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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대전환 -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ㅣ 역사의 시그니처 4
김혜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김혜숙 이화여대 명예교수 / 21세기북스
칸트를 읽었다. 칸트 자체로도 대단한데 책의 저자 김혜숙 교수님은 그 존재가 하나의 역사가 아닐까? 이런 분의 책을 만나고 공부하게 되어 얼마나 영광인지!! 비정부 국제기구 이른바 철학자들의 올림픽인 세계철학자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철학 연맹의 회장으로 취임하신 분!! 과반수의 동의로 선출되셨다. 칸트 철학에 대한 여성주의적 해석을 시도하신 분!! 이런 타이틀을 소개하는 자체가 기쁨이자 자랑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학생들이 끌려가는 모습에 눈물을 흘리신 교수님, 우리나라 '여성' 철학자를 넘어 '아시아인 최초'라고 한다. 서양철학 위주로 점철된 우리의 철학계, 오래전 식민지 조선의 젊은 철학도들을 일본에서 철학 공부를 했다. 철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의 초기 작업이 일본에서 이루어진 당시 시대 상황, 동경제국 대학 중심으로 관학 철학이 유행했고 독일의 관념철학이 일본의 대세였다. 따라서 우리도 한때 철학 하면 #대칸쇼 를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은 여러 철학의 시류를 동시에 적용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철학과들은 그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는 실정이다.
칸트 하면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중 몇 문장을 아래 덧에 붙여본다. 칸트는 참으로 인간적인 철학자 같다.
칸트의 시대에도 철학은 그 설자리를 잃었다. 과학혁명에게 뺏긴 위상을 당당히 세운 철학자, 그러고 보면 늘 철학은 밥그릇 추종자들에 의해 늘 뒤로 밀려나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에 철학자 김혜숙 교수는 말한다. 첨단과학 AI 시대에 과연 철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 내가 늘 궁금해하던 질문!!!!)
AI 시대야말로 인간의 선택과 판단이 가장 중요해진 시기다. 따라서 철학은 인간 사회, 지금 바로 여기라는 필드를 넘어서야 한다고!! 철학이 나아가야 할 필드는 이제 우주로 뻗어있다. 내가 사랑하는 수학자들은 수학이라는 도구로 과학자들은 과학이라는 구체적인 물상을 정의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동안!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말하느라 너덜너덜 ㅠㅠ 대상을 특징하기 어려운 학문!! 그러나 그 모든 학문의 기본을 넘어 가장 진리에 근접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영미 철학의 기준이 된 칸트의 철학
감성 VS 이성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감성과 이성이 우리가 아는 단편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칸트는 인간의 경험을 철학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존 형이상학의 독단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격파해버렸다. 감성이란 개념으로 환원 불가한 것, 사물을 직접적으로 포착하는 방식에 근거한다. 진리의 특징에서 데카르트가 의심 불가한 기준으로 삼은 것과는 대조적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도스토옙스키가 떠올랐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서양 철학 혹은 영미 문화에서 감성과 이성이 충돌 운운할 때, 나의 도스토옙스키는 감성과 이성이 다룰 수 없는 영역을 신에게 맡겨버렸다. 영성!!!! ( 기성전 도스토옙스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과학혁명의 시대에 뉴턴이 제시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철학을 증명하는 방법은 첨단과학 AI의 시대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 아닐까?!?!?!?!
♣추천의 이유
순수이성비판의 문장을 인용하고 그 해제를 자세히 붙여서 철학에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철학 해설서들은 철학서 못지않게 어려울 수 있는데 이 책은 가독성이 좋다. 편집과 글자 포인트 모든 것에 만족도가 높은 편!! 정말 시간이 없다는 분은 마지막의 후기 두 장만이라도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ㅠㅠ
철학의 황폐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성은 자신이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대답할 수도 없는 문제로 괴로워하는 운명이다. 거부할 수 없음은 이성 자체의 본성에 의해서 이성에 과해져 있기 때문이요. 대답할 수 없음은 그 문제가 인간 이성의 모든 능력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순수이성비판〉
칸트의 위대함은 그가 문제를 해결해서라기보다 비로소 문제를 정확히 보도록 하고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P13
아~ 근데 이 리뷰를 철학 전공자들이 보면 웃을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ㅎㅎㅎ
덧: 올 한 해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나의 완독 책 리스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출판사가 21세기북스다! 나의 취향은 21세기북스였던가!! 무척 감사한 마음!!
덧: 왜 철학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제대로 사고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의 필요성!! 철학이 우주 탄생의 신비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져주자 수천 년이 지난 후 과학이 빅뱅이라고 대답했다.
인문학에 대한 이 시대의 홀대 ㅠㅠ 철학 전공해서 밥 먹고살겠니?라는 질문!
철학이 없어서 밥을 먹긴 먹고살지만, 양극화로 나뉘는 시대가 되고 말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