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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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 3번 다녀왔지만 루브르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잘 모르는 부분도 많고, 별 관심이 없어서였다. 그래도 한 번은 큰맘먹고 입구까지 갔지만 기나긴 사람들의 줄을 보고 지레 질려서 발걸음을 돌렸다. 근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며 보내는 시간이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그림에 관심을 갖고 보니 그때의 내 취향에 아쉬움이 남는다. 루브르도 꼭 가보고 싶고, 오르세 미술관도 다시 가서 감상하고 싶은 생각이 줄줄~! 그래서 책으로 그 아쉬움을 달랜다. 어짜피 설명없이 그림만 봐서는 큰 감동이 없을테니, 책으로 먼저 접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오후 네 시의 루브르>다. '오후 네 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특이했다. 그 단어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되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루브르 명화 해설집이다. 이 책에서는 몇 작품을 선별해서 이야기해준다.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서 해설사에게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칼라로 실린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읽어가며, 책장을 오가며 이 책을 읽었다. 그림이 질좋은 종이에 보기 좋게 실려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가장 눈여겨 보게 된 것은 '모나리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지만, 딱히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녀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나 모나리자 그림에 얽힌 사건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솔깃했다. 지금껏  읽은 서양화의 작품 해설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손꼽을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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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說 냉귀지 - 개정판
최병현 지음 / 지와사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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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문학상 수상작 작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웃거리게 된다. '역시' 혹은 '역시나'로 마무리 되어도 일단은 많은 작품을 읽지 않기 때문에 심사위원이 골라준 작품에 솔깃하게 된다. 제1회 현진건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궁금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접한 이 책은 '생소함'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제1회 현진건문학상 수상 당시, 즉 1988년이라고 한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걸작, 여전히 좀더 세월이 흐른 후에야 빛날 듯한 언어의 묘미다. 묘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은 지금 나의 언어 생활이나 내가 접하는 책들과의 괴리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저자는 서문에 이런 글을 적었다.

<태백산맥>이나 <토지>는 길어서 못 읽고 <냉귀지>는 질려서 못 읽는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는 바이다. (10쪽)

그 문장을 읽으니 처음의 거대한 장벽같은 느낌이 살짝 허물어진다. 수준 낮은 혹은 수준이 안맞은 독자라고 할지라도 나같은 독자의 생각도 이미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에 살짝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 책을 계속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시설詩說이다. 시와 소설은 한 통속. 묘하게 어우러진다. 보통 시는 소리내어 읽고, 소설은 묵독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를 함께 했다. 언어를 멋들어지게 가지고 놀고, 맛있게 비벼대니, 입에 척척 붙는다. 하지만 여전히 생소함은 남는다. 일반적이지 못한 것에 생소함을 느끼는 것, 평범한 독자에게는 살짝 부담스럽다. 그래도 고만고만한 평범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을 읽던 요즘, 정신이 번쩍 드는 글이었다.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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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파력 - 1등석 스튜어디스 출신 CEO가 당신에게만 코치해주는 '될성부른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는 법
미즈키 아키코 지음, 이서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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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을 끌어당기는 제목의 책이다. 간파력이란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사람을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보는 법, '남자 보는 법'에 대해 잘 알려준다. 1등석 스튜어디스 출신 CEO의 이야기라니 남자 보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계속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예전에 이런 류의 책을 진작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였다. 어떤 남자가 비전이 있는지 솔직히 판단하기 힘들었다. 누군가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이 품은 야망이 대단히 크고 원대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허풍이 심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 차이를 깨닫는 데에는 현실적인 눈과 사람을 보는 안목이 필수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그런 차이를 느낀다. 이 책을 보며 또렷하게 기억이 떠오른다. 이 책은 조각조각 흩어져있는 기억을 핵심만 끄집어내어 정리를 해준다.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그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완벽한 남자를 만나려면 완벽한 여자가 되어야겠지만, 그것은 너무 힘든 일이고, 될성부르지 않은 사람을 탈락시키는 데에는 정말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쉽게 읽을 수 있고, 현실적인 조언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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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 하겠어? - 모두가 함께 읽는 성희롱 이야기
박희정 지음 / 길찾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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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모두가 함께 읽는 성희롱 이야기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나 한 번 쯤은 읽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애매한 경우가 있다. 그것이 성희롱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애매하고, 화를 내야할지 웃어야할지도 모호하다. 여성이기때문에 그런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면 당당하게 이야기해야하지만, 막상 자신의 문제로 닥치고 보면 당황스러워서 아무 소리도 못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을 만나도 그렇다. 평상시에 생각하면 당당하게 이야기하겠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대부분이 기분만 나쁠 뿐 어떤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오히려 성추행범이 큰소리를 치고, 오리발을 내밀어도 대책없이 당할 뿐이다.

 

 이 책의 장점은 쉽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서로 불편함없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있다. 살짝 아쉬운 것은 제목이다. 이것은 까칠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인데, 성희롱 상사에게 보여줬다가 제목만 강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제목에서 약간 아쉬움을 느낀 것 빼고는 괜찮은 책이었다. 직장 내에서 애매한 성희롱으로 기분이 나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슬며시 읽어보도록 권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적어도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자신을 반성하고 행동에 조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한 부분은 '2차 가해'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에 대해 실제로 있지 않았던 일이 사실인양 이야기되며, 피해자에게 2차적으로 고통을 준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조심스러운 일이다. 피해야할 일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강하고 억제하기 힘든 성욕을 지녔다.

남성은 야한 옷차림 등 여성의 성적 도발이 있을 때 충동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게 된다.

그건...당신의 '믿음'입니다. (215쪽)

이 이야기도 마음에 와닿는다.

 

 어찌보면 이 책은 든든한 배경같은 것이다. 연약한 여성 혼자 덩그러니 보호막 없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부록에 나와있듯, 수많은 고용평등상담실에서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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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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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아주 단순하고 사소한 이유였다. 상을 받은 작품이 가끔은 기대 이하인 적이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가끔은 기대 이상이기도 하니, 일단 읽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단순한 이유로 이 책을 펼쳐들었는데, 초반에 살짝 지루해서 이 책을 손에서 놓을 뻔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밝히고 싶다. 내가 예상할만한 뻔한 이야기라면 별 흥미가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여행을 할수밖에 없는 '나'와 눈먼개 '와조'의 단순한 편지여행으로 시작하지만, 여자 소설가 751호가 나타나면서 흥미로워졌다. 그리고 주인공 지훈의 가족들에 얽힌 대반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다가 말았거나 대충 읽었다면 지금같은 마음의 파장을 느낄 수 없었을 거라고.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누군가에게 정성껏 편지를 쓰던 것이 언제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 너무도 익숙하게 이메일을 보내고, 즉각 답장을 기다린다. 금방 삭제되기도 하고, 편지함 어디에선가 기억조차 아련하게 잠자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가 아니라 여행 중에는 나도 편지지를 집어들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집에서부터 준비해온 주소록을 펼쳐들고 말이다. 하지만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여행 중의 내가 편지를 썼던 적은 없었다. 그 점이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움으로 남는 내 지난 시간이다.

 

 장은진 작가의 다음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빈집을 두드리다>라는 제목에 살짝 궁금증이 유발된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를 읽을 때의 느낌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강렬하지는 않지만 손에 잡게 되고, 손에 잡으면 읽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깔끔하고 담백한 글이 마음에 들어 다음 작품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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