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브이 포 벤데타
제임스 맥티그 감독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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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네티즌 사이에 입방아에 오른 영화였던지라.. DVD로 소장중인 작품이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됐다. 뭐.. 말이 필요없다. 어떤 이들은 쓰레기 같은 혁명영화라고 하는데.. 그만큼 영화가 주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어찌보면 가면으로 덧칠해진 면상은 우리게 익숙한 배트맨이나 쾌걸 조로를 보는듯 한데.. 이들은 오로지 악당을 처단한 것이라면.. 여기서 브이는 악당보다 더한 정부.. 즉 국가를 향해 칼날을 신날하게 던졌으니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제3차 세계대전 후 완벽하게 통제된 미래 V가 돌아왔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 낸 또 다른 가상현실!


미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 정부 지도자와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은 ‘정신집중 캠프’로 끌려간 후 사라지고,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녹음 장치가 설치되어 모든 이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삶을 유지한다. 어느 날 밤, ‘이비’라는 소녀가 위험에 처하자 어디선가 한 남자가 나타나 놀라운 전투력으로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다. 옛날,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사형당한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뛰어난 무예와 현란한 두뇌회전, 모든 것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는 ‘V’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진 의문의 사나이.. 그는 무엇을 위해 세상에 나왔을까..



이렇게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는 암울한 시대극이자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시대는 전체주의로 일관하며 철권통치로 통한 국민들을 억압하고 언론을 장악하는등 정국은 이미 장악된 상태.. 이런 장악된 현실에서 홀연히 나타난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브이다. 하지만 브이의 탄생에는 이력이 있었으니 이렇다.

그는 400년 전에 존재했던 또 하나의 전설적인 인물 '가이 포크스'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간다. 시대를 앞서간 무정부주의자이자 브이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일명 '화약 음모 사건'의 주도자인 가이 포크스는 1605년 11월 5일, 영국의 제임스 1세 정부의 독재에 항거하기 위해 장작더미 아래 36배럴의 화약을 숨겨서 의회 지하터널로 잠입했다가 체포되어 처형된 역사적 인물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매년 11월 5일 의회와 왕이 속한 영국 국교회의 박해를 끝내버리고 새로운 왕조를 세우고자 했던 가이 포크스의 좌절을 기리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장식하고 포크스의 가면과 인형이 전국적으로 팔려나간다. 그날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해 브이는 1605년 실패로 돌아갔던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겨 의회를 폭파시키기로 결심해 2040년 11월 5일, '화약 음모 사건'의 날 시민들을 집결하도록 만든다. 그러면서 브이는 그 날을 위해서 만만의 준비를 하고 그런 준비의 과정에서 정부쪽 주요 인사들을 신랄하고 엣지있게 암살한다.

그런 과정속에 15년전 레옹의 여자로 나온 어린 소녀 마틸타가 커서 이제는 브이의 연인으로 나왔으니 그녀가 바로 나탈리 포트만이다. 영화 '천일의 스캔들'에서 헨리8세의 두번째 왕비이자 엘리자베스 1세를 낳은 앤 볼린으로 열연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더욱더 열연을 했다. 삭발 투혼에 정부에서 브이를 숨겼다는 죄명하에 수용소에 갇히며 고초를 겪는다. 브이역은 매트릭스에서 악당으로 열연한 휴고 위빙이 맡았다. 암튼, 이렇게 브이는 영국 정부로부터 테러리스트로 지목되며 그를 죽이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그는 동해번쩍 서해번쩍 암약하기에 하지만 브이도 11월5일 그날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었으니.. 그와 함께 동조한 시민들은 그들의 혁명을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영화는 어찌보면 단순한 스토리다. 즉, 철권통치에 반하며 한 영웅이 나와 그런 정부에 통렬히 복수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내면에는 통제되고 억압된 사회속에서 나타난 브이는 세상을 조롱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헨리 5세>의 대사들을 인용하고.. 분열되고 투쟁하는 현실세계의 아픔을 노래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읊으며 악을 응징한다. 한마디로 그만의 색깔있고 엣지있는 복수의 화신 브이다.

이런 브이는 결국,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모아 폭력과 압제에 맞서 싸우며 세상을 구할 혁명을 계획하게 되고.. 브이의 숨겨진 과거를 알아가는 동안 자신에 관한 진실을 깨달아가는 이비(나탈리 포트만)는 점점 브이에게 이끌려 그의 혁명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얼개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억압되고 왜곡된 현실의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 결말은 저 그림으로도 대면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지 않으니 작금의 우리 현실과는 다르다고 반문하지 못할 것이다.

개봉은 2006년 봄에 한 영화가 왜 아직도 TV를 통해서.. 심지어 케이블에서도 방영될려다 취소된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길 바란다. 그나저나 저 브이 가면을 어디서 구할 수가 없을까.. 가면의 얼굴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즉, 홍조띈 분홍빛 얼굴에 귀까지 올라간 썩소.. 하지만 굳게 닫힌 저 큼직한 입이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브이의 엣지있는 칼날 액션이 돋보인다. 매트릭스를 만들어낸 위쇼스키 형제에 의해서 재탄생한 브이판 매트릭스 액션으로 참 엣지있다. 

결국, 마지막 수만의 브이의 가면을 쓴 시민들은 혁명을 성공 했을까.. 그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매력일 것이다. 그런데, 불꽃놀이에도 그런 의미가 있었다니.. 암튼, 이 영화를 강추하며.. 특히 이 정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는 바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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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저주(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잭 스나이더 감독, 사라 폴리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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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서양강시이자 살아있는 시체들의 잔혹한 향연인 좀비물을 좋아하는데.. 무슨 좀비물에 명작이 있게냐며 반문할 수 있지만.. B급 영화로 전락한 가운데 그래도 좀비물에도 스토리와 세련된? 영상미를 자랑하는 작품이 있으니 난 그것이 2004년작 '새벽의 저주'라 본다, 특히 이작품은 전설적인 걸작 호러 시리즈인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부작 중 1978년 개봉했던 동명의 시리즈 2탄을 리메이크한 좀비 호러물이다. 예전에 케이블을 통해서도 봤는데.. 주말에 XTM에서 '새벽의 저주'를 해줘서 다시 봤는데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인해 시체들이 좀비가 되어 무덤으로부터 되살아나 정상적이던 사람들을 물어뜯어 좀비로 변화시키면서, 미국 전역은 아비규환의 상태로 빠진다. 워싱턴 주의 중급도시 에베렛의 상황도 마찬가지인데, 간호사 애나(폴리)와 경찰관 케네스(레임즈)를 포함한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들은 피신처를 찾아 대형 쇼핑몰로 숨는다.

하지만, 살아있었을 때 쇼핑을 즐기던 희미한 잔존 기억의 영향인지 좀비들이 쇼핑몰로 모여들면서, 이들 생존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이제 이들은 쇼핑몰의 셔틀버스를 이용, 좀비들로 오염되지 않은 섬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데, 과연 수천의 좀비들을 뚫고 탈출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스토리는 뻔하다. 좀비들에게 살아남긴 위한 인간들의 사투.. 그런데, 이 영화는 눈여게 볼 것이 사투의 공간을 쇼핑몰로 두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벗어나 안전한 장소로 가기 위한 재난 영화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투의 공간속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군상을 통한 비루함과 처절함등.. 밖에서 질주하는 스피드감의 좀비들로부터의 공포는 계속되는 가운데.. 영화는 쇼핑몰내의 인간들의 이야기에도 할애를 많이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좀비들은 시시각각 쇼핑몰로 달려드는데.. 결국, 쇼핑몰 옥상에서 구조 요청을 하는 그들과 맞은편에 살아남은 또 다른 인간.. 과연 그들은 좀비들로 부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최근에 나오는 좀비물들의 성향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비롯해서 '좀비랜드'의 류는 때로는 코믹스럽게 컬트적으로 그리면서 좀비물에 나름 변화가 감지된 느낌이다.

그런 반면에 '새벽의 저주'는 시간의 흐름이 5년을 암시하듯.. 위의 두 영화들처럼 코믹하게 그리거나 컬트적이지 않다. 대신 이 영화는 좀비물도 진중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인간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즉, 아무 생각없이 슬래셔 무비처럼 닥치는대로의 사투가 아니라는 점.. 그래도 사투는 사투스럽게 그렸는데 어떻게 그들은 좀비들로부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아마도 마지막 결말이 해안가 보트쪽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컷을 놓치지 말고 끝까지 보시길 바란다. 그래서 이런 묘미속에 좀비물의 명작이 아니겠는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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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 The Fianl Destina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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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잔혹 살인 게임을 그린 '쏘우'처럼 나름 유명한 영화다. 서서히 다가오는 정해진 죽음의 공포.. 그것을 거스리면 언제가는 죽게되는 상황으로 가기까지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영화.. 전작 1편에서 초반 비행기에 타게되면 떼죽음을 당할 현장을 보고 빠져나온 이들의 죽음의 과정.. 2편은 초반 고속도로에서 연쇄 충돌 사고 현장은 아직도 ㅎㄷㄷ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편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기구에서 썬텐하던 두 여자의 참혹한 죽음과 놀이공원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현장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번 4편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죽음과 맞서라! 1초 먼저 생각하고, 1초 먼저 움직여라..

자동차 레이싱 대회 관중석에 앉아있던 닉(바비 캄포)은 갑자기 불길한 전조를 본다. 레이싱 카들이 연쇄 충돌을 일으켜 날아온 파편에 친구들이 죽고 무너진 건물이 자기를 덮치는 끔찍한 환상! 악몽에서 깨어난 닉이 친구들을 끌고 경기장을 막 빠져 나온 찰나, 닉의 환상은 현실로 이어진다. 닉과 친구들은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피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불길한 죽음의 환상은 계속해서 닉을 찾아오고,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갈수록 끔찍한 방법으로 차례차례 죽음을 맞는다. 닉은 친구들의 죽음을 막으려 하지만 자신도 마지막 운명에 이르기 전에 다시 한번 죽음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렇게 이번에는 자동차 레이싱 대회에서 포문을 연다. 즉, 이 현장에서 자동차들의 연쇄 충돌로 모두 죽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항상 그렇듯 주인공은 데자뷰를 통해서 미리 죽음의 현장을 보게된다. 그러면서 빠져나오고 살게 되지만.. 죽음의 순서를 어긴 그들은 또 다른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죽음의 순간들이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물건의 고리들이 연결돼 죽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것을 어떻게 보면 황당한 죽음일 수도 있지만 볼때마다 우리도 저렇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위기감에.. 적잖이 손발이 오그랄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번 4편은 전작들보다 런닝타임이 짧아졌지만 스피드하게 전개했다. 대신 연기자들의 연기는 좀 아닌듯 하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연기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색다르고 엣지있게 죽이는 과정을 그려야 하는 것이 관건인 영화다. 그래서 초반 레이싱 사고로 죽음의 장면은 그런점에서 합격점이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사람이 죽는 과정을 그대로 쏟아낸 마치 슬래셔 무비의 잔상들.. 이른바 사람 절단, 머리통 수박처럼 깨지기, 살점이 흩어지는 영상들이 리얼하게 화면 곳곳에 남긴다. 잔혹한것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보지 마시길.. 하지만 더 즐기라고 3D 입체 안경까지 주었던 센스.. 특히, 마지막 영화관에서 죽음의 과정도 슬래셔 비쥬얼답게 잘 그렸는데.. 과연, 죽음의 과정에서 벗어난 그들은 시시각각 좁혀오는 죽음의 순서를 피할수 있을까.. 초반과 마지막에 빠른 비트의 락버전으로 사람의 뼈대를 보여주며 4편의 느낌을 얘기한 파이널 네스티네이션4..  

이 시리즈는 항상 그래왔듯 마지막에 주인공은 운명의 죽음 앞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의 떡밥을 던지지만.. 사실, 스토리 중심보다는 어떻게 엣지있게 죽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데스티네이션' 영화의 시리즈들.. 그냥 스토리를 배제하고 그런 장면들만 모아서 따로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모아서 보는 재미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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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 2009 제17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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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전 지도의 금자탑인 '대동여지도'를 남긴 김정호를 모를 이는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배웠듯이.. 하지만 그는 고산자(古山子)라 불린다. 그것은 오로지 생애를 바쳐 그 모든 것을 품어안았고 평생 산을 그리워하며.. 그 산중에서도 옛산을 닮고 그 옛산에 기대어 바람처럼 살고 했던 고산자 김정호 선생.. 그는 조선 후기의 유명한 관리출신도 아니요 가난하고 몰락한 중인 신분의 한낱 지도쟁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지도쟁이는 조선의 강토를 사랑한 나머지 생애를 바쳐 그 모든것을 품고자 했다.

이런 그의 일대기가 박범신의 힘껏 벼린 문장과 장엄한 울림으로 한땀 한땀 그의 생애를 복원하며 첫 역사소설로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책은 초반 쉽게 읽히지 않는다. 각종 고어(古語)와 문학적인 표현과 순수한 우리말 배치에 현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은 그냥 소설로 치부되기에 너무나 숭고한 맛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작가의 역량이자 역사 문학의 새로운 감흥이라 말하고 싶다. 과연,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생애는 어떠했을까 그 이야기의 실타래는 이렇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이 아니기에 통속적인 김정호의 어린 시절부터 얘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이미 대동여지도의 판각이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수정하고 목판본 작업을 그린다. 그래서 소문대로 백두산을 열번이나 오르며 그 힘들고 뼈를 깍는 고통으로 만들어진 대동여지도의 탄생 과정은 빠져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이야기는 조선후기 민중의 난 홍경래의 난(1811년)의 중심으로 김정호 삶의 전과 후를 조명한다.

그 난에 참가했던 형의 죽음과 그 난을 진압하러 떠난 지원대 행렬속에서 군현도의 잘못된 지도로 길을 헤매면서 아버지를 포함해 전원이 죽은 사건. 그때 김정호는 생각한다. 지도가 사람을 죽였다고.. 그래서 백성을 위한 지도, 누구나 쉽게 갖고 볼수 있는 지도.. 그것이 그를 평생 지도쟁이로 만들었다. 그 후 김정호는 길을 떠나 이 나라 강토를 하나하나 밟으며 땅의 형상과 물의 흐름 산의 굴곡을 몸소 체험한다. 그런 과정에서 혜련 스님과의 아련한 인연의 끈과 그 스님에게 건네받았던 딸 순실이.. 이들의 얘기는 한편의 가녀린 서사적인 표현으로 일관한다. 어찌보면 <고산자> 생애의 새로운 꿈같은 이야기로 읽은 이로 하여금 몽롱하게 만든다. 

이렇게 그가 찾아떠난 혜련 스님의 발자취속에서 조선 강토를 주유천하한다. 그런 과정에서 당대 실학자 혜강 최한기, 오주거사 이규경, 위당 신헌, 난고 김병연(김삿갓)과 대동여지도에서 간도, 대마도와 독도(우산도)가 빠진 당위성에 대해서 김정호는 설파하는데 바로 이용후생이자 실사구시의 입각한 지도 편찬의 효용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자세히 펼쳐진다. 즉, 지도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 그리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신념.. 그것이 그를 지탱해준 힘이자 원천이다. 

그러면서 마지막 『대동지지(大東地志)』편찬을 위해서 북쪽의 넓은땅 간도 답사를 떠난것이 화근이 되어 우리가 많이들 알고있는 오류중 하나.. 바로 첩자로 몰려 조선의 최고 권력가 안동 김씨 일파에게 호된 고문으로 목숨이 위태로워 지는데.. 하지만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당시 조선후기 천주학쟁이들의 박해는 천하가 다 아는 사실, 결국, 그의 딸 순실이도 몰려 위험에 처해지자 아비의 애끊는 부정으로 만장(輓章)을 통한 눈물나는 탄원크리.. 결국, 그는 딸을 구했을까? 이후 김정호는 어떻게 됐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책의 마지막에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예감할 수 있듯이 그는 한평생 지도쟁이로 살다간 그다. 그에 대한 정확한 생몰년이 없는 신비스런 인물로 그가 남긴 방대한 지도와 지리지만이 그의 업적을 얘기할 뿐이다. 이런 고산자 김정호의 흔적은 지도의 업적으로만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강토에 기대어 바람처럼 살고 싶어했던 그의 일대기를 박범신은 유유하면서도 숭고하게 그렸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인 것이다.

불과 150여년전의 선조였던 그도 그리고 변하지 않은 강토에 지금도 우리가 살고 있으니.. 한 평생 지도로 그려낸 고산자 김정호 삶의 여정에 우리도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래처럼 그의 이상과 함께 말이다.

평생 꿈꾸어온 것이 무엇이었던가..
조정과 양반이 틀어쥔 강토를 골고루 백성에게 나눠주자는 것이고, 조선이라는 이름의 본뜻이 그러하듯.. 강토를 세세히 밝혀 그곳에서 명줄을 잇고 있는 사람살이를 새롭게 하자고 한것 뿐이다. 땅의 흐름과 물의 길을 잘 몰라 떠도는 사람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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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Thirs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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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공포 호러물에 단골 소재인 뱀파이어가 우리식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것도 일반 평이한 연출이 아닌 그로테스크하며 독창적인 스토리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의 삼부작으로 유명한 감독 박찬욱이 연출했다는 박쥐.. 영화는 눈길을 끌게 만드는 이른바 '거시기 마케팅'인 송강호의 성기 노출과 김옥빈의 가슴 노출.. 그리고 둘의 치명적인 섹스가 난무?했다는 입소문을 탄 영화.. 하지만 무언가 내제된 메세지를 던져준 영화다. 아니다 최악의 영화로 남는게 없다등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신부, 뱀파이어가 되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 하다가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실험 도중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에 이르고,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아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하지만 그 피는 상현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렸다. 피를 원하는 육체적 욕구와 살인을 원치 않는 신앙심의 충돌은 상현을 짓누르지만 피를 먹지 않고 그는 살 수가 없다. 하지만 살인하지 않고 사람의 피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이렇게 뱀파이어가 된 신부.. 뭐 대단한 설정도 아니다. 외국 뱀파이어 영화에서도 많이 나온 소재다. 그리고 그렇게 뱀파이어가 된 신부는 항상 자신이 지켜온 신앙심 앞에 번뇌와 고뇌를 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살인을 하지 않고 피를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모습.. 그런데, 그 모습이 웬지 웃기기도 하고 작위적이며 극의 초반은 지루함속에 신부 상현의 말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흑백미를 조화시킨 영상미로 영화는 찻잔속의 고요처럼 잔잔하게 흐르며 피칠을 하는 대비감은 좋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신부 상현은 새로운 인물 태주(김옥빈)을 만나면서 그는 알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에 빠지고.. 급기야 둘은 섹스 쾌락에 빠져든다. 그런데 이런 태주의 설정 캐릭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마치 암울하고 우울증에 빠진 주부역을 한 김옥빈의 연기력 논란을 떠나서.. 그녀는 마치 연극에서 방백을 치듯 내뱉는 그녀의 연기는 심히 보기 불편하다. 너무 역설적으로 애쓰려는 흔적히 역력한데.. 하지만 이 애쓰는 흔적들을 갖고 간 그녀는 후반으로 갈수록 포텐하는 이질감 또한 보여준다.

암튼, 둘의 계속된 치명적인 관계속에서 태주는 상현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처음에는 두려움을 갖지만 상현과 작당해서 그녀의 남편 강우(신하균)을 죽이게 된다. 여기서 강우역의 신하균은 마마보이스럽고 사이코같은 열연으로 극에 긴장감을 주었다. 결국, 상현과 태주는 더욱더 가까워지고 태주도 상현의 도움으로 이른바 뱀파이어 걸이 된다. 그때부터 태주 그녀만의 살인의 광기는 시작되고 그런 태주를 상현은 막으려 하는데 쉽지 않다.

과연, 두 뱀파이어의 치명적인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치명적인 사랑과 행각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이 부분은 영화내에서 독특한 설정으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즉, 제 삼자의 눈으로 그들의 치명적 행각을 지켜본 그는 과연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영화를 볼 분들을 위해 남겨둔다.

암튼, 박찬욱 감독 영화라 다른 리뷰도 보면서 많은 의미가 내포된 영화라는 평이 다수다. 예를들면, 박찬욱 감독의 자전적인 얘기다.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 그의 연출 의도를 알 수 있다. 인간의 본능과 억압된 욕망속에서 감춰진 윤리 사이에 끊임없이 갈등하는 영화다. 아니면 사랑과 전쟁의 흡혈귀 버전부터 최악이다는 평까지 다양하다.

사실 내 느낌은 이렇다. 웬지 B급스러움을 A급으로 포장하려는 노력이 보인 영화였다. 즉, 서양에서는 흔한 소재가 된 뱀파이어를 우리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속에서 그려낸 아주 지극스런 치정 멜로물.. 하지만 그 치정 멜로 속에 종교적 관점에서 숨겨진 인간의 광기와 번뇌를 그려내며 피칠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했던 영화라 본다. 그래서 제목도 Bat가 아니라 Thirst 갈증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 갈증에 대한 염원은 저마다 틀리니 잘들 푸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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