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의 심리테라피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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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50이 넘으면 타인의 시선과 뒷공론에도 휘둘리지 않는 의연함으로 자신을 무장하며 살아갈 것으로 여겼지만 기대와는 달리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로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믿었던 친구에게 일상의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해결하려 했던 일들이 여러 친구들의 가십거리로 전락하였던 때 후로는 내면의 소리를 전하는 일이 두려워졌다세상에 마음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자는 공허함에 숲길을 거닐며 부는 바람에 근심을 털어 놓으며 날려 보낸다흙길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무거운 마음은 다소 가벼워져 자연과의 교감 시간이 늘어날수록 삶의 에너지는 비축된다.

 

    절망의 시간을 고통스럽게 견디며 스스로에게 처방하는 심리학에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치유의 도구들이 있어 관련 서적을 찾곤 한다회한으로 남아 있는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이전의 책 이야기와 여행 산문집과는 사뭇 다른 내면을 진솔하게 담았다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향성을 띠는 내 마음과 친구 되는 법을 터득한 저자는 어떤 절망적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 30대 중반 이후 저자는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발견하며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로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내 안의 최고의 힘을 끌어내는 용기로 무의식이 지닌 최고의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실재계에서 자기 안에 잠든 거인을 일깨우는 연마의 과정은 필요조건이다.

 

   적정 나이에 이르면 통과의례대로 학교를 다녀야 했고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크고 작은 갈등과 화해를 거치며 조금씩 우리는 성장한다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선생님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가랑비 옷 젖는 것처럼 서로에게 스며들 수밖에 없다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진위 여부를 따져 보지도 않은 채,

   “또 너니?”

   라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의 한마디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아이로 낙인찍힌 후로는 혼자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했다이와 달리 고등학교 대 만난 고담임은,

   ‘여울인 걱정할 거 전혀 없어요어딜 가든 잘 해낼 거예요.’

   불안해하는 어머니와 딸을 배려하였다이후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며 떨쳐내고 싶었던 아픈 기억과 마주하며 내면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바꿀 용기를 내었다

 

   어린 시절 행상 나간 어머니가 며칠 집으로 오지 못할 때면 불안은 굴린 눈덩이처럼 커져갔다어른들 말대로 젊은 어머니가 팔자를 고칠 생각에 남매를 버리고 가버리면 어쩌나 싶어 애어른 역할을 자처하였다가난한 삶에서 오는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방어기제로 현실적 문제를 회피하던 정신적 퇴행은 조금씩 나이 들면서 줄어들었다어떤 외부의 공격도 내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자기 관리로 전체를 조망하며 상처를 아우르는 그림자까지 포용하게 되었다내면의 희열로 통용되는 블리스를 가꿈으로써 심인성 장애를 극복한 사례를 접할 때면 나 역시 인생이 쓰디쓴 약으로 여겨질 때면 백지를 꺼내 삶의 흔적들을 토해낸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며 지내는 동안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유아적 사고에 편향된 이들은 부정적인 결과를 두고 환경과 남 탓을 주로 하였다심지어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까지 내뱉으며 비난할 때가 있어 부끄러워 계속 이 친구를 만나야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어떤 감정에 빠져 이성적인 판단을 그르치고 있을 때 마음 놓침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때 내가 좀 더 내 마음을 관찰하고스스로 내 마음을 보살필 수 있었더라면.’

   이라는 마음 챙김으로 내 상처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에고와 눈에 보이지 않는 셀프와 대화하며 자기와의 관계를 잘 맺는 일은 자기 공감을 잘하는 일로 연결된다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반색하고 부정적인 언행을 피하려는 이분법적 행동에서 벗어나 전체성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빛만 선택할 것이 아니라 그림자까지 함께 받아들이며 자기 안의 전체성을 통합해 더 나은 자기를 만들어가는 개성화를 지향해야 한다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산티아고 노인은 꿈을 꾸는 한 편견에 갇히지 않음을 생생히 보여줬다그는 청새치를 낚았지만 상어 떼의 습격에 용기 있게 맞서 간난신고 끝에 앙상하게 남은 청새치 뼈를 들고 왔을 때사람들은 노쇠하여도 꿈을 꾸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면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 모두의 마음을 바꾸는 연마제이다상처를 표현하는 글쓰기로 쉽사리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를 통제하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실천이 필요하다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글쓰기 지도 교사로 아이들의 슬픔을 등에 짊어지고 가기로 마음먹은 저자의 다정함은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려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열등감의 요소로 생각하며 부정적으로만 여겼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이를 무의식의 가능성으로 여기며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날을 기다리는 노력이 병행될 때 우리는 진화 발전할 것이다내 인생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고 내 안의 큰 나를 만나며 개성화를 이뤄갈 때 중년의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어린 시절의 결핍이 양분으로 자리해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만든 것이라 자신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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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돈 공부 - 수업은 끝났고요, 재테크 중입니다
천상희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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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바를 충족하기에 필요한 돈은 너무 없으면 불편함이 따른다. 옹색한 살림에 돈이 없어서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고, 하고자 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아 무엇인가를 욕망하기보다는 바라는 마음을 접으며 지냈던 시절이 떠오른다. 어린 나이에 명절은 웃어른들에게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지폐를 받으면 통에 모아뒀다 갖고 싶은 물건을 사곤 하였다. 학창 시절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아본 적이 드물어 용돈 기입장을 쓸 일도 드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의 길을 걸은 지 34년째이나 모은 순자산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퇴직해도 연금과 교직원공제회 적립금이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씀씀이를 키워 소비를 촉진하였다.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동료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곁들일 때가 있어 변동지출이 늘어났다. 돌이켜 보니 가계의 수입과 지출 분석으로 재무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맞벌이 생활 34년이 지났지만 남편과 나는 통장을 따로 관리하며 서로의 월급이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각자 월급을 관리하며 살았으니 후회막급이다. 각자의 월급으로 저축하고 필요에 따라 지출하며 보낸 세월이 너무 길어 통장을 합치기에는 무리가 있어 퇴직 후를 대비해 지출과 소비를 줄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퇴직 후를 생각하여 현직에 있을 때와는 달리 지출과 소비를 줄이며 재무 관리를 꼼꼼히 챙기는 일은 현재에 절실하다.

연말이면 소득 발생에 따른 세금을 산출하여 미리 걷은 세금과 비교하여 과부족을 정산한다. 13월의 월급이라는 말처럼 연말정산 개정 사항을 확인한 뒤 공제 요건을 따져 절세를 위한 실천이 요구된다. 교원맞춤형복지포털에 가입한 단체보험에서는 임신 및 출산 내용을 보장하는 실비보험이 있으니 결혼과 출산을 앞둔 이들은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 안정된 노후를 위하여 드는 연금저축은 연말정산 시 금전적 혜택을 주나, 중간에 이를 해지하면 가입자가 납입한 금액에 비해 손실이 커져 불리해진다. 많은 교직원들이 넣고 있는 교직원공제회의 장기저축급여는 복리상품이므로 누적된 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원금에 더해지는 부가금이 늘어나 복리의 마법 효과가 크다.

돈 공부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교사들이 많을 것이라 여겼는데 여러 유형의 상담 사례를 보며 각자 놓은 상황에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학생들 지도의 어려움에서부터 학부모 민원으로 교단은 위축되어 교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드물어졌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은 바람들을 모아 결성한 경제금융교육연구회에서는 함께 경제금융을 공부하며 재무 상담에 따른 처방을 담은 재무 설계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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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이 함께 풀어야 할 역사, 관동대학살
유영승 지음, 무라야마 도시오 옮김, 시민모임 독립 기획 / 푸른역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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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역사든 민족의 역사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쉼 없이 기록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2391일 오전 1158분 대지진이 관동 지역을 덮쳤다. 진도 7.9의 대지진으로 바람을 탄 화염은 도시 전체를 불태우며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천재(天災) 이면에는 육천 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학살된 잔혹한 살육 현장을 목격한 증언이 쏟아졌다. 산술적인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조선인의 수습되지 않은 유골뿐 아니라 피해자의 신원 확인조차 되지 않은 어두운 역사를 재조명한 필자를 중심으로 한 관동대학살은 역사의 그림자로 남아 있다.


  일본당국은 대지진으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 폐허를 방불케 하는 삶의 터전을 복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조선인 폭동 등의 유언비어를 살포하며 조선인들을 극악무도한 방법으로 살육하였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켜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날조된 유언비어는 바람을 타는 불길처럼 삽시간에 퍼졌다. 조선인 탄압을 위하여 군대와 경찰이 동원되었고, 자경단이란 조직이 결성되어 조선인 대학살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반봉건ㆍ반외세를 외친 동학농민군과 항일 운동에 참여한 이들, 의병 등을 상대로 총칼을 겨눴던 재향군인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자경단이었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혹한 살육행위를 자행하였고, 조선인을 죽인 일을 무용담처럼 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작가는 글 쓰는 일을 숙명으로 알고 근대 일본이 겪은 대지진을 진재 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학 양식을 만들어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작가의 일기와 수기에는 지진의 경험과 보고 들은 학살의 기록을 주로 드러냈다. 대지진에서 살아남아 학살을 피한 조선인은 재난 현장을 떠나 피신하였지만, 그들이 머문 피신처에서도 유언비어는 난무하여 조선인의 박해는 극심하였다. 작가들은 표현의 규제와 검열 문제로 작가들이 일본 당국을 경계한 탓에 도쿄에 계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당국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한계를 보였다. 보도 규제가 해제된 후에도 언론에서는 학살은 불령조선인의 폭동에 대한 자위적 행동이었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의 가해와 학살을 피해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조선인들이 연락선을 타기 위하여 시모노세키로 몰려들자 학살 사건이 조선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 총독부는 부산에 구호사무소를 설치했다. 총독부는 구호사무소에 귀환한 조선인들을 수용하여 학살 사건을 발설하는 것을 막았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조선인들은 아이들이 뛰어가는 소리만 들어도 공포에 시달리며 학살의 기억에 갇혀 일상이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일 엔 오십 전. 십 엔 오십 전이라며 죽창에 찔려 죽어간 조선인들의 참혹한 주검을 목격한 이들은 환각에 시달리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다. 존엄한 생명을 살육하기 위하여 유언비어를 살포하고, 날조된 의견을 들어 폭력과 살인을 정당화하는 일은 근절되어야 한다. 인류의 평화를 위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위하여 한일 양국은 100년 전 관동에서 일어난 일본의 조선인 학살 이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역사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 지금은 가해 사실을 은폐하여 기억 저편으로 사장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진실과 마주하는 용기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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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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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갈무리하는 즈음 한 권의 책을 꾸준히 읽어왔다. 왠지 모를 불안감을 상쇄하기 위하여 읽기 시작한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읽을수록 합성어로 된 신조어가 눈에 띈다. 영문으로도 번역돼 출간된다니 외래어 같은 외국어 사용이 늘어난 것은 아닌지 회의하며 화룡점정에 맞춤한 열 개의 핵심을 좇는다. 인공지능의 총아로 급부상한 챗GPT는 다양한 쓰임을 드러내며 인간의 영역으로 여겼던 분야까지 들어와 진가를발휘하고 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에 따라 새로운 흐름을 잇는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야 할 운명에 놓였음을 실감한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소비를 하더라도 만족도가 크면서 타인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물꼬를 트는 현명함을 갖추고 싶어진다. 예상치 못한 일들에 발목이 잡혀 불운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지청구를 늘어놓기보다는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힘을 스스로 불어넣는다.

청룡의 해 2024년에는 한국에 상서로운 빛이 함께하길 바라며 트렌드코리아 10개의 소비트렌드 두 가지 큰 동향을 본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메타인지를 갖춘 인간으로 생존하기 위한 통찰과 사색은 화두처럼 전제되어야 한다. 고착화된 태도를 버리기 위하여 변화를 마주하는 마음가짐, 변화를 마주한 경험 속에서 학습하려는 마음가짐은 유연함을 지탱하는 근간으로 작용한다.

흐르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자주 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임이 자명하다. 급변하는 다변화된 세상에 시간은 자산으로 대신하여 쓰이기도 한다.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분초사회’는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행해 왔다. 분초를 다투며 시간 효율성을 따지며 실패 없는 시도를 추구한다. 분초 사회를 숨 가쁘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 돌봄,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돌보는 정서 돌봄,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는 관계 돌봄이 ‘돌봄 경제’로 대두된다.

산업화 시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30대 초반인 딸 부부는 가정생활에서 성 역할에 대한 기치관의 변화가 역력하다. 딸 부부는 임신 계획을 세우고 출산 후 어떤 일들을 분담하여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지 사전에 논의하여 에너지 소모를 덜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믿을 만한 이들이 추천하는 가전제품을 혼수로 마련하는 ‘디토 소비’는 짧은 시간에 경험을 따라 소비하는 행태로 떠오른다. 어려운 결혼을 감행한 ‘요즘 남편’은 육아 휴직을 자처하며 살림까지 도맡는 ‘없던 아빠’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시대에 결혼한 부부의 결혼 준비에서부터 결혼, 자녀 출산, 육아에 이르는 과정이 범상치 않음은 고난도의 결혼과 출산을 감행한 부부로 함께하는 육아에 적극적이다.

벽촌에서 나고 자라 농사일을 도우면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하여 졸음을 쫓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길만이 열악한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였다. 그 중에는 개천에서 난 용으로 불리며 지난한 시절을 회고하던 친구들이 있어 희망을 논할 수 있지만 지금은 태어나면서부터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이들이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외모ㆍ학력ㆍ자산ㆍ직업ㆍ성격ㆍ특기 등에서 약점 없는 ‘육각형 인간’을 지향하며 계층 고착화에 대한 울분을 터뜨리기도 한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못하는 것이 없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육각형 인간을 꿈꾸며 나다움을 잃어가는 듯해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해졌듯이 인공지능의 혜택 없이는 살아가기 불편한 시대에 직면하였다. 코딩 교육에 이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당연시되는 때에 인공지능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호모 프롬포트’ 역량이 요구된다. 인공지능의 기술적 결과물에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성찰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갖추는 인간만이 AI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구 절벽 시대에 지역민으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을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지역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만의 콘텐츠를 계발하는 일이 절실하다. 현대의 도시와 지역이 액체처럼 서로를 연결하는 유연성으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는 ‘리퀴드폴리탄’으로의 변모를 그린다.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는 시 구절을 떠올리며 이 세상에 놀러 왔다 때가 되면 죽음의 세계로 향하겠다는 시인의 마음을 떠올린다. 놀이하는 인간으로 유한한 삶을 즐기다 편안한 죽음을 맞고 싶은 바람을 품고 지낸다. 친구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눌 때면 도파민은 분출되다 시간이 흐를수록 겉도는 이야기로 빠져들 때면 스트레스가 치솟기도 한다. 이 때, 세로토닌은 도파민이 이끄는 삶을 제어하며 삶이 균형을 잡아준다.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도파민이 분출되는 행동이라면 다양하게 시도하는 ‘도파밍’으로 이끄는 행태를 제어함으로써 일상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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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창비청소년문학 123
박영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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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틀어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가 있다. 19829월 부산으로 전학을 가 이모 집에서 공부를 해야 했던 순간이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숫기 없이 당하고 사는 남동생을 혼자 보낼 수 없으니 덤으로 누나까지 엎어 부산으로 학적을 옮겨야 했다. 십 리를 걸어 통학하며 정들었던 친구, 교정, 개울, 가로수, 동네 어른들을 품고 도회로 나가 생활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학교를 오가며 적응하느라 힘든 생활도 그럭저럭 시간 따라 흘러가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우정을 두텁게 하는 사이 조금씩 하동에서의 시공간도 아련한 추억 속에 남게 되었다.


  “집은 잘 있어.”

   준이 장원으로 내려가 누나와 통화할 때마다 묻는 말이다. 얼마나 오래 그곳에 머물렀던가보다는 누구와 함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에 따라 한 공간은 서사적 의미로 다가온다. 나의 가족은 성실하게 살면서 서울의 중산층을 꿈꾸며 무탈하게 지냈다.

  '지금까지 세상에 속았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그동안의 일상이 무너져 내린 아빠는 그동안의 생활에 매몰되어 지나왔음을 깨달았다. 지금껏 살아온 서울 생활을 접고 장원으로 내려간다는 가장의 말에 다른 식구들은 선뜻 함께한다는 말은 못하여도 아빠의 생각을 저지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에 익숙해진 엄마는 남편의 뜻을 선뜻 따를 수가 없어 큰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학 갈 때까지는 서울에서 지내려 한다. 가장의 수입이 불투명해지자 대출이 절반인 아파트를 정리하고 그동안 집안 살림을 주로 하던 엄마는 취업을 하였다. 준과 누이, 엄마는 오래된 2층 주택으로 이사해 그동안 느끼지 못하였던 감각의 문이 열리는 경험들을 공유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1층 정원에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들이 그네를 타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다급하게 뛰어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마당 뒤편에는 장작더미가 가지런히 쟁여져 있고, 텃밭에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숲에서 들리는 소쩍새 울음소리, 댓잎들이 소리 내어 우는 소리, 계절 따라 숲을 드나드는 짐승들의 소리 등이 자연의 울림으로 노래한다. 동생인 준이 목격한 바로는 1층에는 백발 할머니와 두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하였다.


    며칠 후 마주친 할머니는 자신이 집주인이라 하지만 뭔가 숨기고 싶은 이력이 있어 보인다. 불도 들어오지 않고 수돗물도 끊어진 집에서 이들이 숨죽여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떠나야 할 상황에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 남매는 생각했다. 자작과 종려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면을 튼 덕분에 서로 왕래하는 사이 남매는 할머니로부터 집안의 내력을 듣고 어절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집을 거처로 삼아 지내는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지 않았던 시공간의 흐름을 감지한다.


    엄마가 쌍화탕을 들고 퇴근한 날에는 엄마를 푹 쉬게 하는 남매의 배려가 돋보인다.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남매의 성숙함은 살고 싶은 집을 팔고 떠나버린 아들을 원망하지 않는 할머니의 넉넉한 마음과도 닿아 있다. 의지 가지 없는 손자들을 돌보며 손닿는 대로 움직이는 할머니의 정성은 비밀의 숲으로 불릴 만한 산삼 밭으로 가는 길을 준에게도 동행케 하였다. 집주인으로부터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명이 떨어지면 비밀 통로로 가기 힘든 산삼 밭을 2층 식구들에게 알려주었다는 점은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믿음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철조망 너머 산삼 밭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꿩들의 안내는 무의식의 흐름에서나 있을 법한 환상이어도 좋다. 자연 만물이 씨앗을 틔우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섭리에서 만나기 드문 흰 꿩을 본 일은 포용력 있는 사랑의 발로라는 생각이다. 먼저 장원으로 내려 간 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떠난 뒤로는 숨어 들지 않은 1층 식구들, 곧 장원으로 내려갈 것 같은 준의 엄마, 여전히 도시에서 살아갈 누나의 행방에 새로운 감각의 문이 열릴 때마다 어느 한 공간에서의 시간을 추억하며 또 다른 인연을 맺고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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