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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의 차트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21/pimg_7853912274577824.jpg)
연여름 소설/ 현대문학 (펴냄)
적격 vs 부적격
합리 vs 비합리
삶과 죽음이 아니라 탄생 vs 소거 (여기서 죽음은 소거라는 단어로 쓰인다)
일종의 안락사 시스템인데 이 단어가 소거로 쓰이면 사람은 존재가 아니라 수단이 된다.
합리적 생존기간이 약 40년으로 결정된 미래 사회 배경.
⇒내겐 무척 먼 미래다. 무려 667년 후라니.....
이전에 만난 SF가 비교적 근미래를 다루는 반면 이 소설은 수백 년 후의 미래 모습이다. 아득하고 순간 아찔하기까지 하다. 수백 년 후라니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최근의 '미친' 과학의 발달 속도를 보면 불과 1~20년 후도 예측할 수 없는데 말이야
최근의 SF 소설에서 '오류'라는 단어를 자주 본다. 오류 발생은 때로 아름답기도 하고 대부분 치명적으로 묘사된다.
마실 물조차 오염된 시대에 모든 것이 자급자족 가능한 도시가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인류에게 만약 40여 년의 안정적인 삶이 주어지고 그곳에서는 어떤 감각적인 고통이나 쓸모없는 감정 소모도 없다면 살겠는가?
이곳에서 쓰지 않는 단어들은 사어가 되는데 예를 들면 '좋아하다', '사랑', '추모', '애도' 같은 단어들, 등장인물들이 이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지 머뭇하는 장면에서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단어에 무엇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작가는 어쩜 이런 세계를 만들어냈을까?
SF 작가들은 위대하다. 이전에 읽은 소설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연여름 작가의 색다른 매력이다.
나는 삐딱한 비관자, 회의론자라서인지
읽으며 이런 세상에서 굳이 삶을 이어가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의문이 끝도 없이 생겼다.
나라면 어쩌면 그들 '부적격자'들처럼 스스로 삶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상상력이 없는 세상은 이미 죽은 세상인데 굳이 살 필요?
리누트 바이러스: 인간 수명 기간과 동일한 반려동물을 만들어 낸 인간들!!
동물 사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이것이 이 세계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결국 생명을 마음대로 만들어낸 인간은 그 죗값을 치르게 된 것인데, 이런 설정도 충분히 설득적.... ( 첨단 과학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끔 과학에 환멸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
주인공 세인이가 머릿속에 사는 존재와 대화하는 모습 마치 나는 보는 것 같았다 ㅋㅋㅋㅋ
여전히 내 머릿속에 살아있는 존재들을 떠올리며,,,
꿈을 꾸는 게 비정상적인 도시라 꿈을 꾸는 자는 신고를 하고 균형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중재자가 도시 보완을 위해 인구 일정 비율을 조정하고 생애 한도를 계산해 주는 세상. 하 ㅠㅠ
세인이는 종종 갈증을 느끼는데 그 부분 읽을 때마다 나도 바싹바싹 목이 말랐다.
SF 작가들은 왜 늘 디스토피아를 쓰는 걸까? 반대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왜 미래는 늘 비관적으로 묘사되는 걸까...
☆ 무지갯빛 SF 빛나는 미래소설 이런 거 없나요.....ㅎㅎ
소설이 말하는 몽증( 꿈꾸는 증상+ 일종의 병으로 보는 시각)이라는 증상!! 내가 읽은 옌롄커의 소설에서도 사람들은 몽유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고 또.... 그러나 생각한다. 꿈조차 마음대로 꿀 수 없다면...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 ㅠㅠ
◆ 최근 SF 신간 소설의 추천사에서 내가 좋아하는 문지혁 작가의 추천글을 자주 본다.
소설도 좋지만 추천사마저 아름답다.
☆ 덧: 내 최애 출판사 현대문학,
어느 먼 미래에
사랑하다, 좋아하다 이런 단어들이 사어가 되지 않기를!!!!!! 여전히 자주 쓰는 말이기를!!!
위대한 첨단과학시대!!
극히 일부 부분 기억만 삭제하는 그런 약 언제 시판되나요... 몇 알 처방받고 싶다...
▶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에 SF 소설 따위나 읽고 앉아있다는 분들에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사회의 법률을 공부해도 되고, 과학이나 데이터를 짚어봐도 좋겠지만
소설로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은 엄격하고 합리적인 과학이 전해주지 못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해준다.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비효율적인 방법이지만 부작용이 없는 정확한 방법이기도 하다.
안정한 공동체 지속을 위하여 한 명의 인간이 몇 세까지 생존해야 적합한지 적정 생애 한도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P32 ( 하~ 그놈의 공동체 !!ㅠㅠ)
실무자들은 중재자의 계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주어진 생애 한도, 주어진 직무 외의 삶을 가정해 보는 일도 없다. 중재 도시의 질서가 아닌 다른 가능성이라는 것 자체를. ( ▶ 도대체 얼마나 세뇌당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싶은 구간이다. 각 체제 안에서 순종적으로 사는 우리 소시민들의 모습 아닐까? 이 나라가 정해주는 것, 법률이 정해놓은 것에 단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순종적 인간상 )
세인은 자가 소거의 모방 심리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철저한 통제로 안정된 시스템 안에서도 자발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실무자와 그 사건에 영향을 받는 실무자는 항상 존재했다 P47 ( ▶ 지인이 자살로 삶을 마무리할 경우, 그 행동을 따라 하는 마음 충분히 이해된다.
통제가 철저할수록 오히려 자살 확률이 높다. 이 도시의 청소년 자살률 전국 1위......ㅠㅠ 어떤 목숨에 귀하고 천하고 등급이 있겠냐마는 어린 학생들의 죽음은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다.... 방관한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