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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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이 작가의 소설은 재미있다.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다. <유진과 유진>,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어본 나로서는 <신기루>라는 신기한 제목의 이 책에 나도 모르게 끌려서 읽게 되었다. 딸과 엄마가 엄마 친구들과 함께 몽고 여행을 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었다. 기대 이상이었고, 순환되는 인간의 삶, 모녀의 굴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있다. 1부는 딸 다인이의 이야기, 2부는 엄마 숙희의 이야기다. 모녀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랄까. 이 책 속의 모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딸의 이야기만 보면, 딸의 입장인 나와 오버랩되며, 엄마가 왜 그럴까 생각하게 되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보니 또 그 입장에서 생각되는 점이 있었다. 작가의 말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내 작품 속에서 어른이 화자가 돼 본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신기루>가 거의 처음이다. (205쪽) 거의 같은 비중으로 딸의 시선, 엄마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비 사막을 여행하며 펼쳐지는 여행 이야기와 그들의 속 이야기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책을 공감하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나 자신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부분에서일 것이다. 몽고 사막 여행을 하며 말타고 싶다는 막연한 꿈, 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몇몇 가지 이야기들, 엄마가 고교 동창들과 만나 소녀로 돌아간 듯 수다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모습 등등 내 개인적인 시간과도 맞물려 이 책에 더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이 딸과 엄마의 시선으로 나뉘어졌기 때문에 그들 모두의 입장에서 수긍이 가는 이야기 전개여서 더 와닿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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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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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과 바다, 그 제목을 당연히 들어보며 컸다. 너무나 큰 유명세만큼 나에게 익숙한 책이었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흔히들 학창 시절에는 명작에 대해 써머리된 줄거리 정도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나 또한 그랬다. 그러면서도 익숙함만큼이나 나는 이 책을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최근들어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쁘다는 핑계에 계속 미루고 미루던 책이다. 그래도 계속되는 끌림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읽지 말고, 유명한 책으로 놔둘걸, 하는 후회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나를 붙들어 잡아놓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노인이 바다에 나가서 홀로 물고기를 잡는 과정에서 벌이는 사투가 인상적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보는 책이지만, 이왕이면 거대한 물고기를 멀쩡하게 잡아가서 폼잡고 경험담을 이야기하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점점 힘에 부쳐 겨우 겨우 돌아올 수 있었던 노인이 걱정되기도 했고, 우리네 삶이 그다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 소년의 안타까운 눈물에는 나도 전율이 느껴진다.

 

 얇은 책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 내용은 마음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다. 이래서 유명한 책이었구나, 생각해본다. 나에게도 이 책은 유명세만큼이나 의미가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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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칭 Watching - 신이 부리는 요술 왓칭 시리즈
김상운 지음 / 정신세계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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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났다. 화를 마구마구 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내 말에 공감하지 않았다. 답답했다. 후회도 되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도 나에게 그런 말을 했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나에게 일어난 사소한 일을 통제할 수 없었다. 좀더 멀리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을 1인칭인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큰 일이었다. 사실 그때 느꼈다. 나를 좀더 객관적으로 보고, 제 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지. 그때 관찰자 효과에 대해서 막연하게나마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기본적인 생각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이 명료하게 책으로 설명되어 있으니,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을 읽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더 오래 전 읽었던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도 떠오른다. 우리는 생각으로 많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관찰자 입장에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일단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낀다.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을 읽을 때, 언제 읽느냐에 따라 마음에 와닿는 정도가 다르다. 지금 나는 적당한 때에 이 책을 읽었고, 상당히 도움을 받았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만으로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책을 읽으며 힘을 얻게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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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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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청소년소설이다. 요즘 청소년 소설이 재미있다.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만한 이야기를 제공해주고,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적당함이 있다. 최근에 읽은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든가 <위저드 베이커리>, <열여덟, 너의 존재감> 등의 책은 청소년 소설임에도 이미 그 시기를 한참은 지나간 나에게 깊이 있는 생각의 화두를 던져주었다. 그래서 이 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도 그런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지만, 너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리라 생각하며, 적당한 마음가짐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역시 나의 마음에 든 또 한 권의 청소년 소설이다. 이렇게 소설을 쓸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동물과 대화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그리고 가족에게 받은 트라우마. 그 두 가지 소재가 적절히 어우러져 이야기가 전개된다. 예전에 동물농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하이디에 대해 본 적이 있다. 정말 신기했다. 사납게 행동하는 고양이의 심정을 이야기하며 변화시키는 그 모습이란. 나도 그 프로그램을 봤는데, 역시 소설가는 그런 소재를 엮어 소설을 쓰는구나, 생각했다. 흥미로운 책이다.

 

 어렸을 적, 깊은 상처가 되거나, 성인이 되어서도 아픔으로 남는 트라우마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너무 강렬한 상처지만 애써 묻어버리고 외면하면서 잊혀지며 우리는 어른이 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미나와 강민, 그들에게는 어렸을 적 형제에게서 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것은 엉뚱하게도 기르던 강아지에게 표출되었고, 그 점이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상처는 잊거나 묻어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언젠가는 터져나올 폭탄같은 것이다. 우연히 얽혀드는 이들은 서로의 상처가 닮아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어쩌면 해결 실마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각자 잘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네 인생은 계속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결말 이후에 미나가 가족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강민의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게 되었을 지 알 수 없다. 풀리는 듯하다가 다시 뒤엉켜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소설은 그런 문제들을 한 번 쯤 생각해보게 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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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커피하우스
고솜이 지음 / 돌풍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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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향이 방안 가득 느껴진다. 갓 구워낸 브리오슈, 버터향 가득한 빵이 눈 앞에 있는 듯하다. 치아바타로 만든 샌드위치 한 개면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느낌. 모처럼 행복한 맛과 향의 세계에 빠져드는 책을 읽었다.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빵의 이미지가 집결한다. 상상 속에서는 최고의 커피 향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읽는 내내 <카모메 식당>의 시나몬 롤이 떠오르기도 하고, 소박하고 작은 분위기에 인간의 정이 느껴지는 분위기도 떠오른다. 커피전문점들이 대형 체인으로 대부분 바뀌어 가고, 그나마 이렇게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곳은 현실에서 보기 힘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쉽기도 하고, 내가 아직 그런 곳을 발견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고. 여하튼 그래서 소설 속의 장소로 대리만족을 한다.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책제목과 동명의 커피점이 주인공의 원룸으로 향하는 골목 부근에 생긴다. 미대생인 주인공이 수요일의 커피하우스에 조금씩 발을 들이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는 다들 마찬가지이지만, 커피의 향으로, 눈앞의 신선한 음식으로, 위안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그날 집으로 돌아갈 때, 주인은 아프리카 여행 가이드북을 빌려주었다.

"난 잠자리에서 여행 책을 읽어. 편안한 침대에 누워서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거든. 가장 현명한 여행법이지. 갑갑한 비행기를 타고 오랜 시간 공중에 떠있지 않아도, 언제든 어디든 떠날 수 있지. 원하기만 하면." (150쪽)

이 대목에서 난 감탄했다. 내가 요즘 하고 있는 것이 현명한 여행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막연히 기분이 좋았지만 왜그런지는 모를 그럴 습관이 요즘들어 나에게 생겼는데, 어쩌면 그런 것들을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주인이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부분이기도 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원두커피를 내려마시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내일은 커피볶는 커피점을 찾아가 신선하게 내린 커피를 따뜻하게 한 잔 하고 싶어진다. 오는 길에 원두도 좀 사와야지. 인스턴트 커피 말고, 원두커피 내리는 시간과 여유를 되찾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이 책이 내게 준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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