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 인생을 견뎌낸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문장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이동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세창출판사 (펴냄)
1. 고통의 색깔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 책 표지와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낮 기온 35도, 어제와 비슷하거나 습도 때문에 조금 더 덥다.
숨 막히는 더위도 그리울 날이 있을까....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나는 고통에 더 가까운 삶을 스스로 살아간다.
2. 지난 학기 우린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나...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잃었다.
늦은 밤 의치한약수, SKY 대학, 많은 학생들을 핵심적인 학교에 밀어 넣었다는 40대 강사의 기염을 토하는 강의를 들으며, 아직 끝나지 않는 장염 탓인지 구토가 올라왔다. 몇 번이나 강의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한기가 올라왔다.
목숨보다 더 귀한가, 대학이.... 자랑스러운 0등급 학생들은 서울 시민보다 더 서울스럽게 변했고, 다시는 이 도시로 돌아오지 않았다. TK들처럼 추석 등 명절 혹은 선거를 앞둔 시점 잠시 고향으로 돌아와 사진을 찍었을 뿐...
3. 읽는 내내 다섯 번 죽음을 시도한 내 작가 다자이 오사무를... 《인간실격》
병원에 잠시 입원했을 때 침대 한편에 성경처럼 놓아둔 내 작가 도스토옙스키 《악령》을 떠올렸다.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4. 철학은 오로지 진리만을 북극성으로 섬긴다는데, 나에게 진리란 무엇이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쇼펜하우어 없는 쇼펜하우어 리뷰,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철학 책들은 철학을 빼놓고 철학을 이야기한다. 쇼펜하우어를 인용해서 수많은 책을 쓰지만, 쇼펜하우어를 제대로 파 본 사람 혹은 원전을 읽은 사람은 없다. 철학 없는 대 철학의 시대다 ㅎㅎㅎ
덧. 언젠가 함께 읽는 옵챗에서 누군가가 내 작가 다자시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미친놈, 삶에 실패한 인간 혹은 실격한 인간이 혼잣말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날 밤 판본별로 모아둔 인간실격을 다시 꺼내 읽었다. 암만 다시 읽어봐도 명작이다...
실격, 비실격으로 나누는 이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들.....
5. 너와 나는 서로에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아픈가..... 너는 내게 '말줄임표를 너무 많이 쓴다고, 말줄임표를 많이 쓰는 확신 없는 사람은 싫다고' 말했고, 나는 '여운을 남기고 싶어서'라고 얼버무렸다. 아직도 말줄임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통은 눈물 색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색깔이 없을지도.....
있잖아! 나도 내 말줄임표를 싹둑 잘라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그 마음을 어떻게 여기 다 적을 수 있겠어..... 안 읽어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오늘은 숫자를 써본다. 1, 2, 3, 4, 덧, 그리고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