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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의 거짓말 - 당신이 몰랐던 건강검진의 불편한 진실
마쓰모토 미쓰마사 지음, 서승철 옮김 / 에디터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의료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우편물이 왔다.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잊고 지내며 기한을 넘기게 되었다. 머릿속에는 갖가지 이유가 떠오르는데,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특별히 느끼는 자각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메르스 사태도 병원과 더욱 멀어지는 데에 일조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장수하려면 건강검진 받지 말라고 조언한다. 어떤 근거로 이렇게 파격적인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이 책『건강검진의 거짓말』을 통해 건강검진에 대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지은이는 마쓰모토 미쓰마사. 1943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홋카이도 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2009년부터 간토 의료 클리닉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40여 년 동안 의료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적은 약과 적은 비용으로 치료하는 데 힘쓰며, 모든 환자를 똑같이 사랑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다. 양의이면서도 한방약을 치료에 도입하는 등 환자에게 더 유익한 의료라면 동서양의 우열을 논하지 않고 진정한 의료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책은 2010년 출간된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저자는 개정증보판 서문에서『건강검진의 거짓말』이 출간된 지 5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도 건강진단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의료 상황도 일본을 따라가고 있으니 일본의 의료 문제를 짚어보며 판단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장수하려면 건강검진 받지 마라'는 머리말의 제목이다.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이 받지 않은 사람보다 장수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오히려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이 더 단명한다는 데이터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는 거기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이유를 분석해본다.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먹지 않아도 될 약을 먹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받지 않아도 될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며,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물론 건강검진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다른 의사들이 그렇게 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오랜 세월 그래왔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하며 당연하다는 듯 약을 처방해왔다. 혈압도 약으로 낮춰야 한다고 굳게 믿어왔다. 한센병 환자는 격리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엑스레이 사진도 필수적으로 찍었다. 이런 모든 것, 정상적이지 않은 일을 오랫동안 저질러왔다. 지금은 크게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반성이 이 책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8쪽_머리말 中)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뉜다. 제1장 '건강검진을 통해 의료를 생각하다'에서는 지질 검사를 비롯하여 혈당 검사, 요산 검사, 간 기능 검사, 혈압 측정, 암 검진 등을 다룬다. 건강검진을 받기 전에 생각해 둘 것과 '건강검진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요한지 짚어본다. 제2장 '국가나 언론, 의사에게 현혹되지 않으려면'에서는 고혈압증, 당뇨병, 고요산혈증, 필자가 경험한 암 수술, 감기와 약을 통해 '건강검진'을 생각하자, 꼭 알아야 할 핵심 세 가지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제3장 '나를 전율케 한 무서운 일본의 의료'에서는 한센병으로부터의 반성, 의원성 에이즈, 탈리도마이드의 약해(藥害) 등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솔직 발언에 힘이 실리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검사 중 상당수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각각의 검사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소신껏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편안하게 읽으며 검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병원과 의사를 무조건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못마땅할 수도 있는 책이다. 하지만 미심쩍은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는 속시원한 책이 될지도 모른다.
정리하면, 건강검진을 받아서 좋았던 항목은 체중 측정, 혈압 측정, 혈당 검사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흐음! 너무 극단적인가? 이래서야 동료 의사들로부터 더더욱 미움을 사게 될 것 같다. 사무장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게 뻔하다.) (138쪽)
특히 강렬하고 충격을 받은 부분은 '필자가 경험한 암 수술'이었다. 건강검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암 수술에 관한 사례를 간단히 소개해준다. 의사 생활 40년 동안 갖가지 사례를 통해 수술이 최선이었는지 최악이었는지 살펴보았는데, 실제 사례를 통해 저자의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게 전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묘한 생각이 스쳐간다. 저자가 동료 의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겠구나, 하는 걱정까지 한다. 별 걱정을 다 한다. 그의 용기에 이런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업종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소신껏 내며 책을 출간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소신껏 이야기하고 있지만, 믿거나 말거나는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을 읽으며 건강검진의 민낯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