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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평점 :

전혜진 소설/ 인플루엔셜(펴냄)
세상에는 그저 희미한 배경처럼 취급되는 사람들이 있다. p09
책의 첫 문장부터 무릎을 탁 쳤다!!
작가님의 시선은 언제나 사회 약자를 향해 머물러 있다.
아하!!! 전혜진 작가님이 바로 이 책! 순정만화 「달의 뒷면을 걷다」 SF 판타지의 그 전혜진 작가님이셨다.
세상에!!
이 분의 글 「바늘 끝에 사람이」도 정말 좋았다.
난 오늘도 배경처럼 느껴지는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왔다. 물론 나는 매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택배 기사님,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
코로나 팬데믹에서 우리는 이분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잠시뿐 또 무시와 천대가 사회에 만연하다.
1년마다 시한부를 살듯 계약 갱신을 기다리는 비정규직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 (요즘도 반말 해대는 민원인이 있나 보다 ㅠㅠ 굳이 민원실, 회사를 떠나 사회 어디든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나이 어린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게 왜 그리 보기 싫은지!! 병원 간호사에게도 아가씨 부르면서 반말 ㅠㅠ 와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나는 반말하라고 해도 못겠던데 ㅠㅠ) 소설 속 남자들은 비슷하다. 영주의 남편도 마찬가지, 그리고 '당대 남자들에 비해서는 여자들에게 잘해주는 편이다' ( 이 문장에 더 좌절한다. ) 우리나라처럼 남과 여 차별적인 나라가 있는가? 나의 김누리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집밥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똑같이 직장에서 일하고 온 아내는 최근하면서 옷도 못 갈아입고 바로 주방으로 들어간다. 남편과 아이의 집밥을 챙기기 위해.
그놈의 집밥타령ㅠㅠ 본관 어쩌고 따지는 것도 참 ㅠㅠ 양반 상놈 혈통이 그렇게 중요한가, 아직도? 《오므라이스》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공감되는 작품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지금 나를 보면 하실 말씀???ㅋㅋㅋㅋ
"어디 계집애 따위가 글을 써. 그것도 남자한테 대드는 싹수없는 글을."
그 모든 직장인들 우리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위로, 누군가 나를 위해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 그 한 끼의 힘을 담았다.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남자 진수, 연작 소설이라 아까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다시 이 소설에 등장한다 ㅎㅎ 관점이 조금만 달라져도 사람이 달라 보이는 순간이다.
사내가 부엌에 들어오는 게 아니다. 너는 큰일을 해야지 p142
도대체 남자들의 큰일이란 뭘까.... 그들이 쓴 역사는 늘 전쟁이었다. 피 냄새나는 전쟁 ㅠㅠ 《김치만두》
한국에서 다문화 교사를 하는 리엔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 이주여성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자랑하는 한국적인 것이 과연 좋기만 한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다른 작품보다 유독 이 작품에 작가의 음식 묘사 역량이 총체적으로 드러라는 느낌이다. 호로록 국수를 넘기는 장면에서는 이 밤중에 정말 식욕 폭발 ㅎㅎㅎ 야식을 부르는 소설이다. 밤에 말고 낮에 읽어야겠다. 《비빔국수》
《육개장》에서는 좀 더 심각한 이야기를 다룬다. 회사 내 성희롱과 강간. 신입 여직원을 어떻게 해보려고 내내 기회만 엿보다가.....!!
주인공 수연은 끝내 신고하지 못한다. 강간 피해자들은 죄책감을 가진다. 하 ㅠㅠ 정말 소설 속 인물이지만 황상식인가 뭔가 하는 이 개새끼는 집에서는 좋은 남편이자 선량한 사람이다. ( 요즘도 신고 못하고 지옥을 사는 여자들 많겠지? ) 아내는 까마득히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고 이 남자는 췌장암으로 뒈진다. 황상식의 장례식장에서 수연은 잘 죽었다고 혼잣말을 한다.
우리 사회 다양한 문제점을 다루는 소설이다. 전혜진 작가답다! 속이 시원하다.
이 밤 온갖 분식이 생각나게 하는 소설... 배고파 ㅎㅎ
덧: 어! 그러고 보니 김밥천국이 요즘 자주 보이지 않는다
덧 2: 와! 이 책 리뷰를 찾아보니 하나같이 비슷한 글... 헐~~~ (심지어 어떤 리뷰는 서로 너무 똑같아서 깜놀, 같은 사람이 쓴 리뷰인가 싶을 만큼 책 소감이 이렇게나 똑같을 수가 있는가 !!!ㅎㅎㅎㅎ 읽지 않고 쓴 리뷰가 왜 이렇게 많은지 ......내 리뷰를 베낀 글도 세상에 돌아다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