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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명작들은 대충 다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모든 내용을 짧게 요약한 그림책과 동화책만 읽고 모든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오만이 부끄러웠다. `어느 정도 읽었고 웬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알량한 나의 독서력에 제동을 걸었던 계기가 됐다.


책을 읽으면서 장황한 상황 설명과 너무 자세한 묘사 때문에 쉽게 숲을 보지 못하고 미시적인 상황 안에서 한참을 헤맸다. 그래서 책을 읽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기 잘 했다. 간단히 읽어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작가 마크 트웨인의 생각에 대해 곱씹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읽을 때는 너무 길고 지루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작가가 이런 상황을 넣은 이유가 무엇일지 찾기 위해 계속 책을 다시 펼쳐보는 나를 발견한다.

톰소여와의 모험으로 많은 돈을 갖게 된 고아나 다름없는 소년 허클베리핀. 왓슨 아주머니댁에서 교육을 받으며 지내는 중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찾아온다. 아버지가 살아있는 이상 자신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핀은 강도에게 살해당한 것처럼 꾸미고 도망치기로 한다. 그 때 다른 지역으로 팔려갈 위험에 놓인 왓슨 부인 노예 짐을 만나 같이 땟목을 이용한 미시시피강 여행이 시작된다. 증기선을 만나 그 안의 싸움을 보며 도망을 치거나 귀족 집안에 들어가 벅이란 친구랑 어울리다 그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다. 스스로 왕과 공작이라고 칭하는 사기꾼을 따라 어느 유복한 집 장례식에 들어가 세 딸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사건에 휘말린다. 결국 핀과 짐은 톰소여의 친척집에 들어가 톰을 만나 장난을 치다 톰이 허벅지에 총을 맞는 사고를 당한다. 결국 이 일을 계기로 짐과 진심을 나눈다. 왓슨 부인의 유언으로 짐은 자유의 몸이 되고 핀 아버지 사망으로 핀도 어려움이 제거된다. 그는 톰 소여 친적 분 양자로 들어가 셋이 잘 지낸다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마크 트웨인은 책 첫 머리에 이 책은 대해 자신의 깊은 의도를 알려고 노력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그저 재미를 위해 이 책을 지었을 뿐임을 강조한다. 이는 반어가 아닐까? 자신이 이 책에 자신의 기본적 사상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미리 이런 선수를 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씌어진지 벌써 2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작가 속내를 유추하는 간 괜찮겠지.
흑인을 위한 책
마크 트웨인은 이 책을 통해 ‘흑인 인권’이 강화되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흑인에 대한 폄하적인 생각 또한 집어넣었다. 같이 뗏목여행을 하면서 핀이 짐과 대화하면서 짐이 완전히 핀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 뿐 아니라 가족까지 자유의 몸이 되게 하려는 계획을 얘기할 때다.
옛날 격언대로 <하나를 얻으니까 열을 바란다>는 식이지요. 이것은 내 생각이 모자란 데서 온 것입니다. 지금 내 앞에는 내가 도망치는 것을 도와준 거와 다름없는 검둥이가 있는데, 자기 아들들을-내가 알지도 못하고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친 일도 없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애들을 훔쳐 내겠다고까지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216)
이 세상에서도 제일 불쌍한 건 오합지중이야. 군대가 바로 그렇지-오합지중 말이다. 오합지중은 타고난 배짱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의 집단에서, 그들의 상관한테서 빌려온 배짱으로 싸운단 말이다. (324)
작가는 흑인 인권에 대한 옳지 못한 생각같은 잘못된 인식을 각성시키기 위해 사기꾼들의 입을 통해 얘기한다. 책에서 진실을 얘기하는 의사를 칭하는, ‘그까짓 놈’이란 흑인들을 `노예로 사용하며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까짓 놈 상관할 게 뭐람.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바보 놈들이 모두 다 우리 편을 들고 있지 않겠어? 그리고 어떤 마을이든 바보 놈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383)
결국 진실이 밝혀진 사기꾼들은 처벌당한다. 그들을 보면서 허클베리 핀은 얘기한다.
인간의 양심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인간을 탓할 뿐이었습니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 독살해 버리고 말 겁니다. 양심이란 인간의 내장 모두가 차지하는 것보다도 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겁니다. 톰 소여도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482)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얘기가 더 강력해진다.
짐을 가둘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서 빨리 가!-일 분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어선 안 돼. 쇠사슬을 풀어주란 말이야! 짐은 이제 노예가 아니야. 이 지상을 걸어 다니는 어느 생물 못지않게 자유의 몸이란 말이야!(587)
내가 최근에 읽었던 책 ‘앵무새 죽이기’와 이 책이 많은 연관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두 권의 책 모두 ‘흑인의 인권’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바라는 책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핀치변호사라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인물을 통해 흑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희생적 인물상을 그리고 있다. 이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독자인 어린이 시각에서 노예인 짐을 친구로 두어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 인식을 주도록 유도한다. 어른들은 이 책을 보면서 단순히 강아지나 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처럼 흑인 노예와 함께하는 여행기가 아이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갖다줄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않았을거다. 어쩌면 작가인 마크 트웨인 자체가 `앵무새 죽이기` 안 의 ‘핀치 변호사’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힘이 세다. 소리를 내지 않지만 소리 없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해리포터’같은 손에 땀을 쥐는 여행기 안에 마크 트웨인은 그 이상의 사상을 집어넣었다. 그 시절에 이런 서평을 썼다면 군 사령관한테 혼쭐이 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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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학회에서 읽을 책들을 휘경 어린이 도서관에서 후원해주셨다. 책을 구입해주시고 우리가 쉽게 대출할 수 있게 배려했다. 우리 문학회 책이 사서 선생님 뒤쪽에 배치되어 있다. 쭉 책을 보다가 문학회원들이 그런다.
“아니, 저 사전만한 책이! 누가 저거 선정했어요?”
조용히 손을 들었던 나. 이 책은 5백 페이지나 된다. 그나마 청소년소설이라고 쉬울 거라고 항변을 해보지만 결국 내가 읽을 때도 정말 긴 분량의 책을 일주일 만에(며칠 만에) 읽고 발제까지 하기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모든 분들이 덕분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다.
분명히 예전에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읽었다는 흔적 같은 기억만 있을 뿐,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내가 어떤 삶으로 나아가기로 했는지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먹고 살고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그렇게 살다보니 내 삶의 목표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산거다. 분명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핀처 변호사같은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던 과거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저 모르핀으로 삶을 연장하며 다른 사람에게 악담을 퍼붓는 듀보스 할머니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작가 하퍼리는
이 책은 작가 하퍼 리의 실제 어렸을 때 일들이 모티브다. 아버지는 흑인들에게 배려깊은 변호사셨고 자신 또한 아버지를 본받아 법을 공부했다. 후에 그녀는 이 작품만으로 4천부를 팔았다. 이 책만으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인생에서 책 백 권을 썼다고 해도 한 권당 40만부를 팔아야 이 책만큼 파는 거다. 지금 90세가 넘은 이 작가는 이 책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책을 출판하면서 또 다시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주고 있다. 정말 부러운 인생이다. 단 한 권의 책만으로 한 획을 그은 책들이 몇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건지감자파이 북클럽’도 이런 책이다.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에서 이렇게 영향력있는 단 한 권의 책을 남기기를 원하지 않을까 싶다.
줄거리
핀쳐 변호사는 아내를 일찍 여의고 매이컴이란 작은 마을에서 남매를 키우는 좋은 집안의 사람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보다 자신의 양심을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부당하게 백인여성 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톰 로빈슨을 변호하면서 마을 사람에게 놀림을 당하고 있다. 이는 자녀들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아직 어린이인 두 남매는 아버지가 하는 행동이 부끄럽다 생각한다. 결국 톰 로빈슨의 재판을 통해 무고함이 증명되지만 흑백인종 편견으로 유죄가 선고되고 결국 톰 로빈슨은 도망가다 죽음을 맞이한다. 핀처집 맞은편에 사는 부 래들리(아서)라는 은둔자는 톰 로빈슨 사건으로 창피해진 유어씨가 칼로 핀처댁 아이들을 위협하려는 모습을 보고 막아준다.
이 책은 줄거리만 알아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의 깊은 울림이 있다. 줄거리에서 보이지 않은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있고 다양한 행동들이 있다. 그리고 핀처 변호사를 통해서 어떻게 해야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보인다. 어린 아이들이 읽으면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통로가 된다. 부모가 읽으면 핀처 변호사를 통해 배우는 육아서가 된다. 기득권층이 읽으면 약자를 배려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65)
핀처 변호사의 생각의 기본을 보여준다. 그는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들을 대했다. 자신의 자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핀처 변호사에게 교육받은 화자인 스카우트는 부당한 삼촌에게 이렇게 반박한다.
우선 첫째, 삼촌은 나한테 내 입장을 말할 기회를 안 주셨어요. 그 대신 곧바로 나를 나무라셨죠. 오빠랑 내가 싸울 때, 아빠는 오빠 말만 들어 주는 게 아니라 내 말도 함께 들어 주시거든요. 둘째, 삼촌은 최고로 화가 날 때 말고는 절대로 그런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프랜시스 머리통을 박살내고 싶을 만큼 화가 났어요.(165)
이 말에 놀란 삼촌은 핀처 변호사에게 가서 대화를 한다. 그 때 핀처 변호사의 말이 인상 깊다.
어린애가 뭘 묻거든 반드시 그대로 대답해 줘, 지어내지 말고. 애들은 역시 애들이라지만 대답을 회피하는지는 어른들보다도 빨리 알아차리거든. 그리고 대답을 회피하면 애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지.(168)
누구라도 이런 인성을 가진 아버지를 뒀다면 다른 길로 빠지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어린이 눈에서 본 아버지는 정말 창피한 존재다. 주위 사람들이 아버지가 하는 일을 가지고 비아냥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다. 아버지 핀처 변호사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란 것을. 앵무새는 죽이면 안 된다는 양심에 근거해 아버지는 백인이 아닌 흑인의 편에 섰다는 사실말이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트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174)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재능을 자랑하지 않는 법이란다.(188)
주민들은 앞에서 핀처 변호사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빈정거리기도 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이 옳은 일이라는 걸 내면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핀처 변호사는 언제나처럼 주의원에 당선된다. 어쩌면 백인들 사이에 자신의 양심으로 느끼는 옳고 그름이 있긴 하지만 다수 안에서 그 다수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핀처 변호사는 그 생각에 반기를 든 용기 있는 자였던 것이다. 진짜 흑인을 사랑했던 마을 주민은 ‘깜둥이 애인’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 먹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는 흉내를 내며 ‘술주정뱅이’을 연기한다. 그런 수치스러운 별명은 핀처 변호사에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그런 모욕을 참고 자신을 반대하는 의견을 존중하는 그의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해.(200)
정말로 흑인 애인이란다. 난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래서 때로 어려움에 처할 때가 있지. 누가 욕설이라고 생각하는 말로 불린다 해서 모욕이 되는 건 절대 아니야. 욕설은 그 사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인간인가를 보여 줄 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못해. 그러니까 듀보스 할머니가 뭐라 하셔도 실망할 필요 없어. 할머니는 할머니 일만으로도 고통이 많으시단다.(207)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213)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없어.(399)
핀처 변호사. 그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이 흑인은 우리보다 열등한 사람들이며 마음대로 해도 괜찮은 하찮은 존재라고 당연하게 생각할 때 그들을 존중해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남북전쟁 후라 하더라도 흑인 노예에 대한 뿌리 깊은 생각이 없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그의 올바른 생각이 작은 불씨가 되어 이제 드디어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다. 흑인이 대통령이라고 창피해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지혜롭고 열심을 다하는 대통령을 존경한다. 오히려 흑인의 인권 신장은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버리기도 했다. 흑인의 편견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이 바로 이 ‘톰 로빈슨’이라면 흑인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은 무자비한 인간도 생겨났다.
오제이 심슨
오제이 심슨 ˝내가 만약 아내를 살해했다면˝ 자서전 출간
엽기적 살인사건에 연루돼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미 프로 풋볼리그 수퍼스타 출신 오제이 심슨이 ˝자신이 범인일 수 있다˝는 내용의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있다.실제로 심슨의 자서전 제목은 ˝만일 내가 그랬다면˝(If I Did It). 자신의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자서전 제목때문에 또 한차례 논란이...
출처노컷뉴스
이 일을 보고 겪었던 지은이 하퍼리. 그녀는 아직도 살아있다. 살아있으며 흑인 인권이 어떻게 신장되었는지, 아버지가 생각했던 올바른 일이 어떻게 당연한 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인식되게 되었는지 두 눈으로 지켜봤다. 그녀에겐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있었다. 게다가 이런 훌륭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이 책은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떤 사람은 ‘성경 다음으로 읽어야할 필독서’라는 얘기도 한다.

나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역사에 지우고 싶은 것보다 적어야 할 것이 많은 부모가 되고 싶다.
아빠의 말이 정말 옳았습니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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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교과서’ 때문에 시끄럽고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국사가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습득되어지고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이런 문제가 제기됨으로 인해 다시금 우리 역사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못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아무래도 정신 승리법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일단 지금의 통치권자가 그런 안을 내놨다고 하더라도 통치자의 시계도 똑딱똑딱 가고 있으니 시간이 다시 역사를 제대로 돌려놓아 줄 것이라 예상해본다. 요즘 읽고 있었던 황인찬 시인의 시집 ‘희지의 세계’에서도 요즘 아이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음에 대해 시를 쓰고 있다.
역사 수업

아무도 없는 교실에 수업을 하러 왔다 애들이 아직 오지 않아 큰일이다

나는 수업을 한다
잘 아시겠지요? 물어보면

아무도 없는 교실에 아무도 하지 않은 대답이 있다 아무도 앉지 않는 책걸상도 있다

나는 출석부를 읽는다
하얗게 비어 있는 출석부다

아무도 나쁘지 않은 이름들이고 아무도 불행하지 않은 교실이다 내가 교실을 나가면

수업이 끝나겠지 나는 교실에 있다
교실은 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종이 울리고 아무도 학교를 떠나지 않고 요새는 정말 애들이 큰일이다
역사책 읽기 시작은 가볍게 동화책인 이 책 ‘어린 임금의 눈물’로 정했다. 작은 아버지인 세조에 의해 무참히 죽음을 맞이했던 불쌍한 왕 단종의 이야기다. 구름이와 시내라는 가상의 남매를 출연시켜 궁궐 상황과 단종이 유배 갔던 영월 이야기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철저히 단종 시점에서 전개된다. 작은 아버지 세조는 악인으로 단종은 비극적 피해자로 전개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입장에 완전히 도취되어 읽을 수 없었다.
‘수양숙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리다. 수양 숙부가 얼마나 선정을 베풀고 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지 똑똑히 볼 것이외다.’(114)
수양이 한 나쁜 일들을 시내를 통해 알게 된 단종은 이렇게 악담하듯 숙부를 저주한다. 참, 저 외치는 단종의 울음에 보답을 하려면 세조가 무너졌어야 하는데, 정치를 잘했단 말이다. 게다가 방원 태종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 자신을 도와줬던 공신인 민비 외척들을 다 몰살시킴에 반해 세조는 공신 관리에 가정 관리까지 완벽했다. 현대 신랑감 중에는 가히 최고의 ‘벤츠남’이었다. 수양대군이었던 세조는 형식적인 후궁 한 명 외에는 ‘정희왕후’ 한 명만 처로 두고 자식도 정희왕후에게서만 나왔다. 결국 정희왕후는 후대에 ‘성종’을 세우는 혁혁한 공도 세우는 영국으로 치면 ‘엘리자베스 여왕’급 여인이었다.
이 책만으로 단종과 세조의 이야기를 끝낼 수 없었다. 단종에게 혹독한 행동을 했던 세조만 비추는 이 책 한 권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국정화 교과서’처럼 단 한 권의 역사서만 만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단종이 세조인 수양숙부에게 옥쇄를 넘겨주고 부인과 이별할 때 감정적으로 절정에 이른다.
부인, 미안하오. 참으로 미안하오. 그대는 어찌하여 평범한 남자의 아낙이 되지 못하였소. 나는 이제 이 무거운 곤룡포를 벗어 놓으려 하오. 이 옷은 처음부터 내 옷이 아니었나 보오. 내겐 너무 무거웠소. 하지만 부인, 나는 할아버지 같은 성군이 되어 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싶었소. 저 만주 벌판까지 영토를 넓히고,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며 태평성대를 열고 싶었소이다.(100)
이쯤 되면 세조는 정말 극악무도한 사람이 된다. 나중에 단종을 위하는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목숨을 잃을 때도 그렇다.

세조는 왜 그랬을까? 이 책에서 계속 비친 ‘나쁜’ 수양대군을 제거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극악무도한 권력 투쟁 앞에서 만약 세조가 정권을 잡지 않는다면 단종 편에 있는 누군가가 세조를 무너뜨리려는 걸 미리 알았던 것은 아닐까? 이른바 ‘밟히기 전에 밟기’작전이 아니었을까? 왜 굳이 무고한 단종을 죽였을까? 아버지 세종은 형 양녕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고도 치국을 했던 분이다. 왜 굳이 이런 과오를 저질렀을까? 오히려 단종의 올바른 자세가 단종을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차라리 양녕 대군처럼 천둥벌거숭이 같았다면 이런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금성의 섣부른 반역 모의가 단종의 명을 재촉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존재 자체가 수양 자신에게 위협이 되니 결국 ‘숨 쉰다’는 이유만으로 제거의 대상이 된 것이었을까? 수많은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에서 이해가 가능한 범위로 역사 속 인물에 대해 생각했다.
이런 끊임없는 물음 중에도 명명백백한 사실이 있다. 단종은 결백했다. 자신이 적장자이고 조금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 넋은 정말 처연하고 안쓰럽다. 이런 것이 권력이라면 너무 잔인하고도 무상하다. 단종을 위하는 일은 아마도 역사 속에서 계속 그 소년의 존재를 기억하고 생각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요, 수양숙부, 숙부는 그깟 몇 십 년 동안 임금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이 세상을 떠나겠지요. 하지만 나는 영원히 죽지 않는 임금으로 이 땅을 찾아올 것입니다. 그래서 천년만년 이 세상을 밝게 비추는 임금이 될 것입니다.(199)
실권을 행사하는 신하들이 단종에게 노란표를 칠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모습이 흡사 현재와 닮아있다는 망상이 든다. 또 극악무도했던 수양은 지금 단종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인물이 떠오른다. 역사는 계속 반복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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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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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지금도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문장가 유시민!
그분이 책을 내셨다.
전에 읽었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항소이유서를 잘 쓴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글에 재주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 분.
하지만 이렇게 대다수에게 '글 좀 쓰시는 분'이라고 인정받기 까지는 엄청난 연습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씀하신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워낙 많이 읽어서 뻔하다.(얼마나 내가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지 내 염원이 포함되어 있다.)
다문 다독 다상량
항상 이 방법론에서 나가는 법이 없다.
하지만 글쓴이가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글을 쓰고 평가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방법론은 쓰는 사람들의 개성이 가득 들어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글 쓰는 방식을 깨우치는 사람들의 인격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쓰기에 대한 책들을 읽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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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발견
곽정은 지음 / 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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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면서 만났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저자 나름의 재치있는 언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혼자 있었을 때 드디어 보이는 내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는 나와 만나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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