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임영주 지음 / 앤페이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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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엄마와 아이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엄마는 "엄마 말이 말 같지 않아?"라고 하고, 아이는 "엄마도 못하면서 왜 나한테만 난리야!"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부모와 아이의 모습이긴 하다.

분명 부모는 아이보다 모든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위에 선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심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모와 아이가 의견 충돌을 일으켰을 때, 조급한 쪽은 늘 부모다. 여섯 살짜리 아이와 싸우는 부모는 여섯 살처럼 행동하고, 중학교 2학년 아이와 싸우는 부모는 열다섯 살 먹은 아이처럼 행동한다. 아이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고 소리를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이와 같은 방식으로 토라지기도 한다. 어른인 부모가 유아기적 표현방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이 하나로 족하다. 적어도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화내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부모를 위한 감정 심리 특강이라고 한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임영주. 부모교육 전문가이자 소통 강사이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모토 아래 부모가 정서적으로 아이들한테서 독립하여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고 있다. (책날개 발췌)

아이를 낳는 것은 내 선택이었지만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다. 부모 노릇이 힘들 때, 부모의 자리가 버거울 때, 부모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싶을 때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과연 나를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려보라.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주변을 위협하며 질주하는 분노를 다잡는 좋은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9쪽)

이 책은 총 4 챕터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사랑과 의지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를 시작으로, 챕터 1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챕터 2 '아이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과연 나를 부모로 선택했을까?', 챕터 3 '진짜 희망을 원하는 아이, 가짜 희망이 필요한 부모', 챕터 4 '귀 열어, 잔소리 들어간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것만 기억하리라'로 마무리된다.



솔직히 이 책을 읽다 보면 욱한다. 사람 사는 게 왜 이리 힘든 것인지, 아이 입장에서도 어른 입장에서도 서로 안 맞으면 이거 정말 고통이다. 가족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것이 가족인가 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그런지 느낌이 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

부모는 " 나 좋으라고 이러는 거니? 다 너 잘 되라고 이러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이보다 부모 좋으라고 요구하는 게 더 많다.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의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 (21쪽)



이 책은 실제 부모와 아이들의 사례를 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백 번이고 짐작할 수 있어서 현실감이 느껴진다. 아이도 부모도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이래저래 흔들리며 사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의 성공이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빌 게이츠의 딸이나 일론 머스크의 아들이 받은 성적을 시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지 질투의 대상이 아니다. 평온한 우리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것은 갑자기 올라간 옆집 아이의 성적, 돈도 잘 버는데 육아와 요리까지 담당하는 친구의 남편, 신혼집 마련은 물론이고 아이의 교육비까지 지원해 주는 동료의 시댁이다. (60쪽)



생각해 보면 원래 가르침은 어른이 아이에게로 내려주는 것이었다. 어른이 아이에게서 순수함을 배울 수는 있지만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어떠한가? 많은 부모가 아이로부터 기기 사용법을 배운다. 앞으로는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경험에만 비춰 아이를 판단하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나의 시대와 너의 시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이것이 바로 아이와 관계의 거리를 좁히고, 갈등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227쪽)



이 책은 부모를 위한 감정 심리 특강이다. 지극히 사실적이어서 더욱 뒷골이 당기는 느낌이랄까. 현실 부모, 현실 자녀 느낌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답답함이 있다. 하지만 한 걸음 거리 두기를 하며 근본적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런 집도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과감히 넘어가더라도, '헉, 이건 우리 집 이야기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에서는 열심히 읽어보고 대책을 살펴보자.

후회 없이 매 순간을 산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조금 덜 후회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특히 후회하지 않을 만큼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와 자녀라는 대단한 인연으로 만나 그 어떤 사이보다 후회 없이 사랑을 주고받아야 하지만, 그 어떤 사이보다 큰 상처를 남기는 게 부모와 자녀 사이이기 때문이다. (230쪽)

'지금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건 '어른인 나'가 아니라 '상처받은 어린 나'다.(231쪽)'라는 말이 와닿는다.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아이에게 상처를 적게 남기고 트라우마를 되도록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도록 짚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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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마트 소설 스마트소설 외국작가선 1
주수자 옮김 / 문학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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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명작 스마트 소설』이다. '스마트 소설'이라 명명한 것이 낯설었는데 책 뒤표지에 보니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스마트소설'이란 라틴 문학의 '미니픽션'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문학나무』가 명명한 짧은 소설 장르다. 짧은 소설들이 근래 많이 출현하면서 다양한 이름들로 명명되고 있지만 이런 소설 형식이 문학의 역사에서 새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두고자 한다. (책 뒤표지 중에서)

긴 호흡의 소설도 물론 좋지만 읽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 요즘 같은 때에는 짧게 훅 치고 들어오는 소설도 좋다. 특히 이 말이 마음에 들어온다. ''스마트소설'이 지향하는 짧음이 '소설의 시적 순간'과 닿아 있음을 여기 수록된 작품들로 제시한다'는 설명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에 들어와버린 명작 스마트 소설이다.



이 책에는 프란츠 카프카, 나쓰메 소세키, 버지니아 울프, 로드 던세이니, 에이빈드 욘손, 오스카 와일드, 조지프 러디아드 키플링, 사키, 셔우드 앤더슨, 에드가 앨런 포우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먼저 간단하게 저자 소개로 시작한 후 바로 작품으로 이어진다. 작품 길이가 엄청 짧다. 중간중간에 평설을 볼 수 있다.

소설은 단편이어도 어느 정도 길이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에 실린 작품은 정말 짧아도 너무 짧은 작품도 있어서 그것이 오히려 강렬하게 다가온다. 원고지 4매짜리도 있고, 길어봐야 몇 장 되지 않는다. 그 안에 하이라이트만 담았다는 느낌이 든다. '어, 어, 헉' 하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는다. 그래도 시간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읽는 시간은 짧지만 화두처럼 다가와서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오히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스마트소설을 새로 마음에 담아본다. 최근에 생긴 장르도 아니고, 예전부터 있었고, 유명한 소설가들의 작품이니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특히 소설이지만 자투리 시간에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짤막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소설이면서 짧은 시처럼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들이 꽤 많으니 건져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강렬하게 훅 치고 들어오는 스마트소설의 매력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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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리치 - 돈과 시간의 자유를 위한
심길후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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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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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리치 - 돈과 시간의 자유를 위한
심길후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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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급스러운 책 표지가 인상적이었는데, '프리리치'라는 단어가 시선을 끌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가 "수많은 업계의 톱(TOP)들을 배출시켜낸 '부자들의 멘토'"라는 글을 보니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하긴, 잘나가는 사람들 뒤에는 당연히 조력자가 있는 법이지, 그들이 그냥 하루아침에 부를 거머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자본, 인맥, 방향이 없는 당신이 최단기간 내 부를 이루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돈과 시간의 자유를 위한 프리리치』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심길후. 현재 사단법인 한국영업인협회의 회장, 주식회사 한영인 투자그룹의 대표 이사 및 한국비즈니스협회의 경영 고문을 맡고 있다. (책날개 발췌)

필자에게 찾아와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간절한 속내를 털어놓았던 분들을 이렇게 크게 5가지 종류로 나누어볼 수 있겠다. 원하는 경제적 성공을 위해서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급하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은 있으나 어떤 사람들에게 판매해야 하는지의 사업 형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이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나의 성공을 위해 효과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조직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인 사람도 있고, 갖춰진 조직이 원활하게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임원급의 인사가 시급한 예도 있다. 《슈퍼리치 영업의 기술》은 한마디로 조금 전에 말한 다섯 종류의 상황을 전제로 만든 방법이다. 투입Input이 같으면 산출물Output도 같은 과학의 법칙처럼 정해진 순서대로 원하는 성과가 도출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연구하고 검증한 이 방법론에 '슈퍼리치 영업의 기술'이라고 칭했다. 누구라도 이 방법대로 따라 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심지어 위의 5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6~7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프리리치는 꿈이 아니라 도달 가능한 목표일 뿐이다'를 시작으로, 1부 '문제해결 없이 열심히만 반복한다면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2부 '워밍업-프리리치 7단계와 인생템 프로세스를 위한 8가지 요소', 3부 '프리리치로 향한 8단계의 준비 단계 살펴보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프리리치의 포인트는 진심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모든 걸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당신이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바로 아주 작은 생각의 변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 그냥 생각한다면 막연하지만, 저자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들려주니 이해가 확 된다.

'노점에서라도 열심히 팔아서 빚을 갚아보자'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많이 팔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의 전환이 단기간에 빚이 몇 억 원 있던 이를 프리리치의 길로 이끌었다. (21쪽)

우리가 '열심히' '잘' '포기하지 말고' 등등 별로 도움 되지 않는 단어들을 떠올린다면, 이 책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주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꽤나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짚어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 나는 상관없는 사람, 나는 직장 다니는 사람, 슈퍼리치를 꿈꾸는 사람은 나 말고 특별한 사람 등등의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나는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읽다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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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모두의 적 -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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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제에서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이 책은 대영제국을 탄생시킨 해적왕 헨리 에브리 추적기이다.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인류 모두의 적》을 읽어보게 되었다.

헨리 에브리는 17세기의 가장 악명 높은 '해적왕'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최초의 인물로, '인류 모두의 적'이라 불렸다. 그리고 그는 이 두 가지 별칭을 단 하나의 사건을 통해 한 번에 얻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사건, 즉 에브리가 1659년 인도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공격한 사건과 그 사건이 시공간을 초월해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생생하게 추적한다. 왜 일까? 해적 한 명과 그가 약탈한 보물선 이야기가 새삼 특별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와 그 사건이 세계사를 바꾸는 변곡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저자는 스티븐 존슨.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과학 저술가. 대표작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는 아마존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800 CEO READ가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이 책은 세상을 경악에 빠뜨린 한 불량한 해적의 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해적 행위는 고대 세계부터 존재한 일종의 직업이었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해적들은 이 책에서 다룬 사건이 있고 20년 남짓 지난 후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황금시대'를 수놓은 세대는 이 책에 묘사된 악명 높은 행위들과, 그 행위들에 대한 부풀려진 전설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해적들만큼 오늘날 유명하지는 않지만 검은 수염과 그의 동료들보다 세계사의 흐름에 훨씬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그 영향을 평가하고, 그 경계를 가늠해보려고 한다. (21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결정적 장면'을 시작으로, 1부 '원정', 2부' 선상반란', 3부 '약탈', 4부 '추적', 5부 '재판'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리베르탈리아'와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역사를 보는 눈' 등으로 마무리된다.

날씨는 화창했다. 무굴제국 보물선에 있는 12미터 높이의 주 돛대 위에 걸터앉은 망꾼에게도 시야의 한계인 수평선 바로 앞, 거의 16킬로미터 밖까지 보였다. 그러나 때는 늦여름이었고, 그곳은 인도양의 열대 바다였다. 습한 공기 때문에 작은 망원경의 렌즈에 낀 흐릿한 김이 시야를 방해했다. 따라서 영국 선박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에는 보물선과 이미 8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12쪽)

이 책은 1659년 9월 11일, 인도 수라트 서쪽 인도양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해적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로서 이 책이 마음에 든 것은 세세한 장면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처음 접하는 것도 생생하게 풀어주니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알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해준다. 전혀 모르고 있던 어느 순간의 세상사를 상세하게 들려주면서 눈앞에서 풀어내준다. 그것도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니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이 맞나 보다. 이 책이 역사서이면서 소설이나 영화처럼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딱딱한 한 줄로 표현하고 끝날 것도 놓치지 않고 기름칠을 해준다.

이 데번셔 뱃사람의 탄생은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만큼이나 오리무중이다. 그가 어디에서 언제 태어났는지, 심지어 그의 실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도 우리가 실제로 모른다는 게 유일한 진실이다. 헨리 에브리의 뿌리 자체가 모호한 셈이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전설적인 인물의 출생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고쳐 써지게 마련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진 이야기에 이런저런 소문과 풍문이 더해지고, 교묘하게 수정되며 다층적으로 짜인다. 한동안 헨리 에브리는 만신전에 묻힌 여느 인물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인물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영웅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살인자였다. 또 폭도였고,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었으며, 국가의 적이었고, 해적왕이었다.

그러고는 유령이 되었다. (33~34쪽)




독자로서 어떤 부분을 흥미롭게 듣게 되느냐는 이야기 전달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책이다. 해적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라는 부제에 이끌렸고, 아무것도 몰라도,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모르더라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옮긴이의 글에 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딱딱한 역사책은 결코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헨리 에브리와 그를 따르는 해적들이다. 그렇다고 아동 소설이나 영화 속의 해적처럼, 에브리의 해적단이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해적 사회가 흥미롭게도 분배에서는 지금의 사회보다 더 공정하고 민주적이었지만, 그들은 철저히 일확천금을 꿈꾸고 달려든 범죄자들이었다. 그들은 순전히 돈만을 목적으로 다른 인간을 괴롭혔고, 노예를 사로잡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현금화하기 쉬운 재물로 취급했다. 게다가 그들은 종교적 순례자들을 강간하며 선상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이 때문에 존슨은 그들을 '가증스런 성범죄자'로도 규정했다. (357쪽, 옮긴이의 글 중에서)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해적들 나오는 영화나 만화에 별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나로서는 오히려 민낯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역사서가 제격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스티븐 존슨의 필력이 생동감을 더해서 나를 끝까지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실에 꿰어 이리저리 바느질해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낸 것이다.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펼쳐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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