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 1 - 신라의 새로운 희망
장태우 지음 / 왕의서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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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통일의 정점에 있었던 김춘추 태종무열왕의 아들 법민 문무왕은 자신의 사후 동해바다에 화장하여 뿌리면 자신이 용이 되어 신라를 지키겠다고 유언했다는 전설이 있듯이 죽어서도 용이 되고자 했던 신라 제 30대 임금 문무왕이 역사소설 3권으로 나왔다. 운좋게 리뷰어에 당첨돼 읽게 되었는데 사실 문무왕의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삼한통일의 과정에서 그의 나라에 대한 충정과 고뇌를 느낄 수 있었지만.. 책이 후반부로 갈 수록 용이 되고자 했던 문무왕의 원대한 꿈이 이무기로 변신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역사 소설이 되버린 소회감부터 적는다. 더군다나 책 제목이 <문무>다 보니 지극히 신라 입장에서 써내려간 삼국통일의 과정을 그려내며 백제는 서적, 고구려는 북적이라 표현했는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간략히나마 각권에 대해서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우선 1권은 진평왕 집권 말기 20살 풋풋한 젋은 김춘추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순수 성골 신분은 아버지 김용춘의 피비린내나는 정쟁 속에서 살아남고자 스스로 진골 신분이 되면서 왕권과 멀어지게 된 그는 보종의 딸 보라궁주와 결혼해서 고타소를 낳고.. 이때 김유신이 동생 문희로 하여금 춘추와 연분을 맺게하니 그 둘 사이에서 법민(문무왕)이 태어난다. 그러면서 법민은 어린시절부터 소위 엄친아로 출중한 외모에 총기를 보이며 성장해간다. 그러면서 아버지 김춘추가 진덕여왕에 이어 왕위에 오르며 태자 법민의 행보는 두각을 나타낸다. 신라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 백제와 고구려 멸망시키기 위해서 앞장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2권에서는 당나라와의 공고한 관계속에서 백제의 마지막 의자왕과 황산벌 전투에서 이기며 백제를 멸망시킨다. 하지만 곧바로 백제 부흥군의 반란군이 거세게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연개소문이 보낸 첩자에 의해서 김춘추가 죽는 일이 발생하는데.. 암살설 의혹이지만 워낙 대식가에 말술과 스트레스등 지병설이 맞을 것이다. 암튼, 아버지 태종무열왕 이어 신라 제30대 왕이 된 법민은 다시 당나라와 함께 손잡고 고구려를 멸망시켜 삼한통일을 마침내 달성하는데.. 이때부터 법민의 고민은 시작된다. 삼한일통은 이루었지만 나당 연합군의 위세적 위치로 당고종 이치가 성세를 부리는등 내정 간섭이 심해지면서 골머리를 않는다. 하지만 이후 백제와 고구려의 잔당 세력등 규합을 통해서 당나라마저 몰아내고 진정한 삼한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물론, 그 활약에 김유신이 있음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3권부터가 내용이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다. 우선은 삼한일통의 과정에서 당나라와 씻을 수 없는 불신과 원한을 쌓은 나머지 갖은 협박과 핍박은 이어지고.. 신라내의 친당파 천존과 흠돌의 반란에 휩싸이며 가까스로 제압하지만 쉽지 않은 정국 운영에 자신이 모토로 삼은 위민보국의 길에 대해서 계속 고뇌한다. 결국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고 보위를 태자 정명(신문왕)에게 물려준다. 물론, 여기까지는 다소 신라적인 입장에서 통일을 이야기했지만 역사적 기술대로 이야기가 그림 그리듯 잘 전개됐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부터다. 즉, 문무왕 법민이 보위를 정명에게 물려주고 거짓 유언을 남기며 경주 앞바다에 수장됐다는 소문을 낸채 왜로 망명하고 만 것이다. 이런 이유는 자신의 존재로 인한 당의 내정간섭으로부터 벗어남과 동시에 왜국 침략의 방패막이 되려는 심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왜에는 예전 고구려 멸망전 법민처럼 거짓 유서를 남기고 왜국으로 망명간 연개소문이 대해인으로 불리며 왜왕의 보검인 초치검을 법민에게 구해달라는 인연이 있었는데.. 그 연개소문이 법민이 왜로 망명당시 왜국의 원영진인 천황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물론, <일본서기>등의 사료를 중간중간에 언급했지만 확실히 명명된 것은 없었다. 결국, 연개소문 천황이 병으로 죽은후 왜국 내의 친백제파와 친고구려파 간의 정쟁 속에서 스스로 천황이 될 것을 결심하더니.. 미리 신라에 군사 원조로 손쓰고 친고구려파 진영에 가담해 반란을 진압하며 마침내 제42대 문무천황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렇게 기존 1,2권과는 틀리게 3권은 문무왕의 왜국 망명과 함께 그곳에서 암중모색 생활과 반란 진압후에 천황에 자리에 오르며 11년간 치세를 간략히 얘기하고 고굉지신 광길을 잃은후 생을 마감하며 끝맺는다.

그런데, 이것은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뒤엎는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책 뒷편에도 한일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라는 신라 30대 문무왕과 일본 42대 문무천황에 얽힌 1300년전의 역사의 비밀을 일본서기와 속일본서기에 나와있는 사실을 재해석하여 고대 한중일 삼국간의 비밀을 파헤쳤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즉, 소설대로라면 연개소문에 이어 문무까지 왜의 천황이 된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찌보면 기분좋은 설정이지만 역사 소설이라면 역사가 기본 바탕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배워온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 이렇게 뒤엎는 반전?을 제공한다면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감흥은 없다.

1, 2권이 법민의 출생부터 삼한일통의 과정을 그린 고뇌의 모습으로 감흥이 일지만.. 3권에서 문무왕 법민이 색다르게 천황으로 변모된 모습은 감흥이 아닌 흥미로 그친 이야기일 뿐으로 초중반과 후반의 각 이야기는 너무나 상충된 이미지로 고착되 버리며 책 전체 얼개에 찬물을 끼엊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천황 등극의 역사적 미스터리로 올곧게 나갔다면 이견이 없을 책이.. 삼한일통 사후에도 용이 되고자 했던 그가 천황으로의 마지막 생애의 모습은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처음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 되버렸다. 아.. 법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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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 - Zombielan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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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체이자 서양 강시 좀비들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켵에 친숙한? 캐릭이 되어 버렸다. 영화내에서 B급으로 주류를 이르며 생각없이 자극적인 것을 원할때 좀비물 만큼 좋은 것도 없다. 기존의 인기작들인 레지던트 이블, 새벽의 저주, 28일후, 28주후, 랜드오브데드 같은 좀비의 좌장격 영화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좀비 영화를 소개해 본다. 먼저, 좀비가 전세계를 뒤덮은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네 명의 생존자가 겪는 모험을 코믹하게 그려낸 호러 코미디물인 '좀비랜드'가 있는데 시놉시스는 이렇다.

좀비들이 지구를 지배하는 미래. 영화는 이 암흑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깨우친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첫번째 남자인 엄청난 겁쟁이 콜롬버스는 지독한 공포감 덕분에 살아남은 경우. 반면, 두번째 남자 탈라하시는 각종 무기로 무장한 채 좀비를 무자비하게 제거하면서 스스로를 지켜간다. 특별한 목적지없이 떠돌던 콜롬버스와 탈라하시 콤비는 여성 생존자들인 위치타, 리틀록과 조우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4인조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좀비에게 잡아먹히는 것이 더 나은것인지 헷갈리는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좀비 영화에서 줄거리는 뻔하다. 암시나 복선같은거 없이 그냥 살아남은 인간과 좀비들과의 사투만 있을 뿐이다. 그 사투를 어떻게 그리느냐.. 좀더 잔혹하게, 잔인하게, 아니면 코믹하게 때로는 엣지있게..ㅎ 이 영화에서는 미합중국이 좀비들로 가득찬 현실에 살아남은 자인 어느 겁쟁이 청년의 눈으로 좀비들을 대항하고 다른 이들과 의기투합해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그 사투는 때로는 고어스럽지만 개그적인 코믹도 보여주며 마치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보는듯 싱크가 떨어진다. 결국, 곳곳에 좀비들이 득실댄 세상에 마지막 놀이동산에서 그들을 일망타진 하는 그림은 마치 즐기듯 사냥놀이를 하는 것 같다. 창의적인 오프닝 크레딧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진중함이 아닌 그로테스크하고 공포와 슬랩스틱을 피빛의 향연으로 코믹하게 버무려낸 좀비 영화로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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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줘! 제니퍼 - Jennifer’s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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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들의 실사같은 대향연을 그린 영화 '트랜스포머1,2'의 섹시 아이콘 메간폭스가 첫 주연을 맡으면서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의 원제는 에로영화를 연상케하는 '제니퍼의 육체'로 눈길을 끌었지만.. 개봉 당시 전 세계 개봉을 목표로 했다가 흥행 부진으로 전면 취소당해 '메간 폭스의 굴욕'이라는 기사까지 뜨며 눈길을 끌고자 애썼던 영화이다. 얼마나 부진하고 망했길래 원대하게도 전 세계 개봉을 목표로 했던 영화였을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미네소타 주의 한 시골마을. 고등학교 치어리더 팀의 섹시한 팀장인 제니퍼 첵은 학교 최고의 퀸카로서, 학교의 모든 여학생들은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모든 남학생들은 그녀와 잠자리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제니퍼와 어릴 때부터 절친이었던 아니타 ‘니디’ 레스니키는 별인기없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어느날, 제니퍼는 한 록밴드의 사탄숭배 의식에 희생물로 참가하게 되는데, 일이 뜻하지 않게 진행되면서 악마에 의해 영혼을 지배당하는 신세가 된다. 예전의 ‘악마 같은 여고생’에서 이제는 ‘진짜 악마’로 변한 제니퍼는 같은 학교 남학생들을 한명씩 잔인하게 살해해 나간다. 평생을 제니퍼의 그늘 속에서 살아온 니디는 제니퍼의 살인 행각을 막아 마을의 남학생들을 보호하기로 결심하는데..
 

이렇듯 이 영화는 한마디로 섹시호러물 장르로 주인공 제니퍼(메간 폭스)가 좀비같은 괴기스런 모습으로 돌변하며 사람들을 죽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장르는 공포, SF, 스릴러, 코미디로 나누었는데.. 사실, 어느것 하나 제대로 그린건 하나도 없다. 공포의 장면은 익숙하게 봐온 여자 괴물 변신 시리즈로 인기를 모은 '스피시즈'와 너무 흡사하다. 아니 어찌보면 결론적으로 스피시즈가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단, 이런 괴기의 역할을 섹시퀸 메간 폭스가 하면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그 그림은 좀 역할뿐 무섭지는 않다. 그리고 이게 왜 SF고 스릴러, 코미디인지도 플롯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탄 숭배 의식에 처녀가 아니었던 제니퍼가 악마로 변신한 초자연적인 내용을 넣었지만 너무 작위적이고 와닿지 않는다. 도리어 제니퍼 상대역의 순진한 여자친구가 제니퍼와는 상반된 이미지로 분전한게 돋보일 정도다. 물론, 그녀도 자신의 남자친구의 대한 애정의 발호였겠지만.. 영화는 이 순진한 여자친구의 눈으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초자연의 도움?으로 좀비같은 악마로 변한 제니퍼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호러의 주인공일뿐.. 다만 그녀의 섹시한 몸매는 볼거리일뿐.. 그래서 '제니퍼의 육체'로 제목을 지었지만 결과는 망했다. 왜냐면 영화가 주는 기본 스토리도 진부하고 많이 봐온 내용에 대단한 그림이 있는것도 아니다. 좀비스런 모습에 스피시즈같은 괴물로 변한 그녀는 이 영화에서 피떢칠 변장으로 고생했지만.. 국내 개봉시 '죽여줘 제니퍼'라는 유치하고 웃긴 제목이 어찌보면 흥행 부진에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이 영화는 순진한 여자친구의 젊은 시절 황당하게 겪은 꿈같은 호러의 애기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도 남는게 있다면 역시 메간 폭스의 섹시한 몸매정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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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
에드워드 앤더슨 감독, 카메론 굿 맨 외 출연 / 이엔이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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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에 스릴러를 접목한 영화가 있는데 바로 '셔틀'이다. 물론 호러는 아니지만 제목이 말해주듯 셔틀버스를 탄 이들이 살인마와의 사투를 그린 영화인데 시놉시스는 이렇다.

단짝 친구와의 여행에서 돌아온 멜은 서둘러 집으로 가고 싶지만 공항 수하물 센터에서 가방을 찾지 못한다. 가뜩이나 심란한데 비까지 쏟아지고 시내로 향하는 버스마저 끊기고 만 상황. 다행히 멜은 한 운전사의 호의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셔틀 버스에 오른다. 하지만 승객들은 곧 집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잠시, 친절했던 운전사는 버스를 어두운 폭주대로로 몰고 가 목숨을 위협하는 살인마로 돌변한다. 이제 누구 하나 믿을 수 없게 된 승객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여기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끼어들면서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켜져 가는데..

이렇게 예기치 않게 셔틀버스에 탄 이들이 운전사가 살인마로 돌변하면서 위기에 처하고 이 살인마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플롯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셔틀버스는 같은 거리를 도는 느낌을 주는데.. 한적하고 음산한 밤거리를 도는 동안 외부의 헬프요청이 안됐는지 좀 억지스럽고.. 중간부터의 사투의 과정이 슬래셔 무비를 보듯 잔인한게 그렸지만 계속 밤거리를 도는 셔틀버스에서는 이야기의 진전이 없고 긴장감도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결국 그 안에 탄 이들이 살인마의 마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탈출시도의 모습과 가장 궁금한 운전사 살인마의 의도를 끝까지 숨기며 의문을 자아낸점이 이목을 끈다. 그런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는데.. 마지막에 살은 남은 여자들의 사투속에 모습은 우리 영화 문성근, 추자연 주연의 '실종'같은 그림으로 오버랩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그 '실종'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의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커넥션을 그린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주류 영화는 아니지만 B급 영화로는 나름 볼만하지만 공포라는 장르속에서 씁씁할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이런 된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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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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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1475 ~1507)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사실, 이 역사적 인물은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기에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로마사에 매료돼 <로마인 이야기>등으로 인기를 끈 시오노 나나미에 의해서 그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것도 책 제목처럼 우아하게 말이다. 우선, 본 책은 르네상스 저작집 시리즈 국내에는 96년에 첫 출간되면서 인기를 끈 작품으로 두번째 저작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받은 소회는 평전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소설의 형식을 중간중간 빌어써 읽기가 무난한 느낌이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 공국들의 관련된 지방과 참주들의 이름이 많이 나와서 집중을 안하면 혼선을 겪기도 한다. ㅎ 과연, 그는 누구길래 이렇게 '우아한 냉혹자'라 했을까.. 냉혹과는 상반되는 우아하다는 표현이 어찌보면 반어가 아닐까라고 읽기전 잠깐 생각도 했지만.. 먼저, 잘 알려지지 않은 체사레 보르자의 이력과 지내온 인생사를 본책의 소제별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책 서두에서 '신뢰는 무기를 이긴다(FIDES PRAEVALET ARMIS)'로 포문을 연 이 책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이야기를 한다.

첫째 '주홍색 법의'편에서는 이탈리아 15세기말 알렉산데르 6세의 교황의 아들이자 기독교 세계의 이단아로 태어나 적자는 아니었기에 교회의 군주라 하는 추기경이 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하지만 교황인 아버지의 강력한 추진으로 추기경의 자리에 올라 주홍색 법의를 걸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추기경에 머물르지 않는다. 당시 최고 권위인 로마 교회를 철저하게 자신를 위해 이용함으로써 기독교를 모멸하며 과감히 주홍색 법의를 던져버리고 이탈리아 전체로 눈을 돌린다.

그러면서 둘째 '칼'이라는 소제목에서는 이책은 절정에 이른다. 즉, 근대 이탈리아의 시작이라 일컫는 1494년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침공으로 나폴리 공화국의 왕위 계승권 다툼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밀라노 공화국의 일명 '일 모로'로 불리는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길잡이 역할로 이탈리아는 위기에 처하고 당시 19살의 체사레는 강화 조건으로 인질로 잡히는등 위기에 처하지만 샤를 8세의 자멸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체사레의 동생 후안 간디아 공작에 대한 교황의 총애와 그의 의문의 암살사건에 배후로 지목된 형인 체사레 보르자.. 이후 전면에 나선 체사레 보르자가 프랑스의 루이 12세와 정략적으로 손을 잡으며 무장으로써 위용을 떨치는 첫 관문의 포문을 연다.

바로 1498년부터 1503년까지 4년간의 시기로 이때 체사레 보르자는 거칠것이 없는 이탈리아 최고의 아름다운 무장으로 로마냐 공국을 공략하며 이몰라, 포플리, 페사로, 체세나, 파노, 파엔차등의 영지를 자신의 지배하에 놓으며 위용을 떨치고 로마냐 공작에 임명된다. 이런 그의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되는데.. 그런 과정속에서 그의 잔인성과 냉혹함을 이렇게 대신한다. '피로 손을 더럽힐 바에야 차라리 온몸을 피에 담가버리는 그런 사나이다.' 여기서 피렌체 공화국도 위기에 빠지자 교섭의 목적인 특사로 파견된 인물이 니콜로 마키아벨리였고 그는 마치 종군기자처럼 그를 지근에서 지켜보는데 좀 처럼 말이 없는 알수 없는 매력과 경외감에 빠진다. 이런 그의 성정을  '칼'로 대변되는 과정은 체사레는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행동의 천재로 보는 작가의 의중이 많이 들어가 보이지만.. 그런 체사레의 모습이 웬지 낯설지 않은 것은 왜일까..

그런데, 이런 그도 위기를 맞는다. 자신의 휘하 용병대장 5인방이 자신에게 칼을 돌려 반란을 일으킨 것인데.. 이 과정에서 궁지에 몰리지만 날카로운 정세 파악으로 반란군의 자중지란을 이끌어 교섭과 강화조건으로 그들을 회유한다. 하지만 회유한 그들을 초대해 척결하는 모습은 바로 반전이 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우아한 냉혹'으로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반란군을 진압하며 한숨을 돌리지만 이미 이탈리아 정세는 프랑스 루이 12세와 에스파냐의 페르난도와 이탈리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베네치아 공화국 삼파전 틈바구니속에서.. 체사레 아버지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연로하고 열병에 빠져 죽게되니.. 이때부터 체사레도 중병을 앓고 그는 서서히 시들어간다.

그 마지막은 '흐르는 별'로 그의 종말을 애기하는데.. 최후의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중병을 앓으면서 세력이 약화되고 그 넓던 영지는 계속 줄더니.. 새로 즉위한 교황 율리우스 2세와 다른 반대파 세력의 출현으로 궁지에 몰리며 성채에 갇히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온갖 고초를 겪는다. 급기야 에스파냐 모타 성채에 투옥되며 생을 마감할 찰나에 지지세력에 의해 가까스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가 찾아간 곳은 나바라왕국.. 이 나바라 왕국이 프랑스 루이 12세와 손잡고 반 에스파냐의 기치에 체사레까지 보호하고 있으니.. 에스파냐 왕 페르나도는 당대 대담한 용맹을 자랑하는 보몬트 백작으로 그들을 치라 명한다. 이때 체사레는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듯 적진에 들어가니 과연 그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을까.. 그 결말은 바로 그의 짧은 31년 인생의 종착지가 되고 만다.

이렇게, 그의 짧은 인생을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체사레 보르자에 대한 애정의 열망으로 풀어낸 이 작품의 얼개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같은 평전을 그려냈다. 결국,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룰모델이자 독살과 음모로 가득찬 보르자 가문의 이단아 체사레 보르자는 잔인하고 냉혹하다는 단면의 평가에서 벗어나.. 그가 꿈꾸고자 했던 야망속의 이상의 실현을 역사의 한 구석에 몰려 유폐된 지극히 현실주의 인간상을 끄집어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때로는 우아하든 아니든 말이다. 그래서 체사레 보르자를 더 알고 싶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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