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건우(지음)/ 황금가지 (펴냄)



나는 왜 이런 서사에 끌리는 걸까?

'이런'=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약자들의 이야기, 주류 사회에서 제외된 사람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남들이 읽기조차 꺼려 하는 이야기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몇 권이나 읽었나 생각해 보니 시집까지 합해서 다섯 권, 정독할 수가 없어서 띄엄띄엄 읽었으니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제 문득 #작별하지않는다 를 읽을 때 메모한 노트를 꺼내 보는데 울컥했다. 서사가 주는 고통이 또렷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런 고통을 즐긴다.



불과 124페이지 남짓한 중편소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전건우의 《앨리게이터》


페이지를 넘기는 게 힘들었다. 라이더로 일하며 용돈을 벌던 주인공은 트럭에 치여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엄마의 연인을 자처한 봉주라는 인간이 나타나면서 전신마비가 주는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는 살인마였다.


과연 주인공은 앨리게이터, 살인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이보다 더한 절망이 있을까 싶은 순간 더 깊은 절망이 시작되는 곳.

삶을 끝내고 싶어도 스스로의 삶을 끝낼 수도 없는 그런 곳.

지옥을 본 기분이다. 내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마치고 쓴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말했다. 인간이란 그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는 존재라고.... 극한 절망에서도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내려 한다. 그 안간힘을 담은 소설이다. 출간이 좌절된 중편소설이 새로운 기회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런 기획이 멈추지 않았으면!!!



읽는 내내 안간힘을 써서인지 읽고 나서 정말 몸살이 오는 느낌이다. 진통제를 먹고 이젠 정말 누워야겠다 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테러리스트 』 마르틴 베크 시리즈 최종 편







마이 셰발& 페르 발뢰 / 엘릭시르(펴냄)








올해는 한 달에 한 권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만나는 기쁨으로 살았다^^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 권 리뷰를 쓰며 무척 아쉬운 마음이다. 이 책을 통해 1960~70년대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제대로 된 모습을 접하게 되었다. 소설을 통해 그 시대를 유추하는 일은 당대 신문기사나 사진을 통해 보는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물론 소설은 가공이라는 단계를 거치지만, 소설이 주는 시의성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 중 하나다.


시리즈의 제1권 《로재나》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나는 분명 성장했다.

다 큰 어른에게 성장이라는 단어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양적인 성장이 아닌 질적인 성장, 내면의 깊이를 말할 수 있겠다. 또한 그간 추리물, 경찰 소설을 읽긴 했지만 이렇게 긴 시리즈를 만나는 경험 또한 특별하다. 특히 마지막 권의 마지막 장면에서 콜베리가 마무리하는 대사 "마르크스의 엑스"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 긴 여운을 남긴다.






여성 강간 살해. 아동 살해, 총기 살인, 마약과 포르노 산업 등 스웨덴 사회를 고루 비추는 범죄들, 그리고 저자들의 글을 통해 경찰 조직, 관료제 사회가 얼마나 썩어문드러졌는지를! 70여 년 전 이야기임에도 우리 사회를 그대로 비춰주는 듯하다.


매 시리즈마다 만났던 다른 사건들, 범죄소설의 주된 피해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이다. 현대인의 눈으로 무려 70여 년 전 소설을 평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여성에 대한 묘사였다. 소설 작업에 여성 작가가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흔히 예술에 대해서 예술가의 사생활, 즉 도덕적인 가치를 조금 잃었다 하더라도 예술 자체가 훌륭하다면 그것을 높이 평가하는데, 나는 반대다. 도덕성을 잃은 그러나 세상의 무한한 존경의 대상이 되는 예술가에 대해 나는 뭔가 거리감을 느낀다. 예를 들면 친일파 문학가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고 작품성 높이 평가되는 것 혹은 성 추문 시인이 문단의 원로 시인으로 존경받는 일련의 사건들. 그들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잘못된 행위도 함께 기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내겐 이 시리즈와 함께 한 올 한 해의 시간들, 한 달에 한 권씩 리뷰를 게시하며 아팠던 날, 좋았던 날, 여러 기억이 교차된다. 소설에 언급된 수많은 인물들이 서서히 나이 들어가는 모습, 주인공의 어린 자녀가 이제 스물두 살의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는 모습까지, 소설과 함께 나도 성숙해지는 느낌이다.






아... 10권까지나 읽고도 이런 아쉬움이라니....

하늘에 계시는 두 분 작가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오늘의 하루 - 2024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청소년 단편 수상작품집 북다 청소년 문학 2
조찬희 외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찬희 외 지음/ 북다(펴냄)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공모전은 1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챙겨봤던 공모전이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평소에도 좋아하던 한국문학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한강 작가님의 수상 이전에 수많은 한국 소설가들, 시인들, 작가들이 깔아놓은 문학의 디딤돌이 오늘의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섯 작가의 소설 중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송한별의 작품 《별비가 내리는 날》이다. 근미래 소설, 사람들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등 우주쓰레기들 예상했으나 대비하지 못한 죗값으로 별비가 내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꿀벌 배달영업소 직원 온비. 석유 엔진이 불법으로 금지된 시대, 자전거로 배달하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왜 현재보다 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의아스럽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중지된 미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직접 몸을 쓰는 일뿐이다. 오히려 원시에 가까운 생활 ㅠㅠ 수많은 디스토피아를 읽었는데 근미래의 어느 시점은 이렇게들 묘사되곤 한다.


고등학교 입학 전 우연히 시작한 복싱, 뭐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는 주인공 고등학교 복싱부 단원이 된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접촉해온 소속사 대표, 길거리 캐스팅 사건 이후 달라진 운명... 조웅연의 《오늘의 경수》





요즘 청소년들에겐 고민이 많다. 학업 스트레스, 친구관계. 이성문제, 외모 등 우리 시대 겪었을 법한 고민 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각종 sns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그 정도는 심각하다. 청소년 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sns로 인해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 오히려 더 싶은 단절감과 고립감,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학교폭력의 그림자는 내 방 침대까지 따라들어온다. 왜냐고? sns가 있기 때문이다. 전학을 가도 소용없다 ㅠㅠ






나를 옥죄어 오는 무기력감, 평범함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박탈감, 장애인, 교우관계, 짝사랑 등 다양한 소재를 무겁게 다룬다. 단편이 주는 임팩트, 디스토피아적인 발상이 긴 여운을 주는 다섯 작품이다. 나도 이렇게 써보고 싶다.

우리 청소년들의 하루가 조금 더 희망적이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한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란츠 베르펠 (지음)/ 파람북 (펴냄)







세상이 어렵고 삶이 힘들 때, 사람들은 작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을 찾는다. 소설의 주인공 베르나데트 수비루,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어렵게 삶을 이어간다. 아버지 프랑수아는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 뭐 빵 한 조각이라도 벌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가게를 기웃기웃. 마침내 은화 한 잎을 아내에게 던져주는 무뚝뚝하지만 성실한 가장이다.





수녀님을 만난 수비루, 이제 갓 열네 살 소녀는 삼위일체조차 모르며 무지하고 무례하다고 취급받는다. 산골 마을의 때묻지 않는 믿음, 큰 욕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여인.... 마사비엘 동굴의 이 여인은 누구인가? 왜 소녀에게 나타났을까?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낮은 곳이지만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 예수 그리스도의 삶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이로 인해 베르나데트의 삶을 달라진다. 소녀는 재판을 받게 되고 가족들도 핍박받게 된다. 정신과 의사까지 동원되고 이 지방을 개발하고 싶어 하는 공권력, 라카데 시장, 포병대까지 동원되는 등 소설은 한 편으로 당대 프랑스 사회의 위선과 기만적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순수함과 위선의 대결, 마침내 결국 무엇이 승리할 것인지는 사람들이 바라는 바대로다.

사후에 성녀로 인정받은 분, 오랜 시간 관 속에 있었던 시신을 옮길 때는 부패의 흔적이나 냄새가 없어서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마치 방금 운명한 시신처럼....


나치의 탄압을 피해 많은 작가들이 망명길에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유대계 작가인 프란츠 베르펠의 망명 여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이후 편안해지는 시기가 오면 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한 작가,


사후 54년 후 성녀의 반열에 오른 베르나데트, 치유의 성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루르드 지방에 전해오는 이야기. 신앙이 있는 분 중 일부는 성지순례를 평생의 과업으로 영광된 일로 생각한다. 종교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큰 위안이자 힘이 될 소설, 일반인 독자에게는 모험 같은 환상소설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흄세 에세이 5
카렐 차페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렐 차페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토마스 만, 아서 밀러가 극찬한 분,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국민작가 카렐 차페크!! 1890년 나치 파시즘을 반대하는 정치 운동을 하셨다. 문학의 다양한 영역 소설, 희곡, 에세이, 동화 심지어 저널리즘까지 명작을 남겼다. 그의 글에서는 철학적 통찰과 유머스러움이 가득하다. 특히! 나는 SF덕후로써 제국주의의 폐해까지 성찰한 작품 《도롱뇽과의 전쟁 》을 사랑한다. SF의 기원이 된 작품들 그러나 국제 정치 상황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시 독일은 히틀러의 통치 아래 있었고, 이탈리아는 재국 주의적 야심을 가열차게 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패권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런 당시 시대를 정확히 인식한 부분이 보인다. 그의 전쟁에 관한 투쟁 서사가 담긴 작품들은 당연히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일본에서는 출간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노벨문학상의 계절이다^^




끝내 수상자가 되지 못한 카렐 차페크, 지금 우리 앞에 존재하는 현실을 극명하게 반영한 다양한 장르에 두루 능한 작가라 존경한다.

소설뿐 아니라, 정원에 관해 쓴 연재물은 신문에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신간에서는 저자 특유의 유려한 문장으로 소개하는 영국의 풍경이 아름답다. 잉글랜드의 첫인상이라든가, 잉글랜드 공원의 묘사, 런던 거리의 냄새와 소음, 잉글랜드의 가장 우울한 날은 일요일이라는 문장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조국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동쪽으로 걸어갔다는 묘사도 인상적이다. 지금의 관점으로는 다소 의아한 문장도 있었다. 여성 해방을 반대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하고서는 여성이 연설을 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면 왠지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는 어린 소년이 된 것 같다는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아이러니다 ㅎㅎ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자연스럽게 영국의 자연에 대한 찬양, 혹은 그 위대한 문화의 숭배나 감탄 뭐 이런 글을 적었을 줄 알았다. 의외였다. 저자가 영국을 묘사하는 방식은 회의적이다. 박물관에 대한 묘사에서 영국이 과거에 세계 여러 나라 곳곳에서 저지른 범죄, 뺏고 훔쳐 온 다른 나라의 피눈물 문화재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세계 최대의 식민제국이라고 말하는 부분 통쾌하기까지 하다. 도시의 모습에 대해서는 처참함을 느끼는 듯했고 반면 영국의 시골 풍경은 상당히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또 그가 스코틀랜드 사람에 대해 묘사한 부분도 눈에 띈다^^ 스코틀랜드는 저자에게 영국보다 더 지독했던 모양이다. 특이한 여성의 동상에 대해 일러스트를 그리고 표현한 부분 인상적이다. 지옥의 고통을 암시하는 듯하다. 호수가 많은 소도시, 북 웨일스, 그리고 아일랜드까지 소개한다. 다시 잉글랜드에서는 그곳 사람 중 인상적인 몇몇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만 봐도 잉글랜드 인임이 드러난다^^ 우울한 잉글랜드의 하늘, 특히 일요일이 끔찍하다고 적었다. 영국인들에게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 만약 이 글을 당시 영국인들이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저자는 게슈타포가 자신의 조국 프라하로 침공하는 것을 보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다행인가! 제3의 시각으로 바라본 영국의 모습,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