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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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송미술관에서 전시를 일년에 두 번, 봄,가을에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간간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간송미술관에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도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최근 미술관련 관심이 급증하다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간송 전형필의 문화재 수집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실 그 시대든 지금이든 특별한 관심과 애착을 갖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인데,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 <간송 전형필>을 읽게 되었다.

 

 1판 1쇄 발행일이 2010년 5월 3일, 1판 9쇄 발행일이 2010년 7월 12일이니, 이 책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나보다.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간송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니, 뒷북이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되었으니 다행이긴 하다.

 

 가장 먼저 청잣빛 하늘, 천 마리의 학 부분을 읽으면서 '역시 간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재를 수집하는 일에는 남다른 안목과 결단력이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천학매병을 두 배의 값에 되팔라는 무라카미의 제안에 전형필의 답변이 압권이었다.

"선생께서 천학매병보다 더 좋은 청자를 저에게 주신다면, 그 대가는 시세대로 드리는 동시에, 천학매병은 제가 치른 값에 드리겠습니다"

무라카미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젊은 분의 기백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졌습니다. 저의 결례를 마음에 두지 말고 웃음으로 넘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청잣빛 하늘, 천마리의 학-간송 전형필 中)

그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눈을 사로잡는 이야기들이 전개되었다. 모르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반짝거리게 한다. 이런 삶도 있구나! 이런 의미로 살아갈 수도 있구나! 한 권의 책에 담긴 한 인생의 이야기가 나를 새롭게 한다.

 

 간송 미술관의 다음 전시를 기다리려면, 내년 봄이나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간송미술관 소장 자료에 대해서도 관심이 급증한다. 어떤 우여곡절 끝에 얻어진 작품인지 알게 되니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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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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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책이 있다. 큰 기대하지 않고 펼쳐들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싶어지는 그런 책 말이다.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펼쳐들었는데 흥미진진한 느낌에 설레게 되는 그런 책이 있다. 이 책처럼.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이라는 것에 대한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짤막한 산문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짧은 길이에 부담없으면서도 삶에 대한 태도가 압축되어 들어가있는 느낌이다. 가장 처음 나는 왜 소설가인가를 읽으면서 '아, 이래서 소설을 쓰게 되신거구나.' 깨달아본다.

 

 글을 쓰려면 50대 이후에 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삶의 경험이 오롯이 묻어난 이후에야 글의 깊이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예전에는 그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보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다. 다른 수필을 읽을 때와 글의 깊이가 달랐다. 모처럼 글 읽는 맛을 느끼며 글에 몰두하게 되었다.

 

쓸 게 생겼다고 금세 쓰지 말고 속에서 삭혀라.

무엇에 감동을 해서 쓰고 싶은 것이 생기면 속에서 삭혀서 그것이 발효가 되면 쓰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온다. 폭발이 일어난다. (박완서 작가의 고등학교 2학년 때 박노갑 선생님의 말씀- 세상에 예쁜 것 中)

어쩌면 학창시절에 그 말씀을 듣고 창작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자연스레 글쓰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책을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공감할 만한 소재와 내용 때문이었다. 시간은 신이었을까전원생활은 고요한가 부분에서 특히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읽다보면 내가 접하게 되는 상황과 비슷한데, 글로 승화된 것을 보니 대단하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 작가와 일반인의 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런 면에서 감탄하며 읽었다.

 

 소설이라는 것의 긴호흡때문에 책을 읽을 때 뒤로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아직 읽지 않은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15년 전 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어본 후 다른 책들도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월만 흘렀다.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시라는 것이 안타까워진다. 작가의 글이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만큼 좋았다는 것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이 책을 계기로 기억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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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걷기여행 걷기여행 시리즈
조앤 티트마시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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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세인 걷기 여행에 관한 책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로마,프라하,뉴욕 등 세계 여행도 그 지역에서 걸으며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관광지만 사진찍듯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일이다. 예전에 <파리 걷기여행>을 읽은 기억을 떠올린다. 그 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서는 이미 파리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상상을 했다. 다음 번에 어떤 여행을 할 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상세한 정보와 지도가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베네치아 걷기여행>이다. 이 출판사의 시리즈 책으로 나오고 있는데, 사실 안가본 곳들에 대한 책은 낯선 느낌에 손이 안갔지만, 파리와 베네치아는 다녀온 곳이기에 여행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읽게 되었다. <파리 걷기여행>을 읽을 때에도 다녀온 곳이기 때문에 기억을 떠올리며 독서하는 시간이 유익하고 좋았다. 이번에 마찬가지로 <베네치아 걷기여행>을 읽으며 베네치아 거리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상상을 해본다.

 

 2년 전 겨울이었다. 내가 베네치아에 처음 발걸음을 하게 된 때가. 뼛속까지 스며들어오는 추위, 겨울에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내가 왜 그런 여행을 선택했는지 자책하며 그곳을 돌아다녔다. 지도를 보는 데에 익숙치 못한 나는 자꾸 길을 잃었다. 지도대로 가면 나올 것 같은 곳이 막상 걸어가다보면 나오지 않고 엉뚱한 곳이다. 지도와 표지판을 보며 불안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나중에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지도를 접어버리고 길에 온몸을 맡겨버렸다.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다니자 오히려 길찾기가 수월했다. 따뜻하게 데운 와인 한 잔 마시고 길을 돌아다녔고, 베네치아는 나에게 마법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골목골목 돌아다닌 기억 자체가 지금은 베네치아를 가장 잘 여행한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그런 여행에 힘을 주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힘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베네치아에서 미처 못보고 온 곳들이 눈에 밟힌다. 아쉽다. 내가 그냥 지나쳐버렸던 곳이지만, 미리 알고 갔으면 좋았을 것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다음 번에는 걷기 좋은 계절에 그곳에 한번 더 가보고 싶다. 가기 전에 이 책을 또다시 읽어보며 계획을 세울 것이다. 베네치아 여행을 계획한다면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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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를 배우다
코바야시 토오웅 지음, 이동민 옮김 / 고려문화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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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리는 것, 마법의 세계같다. 세상을 창조한다. 아무 것도 없는 하얀 종이 위에 무언가가 계속 창조되어 채워진다. 신기하다. 사실 작년에는 한국화와 문인화를 배우러 다녔는데, 올해는 잠시 휴식 중이다. 몇 십 장씩 그려보면 알게 될거라고 하는데,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그다지 큰 의욕도 없었다. 그래서 흥미가 급감하여 당분간 쉬기로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선생님의 그림 반도 못따라가니 좌절할만하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계속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이 책 <동양화를 배우다>는 휴식 중이던 동양화의 의욕에 불을 지피는 책이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붓 놀리는 방법이라든지, 색깔 쓰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불투명하던 지식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순간이다. '아, 이렇게 하면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었구나.' 친절한 책이다. 동양화 따로, 서양화 따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함께 표현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창작의욕을 생겨나게 하는 책이다. 어짜피 나의 예술 세계는 나 자신만을 위한 세계, 글로 표현하듯 그림으로 내 시선을 표현하는 것이니 내맘대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선생님이 그리는 것을 보면 쉬워 보이는데, 막상 내가 하면 어려운 것처럼, 이 책 속의 내용도 그런 것이 아닐까 살짝 걱정은 된다. 그래도 일단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표현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쉽고 간단하며 기운을 북돋워주는 책이다. 어서 붓을 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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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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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1회 수상작인 <난설헌>을 읽은 기억을 떠올린다. 문장력이 일반 글과는 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고, 작가의 상상력을 읽어내는 시간이 의미있는 것, 그것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다. <혼불>을 읽을 때 그 문장력에 감탄하며 읽었는데,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같은 감동을 던져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1회 수상작을 읽은지 벌써 1년이 지났다. 2회라는 수식어가 세월이 빠르게 지나감을 느끼게 한다. <혼불>의 감동을 계속 느끼고자 혼불문학상 수상작은 꼭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 <프린세스 바리>를 읽어보게 되었다.

 

 소설을 읽을 때 그렇다. 좀처럼 빠져들지 못하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어느 순간 푹 빠져들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약간 낯선 느낌에 생각보다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괜찮아. 수상작이라고 항상 좋을 수만은 없잖아!' 마음을 다잡고 그냥 무덤덤하게 읽어나가던 어느 시점에서였다. 갑자기 책 속으로 푹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그 다음에는 다른 일은 뒷전으로 밀리고 책에 몰두하게 되었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았다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 이미 훨씬 지났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모처럼 집중해서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사실 제목에 '바리'라는 단어가 있어서 바리데기 신화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이 책 속의 주인공 바리는 현실에서 재창조된 인물이다. <난설헌>을 읽을 때에도 그렇고, 이 책 <프린세스 바리>를 읽을 때에도 그렇고, 여인의 삶이 새삼 서글프게 느껴진다. 안타깝고 속상해지는 소설이지만, 울컥한 마음이 묘한 흔적을 남긴다. 불편하지만 읽게 되고, 일단 읽으면 빠져들어 오랫동안 마음에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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