 리가 없다. 펜을 쥘 줄 알게 된 이래로 얼마나 많은 펜을 잃어버렸던가. 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아끼는 펜은 밖으로 갖고 나가지 않아야마땅하다. 특히 선물로 받은 몽블랑 볼펜 같은 물건은 적당한무게감을 가졌으면서 볼이 부드럽게 미끄러지고 글씨가 선명하고 또 내 손에 맞게 길들여진 나의 사진이니까.
그런데도 그것을 기어코 지니고 나가 있다. 가령가인터뷰나 강연을 할 때인데, 이미지 메이한 소품이 필요해서는 결코 아니다(취향을 과시할 나이도 아니고 중후한 분위기는 이미 충분하다). 그 펜을 손에 쥐고 있으면 이상하게도마음이 든든해지기 때문이다. 마치 오랜 친구가 따라와준 기분이 들고, 긴장도 덜 하게 된다.
또 한 가지는 내 책에 사인을 해야 하는 경우이다. 어떻게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책을 원하는 독자에게 내가 아끼는 펜으로 이름을 적어주고 싶다. 자기 책에 사인을 하 - P70

죽은 사람은 무엇으로 기억될까. 내가 쓴 소설에도 그런 장면들이 있다. 머리를 빗다가 문득 브러시에서 죽은 남편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그것을 빼내 손가락에 말아보는 아내. 외 - P86

나의 물건이지만 모든 사물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다 똑같지는 않다. 실수로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에 아끼는 물건일수록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더 크게 터져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있다. 그런 마음을 일일이 의식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대하는것뿐, 머리와 가슴속에는 사물 각자의 캐릭터가 입력되어 있어 사물에 따라 미세하게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역시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복잡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그것을 의식하는 한 누구나 섬세함이라는 상식을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복잡한존재이므로 나의 틀 안에서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단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예술가는 못 되지만 문학이우리에게 주려는 것, 인간이 가진 단 하나의 고유성을 지켜주도록 돕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 P96

저 소년은 어쩌다 악의 선수를 흠모하게 되었을까. 그것은악이 아니라 패배를 흠모하는 걸 수도 있는데, 언제나 악이 패배하는 세계라니, 분명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어쩌면 프로슬링이란 현실에서 실패한 선한 약자들이 악을 물리치는 극본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는 시뮬레이션의 세계가 아닐까.
하지만 그 세계를 움직이는 돈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은 순진한 잡념일 것이다. 오히려 강한 것이 선이 되어버리는도착된 이데올로기의 전시장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 P104


아직 아니다.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가다보면 내가 태어나기 전의 물건까지 줄줄이 등장한다. 오래전 엄마의 문갑에서발견해 가져온 부모님의 청첩장, 두 분이 청춘 시절 주고받은빛바랜 펜글씨 편지들, 그리고 일제강점기 소학교 학생이었던엄마의 성적표까지. 기념 삼아 갖는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결국 그것들을 소설에 죄다 써먹었다(집안에 소설가가 한명 나오면 삼대가 털린다더니…………).
이쯤 나열해놓으면 짐작이 갈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저물건들 모두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나의 추 - P150

지금 갑자기 생각이 났다. 대학원에 다닐 무렵 한때 나는 12간지의 궤를 외워서 사람의 운명에 대해 그럴 듯한 말 지어내기를 좋아했다. 동아리 방에 자리를 깔고 선무당 사주를 봐주었던 것도 인기를 좀 얻어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심하게 사주가 평탄하지 않은 사람(전문용어를 쓰자면 ‘파‘
가 세 개나 되었다)을 만나 그에게 궁색하나마 덕담을 해준답시고 ‘당신은 평생 남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왜냐하면 자신의 팔자는 탐탁치 않으므로)라고 말했는데 그 사람이 ‘그렇다면당신이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느닷없는 반전을 시도하는 바람에 그만 그후로 오랫동안 그 사람을 돕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열심히 도왔냐 하면, 사주단자를 보낼 때 그 사람의생일을 하루 앞당겨 쓰게 했다. 그렇게 하면 사주가 완전히 달라지니까. 즉 사주를 신봉하는 나의 엄마를 속이기 위해. (결 - P177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타자를 내 기준에 맞춰 판단하는 편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령, 강아지와 고양이가 간은 언어를 쓸까 인간이 동물계를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로분류해서, 인간 이외의 동물들끼리는 모두 말이 통한 거라고디즈니의 세계처럼 생각하는 건, 수많은 동물 중 하나인 주제에 오만한 이분법이 아닌가 하는 잡념 같은 것들......
그런 잡념들을 소설에 쓰기도 했다. 한 장편소설에 등장하는 고양이 두 마리의 이름은 도토와 토리. 둘을 한꺼번에 ‘도토리들‘이라고 부르는 싱글 맘 신민아씨는 자신이 그 고양이들을 알뜰하게 보살피지 않는 데 대해 긴 변명을 늘어놓는다.
"처음 도토리들 데려올 때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어. 애지중지 진짜 애틋하게 귀여워했거든. 근데 익숙해지고 나니까 좀식어버리데? 가끔은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존재감 자체가 신경이 쓰이기 수리 특별히 보살펴줄 것도 없잖아. 근데도 괜히 성가신 거이 부담스러우니까. 그러다보니또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지고 그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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