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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평점 :
[8강 타자에 대한 꿈]
배려는 마음을 살피는 것, 나와 타자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기 산업주의가 들어서면서 차이는 배려의 대상이 아닌 차별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왜 그럴까?
가치의 확일화 문제에 있다. 차이가 인정된다는 것은 저마다 다른 가치들이 모두 인정된다는 것인데, 가치가 획일화되어버리면 가치 기준은 오로지 하나이기 때문에 차별이 될 수 밖에 없다. 가치 획일화는 자본주의 구조와 떨어질 수 없다. 이는 모든 객관적 권력이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생존 법칙이 되어버렸다. 아도르노는 생존을 하려면 객관적 권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회를 현대사회라고 말한다. 배려의 불가능성은 위안과 위로의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아도르노는 허위의식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해결할 수 없으며, 객관적 권력의 문제를 통찰과 비판 의식을 통해서 그나마 작은 위안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상품이 된 위안을 '슬픈 무책임'이라고 표현한다. 배려는 우월감을 가진 하나의 권력이 될 수도 있다.
- 배려와 위로, 위안이 쉽지 않으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깊게 공감된다. 나는 진심을 담는다해도 자칫 섣부른 위로가 될 수도 있기에 위로와 배려는 주고받는 어떤 입장에서도 참 조심스럽다. 그리고 배려를 배려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라면 이렇게 비인간적인 사회가 되지도 않았을 거라는 말이 와닿는다. 위로가 상처를 부르는 세상. 오직 가치 획일화 문제만일까? 그리고 확 와닿은 말씀, "그 사람의 상처를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예요. 절대로 사랑이 먼저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