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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봄이 와 있다 - 서서히 피어나고 점점 진해지는 서른 살 나의 이야기
김규리 지음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김민선이라고 알고 있던 배우가 개명을 했다. 김규리. 내가 알던 이름이다. 그래서 헷갈렸다. 왜 굳이 활동하고 있는 사람과 같은 이름을 썼을까? 그에 관한 이야기는 살짝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배우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청산가리 사건과 개명,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열정적인 춤무대를 본 이후였다. 궁금하던 차에 책이 출간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 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흔한 연예인의 책 중 한 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과 짧은 글, 어린 시절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등등. 하지만 계속 읽으면서 가족 이야기와 봉사, 여행 이야기에서 내 눈길을 강하게 끌어들였다. 점점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였다.
책을 보며 스스로를 되짚어보게 되는 시간이 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나에게 그랬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같은 아픔이 공감을 키운 것일까. 연예인의 책이라는 점에서 일단 별 하나를 빼고 시작하게 되었지만, 다 읽고 나서 점수를 고스란히 다 채워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내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애써 잊으려고 한다고 잊혀지지 않는 것이 기억이다.
서른을 넘기고서야
나는 나에게서 조금씩 편해졌다.
부족한 나를 용서하기로 한 순간부터 말이다.
완벽하고자 했으나 그렇지 못하였고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너무나 힘들었고, 또 부끄러웠다.
하지만 서른을 넘기고서야 조금씩
나를 놔주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277쪽)
나의 서른, 20대의 방황과 괴로움이 조금은 편해졌던 것이 서른을 넘기고 나서였다. 이 글을 보고 그때의 내 마음과 비슷한 생각이 든다. 20대의 후반에는 항상 빨리 서른 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너무 무미건조한 삶이 지속된다고 생각하던 즈음, 나에게 인생의 파도는 거침없이 파고들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마도
누군가를 보낸 상실감보다는
뒤늦은 후회가 너무더 컸던 것 같다.
있을 때 잘하지 못하고,
소중함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그런 나를 향한 질책. (184쪽)
나도 그랬다. 삶은 계속되는 것이기에 더 힘들었다. 상실감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지만, 뒤늦은 후회는 항상 나를 나약하게 했다. 어떻게 하든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가족이란 그렇게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끝없는 아픔이 되기도 한다.
20대의 나는 너무 성급히 어른이 되어야했다. 갑작스레 '암'이라는 진단과 너무 늦어버린 상황에서 아빠를 보내고 꿋꿋한 척, 어른인 척, 나는 나약하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당연히 그래야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상처는 아물 틈없이 자꾸 감춰지다가 문득문득 터져나와 덧나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우리의 인생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2012년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살아갔고, 살게 될 것이다. 지금 현재,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대단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어느 팬이 해준 말이라는 것, "당신과 한 시대를 함께 살고 있어 행복합니다." 그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삶의 굴곡을 이겨내고, 그렇게 인생이 흘러가는 것. 이 책은 연예인 누가 쓴 책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는 의미를 나에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