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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잃어버린 여성 - 신, 물리학, 젠더 전쟁
마거릿 워트하임 지음, 최애리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07/pimg_7853912274561245.jpg)
최애리 (옮김)/ 신사책방 (펴냄)
◆물리학에서 의미 있는 여성 과학자는 누가 있을까? 나의 물리학도, 분야 전공자에게 물어도 글쎄라는 대답이 먼저 나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아들은 '말'이 느리고, 딸은 '수학'을 잘 못한다는 식의 글을 본 것 같다.
책을 펼치기 전에 수학자이자 과학자, 철학자였던 히파티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한 달에 한 번 수학자를 소개하는데 내 수업 듣는 학생이라면 히파티아를 모를 리 없다. 히파티아 사후,
이후 소피 제르맹이라는 수학자가 탄생하기까지 13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히파티아는 미술 작품에서도 성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죽음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로 논란이 여전하다. 여기서도 종교라는 프레임이 작동한다.. 헐
책은 10개의 챕터로 상당히 밀도 있게 서술된다. 수학적 인간( 여기서 인간은 철저히 ☆남성이다. 여성이 인간으로 인정? 받은 것은 불과 얼마 전? 인간으로 인정받는다는 말은 투표권이나 대학에서 자유롭게 공부를 하는 등 권리를 누릴 수 있었던 시기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서론에서 기존 몇 가지 편견을 뒤엎는 이야기가 서술된다. 과학과 신학이 서로 대척점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물리학은 여전히 깊은 종교적 감성에 배여 있다고 언급한다. 종교가 있는 입장에서 무신론자 과학자들의 글은 무척 흥미롭다. 물리학의 영역도 다른 인간 활동이나 학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문화적 힘이 형성한 일부다. 심지어 첨단과학의 나라 ▶미국에서조차 물리학 현업에 계신 여성 정교수 고작 3%다.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와 수리과학의 연관성을 찾는 & 물리학사에 내재하는 종교적 맥락을 찾는 부분 흥미롭다. ☆색다른 시도라고 느꼈다.
또한 책의 어느 챕터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문장이 있었는데
★물리학에서 여성이 꾸준히 배제될 경우 인류가 잃을 것들, 간과하는 부분에 대한 언급이다. 그나마 수학이나 화학처럼 여성의 비중을 늘렸으면 하는 생각만 했었던 나로서는 신선한 발상이었다. 물리학도 여성이 적다는 말은 앞으로도 물리학이 이루어 낼 '목표'에 여성은 의미 있는 발언을 할 수 없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오늘날의 첨단과학이 사람 or 지구를 살리는 과학인지 반대로 가고 있는지는 좀 더 먼 미래가 말해주겠지만:) 개발 혹은 개척 때로는 용기라고 쓰지만 지배, 억압, 정복이라 읽히는 점 없지 않다.
◈만물은 수로 시작하는 챕터 1은 나와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라 무척 재밌었다. 공개수업에서 주로 써먹?는 내용이기도 하다. 수많은 수학자들, 그중에 꼭 기억했으면 하는 인물들!!
이 챕터 마지막 부분에서 히파티아 (☆ 아 나의 존경하는 대수학자!)의 죽음을 언급하면서 £그녀의 죽음은 고대 과학의 해체를 상징한다는 문장에 공감 또 공감... (사적인 생각: 여기서 인류의 반이 함께 죽임당했다고 한다면 너무 극단적 발언인가! ▶4세기 히파티아의 죽음을 5세기 작가가 서술했고 그 글에 의존해서 해석하고 회자되는데 여전히 논란이다. 때로 히파티아는 죽은 후에도 육감적이고 매력적인 인체 즉 성적인 이미지로 표현당하고 있다 ㅠㅠ )
중세 시기로 넘어가면서 이후 1000년간 여성의 권리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중세 초기부터 마냥 여성의 발언권이 없지는 않았다고 본다. 13세기 들어 최초의 대학들이 문을 열었고 이때 학문에 참여할 수 없었던 여성들. 철학과 수학에서 철저히 소외당한다. 위대한 수학자 소피 제르맹이 활동하던 1700년대 후반~1800년대 초에도 여성은 공부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 이후 남성 과학자들의 교황의 권위와 싸우며 과학의 위상을 높이는 동안 ♣여성 수학자 혹은 과학자들은 권위에 남성의 권위까지 합해서 이중으로 싸워야 했다. 굳이 중세로 갈 필요가 있을까? 1950~60대만 하더라도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대도시의 공순이가 되었던 여자들... 우리들의 어머니, 언니, 누나였다.
☆★우리가 물리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 보기를 계속하는 한, 그것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어서는 안 될 일 아닌가?
17세기 천문학자 마리아 빙켈만.. 다행히 아버지의 후원으로 공부를 했으며 동네에서 천문학을 배웠다. 여성 따위가 감히 자신만의 천문학 연구 장비를 가질 수 없었으니 그녀가 택한 방법은 유일한 길인 남성 천문학자를 통하는 길이었다. 무려 30 살이 많은 저명한 천문학자와의 결혼이었다.
실제로 1940년대 통계를 찾아보면 수학자 '여성'의 비율보다 상대적으로 물리학자 '여성' 비율이 더 낮다. 수학자 여성 비율도 남성에 비해 턱없이 낮은데 물리학은 왜 더 여성들을 받아들여주지 않은 걸까?
여성이 수리과학에 종사하는 데는 당시 사회규범들도 장애가 되었지만,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남성)들이 이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제도화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지위를 얻거나 제도권의 지원을 받거나, 공식적인 학계 참여가 허용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ㅠㅠ 그러나 많은 수학적인 여성들이 교육과 기회에 접근하고자 했을 때 도움을 준 것은 그들의 아버지나 남편 등 ♣계몽된 남성들이 있었다. 볼로냐 대학 여성이 학위를 수여받을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곳. 책에서 만난 거의 모든 여성 수학자 물리학자들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이지만 만약 그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더라면 우리의 과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히파티아처럼 수학자 아버지를 둔 아녜시의 경우에도 결국 시대와 타협? 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타협이란? 여자 따위가 감히 자연철학과 미적분에 관한 책을 쓴, 그 이후에는 그저 조용하게 일반 여성처럼 살아가는 일이었다.
18세기에 어떤 여성도 뉴턴과 같은 삶을 살 권리, 자신의 과학 활동에만 전념하는 반사회적 외톨이로 살 권리는 누리지 못했다. 만일 아녜시가 남자였더라면, 아베 놀레가 물리학을 계속했듯이, 종교 단체에 속해 있으면서 수학을 계속 연구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아녜시는 여성이었으므로 그런 선택을 누릴 수 없었고, 두 가지 이상 중에 하나만을 택해야 했다. 아녜시가 수학자로서의 가능성을 성취해더라면 어떤 업적을 이루어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는 우리가 이번 장에 나오는 모든 여성에 관해 물어도 좋을 질문이다. 그들 중 누구라도 그들의 남성 경쟁자들이 당연시하던 기회를 누릴 수 있었더라면 어떤 업적을 이루었겠는가? p214
각 시대별 종교의 힘이 작용하는 강도 & 따라서 여성 활동에 제약을 관찰하는 당대 과학자들이 여성 과학자들에 대한 칼럼 내용, ♬제목부터 빵 터진다.
책 제목이 『현학적 여성이라는 재앙』!! 똑똑한 여자는 재앙이었으니 ㅎㅎㅎㅎ
20세기 초 여성 과학자 두 명의 삶, 에미 뇌터와 리제 마이트너의 삶 비교도 흥미진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 여성학자의 직위는 크게 개선된다. 마이트너는 1926년 독일 최초의 여자 물리학 교수가 된다.
▷여성 노벨상하면 떠오르는 이름 퀴리 부인.... 초등 위인전에서 어릴 때부터 본 이름, 그 어린 마음에도 왜 부인을 굳이 붙일까 싶은 의문이 있었는데??!!!
♣이 분의 이름은 마리 퀴리다.
책의 저자 마지막 문단 그리고 '인류 최고의 물리학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임소연 과학자님의 추천사가 와닿는다.
▶▶덧. 한국물리학회에서 첫 여성 회장 취임! 무려 72년 만에!!
책의 원제는 〈피타고라스의 바지〉라고 한다. 원제 제목을 넘어선 한국어판 제목에 감동이다.
▶덧. 책의 역자님 최애리,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 번역하신 분이다^^
▷▶자고 나면 새로운 책을 만난다.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종이 더미들, 그중 신간 한 권 내는데 긴 기간 열정을 바치는 출판사 @신사책방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