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석 - 김옥균을 깨우치고 대원군에 맞선 사내
김상규 지음 / 목선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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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규 장편소설/ 목선재 펴냄)









역사에 가려지고 삭제된 혹은 잊힌 인물을 만나는 즐거움, 바로 역사소설을 읽는 이유다. 개화사상의 박규수, 그가 중국으로 갈 때 역관 자격으로 동행했단 오경석. 서양의 신식 무기에 이렇다 할 힘도 쓰지 못하고 쓰러지는 청나라를 제대로 보았다. 조선의 개혁을 논하던 백탑파를 검색해 보다가 유대치, 박규수, 오경석, 개화승 이동인 등 북촌 5걸을 만나게 되었다. 뜻깊은 우연이다^^








소설은 1876 병자년을 배경으로 서술된다.

김옥균이 개화사상에 눈을 뜨는 과정에서 위 세 분의 역할은 참으로 크다. 한의원 출신 유대치, 박규수, 중인 출신 역관이었던 오경석.. 그러나 그들은 신분을 넘어 당대 선각자였다.

특히, 오경석이 중국에서 들여온 선진 문물, 개혁적인 책 《해국도지》 《지구설략》 등의 서적을 만나는 것은 청년 김옥균의 삶에 큰 자극이 되었을 것 이다.







오경석 (1831~1879) 책을 읽기 전에 이름만 알고 있었던 분이다^^ 개화사상 가이기도 하지만, 금석학자이자 안목이 뛰어나서 서화 등을 수집하기도 했다. 대를 이은 역관 집안 출신으로 33인의 독립운동가 오세창의 아버지이다. 부강한 근대 국가를 만들지 않으면 자주적 대개혁을 하려면 서양의 과학 기술과 문명을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1875년 운요호 사건 이후 조선은 복잡한 외교 문제를 눈앞에 두게 되지만, 철종의 무능함, 조선의 개방을 가로막는 500년 사직의 관료들... 그 중심에서 1853년 이상적의 제자로 처음 청나라를 다녀온 이후 무려 12차례나 중국을 오간 오경석, 그때 사귄 청나라의 청년들과 꾸준히 서신을 주고 수백여 종의 금석류를 엄청난 돈을 들여서 구입했다. 김정희의 영향을 받아 청나라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금석학 분야에서 남긴 책들도 많다.







학창 시절 한국사 책을 떠올려보면 갑신정변의 과정과 주요인물, 그 실패의 원인에 대해 암기하는 방식으로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역사의 한 부분을 암기로 만나는 과정에서 그 빈 행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준 역사소설!!! 역사저널 그날에도 소개된 바 있는 인물이다.






이들의 개화사상은 끝나지 않았다. 김옥균을 비롯한 김윤식, 김홍집, 홍영식, 서광범, 박영효, 유길준, 어윤중 등을 통해 이어진다. 소설은 어디까지 허구이고 어디까지 사실인지 경계가 모호한데 책의 마지막에 저자의 글을 통해 구분이 확실해지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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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 인생을 견뎌낸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문장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이동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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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세창출판사 (펴냄)










1. 고통의 색깔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 책 표지와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낮 기온 35도, 어제와 비슷하거나 습도 때문에 조금 더 덥다.

숨 막히는 더위도 그리울 날이 있을까....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나는 고통에 더 가까운 삶을 스스로 살아간다.






2. 지난 학기 우린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나...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잃었다.

늦은 밤 의치한약수, SKY 대학, 많은 학생들을 핵심적인 학교에 밀어 넣었다는 40대 강사의 기염을 토하는 강의를 들으며, 아직 끝나지 않는 장염 탓인지 구토가 올라왔다. 몇 번이나 강의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한기가 올라왔다.

목숨보다 더 귀한가, 대학이.... 자랑스러운 0등급 학생들은 서울 시민보다 더 서울스럽게 변했고, 다시는 이 도시로 돌아오지 않았다. TK들처럼 추석 등 명절 혹은 선거를 앞둔 시점 잠시 고향으로 돌아와 사진을 찍었을 뿐...






3. 읽는 내내 다섯 번 죽음을 시도한 내 작가 다자이 오사무를... 《인간실격》

병원에 잠시 입원했을 때 침대 한편에 성경처럼 놓아둔 내 작가 도스토옙스키 《악령》을 떠올렸다.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4. 철학은 오로지 진리만을 북극성으로 섬긴다는데, 나에게 진리란 무엇이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쇼펜하우어 없는 쇼펜하우어 리뷰,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철학 책들은 철학을 빼놓고 철학을 이야기한다. 쇼펜하우어를 인용해서 수많은 책을 쓰지만, 쇼펜하우어를 제대로 파 본 사람 혹은 원전을 읽은 사람은 없다. 철학 없는 대 철학의 시대다 ㅎㅎㅎ


덧. 언젠가 함께 읽는 옵챗에서 누군가가 내 작가 다자시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미친놈, 삶에 실패한 인간 혹은 실격한 인간이 혼잣말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날 밤 판본별로 모아둔 인간실격을 다시 꺼내 읽었다. 암만 다시 읽어봐도 명작이다...

실격, 비실격으로 나누는 이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들.....






5. 너와 나는 서로에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아픈가..... 너는 내게 '말줄임표를 너무 많이 쓴다고, 말줄임표를 많이 쓰는 확신 없는 사람은 싫다고' 말했고, 나는 '여운을 남기고 싶어서'라고 얼버무렸다. 아직도 말줄임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통은 눈물 색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색깔이 없을지도.....

있잖아! 나도 내 말줄임표를 싹둑 잘라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그 마음을 어떻게 여기 다 적을 수 있겠어..... 안 읽어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오늘은 숫자를 써본다. 1, 2, 3, 4, 덧, 그리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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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녕가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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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장편소설/ 델피노 (펴냄)








문학지로 등단하신 이후 어느새 소설 3권을 쓰시며 동일부 통일 창작동화 등 많은 상을 수상하신 작가가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작가의 첫 작품부터 최근 신간까지 다 읽게 되었다. 작품이 조금씩 더 성숙을 더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늘 꽃말이 언급되는 작가의 소설, 묘한 여운을 준다.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셨는데 그 소개가 딱 들어맞는 분이다.







얼마 전 책을 통해 1900년대를 살다간 조선 최고의 가수 윤심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의 찬미의 너무나 사랑받았던 가수, 극작가 김우진과의 로맨스, 불과 29세 나이에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의 삶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소설에 윤심덕이 언급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주인공 화녕이 사랑하는 인물.... 신파극 가수의 꿈을 키우는 화녕, 아버지는 죽인 나라 일본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야 했던 조선의 소녀들, 식민지 조선에서도 노래는 계속되어야 했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예술은 어떤 식으로 일본에 유린당했는지 소설을 통해 너무 잘 드러난다.







일제 강점기에 불린 전쟁 찬양의 노래, 아들을 군에 바친 노래, 천황을 찬양하는 노래들... 가사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다 ㅠㅠ 그 어떤 명분보다 귀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천황이 진리인지 모르겠으나, 식민지를 떠나 3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정서는 여전히 의문이자 반감이 생긴다. 왜곡된 역사를 배우는 일본의 어린이들, 그들이 자라난 일본은 어떤 나라가 될지, 모든 것에는 인과 응보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작품은 또한 소설적인 재미도 뛰어나다. 무려 30살 어린 아내, 남초시 댁 도련님 인서, 인예 아씨, 소위 재취 자리 부인의 삶을 살아간 서 씨 부인, 진주 헌병대장의 아들 현성, 유모인 채단, 헌병대 그 바로 등 흥미진진한 인물들의 삶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배경 아래에 얽히고 설키는데..... 앵초, 개나리, 해바라기, 능소화, 할미꽃 등 꽃말이 소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소설 #파친코 도 떠오르고, 동시대를 언급한 많은 소설이 떠올랐다. 역사 픽션을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역사와 개인 간의 삶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의미 있는 소설이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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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 평범한 하루가 과학으로 빛나는 순간
구보 유키 지음, 곽범신 옮김 / 반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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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 유키 (지음)/ 반니 (펴냄)




아득히 먼 우주를 떠올리면 그저 벅찬 마음이 든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우주는 어떤 느낌인가? 무한하고 아름다우면서 압도적으로 공포적인 존재이다. 저자는 도대체 그 광활한 우주를 어떻게 원룸에서 연구하는 걸까? 천문학자의 원룸이라니 독특하게 느껴진 책이다. 원룸이라는 공간의 차이일 뿐 그 어디든 물리력이 존재한다는 것. 원룸에 사는 우주공학자 이야기 속으로....



의외로 거창한 도구는 필요 없다는 저자의 연구. 스케치북 크기의 컴퓨터 한 대를 켜놓으면 금세 하루가 간다는 저자. 사각사각 깎은 연필로 자신의 생각을 적다 보면 어느새 광활한 우주로 녹아드는 기분이라니!!! 정말로 과학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푹 빠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 몹시 이해되고 공감된다^^






저자의 에세이를 따라가다 보면 스물여섯 살의 아인슈타인을 만나게 된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위대한 업적에는 나이가 없다. 상대성 이론, 에너지 운동량 텐서, 계량, 리치텐서, 중력 방정식, 2차원의 곡면 등 다양한 용어들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사는 4차원의 세계 자체에 희어짐이 있다고 생각했다. 과학은 수학과 떼 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공개수업에서 자주 언급했던 피보나치수열 부분이 흥미로웠다.








무려 800년 전이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피보나치의 세계!! 토끼의 숫자를 세어보다가 발견한 수열이 자연계 구조의 비밀을 서술하는 열쇠가 되었다. 피보나치수열에서 소용돌이 은하까지 이끌어낸 공통점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직접 찍은 해바라기 사진, 과학은 자연의 비밀을 밝혀내는 열쇠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보이저호, 산책, 고독 그리고 사랑.....

1977년에 쏘아 올린 보이저 1호와 2호에 대한 언급 뭔가 가슴이 찡하다. 이제 2025년이면 그들은 지구와 교신이 끊긴 채로 영원히 우주를 떠돌게 될 운명이다. 무시무시한 고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래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오래오래 봐둔다는 문장도 가슴이 먹먹하다. 물론 저자는 쿨하게 썼다 ㅋ







우리는 모두 태양이라는 저자, 이글거리는 태양.

자신의 삶에는 그 누구보다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 있을 것이다. 저자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예전에 문과 VS 이과를 나눈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사뭇 웃프게 느껴진다. 문이과 대통합의 시대라는 것을 실감한다.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고, 글을 잘 읽고 잘 쓰는 사람이 수 과학에도 유능한 요즘이다^^


일본의 우주과학 기술은 우리보다 월등하다. 책을 통해 만나면서 느껴진다. 별보다는 달이 좋다. 달은 매일 그 모양이 바뀌긴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 그 밤을 지켜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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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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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 ( 지음)/ 쌤앤파커스(펴냄)










화이트홀은 무엇인가? 아마도 블랙홀의 반대 의미, 모든 것을 내놓기만 하는 천체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아니라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평가받는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


책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블랙홀의 수수께끼 동생 같다고 묘사되는 화이트홀. 아직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화이트홀 연구에 매달리는 과학자들이 있다. 화이트홀을 설명하려면 먼저 블랙홀을 언급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최종 방정식은 현대 물리학을 있게 한 기준이자 토대이자 중력에 대한 본질이기도 하다. 블랙홀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은유적이라서 아름답기까지 했다^^ 사물의 질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과학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문장도.....






화이트 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블랙홀을 보기 전에도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방정식 덕분이다. 과학이라는 퍼즐은 전체가 맞아 보여도 간혹 일부 조각 때문에 어긋나기도 한다.


화이트홀: 블랙홀이 긴 긴 수명이 끝난 후, 블랙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진짜 어려움을 배우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서 벗어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늘어나는 이 책! 시공간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면서 최대한 쉽게 접해볼 수 있었던 장점. 그러나 어느 정도의 과학 상식이 필요했던 점 없지 않다 ^^








우리가 블랙홀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면 멀리서 지켜보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를 볼 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그들의 지평선 너머에 있습니다 p35







흔히 과학은 이성의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직관력, 감각, 논리력, 상상력까지 필요하다. 이 책은 이런 단어들을 피부에 바로 와닿게 해주는 책이다. 한 편의 우주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은 책이다. 과학을 사랑하는 과학에 관심 많으신 독자뿐 아니라 과학에 입문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화이트홀, #카를로로벨리,

#우주과학, #이론물리학,

#쌤앤파커스, #세계적인물리학자,

#천체물리학,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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