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폴 세잔
단조롭고 자신의 과제에 집중하는 삶을 산 세잔.
애써 '삐뚤어진 삶을 살테다' 작정한 사람마냥 은행장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고, 초기의 작품은 살인, 납치같은 우울하고 기괴한 주제를 통해 삶의 본질을 들여다봄으로써 어둡고 섬뜩해 혹독한 비판을 받기 일쑤였다. 그의 인간 관계도 원만하지 않아 친구인 에밀 졸라와도 절교했고, 사실혼 관계였다가 16년만에 법적 아내가 된 오르탕스는 초상화에서조차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타인으로부터 이해받지도 못했던 세잔은 회화의 본질에 몰두했다. 소설가 로런스는 "40년 동안의 긴 분투 끝에 세잔은 한 알의 사고를 충분히 아는 데 성공했다"라는 말을 했다. 수많은 사과를 그린 세잔은 사과 그 자체만을 직시하고 그에 관련한 실용과 허구성, 고정관념을 모두 걷어냈다. 즉 한 개체의 고유성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보이는 그대로 살려낸 것이다.
세잔, 자신만의 감각적 세계를 구축한 그는 '현대 미술의 아버지'가 되었다.
세잔의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는 예술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도 통용된다. 인종, 연령, 성별 등 각각의 카테고리로 묶어 동일시해 개개인의 개별성을 무시하고 고정관념의 틀에 갇힌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