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만든 사람들 -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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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고 나는 놀라고 말았다. 장장 1천 페이지에 육박한 분량을 자랑하는 두께감 있는 묵직한 외모에 일단 기가 눌렸다고 할까. 그것도 '과학'인데 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 한 권으로 과학사와 과학자들을 제대로 담아놓았다면 두고두고 읽으며 참고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전 세계 언론에서 인정받은 '최고의 과학 저술가' 존 그리빈의 역작이라는 점과 "매혹적이고 읽기 쉬운 과학사"라는 점에서 일단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과학을 만든 사람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존 그리빈. 천문학 박사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얼핏 어렵다는 인상을 주기 쉬운 과학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과학자라기보다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과학 도서 작가이자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진화의 오리진』, 『다중우주를 찾아서』, 『우주』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고,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암흑시대를 벗어나다'에는 르네상스 사람들, 최후의 신비주의자들, 최초의 과학자들, 2부 '기초를 놓은 사람들'에는 과학,발 디딜 곳을 만들다, '뉴턴 혁명', 넓어지는 지평, 3부 '계몽시대'에는 계몽 과학 1- 화학의 대열 합류, 계몽 과학 2 - 전 분야의 일제 전진, 4부 '큰 그림'에는 '다윈 혁명', 원자와 분자, 빛이 생겨라!, 고전 과학의 마지막 쾌거, 5부 '현대'에는 내우주, 생명영역, 외우주가 수록되어 있다.

혹시 이 책이 '과학'이고 '두껍고' 그렇다는 것은 지루하다는 것 아닐까 미심쩍은 사람이라면 그런 판단은 보류하고 일단 머리말부터 읽어보기를 바란다. 남 얘기처럼 썼지만 사실은 내 얘기다. 일단 펼쳐들고 머리말을 읽으니, 이 책을 읽고 싶고 읽어야만 하겠다는 이유가 몇 가지가 막 생겨나고 그런다. 하긴 생각해 보니 저자의 전작 『진화의 오리진』에서 '진화 이론이 찰스 다윈의 머리에서 완성된 형태로 어느 날 뜬금없이 튀어나왔겠어?'라고 했을 때, '그러게 말입니다'라면서 그의 글에 몰입해서 읽어나가지 않았던가. 이 책은 그 마음의 연장선상에서 읽어나갔다.

이 책에서는 과학사 전반에 대해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명할 인물을 고를 때 빠짐없이 고르려 하지는 않았고, 인물의 삶과 업적을 다룰 때 역시 완전하게 다루려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고를 때는 과학사라는 맥락 속에서 과학의 발전 과정을 보여 주는 것으로 골랐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잘 섞어서 과학사를 짚어보는 것이니 이 정도 두께여도 된다. 그리고 머리말을 읽어보면 이미 믿음이 간다. 흥미롭게 끌고 가는 글의 힘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룰 사건을 고를 때 빠트린 것들도 있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어느 정도 주관적이지만,

내 목표는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해서

겨우 450년 남짓한 세월이 지났을 뿐인데 빅뱅 이론에다 인간의 완전한 유전체 지도를 만들어 내기에 이른 과학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훑어보자는 것이다.

(16쪽)



이 책을 읽어나가며 아는 과학자는 알고 있어서 반갑고, 모르던 사람은 새로 알아가는 느낌에 시선을 집중한다. 과학자에 대해 이 책을 펼쳐들어 머리말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책이 내 인생책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다른 책을 읽다가 해당 과학자에 대해 다시 기억하고 싶을 때, 과학사 속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가물가물해질 때 다시 꺼내들어 읽을 것이다.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이것이 과학사의 완결판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단행본도 그러지 못한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이것도 주관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문 역사학자가 아니라 전문 과학자로서 과학 연구에 관여한 사람의 관점에서 쓰였고, 거기에는 장점도 단점도 있다. (913쪽)

이 정도면 이 책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서 역할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저술가로 유명해서 그런지 '과학', '이과' 그런 단어에 벌벌 떠는 사람이어도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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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 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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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스트셀러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이다. 어쩌면 예전이라면 별 관심을 안 보였을 주제였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요즘이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띠지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페스트가 없었다면 구텐베르크 인쇄혁명도, 르네상스도, 종교개혁도, 산업혁명도 없었다?! (책 띠지 중에서)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서 이 책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편저는 조지무쇼. 1985년에 창립한 일본의 기획·편집 회사로 역사와 문화, 생활·실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1년에 30권 정도 출간하고 있다. 감수는 와키무라 고헤이. 현재 오사카 경제법과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인류가 페스트, 인플루엔자, 콜레라, 말라리아, 이질, 결핵, 천연두, 황열병, 티푸스, 매독 등의 감염병과 맞서 싸우며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고 변화와 혁신을 일구어낸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인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시점에 유럽 근대화의 인큐베이터가 되어준 '페스트 이야기' 등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희망의 싹을 틔우고 변화와 혁신의 꽃을 피워낸 역사 속 인류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에게도 새로운 희망과 변화의 작은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 (13쪽,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된다. 1장 '유럽 근대화의 인큐베이터 페스트', 2장 '제1차 세계대전 장기화를 막아 평화를 가져온 인플루엔자', 3장 '19세기 유럽 도시 환경과 위생 상태를 개혁하게 한 콜레라', 4장 '세계대전의 향방을 두 번이나 바꾼 말라리아', 5장 '백년전쟁의 판도를 바꾼 이질', 6장 '산업혁명이 퍼뜨린 '하얀 페스트' 결핵', 7장 '스페인의 남북 아메리카대륙 정복의 첨병 천연두', 8장 '파나마 운하 개통 사업을 끈질기게 방해했으나 결국 빛나게 해준 황열병', 9장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패배와 몰락의 길로 이끈 티푸스', 10장 ''가짜 특효약'으로 푸거 가문을 유럽 최대 부호로 만든 매독', 11장 '인류는 어떻게 감염병에 맞서 생존하고 변화하며 번영을 이루었나'로 나뉜다.

일단 이 책의 소제목들에 눈길이 간다. 14세기 페스트의 최대 수혜자가 구텐베르크라고?,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페스트도 없었다?, 『구약성서』 「사무엘상」의 그 '독종'은 과연 페스트였을까, 전 세계 인구 2억 명 중 33~40퍼센트의 목숨을 앗아가고 이후 200년간 인구 증가를 막은 6세기 페스트 팬데믹,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대에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 박해'가 극심해진 까닭은?, 유럽에서 페스트 팬데믹이 중세에서 근대로 도약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된 이유, 스페인 독감이 오히려 전쟁을 중단시키고 평화를 가져왔다고?, 담배와 잎담배 매출을 순식간에 절반으로 떨어뜨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례', 3,600년 전 고대 이집트인이 이미 이질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치료법도 있었다는데?, 빅히트 상품 배탈약 '정로환'에 짙게 서린 제국주의와 침략주의의 음습한 기운,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도 피해가지 못한 천연두의 위협 등 소제목만 살펴봐도 궁금해지는 내용이 가득하다.

특히 요즘이어서 이 책을 더욱 유심히 보게 되었다. 흑사병, 14세기 페스트가 창궐할 때 사람들은 새부리모양의 방독면 같은 것을 쓰고 다녔는데, 사실 예전에 그 자료를 보았을 때에는 그냥 웃겼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의료진들의 방호복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또한 지금은 사람들이 호흡에 유리한 새부리 모양의 마스크도 사용하고 있고, 그 어느 누구도 그런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지 않는 세상이 왔으니, 세상사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냥 이건 첫 페이지의 시작에 나오는 그림을 보고 생각한 것이고, 이 책에서는 그 이상의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질병은 그저 싫은 것, 어서 없애야 하는 것, 되도록 감염병은 없어야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 없애버려야 할 무언가 말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좋고 싫음의 문제로 생각해 본 것이고,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이익이었던 점도 분명 있었던 것이다. 이 책으로 하나하나 짚어본다. 유럽의 근대화는 페스트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중 출판문화가 가장 발달했다는 것이다.

또한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대에 유럽 각지에서는 유대인 박해가 극심해졌는데, 병원균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외국인이나 이교도처럼 전통적인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질병과 재앙을 몰고 오는 장본인으로 낙인찍혀 마녀사냥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이 팬데믹 시대여서 그런지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하며 읽어나가니 더욱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페스트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콜레라, 말라리아, 이질, 결핵, 천연두, 황열병, 티푸스, 매독 등 10가지 감염병에 대해 역사적으로 낱낱이 파헤쳐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아진다. 정말 이런 일도 있었나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온갖 감정에 휩싸인다. 무엇보다도 풍부한 자료가 담겨 있어서 '감염병의 역사' 하면 이 책을 떠올릴 수 있겠다.



예전에 기록으로만 보았던 감염병을 직접 겪고 있는 우리들이어서 이 책이 더욱 와닿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상자 안에 꾹꾹 눌러 담은 물건을 꺼내는 느낌이라고 할까. 엄청 다양한 것이 들어있는데 하나하나 꺼내놓으니 더 많은 느낌말이다. 지금껏 어렴풋이 알았던 이야기들이 총망라되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감염병 역사를 훑어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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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작심삼일 - 매일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까짓 3
플라피나 지음 / 봄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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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봄름 출판사의 '이까짓'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콤플렉스 때문에, 콤플렉스 덕분에'를 이야기하는 이 시리즈는 털, 집, 작심삼일, 민트초코, 탈모, 생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중 이 책은 작심삼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이 책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매일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주말부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만두지 않는 것입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무언가 매일 해야 하고, 지금보다 더 해야 하고,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는데, 이 글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 『이까짓, 작심삼일』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플라피나. 11년차 게임 기획자로 일하고 있으며, 개발과 관리기법에 관한 트윗들을 즐겨 올립니다. (책날개 발췌)

우리는 매일 작심삼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결심하는 게 하등 중요하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한낱 결심보다는 작은 실천을 유지하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5쪽)

매일 지키겠다는 강박 버리기, 빨리 시작해서 물고 늘어져라, 루틴을 조합하고 시너지 발견하기, 뇌를 속이는 학습법, 선 긋기의 핵심은 타이밍, 나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알파고도 했다는 전설의 학습법,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보상에 관한 대담, 고3때 놀면 왜 재미있을까?, 이상만 높고 현실은 시궁창일 때, 마음에 안 들면 망쳐버리는 게 열정?!, 사람마다 어울리는 재능이 다르다,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은 11년차 게임 기획자의 글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같은 이야기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데, 게임 기획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볼 때 독특함이 느껴진다. 그가 들려주는 루틴, 이터레이션, 컨셉, 경계, 메타인지, 강화학습 등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해서 살펴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ABCD(Always Consult Before Deciding).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항상 반드시 주변 사람과 상의하세요. 많은 사람에게 있는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은, 모든 결정을 혼자서 내리는 거예요. 누구에게든 일방적으로 결정을 통보치 마세요. (35쪽)

살다가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왜 얘기 안 했어?" "안 물어봤잖아." 그런 대화를 나누게 되는 상황 말이다. 내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적도 있었고, 답변을 하는 사람인 적도 있었다. 작든 크든 간에 ABCD를 거친다면 서로 오해하는 부분은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기억해두어야겠다.

선긋기에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선을 조금이라도 늦게 그으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선 오로지 경계(Boundary)가 전부입니다. 선이 침범당한 즉시 경계를 재활성화하고, 한 방에 초강수로 나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간 모든 게 짓밟힙니다. (109쪽)

선긋기에 대한 명쾌한 발언이다. 그동안 상대방이 이상하거나 내가 예민하거나 등으로 생각했지만, 그렇다기보다는 경계를 잘 정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의 경계부터 잘 파악해보아야겠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말 하면 웃기지만, 자신이 정말 싫어하는 주제가 자기계발이라고 고백한다. 명절 때 듣기 싫은 소리들의 축소판이 바로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게으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조금씩 어떤 부분에서 변화와 발전이 있으니, 조급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책을 통해 도움을 받으며 계기를 마련해볼 수 있겠다. 이 책도 마찬가지의 의미로 다가왔다.

게다가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도록 책도 얇고 크기도 한 손에 쥘 수 있도록 부담이 없는데, 특히 outro에 핵심을 잘 마무리해놓아서 마음에 훅 들어오는 문장들을 발견하게 된다. 당장 무언가를 하도록, 이것만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다. 방법을 잘 몰랐다면 그 방법도 알려주기도 하고, 이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막막한 무언가를 시원하게 정리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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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 사물에 관한 散文詩
류성훈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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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자 생각한 데에는 '책머리에' 첫 문단이 주는 강렬한 느낌 때문이었다.

사물은 선물입니다. 우리는 담요와 따뜻한 물 없이 아이를 혼자 받을 수 없고 공구 없이 집을 지을 수 없으며 필기구 없이 사유를 정리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처음 온 우리를 가장 오래 감싸고 있던 것은 사실 어머니의 손이 아니라 담요이며 이는 힘든 어머니의 손을 보조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이승을 위해 마련된 선물입니다. 우리는 그 담요를 어루만짐으로써 어머니의 의미뿐 아니라 삶 이전까지 추억하는 공감각적 여행이 가능해집니다. (책머리에 중에서)

나는 왜 지금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리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생각해내지 못했을 그런 생각 하나 발견했다. 거기에 매료되어 이 책 《사물들》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류성훈.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고 대학에서 시창작과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시집으로 《보이저1호에게》가 있다. (책날개 발췌)

시를 쓰는 마음으로 쓴 책인 만큼 저는 이 글들을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로 읽히든 산문으로 읽히든 이 책은 '사물'에 대한 제 고백이자 찬가이며 관점이자 관점에 대한 자성입니다. 동시에 대상에 대한 저의 사물이건 타자이건 모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바라봄은 우리 생의 진정한 긍정임을 저는 믿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된 사물을 선물하듯, 저는 저의 작은 사물론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에는 스무 가지 사물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다. 우산, 자전거, 등, 옷, 칼, 의자, 공구, 노트, 만년필, 도장, 악기, 다기, 식탁, 냉장고, 카메라, 시계, 재봉틀, 이불, 신발, 상자 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사물과 연관되는 기억을 떠올리고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을 문자화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자신의 과거와 만나고 예전 생각을 떠올리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느꼈을지도 모를 일도 있을 것이고, 저자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짚어주어서 인식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매미허물을 이야기하며 옷과 수의, 배냇저고리까지 생각을 이어가는 것도 그렇고, 특히 다음 문장에서는 지금까지 나를 감싸고 있던 옷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었다. 옷이 나에게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떠나, 잊어야 버틸 수 있는 것과 잊지 말아야 더해질 수 있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시인의 시선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물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당신의 옷이 내게 말해주는 것, 내 옷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 있는 방식으로, 세상엔 잊어야 버틸 수 있는 것과 잊지 말아야 더해질 수 있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밀착된 사물은 옷일 테고 그 옷의 의미와 언어의 일부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들은 나를 말하고 있고 내가 허물을 벗은 한참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62쪽, 옷)

상자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저자에 의해 나의 생각은 시야를 넓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물을 바라본다.

우리가 태반에 싸인 채 이 세상에 도착하듯이, 사물은 대개 상자에 담긴 채 도착한다. 그것은 상자 밖에서 만들어지지만 한번은 상자에 들어갔다가 본격적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다. 물론 상자 밖으로 영영 나오지 못하는 사물들도 있다는 점에서 사물과 인간은 모두 씁쓸한 출발선을 가졌고, 우리는 죽어 다시 한 번 상자속에 들어가므로 상자는 모든 시작과 끝에 위치한 사물에 가깝다. (265쪽. 상자)



우리는 누구나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세심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 책을 읽어나가다가 문득 저자와 비슷한 경험이나 기억을 떠올리며 교집합처럼 겹쳐지는 생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대를 외롭게 하는 존재는 더욱 외롭다. 즉 대상이란 '고독의 형상'이다. 의자는 외롭게 기다리는 사람을 오래 그 자리에 있게 한다. 즉, 인칭을 사물화시킨다. 설령 어떤 기다림이 끝나도 의자는 사람을 외로운 객체 그대로 있게 돕는다. 그런 면에서 의자는 사물과 사람 사이에 있고 어떤 사물과 사람보다 외로움에 더 가까운 사물이다. 사람의 외로움이 실체화된다면 의자의 형상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른다. (86쪽, 의자)



나는 우리 인간이 사물이나 동물이 아니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중간쯤에 위치하는 사물이나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그러한 노력이 진행형인 때만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으니 '인간'은 명사형보다는 동사형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마치 자유라는 개념이 완전히 자유로운 불가능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상태 그 자체의 의미에 가까운 것처럼. 알 속의 새는 아직 온전한 새가 아니고, 상자 속의 냉장고는 아직 온전한 냉장고가 아니듯, 우리가 정신의 태반 속에 정리해 있는 동안은 아직 온전한 인간이 아닐 것. 헤르만 헤세의 껍질을 깨고 날아오르는 새 이야기는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어떤 진행형의 의지를 가질 때 비로소 고귀해진다는 의미일 테지. 나는 가령 인간이 비록 온전한 인간으로서 거듭날 수 없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대상이 되거나 그 대상을 오롯이 담는 상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할 순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택하는 과정으로서의 동사적 개념이 곧 인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267~268쪽)

방송인 서경석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리 쉽진 않다. 하지만 맛있어서 계속 읽게 된다.'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맛있다는 그 '맛'은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 아니라 끓일수록 우러나는 진한 곰국 같은 맛이다. 어쩌면 이 책은 질겅질겅 곱씹어야 진정한 맛이 우러나는 글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제대로 준비된 슬로푸드다. 요리법이 비법인 책이다. 담백한 재료로 지금껏 맛 봐온 글맛과는 다르게 요리된 글들이 담긴 산문집이다.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과 사물들을 이 책 덕분에 되살려보기도 했으며, '아, 이걸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는구나!'라며 감탄해보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의 산문집'에 부합하는 책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사물에 대한 산문시'라고 보아도 좋겠다. 사물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건네주는 책이니, 저자가 사물을 바라보는 안경을 건네받아 주변 사물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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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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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본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콜카타'라는 인도 지명이 나오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이고, 둘째는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을 알린 역작'이라는 <타임스>의 평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그냥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한번 휩쓸린 여론은 무엇을 어디까지 쓸어버릴 수 있는가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인생이 영원히 바뀐 세 영혼의 이야기! (띠지 중에서)

이 설명 만으로도 극단적으로 치닫는 인간 세계의 민낯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서 이 책 『콜카타의 세 사람』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메가 마줌다르. 단 한 권의 소설로 "21세기의 찰스 디킨스" "포크너에 버금가는 작가" "차세대 줌파 라히리" 등의 찬사를 받은,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인도 출신 미국 작가다. 메가 마줌다르의 첫 번째 장편소설 『콜카타의 세 사람』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와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오프라 윈프리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거듭 화제가 되었다. (책날개 발췌)



시작은 별일 아니었다. 페이스북 게시물 하나였다. 그리고 지반은 거기에 한 마디 더 넣었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12쪽)

그 말이 그렇게 위험한 말이며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거대한 사건이 되리라고는 그때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첫 시작은 지반과 러블리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러다가 지반이 경찰에게 잡혀가고 기자들이 들이닥치며 이야기에 박차를 가한다.

기자들이 외친다.

"테러리스트들이 어떻게 접촉해왔죠?"

"언제 공격 계획을 시작했습니까?" (29쪽)

아, 이게 이렇게 연결될 수도 있구나. 소름 돋는다. 안 그래도 요즘 사건사고를 보면서 이중 한 사람은 정말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건 지금껏 상상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최악의 경우다. 억울하고 또 억울한 사건이다. 페이스북 글 때문에 정치적 사건으로 휘말리며 재판까지 진행되는 지반의 이야기를 보며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낀다.

"이 무슬림 여성은 그 극악한 공격을 모의한 테러리스트들을 '도운'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여성은 국가에 대한 매우 심각한 범죄 혐의와 '더불어' 선동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는 아주 이례적인-"

"이 여성은 유명한 테러리스트 분파 모집자와 페이스북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녀는 왜 조국에 대해 그토록 엄청난 증오를 가슴에 품게 되었을까요? 사회학자 프라카시 메라 교수를 모시고 소외된 젊은이들과 인터넷에 대해-" (44쪽)

그렇게 증폭되는 현상을 보면서 소설 속 세계에 푹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어나갔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마음속에서 울분이 끓어오른다. 소설이지만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그렇고, 지반의 억울한 상황이 짐작되어 마음을 쓸어내리며 읽어나갔다. 우리 인간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구보다도 인간적일지라도 종교나 정치라는 무리에 들어가면 거기에 휩쓸려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는 존재다.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헤어날 수 없는 인간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바라보며 읽어나간 소설이다.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내리 달릴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농담과 소동극이라 여겼던 지반의 서사는 점차 부조리극으로 변모해간다. 메가 마줌다르는 방심한 우리에게 진실의 민낯을 가차 없이 들이민다. 진실은 전락을 도모하므로 인정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듯이.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지반의 고통을 함께 겪어야만 한다. 진실이 세계를 부인하지 않으리라는 소박한 믿음을 폐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리석고 무른 인생에서 끝내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 질문하기 위해서."

_편혜영(소설가)

긴장감 넘치는 소설이다. 등장하는 사람들이 교차되며 그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묘사를 하는데, 그 표현이 압권이어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첫 시작은 아무렇지도 않게 SNS에 글을 올리듯 가볍게 시작되었지만, 점점 늪에 발을 담근 듯 헤어 나올 수 없다. 때로는 옳고 그름이 기준이 아니고 진실은 어떻게든 밝혀지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작품이 첫 소설이라는 점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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