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마음공부 : 부모 편 - 부모에게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 생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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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오소희는 나에게는 여행작가로 기억된다. 어린 아들 중빈과 세계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렇게 한 작가의 캐릭터가 고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여행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삶도 차곡차곡 자신의 색깔에 맞게 개척해나가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언니들의 마음공부'라고 한다.

이전 책들을 보았을 때도 '역시 오소희!'라는 반응을 하며 읽어나갔기에, 이번 책 《언니들의 마음공부: 부모 편》도 기대하며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오소희. 세 살이던 아들과 지구 곳곳의 제3세계로 훌쩍 떠나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만의 생을 개척했다. 그녀 곁에 똑같은 질문을 품에 안은 여성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활동 플랫폼 '언니공동체'가 그곳이다. 주체적으로 삶을 가꾸고자 한 이들은 함께 모여 <나를 찾는 글쓰기 모임>을 열었고, 이들의 자아찾기 여정은 부모와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여성의 진로로 이어졌다. 이 책은 그중 첫 번째인 '부모 편'이다. (책날개 중에서 발췌)

당신이 부모님과 편안해지기를,

그로써 무엇보다

당신이 자신과 편안해지기를. (19쪽)

이 책은 워밍업 '사례에 들어가기 전 먼저 꺼내보는 질문들', 첫 번째 '지혜의 이야기: 부모가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키운 경우', 두 번째 '수진의 이야기: 맏이에게 어릴 때부터 어른 역할을 지운 경우', 세 번째 '민주의 이야기: 부모의 꿈을 아이가 대리 성취해주길 바란 경우', 네 번째 '은경의 이야기: 아이가 보는 데서 부모가 수시로 싸운 경우', 다섯 번째 '미영의 이야기: 아빠가 엄마와 아이를 때리고 강압한 경우', 여섯 번째 '희진의 이야기: 엄마가 아이에게 신세한탄을 하고 때린 경우', 마지막 '정희의 이야기: 정서적 허기가 채워진 아이의 경우'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롤로그에서는 의외의 설문 결과를 들려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한민국 30,40대 여성 약 250명에게 물었다.

"당신이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직업 또는 경력단절? 남편 또는 남자 친구?

자녀 또는 시부모? 돈?

대답은 다소 의외였어요.

부모.

90퍼센트가 넘는 압도적인 비율이었죠.

이것들은 그들 대부분이 부모의 양육방식에 의해 상처받았다는 뜻입니다.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품에 안은 채,

지금도 부모와 불편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해요. (10쪽)

이 책에서는 그래서 '부모'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먼저 상처를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여정까지 함께할 수 있다.

예전 책이 오소희 저자 혼자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여성들의 이야기로 영역이 확대되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또한 어린 시절에 비슷한 상처를 마음에 품고 자라온 어른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의 워밍업에는 이런 말이 있다.

"언니, 저는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를 잘 알아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서운했던 기억이 많지만 어쩐지 끄집어내면 안될 것만 같아요. 죄책감이 느껴진달까요." (22쪽)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과 원망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우리 감정의 정체를 파악하고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던 상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함께 모여 마음공부를 하며 성장한 과정이기에,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공감하며 읽어나갔고, 이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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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2.12 초등 독서평설 2022년 12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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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읽어볼 만한 잡지를 찾고 있다면 일반인도 함께 읽어도 좋을 '고교 독서평설'이다.

나는 고교 독서평설을 보고 두 번 놀랐다. 의외로 전통이 오래되어서 한 번, 그리고 고등학생을 위한 잡지라면서 생각보다 깊고 알차서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사실 세상에 필요한 지식은 여기저기에서 채울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만 있고,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니 이렇게 누군가가 알찬 지식을 종류별로 모아서 보여준다면 얼마나 편리하고 좋겠는가.

특히 문화, 시대, 입시를 비롯하여, 비문학에서도 인문, 사회, 과학 등등 세세하게 분류하여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을 종류별로 들려주니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호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고교 독서평설을 펼쳐들었다.




독서평설 12월호에도 알찬 정보가 가득하다. 알밤을 줍듯 좋은 글들을 골라 담는 시간을 가져본다.

특히 이번에는 '시대의 창' 이야기를 집중해서 읽어보았다. 우리의 현실을 짚어보고 팩트체크를 해주며,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고등학생들에게 필요한 입시 정보도 함께 알려주고 진로 문제도 체킹 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무엇보다 상식을 하나씩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앎의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이스털린의 역설 남과 비교하면 행복하지 않다」

이 글을 통해 이스털린의 역설과 함께 그에 대한 단상을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다양한 연구자료와 현상을 들려주니 학생들에게 탄탄한 배경지식이 될 것이다.

이스털린의 역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1974년에 주장한 개념으로, 그는 1946년부터 30개국의 행복도를 연구하여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74쪽)




가볍지만은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만도 않은 고등학생 잡지이다. 독서평설은 2022년 우수콘텐츠잡지로 선정되었다. 학교 시험공부가 전부가 아니고 세상도 함께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잡지다.

고교 독서평설은 매달 그 시기에 짚어보면 좋을 사회 이슈도 다양하게 다루어주어서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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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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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아노말리 anomalie: n. 이상, 변칙, 모순

그러고 보면 이 단어만으로도 무언가 통제 불가능한 메커니즘을 말하기에, 소설의 소재로 충분히 선택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마 다음 설명을 들어보면 도대체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2021년 3월, 뉴욕행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위기를 겪고 무사히 착륙한다. 그리고 세 달 뒤, 동일 기종의 여객기가 동일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나고 동일한 기착지를 향한다.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사람들을 싣고서… 사건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여객기를 공군 기지에 비상 착륙시키고, 극비리에 과학자들을 소집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아주 먼 과거도 아니고, 3개월 전의 나와 만나다?

그러고 보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면 좋을까, 같은 생각은 해본 적이 있지만, 나는 지금으로부터 딱 3개월 전의 나와 조우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호기심을 못 이기고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되었냐고?

이 책을 한참이나 책장에 꽂아두었다. 그러고 보니 그게 3개월 전쯤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이 책을 펼쳐든 것이 3개월 전의 내 마음과 연결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그때의 그 마음으로 이 책을 꺼내들었다.

이 책은 공쿠르상 수상작인데, 공쿠르상은 상금이 10유로밖에 안 되지만 수상작이 되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기 때문에 공쿠르 시즌은 프랑스 서점가의 대목이라고 한다.

코로나 시대의 공쿠르상은 예년보다 석 주 늦게,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온라인 줌으로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아노말리는 밀리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과연 공쿠르상 수상작 중에서도 불티나게 팔린 이 소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이 소설 『아노말리』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에르베 르 텔리에. 1957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소설, 희곡, 시를 쓰는 작가이자 수학자이며, 기자, 언어학 박사이다. 국제적 실험 문학 집단인 울리포의 회원이며, 2019년부터 울리포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20년 여덟 번째 장편소설 『아노말리』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같은 해 메디치상, 르노도상, 데상브르상 후보에도 올랐다. 『아노말리』는 프랑스에서만 11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45개 국가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책날개 중에서)





작가가 어떤 집단에 속해있느냐가 당연하겠지만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작가는 울리포 즉 잠재적 문학의 작업실 집단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울리포는 1960년대 프랑스에서 문인과 수학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학적 실험 집단이다. 이들은 일견 창작의 자유를 방해하는 듯 보이는 제약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문학을 일상적 기능의 속박에서 해방하고 새로운 잠재력을 끌어내려 했다. 울리포는 수학, 과학, 생물학, 음악 혹은 뚜렷한 규칙성을 띠는 놀이 등에서 제약을 찾아내어 창작의 도구로 활용했다. (475쪽)

작가가 어디에 속했는지, 그리고 제약을 도구로 사용하는 문학의 전문가라는 점을 알고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이, 낯선 느낌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수학자여서 그런지 예를 들어 235쪽에 보면 수학 방정식이 하나 나오는데, 수학 방정식을 소설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에 도구로 쓸 생각을 했다니 기발하다.



 

보통은 소설을 읽을 때 스포일러를 조심하면서 배경지식을 최소화하여 읽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럴 수가 없었다. 난해함이 느껴져서 첫 번째 독서 시도에서는 실패하고 말았다.

나는 그럴 때에는 억지로 읽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편인데, 그것은 미래의 내가 좀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시 기회를 잡았을 때 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사실에 놀라면서 읽어나갔다.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설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읽다가도 어느 순간에 수긍하며 빠져들게 되면 그렇게 반갑다. 그것이 소설의 묘미이다. 이 소설 역시 그랬고, 이것이 공쿠르상 수상작의 힘인가보다.

앞부분이 살짝 몰입도를 떨어뜨렸지만 '난기류'부터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얻어 한달음에 가보게 되었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스토리도 따라가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SF와 형이상학적 미스터리가 우아하게 혼합되었다.

착륙 후에도 한참이나 머릿속을 맴돌 상상의 비행 같은 소설.

_워싱턴 포스트

이 소설을 읽다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술술 읽히는 소설만 잡고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흡인력 있게 술술 읽히는 소설도 좋지만, 때로는 지식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생각의 틀을 깨주는 소설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승객들을 태운 동일한 비행기가 두 번 착륙했다고요?" (책 뒤표지 중에서)

이 말이 처음 접했을 때에는 나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상 현실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나 자신의 '분신'과도 대면하는 듯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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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2 - 전2권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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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백만장자의 공짜 음식》은 1,2권으로 된 이미진 장편소설이다. 《파친코》 저자 이민진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출발점이라고 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디아스포라는 신앙적, 경제적, 정치적 이유 등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파친코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교포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그린 소설이라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으로 가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분투하는 삶을 이야기해준다.

그들은 현재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가는 것인데 그곳에서도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된다는 것을 상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민진.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경계인으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며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을 잇는 작가'라는 찬사 속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민진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가는 2007년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으로 독자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다.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을 다룬 소설은 이민 2세대의 정체성 혼란과 부모 세대와의 갈등, 불안한 미래를 앞두고 방황하는 젊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의 특수한 정서와 한인 사회에 속한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을 인정받으며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친코》는 작가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혼신의 노력을 쏟아부어 완성한 대작으로, 영미문학이 그동안 주목하지 않은 재일조선인의 역사와 삶을 다루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7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아마존, BBC 등 75개가 넘는 주요 매체에서 앞다투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전미도서상과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파친코》는 33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작가의 책들은 대한민국 바깥의 한국인, 뿌리는 같지만 삶의 형태와 형식을 달리하는 재외동포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문학적 성취까지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뉴욕주 작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에서는 《파친코》로 만해문예대상, 디아스포라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작이 될 세 번째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책날개 작가소개 전문)




먼저 작가가 '친애하는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글에서 하는 이야기를 읽어보면, 주인공에게 케이시 한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동기를 알려준다.

그 글을 보고 나면 케이시 한이 어떤 인물인지 눈앞에 그려질 것이다.

더 이상 그냥 이름만이 아니라, 발랄하고 꿈이 가득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그곳에서 살아간 한 인물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이 소설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13쪽)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구체적으로는 책 뒤표지에 있는 말을 보면 된다.

당신이 가진 것 없는 이민자의 딸이라면

부모와 다른 눈부시고 화려한 인생을 꿈꾼다면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책 뒤표지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소설을 읽어나가며 파악할 수 있다.

이전에 《파친코》를 통해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디아스포라를 보았다면, 이번에는 미국 땅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현재를 볼 수 있었다.




기회의 땅으로 간 한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 삶을 생생하게, 아주 세밀하게 엿보는 듯한 책이다.

대화를 통해서도 성품과 인격, 생활상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중 인물들도 선정을 잘 했다.

그들은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 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풀어나간 소설이다.




또한 이 책의 제목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의미가 와닿으니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 팀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월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니, 그의 음성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는 듯한 씁쓸한 감탄이 어려 있었다. (162쪽)

케이시의 아버지는 세탁소를 하시는데, 아버지께서는 이 세상에 공짜 점심 같은 건 없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러니 케이시는 다소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바라보던 세상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며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세대 차이기도 하고 문화 차이이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인식하며 기존의 틀을 깨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기본적으로는 이민자들의 삶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입장에 놓여있지만,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사회에서 고정관념처럼 굳어있는 세대 간의 격차를 깨는 시간도 보내게 된다.


 

 

사람들은 기회의 땅으로 간다. 잘 살아보기 위해서 간 것이다. 하지만 삶은 녹록지 않았다.

거기에서 성공할 수도 있지만 부단히 고생만 하다가 끝나는 삶도 있다. 이 책에는 이민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애환의 삶을 잘 녹여내어 쓴 소설이어서 현장감이 있게 읽어나갔다.

말이 어눌해서 걸핏하면 바보 취급받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케이시 한도, 계급과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사회의 엘리트로 도약하겠다고 이를 악문 '테드 김'도 어딘가에, 우리와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그 어떤 한국인들보다 이런 한국인들에게 목소리를 내라고 권유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488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태어나서부터 성장까지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지금껏 이민자들에 대해 잘 몰랐다면, 이 책을 계기로 그들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시작이다. 이미 소설 《파친코》의 인기로 그 책을 먼저 읽어보았지만, 이 책은 그 시작점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현재 작가는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완결작이 될 세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하니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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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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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평론가 신형철 에세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가 있어서 관심을 가졌고, 시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하여 읽어보기로 했다. 안 그래도 요즘 시 감상에 관심이 생겼는데, 문학평론가가 들려주는 시 이야기 시화詩話가 궁금하여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무슨 이야기가 전개될지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신형철. 문학평론가. 2005년 계간 『문학동네』에 글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관심사는 예술의 윤리적 역량, 윤리의 비평적 역량, 비평의 예술적 역량이다. (책 속에서)

내가 조금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8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책머리에 '내가 겪은 시를 엮으며'와 프롤로그 '조심,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에 대하여'를 시작으로, 1부 '고통의 각', 2부 '사랑의 면', 3부 '죽음의 점', 4부 '역사의 선', 5부 '인생의 원'으로 이어지며, 부록 '반복의 묘'와 에필로그 '돌봄, 조금 먼저 사는 일에 대하여'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는 공무도하가, 욥기, 에밀리 디킨슨의 시 두 편,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김시습 「나는 누구인가」, 한강 「서시」,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밥 딜런 「시대는 변하고 있다」, 이성복 「생에 대한 각서」,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등이 수록되어 있다.


 

공무도하가

백수광부의 아내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장차 임을 어이할꼬.


이 책에서는 「공무도하가」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 최고最古의 노래여서만은 아니며, 가장 오래된 인생과 그 고통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 감상을 시작으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함께 집중해본다.

그 옛날의 공무도하가 이후 수천 년이 흘러 지금도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는데, 이상은은 <공무도하가>를 불렀고, 김훈은 『공무도하』를 썼고 진모영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찍었다.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각별하게 전해져내려오는 깊고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는 시여서 그럴 것이다.

'나는 내 뜻대로 안 된다. 너도 내 뜻대로 안 된다. 그러므로 인생은 우리 뜻대로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나는 수천 년 전의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들어본 적 없는 그 먼 노래가 환청처럼 들린다. 나는 백수광부다. 나는 그의 아내다. 나는 곽리자고다. 나는 여옥이다. 나는 인생이다. (36쪽)


 

이 책을 통해 모르는 시도 접하고, 아는 시도 다시 접한다. 지금껏 알고 모르고는 상관이 없다. 저자의 시선으로 다시 풀어내는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시 감상을 달리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나도 이 시를 고등학생 때부터 감상해왔지만, 볼 때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르기는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달리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독법 말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는 데에는 미국의 평론가 데이비드 오어가 2015년 출간한 『가지 않은 길 -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시에서 미국을 발견하기』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문소영 칼럼 「오해되는 시, 가지 않은 길」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 감상의 폭이 달라지고 확연히 넓어질 것이다. 시는 그래서 오묘하고 신비로운 세계인 것 같다.


 

이 책의 띠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이라는 직업'을 가진 모두를 위한 책!

이 책은 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다. 내 시선보다 조금은 더 섬세하게, 더 넓은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짚어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해당 시에 대한 감흥이 달라진다.

누군가 짚어주어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묘미를 보여주는 책이다.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문장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어느 날 어떤 문장을 읽고 내가 기다려온 문장이 바로 이것임을 깨닫는다.'

이 책에 그런 문장이 하나라도 있다면 저는 얼마나 좋을까요.

_신형철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맴돈다. 어쩌면 나도 어렴풋이 알 듯했던 것을 이렇게 문장으로 표현해주니 비로소 내 마음도 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도서를 직접 구입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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