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요리 - 슬퍼도 배는 고프고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네코자와 에미 지음, 최서희 옮김 / 언폴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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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슬퍼도 배는 고프고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 말이 마음에 쿵 와닿는다.

정말 어떤 때에는 인간인 것이 서럽다. 너무 슬프고 힘들고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겠으면서도 꼬르륵 배가 고파지면 인간 존재가 서글퍼진다.

뮤지션이자 칼럼니스트, 생활 요리인 네코자와 에미는 '그럴수록 요리'라고 한다.

다들 힐링푸드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었다. 너무 슬퍼서 밥도 안 넘어가던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중국집을 발견한 것이다.

문득 짬뽕이 먹고 싶어졌다. 주방장은 원래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안 해주는데 특별히 해주겠다면서 나를 안내해주었고, 나는 짬뽕을 먹으며 속을 달랬다. 그때 그 음식을 계기로 시들어가던 나는 힘을 얻어 살아났다.

음식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요리에 인생 이야기가 더해지면 더욱 깊고 맛이 풍부해지는 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나는 셰프가 아니다. 하루하루를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여러분과 똑같은 생활 요리인이다. 이 책은 요리뿐 아니라 50대를 맞이한 한 여성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요리와 인생을 떼어놓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먹는 것은 곧 살아가는 것이니까. 이 책을 손에 든 당신도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더욱 반짝이길 바란다."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이 책 《그럴수록 요리》를 펼쳐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네코자와 에미. 뮤지션이자 작가, 칼럼니스트, 영화 해설가이다. 2002년 프랑스에 건너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했으며, 2007년부터 10년간 프랑스 문화를 다룬 프리 페이퍼 《Bonzour Japon》의 편집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실천형 프랑스어 교실인 '냥프라'를 운영했다. 2022년에는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자신만의 삶을 가꿔가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인생의 고비를 맞는 순간에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날에도

어김없이 배는 고파오고

내일은 분명 찾아온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된다. 1부 '나와 보내는 시간을 즐기자', 2부 '지치고 힘든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자', 3부 '기분 좋게 놓으면 기분 좋게 돌아온다', 4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 5부 '함께 있는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자', 6부 '고양이처럼 매일 태도를 갈고 닦자', 7부 '인생을 더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로 나뉜다.

혼자를 기념할 만한 날의 레시피, 아주 보통의 날을 위한 레시피, 조금 보통의 날을 위한 레시피, 파리가 못 견디게 그리운 날의 레시피, 축하하는 날을 위한 레시피, 마음을 채워주는 디저트 레시피, 내일의 나를 위한 준비 등으로 나뉘어 레시피와 함께 이야기를 펼친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이야기와 먹는 이야기는 연결될 수밖에 없다. 먹는 것에 신경을 좀 더 쓰면 몸도 마음도 회복될 수 있는데, 그것을 잊고 마음에만 집중하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보니, 음식과 몸과 마음이 어우러져 진하게 우러나온다.

저자에게는 건강도, 일도, 돈도, 사랑도 전부 잃었던 때가 있었다. 처참한 인생을 벗어나려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었을 무렵, 저자는 몸과 건강을 위해 식생활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재료를 손질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신선한 푸른 채소를 보기 좋게 데친다. 호두를 다지며 고소하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한다.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매일 생명을 바치는 것들의 메시지를 느낄 때마다 이전에는 전혀 들리지 않던 내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즐겁거나 괴롭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그 목소리는 매일 어느 때든 아주 풍요로운 색을 띠고 오랫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때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21쪽)




이 책에 있는 레시피는 솔직히 낯설고 어려워 보이며 재료도 생소한 것이 많아서 따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냥 상상으로만 먹는다. 그거면 족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나의 날들을 위한 나만의 레시피를 정리해두고 싶어진다. 이 책을 보면 나의 특별한 날, 보통날, 그리운 날, 내일의 나를 위한 제각각의 요리가 떠오를 것이다. 놓치지 말고 적어두어 그런 날의 나를 위해 마련해두어야겠다.

사라지는 것인 요리는 모양이 사라져도 그 요리를 먹은 사람의 혀와 마음에 남아 행복한 기억으로 모습을 바꾼다. 그러니까 제대로 이야기하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189쪽)

우리는 음식 자체만 먹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와 추억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담긴 스토리가 더해지니, 같은 음식이어도 예전 그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더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정리해두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아마 자신만의 힐링 푸드를 떠올려보며 자기 자신을 위한 레시피를 정리하게 될 것이다.

인생 이야기에 더해 요리도 고양이들도 시선을 끌어들이는 책이다. 저자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요리도 특별해 보이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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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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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가명강 제26권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이다. 서가명강은 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인데, 이번에 벌써 26권이 출간된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듣는 인기 강의를 누구나 듣고 배울 수 있다면?

그 생각으로 시작된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을 통해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서울대 교수 강연을 보았다.

이번에는 경제다.

하긴 요즘 경제 문제는 경제에 대해 잘 몰라도 걱정스럽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 한층 더 걱정하게 만든다.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이라니! 걱정을 한 덩이 더 얹어주는 제목 아닌가.

지금까지의 성장 전략은 끝났다!

대한민국 경제 대전환을 위한 긴급 제언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상인. 현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와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임 중이다.

재벌 정책의 최전선에서 날카로운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재벌 정책, 경제 정책, 경쟁 정책 등을 주로 연구하며 다양한 학회 활동과 정책 자문도 활발히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을 맡아 공정거래 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서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혁신형 경제, 포용적 성장, 탄소중립으로 이행하기 위해서 왜 재벌 개혁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재벌 개혁을 포함한 포괄적인 한국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나아가 재벌 개혁을 포함한 한국 경제의 구조 개혁과 혁신은 지속가능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위해서 필요불가결함을 알리고자 한다. 비교적 딱딱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강연 형태의 글로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12~13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학문의 분류', '주요 키워드'와 들어가는 글 '한국 경제, 성장과 위기의 갈림길에서'를 시작으로, 1부 '고도성장의 기적과 그림자', 2부 '한국 경제의 잠재적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3부 '한국 경제, 위기가 오기 전 해결해야 할 문제', 4부 '한국 경제 혁신을 위한 과제'로 이어지며, 나가는 글 '경제 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이 필요한 시대'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는 먼저 어느 논문을 언급한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거시 경제학의 대가 로버트 루커스는 경제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로 꼽히는 《이코노메트리카》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는데, 그 논문의 제목이 바로 「기적 만들기」라는 것이다.

그는 이 논문에서 1960년대 이후 한국이 이룩한 놀라운 경제성장을 가리켜 '기적'이라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이 이룩한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대해 놀라움을 표한 것은 루커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경제학자, 외국의 언론들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두고 기적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 대해 저자는 박정희 개발 체제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또한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발전 전략이 한국에서 통했던 세 가지 이유를 언급한다. 그 설명이 청산유수 잘 이어져 흘러가니, '아, 그렇구나. 그렇겠구나' 생각하며 강연을 듣는 듯 계속 들어나간다.

그리고 이런 정부 주도-재벌 중심 발전 전략은 경제발전 초기, 그리고 발전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부터는 과거의 이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발전 단계에 더 적합한 새로운 체계로 이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하니, 그다음 이야기에 저절로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를 읽다 보면 주요 키워드 중 '넛 크래커 현상'이 나온다.

넛 크래커(Nut-Cracker) 현상

넛 크래커는 호두를 양쪽에서 눌러서 까는 일명 호두까기 기계다. 중국과 선진국 사이에 끼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호두까기 기계 속 호두에 비유해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품질과 기술력이 처지고, 중국에 비해서는 가격경쟁력에 밀리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책 속에서)

72쪽부터 '한국의 제조업이 넛 크래커에 직면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제조업의 경쟁력과 생산활동이 감소하는 현상은 한국 제조업이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넛 크래커'에 끼인 결과인데, 이는 흔히 '샌드위치'가 되었다고 말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잘나가던 성공 방식이 이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더 이상 이렇게 해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경제 전반의 위험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묻고 답하기 Q&A도 이해하기 쉽게 궁금한 점과 답변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중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것 하나만 짚어보기로 한다.

Q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의 성장세나 회복률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구조적 문제가 있음에도 그렇게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구조적 문제는 비유하자면 유리잔에 물이 차오르는 것과 같다. 넘치기 전까지는 느낄 수 없다. 1997년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 두세 달 전만 해도 외국의 국제기구와 한국 경제 관료들은 우리 경제의 거시 펀더멘털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구조적 문제점이 누적돼서 터져 나온 순간 위기를 깨달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음에도 거시 지표만 보면 상황이 좋아 보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우 우리나라의 초기 방역은 성공적이었다. 자영업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제약을 가했지만 공장은 계속 가동했기 때문에 생산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타격이 적었고, 수출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신 개발과 함께 미국과 선진국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수출도 증가했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덜 떨어지고 회복률이 빨랐던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의 유무가 아니라 단기적인 생산 장애와 수출 수요의 회복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구조적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08쪽)


지금은 한국 경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경제구조 자체의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혁신과 포용적 성장, 그리고 산업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 가장 먼저 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의 일대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 (230쪽)

저자는 양극화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자신의 경제적 생애주기를 예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언제까지 일하고 어느 시점에 퇴직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의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는 경제 구조로 가기 위해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어려운 '재벌 개혁'이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지금이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혁신 경제, 포용 성장, 탄소중립으로 이행해나가지 못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사람은 다수의 일반 국민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먼저 현실 인식이 기본일 것이며, 지금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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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2.11 독서평설 2022년 11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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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준비에도 다양한 읽을거리는 필수이니, 독서평설이 배경지식을 채우고 갖가지 읽을거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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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2.11 독서평설 2022년 11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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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독서평설을 보았을 때 나는 놀라고 말았다. 솔직히 조금 미안한 구석도 있었다. 초·중·고교생을 위한 잡지인데, 이렇게 알차게 구성되었을 줄이야!

제법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알차게 담겨 있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교생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논술잡지 『고교 독서평설』 2022년 11월호를 읽어보게 되었다.



월간 고교독서평설은 문화의 창, 2022 시대의 창, 입시의 창, 비문학의 창, 문학의 창으로 나뉘어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목차를 살펴보면 특히 관심이 생기는 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날짜를 정해두고 스케줄에 맞게 한 편씩 집중 탐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논술 준비에 도움이 되겠다.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채우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AI가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썼다는 소식은 짤막하게 뉴스를 통해서 보았는데, 이렇게 함께 생각해 보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글쓴이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생각하면, 대본을 만드는 데 쓰일 정도로 깊이 있고 유려한 문장을 AI가 출력하는 데 앞으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남의 일과 고민만은 아닌 이 문제는 논술 준비 소재로도 필요하겠다.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킹달러? 외환위기가 또 온다고?

환율 급등이 왜 심각한지, 알쏭달쏭 이슈를 통해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또한 현대 철학자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알프레트 아들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군것질이 몸에 나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끊을 수 없네요." 주변에서 흔히 들을 만한 하소연이다. 자기도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 하게 된다는 말이다. 알프레트 아들러는 이런 말에 결연히 고개를 젓는다. 차의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았다고 생각해 보라. 그래도 차는 앞으로 밀려 나간다. "알고 있지만 그만둘 수 없다."라는 푸념은 사실은 하고 싶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러는 갖은 변명을 제쳐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정말 하고픈 게 뭡니까?" (88쪽)

쉽게 쏙 들어오도록 알프레트 아들러의 심리학을 짚어주니, 고등학생이 알아야 할 갖가지 지식을 핵심적으로 익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번 호에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수록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나도 고등학생 때 이 소설을 처음 접하고는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얬었다.(183쪽)'라는 문장이 마음에 쿵 와닿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광경을 그림으로 표현해주니 이 소설의 분위기가 한눈에 그려진다. 하늘, 달, 산맥, 바람, 그리고 이들 셋의 삶과 이야기가 어우러져 글의 정취를 더욱 살려주는 듯하다.



음식을 골고루 먹어서 몸이 튼튼해지듯, 문학 비문학을 통틀어 골고루 읽으며 꼭 필요한 정보를 알차게 얻을 수 있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다.

고교생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알차게 담겨 있어서 고교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겠다. 논술 준비에도 다양한 읽을거리는 필수이니, 독서평설이 배경지식을 채우고 갖가지 읽을거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고교생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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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조주관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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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이다. 처음에는 그림을 얼마나 좋아했길래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이는지 의아했다가 금세 이해하게 되었다. 세계적 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미술애호가로도 유명했지만 그 스스로 뛰어난 미술평론가이자 시사평론가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천재 작가였으며, 그의 글은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과연 어떤 그림과 그의 작품이 연관이 될지 궁금했다.

이 책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을 읽으며 그의 그림과 작품을 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조주관.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고리키 세계문학연구소 학술위원을 지냈다.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은 반세기가량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에 경도되어 살아온 저자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도스토옙스키의 미술평론과 독자적인 미술관(美術觀)을 깊이 탐구한 저작이다.

이 책에 소개된 미술작품들을 통해 도스토옙스키의 미술 경험을 함께 나눈다면,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확장될 것이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3부로 구성된다. 작가의 말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곳'을 도스토옙스키와 여행하다, 프롤로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미술문화의 체험 공간이다'를 시작으로, 1부 '성과 속', 2부 '미와 추', 3부 '생과 사'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눈'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과 그의 삶 그리고 그가 사랑한 그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마음에 긁어 새겨두었다가 글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하면 대문호에 워낙 유명한 작품 이름들을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세세한 이야기는 잘 몰랐기에, 작가의 말부터 시선 집중해가며 읽어나갔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어 지식이 풍부해지고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다. 그의 미술작품 취향은 아내의 일기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라파엘로의 그림을 회화의 최고봉으로 평가했으며, 그중에서도 <시스티나의 성모>를 으뜸으로 꼽았다고 한다.

그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작품은 <돌아온 탕자>이며, 이 주제는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에서 시작해 『네토츠카 네즈바노바』 『상처받은 사람들』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다뤄졌다는 것이다.

문학작품 속에서도 그림과 일치되는 부분을 도스토옙스키는 읽을 줄 알았다. 창작, 떠오르는 영감이 그림에서 다 나왔다.

일반인으로서 그림을 감상할 때, '그냥 그림인가 보다', '실제 있었던 일인가 보다', 그 정도의 느낌이라면, 도스토옙스키는 거기에서 영감을 얻고 깨달음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도 막달라 마리아처럼 '마음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는 체험을 했다. 1849년 12월, 페트라솁스키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은 도스토옙스키는 사형 집행의 순간에 감형되어 약 8년 동안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살게 된다.

시베리아로 가는 도중 작은 도시 토볼스크에서 그는 데카브리스트(12월당)의 부인들 가운데 하나인 폰비지나에게 신약성경을 선물로 받는다. 이 부인들은 시베리아에 유형 온 남편의 뒤를 따라온 여인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죄도 없으면서 약 25년 동안 유형수인 남편과 함께 숱한 고통과 난관을 이겨냈다.

성경은 감옥에서 허가된 유일한 책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때 받은 성경을 감옥에서뿐만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읽고 간직했다. 유형 후 도스토옙스키는 그리스도를 열정적으로 경배하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거듭난다. (66쪽)



도스토옙스키가 강조한 '눈'은 시각예술인 그림을 논하는 이야기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가 언급하는 화가들은 모두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눈의 소유자이다. 그러한 화가들의 예술적 상상력은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스토옙스키에게 창작과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331쪽)

지금껏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깊이 접근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특별했다.

또한 작가와 화가의 세계를 따로따로 생각해왔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접근하게 되었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작가의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고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책을 통해서 예술작품이 예술가의 창의력을 자극시켜 또 다른 명작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림을 보는 안목에 이어서 작가의 상상력과 영감을 통해 예술이 연결되어 퍼져나가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맛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시야 또한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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