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결혼식 - 작지만 로맨틱한 스몰웨딩의 모든 것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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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제주 결혼식이나 원빈,이나영의 밀밭 결혼식으로 스몰웨딩의 실속과 낭만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실행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무엇보다 뜻을 같이하는 연인을 만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부모님 및 친지들을 설득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뜻이 맞고 부모님 설득도 가능하다면 스몰웨딩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나의 작은 결혼식』에는 직접 스몰웨딩을 준비하고 실행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스몰웨딩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직접 준비하고 싶지만 막막한 사람들에게 이 경험담은 깨알같은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민정.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지금은 제주에서 살고 있다. 제주로 긴 여행을 떠났다가 제주 토박이 남자를 만났고, 평생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리라 마음먹었으나, 결혼해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게 해주겠다는 그의 말에 결혼을 결심했다. 나다운, 나만의 작은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목표로 총 1천만 원(신혼여행 포함)의 예산을 수립, 셀프웨딩 촬영부터 테이블 스타일링까지 스몰웨딩의 전과정을 손수 꾸렸다. 작지만 로맨틱한 스몰웨딩을 꿈꾸는 예비신부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스몰웨딩에 대한 실속 팁과 최신 정보를 이 책 한 권에 총망라했다. (책 날개 中)

 

결혼에 대해 생각없던 저자는 비슷한 결혼관을 가진 남자를 만나 결혼을 결심했다. 이들이 작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이야기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며 현실에서 닥치게 되는 문제점 해결법이나 미리 선을 긋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짚어주는데, 실제 스몰웨딩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깨알같은 팁들이 가득하다.

 

자신의 이야기에 뒤이어 스몰웨딩팁을 일러주는데, 순서대로 읽어나가다 보면 저절로 눈길이 간다. 역시 결혼은 크든 작든, 비용이 많이 들든 적게 들든, 어떤 스타일로 할지 많은 고민을 해야할 일이고, 의견을 맞추며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티격태격 다투거나 헤어지기까지 하는 커플도 많이 있지 않은가. 아무 정보없이 남의 손에 맡기기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준비하고 싶다면 정보가 우선일 것이다. 이 책은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스몰웨딩에 준비해야할 사항을 꼼꼼하게 점검하도록 도와준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억에 남는 멋진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혼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음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첫째, '혼인을 알리는 이벤트'가 아닌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파티'에 의미를 둔다.

둘째, 새 출발을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을 해줄 가족과 소수의 절친만 초대한다.

셋째, 하객도 함께 즐기는, 단란한 결혼식을 한다.

넷째, 우리가 파파 할머니, 파파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반추하며 웃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든다.

다섯째, 그러므로 결혼식의 A to Z는 철저히 셀프 시스템을 가동한다.

결혼을 결심하던 날 작정한 첫 마음이었다. 나의 작은 결혼식은 그 마음을 그대로 펼쳐놓은 모습과 같았다. 우리가 주인공인 결혼식이었고, 가족과 절친의 축복 속에 이루어진 단란한 결혼식이었고, 전날 자정까지 레스토랑에 나가 식장을 꾸민 온전한 셀프 결혼식이었다. (230쪽)

 

전체 결혼 비용을 표로 정리한 것을 보면 식장, 식대, 예물, 예복, 웨딩 촬영, 헤어 메이크업, 청첩장, 식장 데코레이션, 본식 스냅 촬영비, 신혼여행까지 총액이 10,415,000원 소요되었다. 표를 보고 나면 '술술 새는 결혼 비용의 지출 전략을 세우자'는 스몰웨딩팁에 절로 눈이 갈 것이다. 이들의 결혼 준비부터 결혼식까지의 이야기에 더해 꼭 필요한 꿀팁까지 한 권의 책으로 접해볼 수 있다.

 

부록으로 My Small Wedding Note가 제공되는데 '웨딩홀만 벗어나도 결혼식이 특별해진다!', '스몰웨딩 아이디어가 가득! 해외 사이트 BEST 3', '결혼반지 똑소리 나게 고르는 체크리스트', '한눈에 정리하는 셀프 웨딩 촬영 준비물', '본식 당일 챙겨야 할 모든 것', '스몰웨딩 A to Z 체크리스트' 등 스몰웨딩을 추진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스몰웨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부록은 이들의 결혼식에 필요했던 것을 체크하고 자신만의 스몰웨딩을 채워나가도록 빈 칸으로 남겨두고 있다. 스몰웨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고, 따라하고 싶은 부분을 체크해두면 유용할 것이다. 일률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는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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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지음 / 첫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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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때로는 제목만으로 선택한 책에서 만족도가 높을 때가 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중요한 것인가보다. 두근거리며 이끌림이 있는 책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 적이 많으니,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한 권이 되리라 기대하며 이 책『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수리. 인터넷 뉴스 영상취재기자, 광고 기획 피디를 거쳐 'KBS 인간극장' 팀에서 방송작가로 일했다. 카카오 브런치에 '그녀의 요일들'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연재해왔다. 뭉클하면서도 따뜻한 그녀의 글은 브런치 구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우리 일상을 보듬는 그녀만의 포근한 시선들을 엮었다. 책을 덮고 나면,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일상에도 드라마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책 날개 中)

 

"할머니, 할아버지, 저 고수리 작가예요. 수리수리마수리 고수리 작가요!"

어르신들은 내 이름을 좋아했다. 아하, 수리수리마수리 고수리 작가! 다음 번 통화에서도 그렇게 나를 기억해 주셨다. (8쪽)

작가의 이름부터 기억에 쏙쏙 들어오도록 하는 글이다. '고작가의 날들'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름부터 일까지 자신에 대해 고백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쓴 사람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책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놓치지 않고 책 속의 내용에 몰입한다.

 

이 책을 읽으며 평범한 것도 특별하게 담아내는 시선을 느낀다. 우린 미처 잊고 살았지만 삶의 무대에서 누구 하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며 우리들의 진솔한 삶을 짚어준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 소소한 것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인간극장 출연자에게 했다는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 맴돈다.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드는 재주가 있나보다. 글감을 보았을 때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서 금세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참동안 눈길을 잡아 끈다. 허투루 읽어간 글도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읽게 만든다.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자근자근 다져가며 읽게 된다. 뿌듯하기도 하고, 쌔 하기도 하며, 온갖 복잡 미묘한 감정이 솟아난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는 생각처럼 낭만적인 글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쯤 생각해 볼 '어두움'에 관한 책이다. 누구에게나 우울하고 어두운 시기가 있으니 말이다. 한 청년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묘하게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탄생시켰다.

어둠 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다만 잠시만 그곳에 머무르라고. 어둠 속을 걷다보면 어딘가에서 당신을 이끌어 줄 빛을 만날 거라고. 어둠 속이 너무도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가 있으니까. (217쪽)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눈길을 잡아 끌 소재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상한 포도, 카세트, 머그컵, 양초 등 소소한 것도 의미가 담겨있으니 다시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냥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평범한 일상을 붙잡아 내는 힘을 배운다. 글자가 작아서 한꺼번에 많이 읽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한번에 읽을 책이 아니라 조금씩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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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김태훈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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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시를 테마에 따라서 묶어 펴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어떤 테마보다 온가족이 함께 가족에 대한 시를 읽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는 존재다. 힘이 들게도 하고 힘이 나게도 한다. 이 책『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속에 들어있는 시와 에세이를 통해 가족을 재인식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가족을 테마로 한 시 50편에 해설을 붙인 에세이집이다. 가족에 대한 시를 떠올려보면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50편의 시를 묶어내니 알차게 솎아낸 느낌이 들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시인 한 명이 낸 시집을 읽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이 책에는 총 6장의 구성으로 시를 엮었다. 아버지에 대한 시 모음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던', 어머니에 대한 시 모음 '어서, 무라', 부부에 대한 시 모음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가족의 시간과 다양한 모습을 담은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가족의 시간', '그렇게 행복을 연습해두면'으로 나뉜다.

 

가족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 들까. 가끔은 뭉클하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한다. 서로 힘들게 하며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가족의 모습은 천차만별인데, 때로는 행복한 생각에 벅차오르다가도 가족의 시간이 행복만이 아님을 시와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된다. 이상적인 모습의 가족상만 강요되는 분위기에서 현실 속의 가족의 모습을 제대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정록의 <불주사>를 보며 웃으면서도 씁쓸해지는 모성애를 느꼈다. 잘 하려고 하다가 자식에게 흉터를 남긴 것이다. 시인은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라며 시를 시작한다. 공짜라기에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혔는데,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되었다고 등목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가족의 어두운 면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으로 읽게 된 시는 진은영 시인의 <가족>이다. 이런 가족이 되지 않기위해 각성해야 할 것이다. 나도모르게 가족에게 지옥을 보여주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 시작해야할 것이다.

가족

                    진은영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원수만도 못한 인연을 이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가족은 사랑의 샘이라는 말, 빈말에 불과합니다. 가족이란 어휘는 집 밖에서만 밝게 빛날 뿐, 정작 집에 들어가보면 꽃이 죽고 화분이 생명력을 잃습니다. (224쪽)

에세이를 통해 이 시를 다시 짚어보니, 이 시가 더 서럽다. 그런 모습의 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대화와 이해가 밑받침되어야할 것이다.

 

마음에 드는 시 앞에서는 저절로 멈추게 된다. 나즈막히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시가 마음에 들어온다. 가족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꽃을 피워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데에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매일매일이 아니라 금요일 하루 만이라도 부담없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쌓아가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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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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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쉽게 읽히면서도 궁금증을 명확하게 해소할 수 있습니다. 기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새롭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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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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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이끌리는 데에는 이 문장으로 충분했다. "이 지금 숲에서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무도 감각과 감정, 기억을 갖고 있다고? 나무들이 숲에서 서로 대화하고 소통한다고?" 그동안 나무를 볼 때, 나무 이름 정도 아는 정도로 그나마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놀라운 세계가 숨어있다. 나무에 관한 책 중 이렇게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있던가 생각해보며 한 장 한 장 아껴 읽는 시간을 보냈다. 나무수업을 제대로 받는 느낌으로 뿌듯해진다.

 

이 책의 지은이는 페터 볼레벤. 20년 넘게 라인란트팔츠 주 산림관리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6년 친환경적 산림 경영의 이상을 실천하고자 독일 중서부 휨멜 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이 되었다. 이곳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규모 기계 대신 말이나 사람의 손을 이용하여 산림을 관리하는 독일 전역에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이러한 친환경 관리 방식 덕분에 독일 내 친환경 숲에 수여하는 상을 수차례 받았다. TV와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와 강연, 세미나, 저서를 통해 나무의 신비롭고 놀라운 삶과 숲 생태계 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나무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꿀 각오를 해야한다. 이 책을 통해 나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저 저자의 감성을 담은 것이 아니다. 각종 실험과 근거 자료를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사실이라는 점이 이 책을 더욱 값지게 한다. 그러면서도 전혀 딱딱한 투의 글이 아니다. 나무는 물론 그 숲을 이루는 구성원들을 함께 다루었고 인간의 위치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나무 수업'은 인간인 우리가 배우는 나무에 대한 수업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나무들이 경험하는 수업이기도 하다. 제목 자체에서부터 주는 폭넓은 의미에서 한번 더 감탄한다.

학습 과정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제목대로 나무 학교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나무 학교는 아직도 체벌이 허용되는 무서운 학교다. 자연은 엄한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말을 잘 안 듣거나 잘 따르지 않는 학생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 몸통에, 껍질에, 극도로 예민한 부름켜에 고통스러운 균열의 생채기를 얻게 된다. 나무에게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 나무는 자연 선생님의 이런 체벌을 달게 받아들여 교훈을 얻어야 한다. 상처를 아물게 하려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부터는 물을 아껴쓰는 법도 배워야 한다. 뒷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땅이 주는 대로 물을 흥청망청 쓰던 버릇을 고쳐야 한다. 혹독한 체벌로 큰 깨달음을 얻었으니 앞으로는 아무리 땅이 물을 많이 주어도 아껴 쓰고 저축하는 습성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살다 보면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누가 알겠는가! (66쪽)

 

이 책을 읽으면서 부산해졌다. 몰랐던 사실이 나오면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숲 해설사 흉내를 내기도 했고, 주변 나무에 귀 기울이며 나무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하기도 했다. 이 책에 보면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의 모니카 갈리아노 교수가 브리스톨 및 피렌체의 동료 교수들과 실험을 했는데, 뿌리에서 나는 주파수 220헤르츠의 나지막한 탁탁 소리를 측정기가 잡아내었다고 한다. 나무가 말을 한 것이다. 나무끼리도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는 점, 식물들이 그 주파수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를 일이다. 고요한 숲에서 바라보니 나무들이 조용히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나무들뿐 아니라 숲속 동물들과 자연스레 연결되어 흥미를 더한다. 노루와 사슴의 수컷들은 어린 나무를 간지러운 몸을 긁는 효자손으로도 이용한다고 한다. 새들이 집을 짓는 것도 동고비, 딱따구리, 부엉이가 제각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온갖 균류도 숲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사람은 나무의 상품가치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 역시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무도 아픔을 느끼고, 지난 일을 기억할 수 있으며, 나무의 부모도 자기 자식들을 돌보며 함께 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자식을 부모에게서 베어 버리거나 둘 사이를 기계로 마구 헤집지 못할 것이다. (8쪽)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며 그 안에서 인생을 생각할 수 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고, 어느 순간에는 인간으로서 나무의 존재를 엄숙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읽었던 나무에 관한 책 중에 최고이다. 문장 하나 하나가 저자의 입담을 통해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이었고, 다 읽고 나니 주변의 나무 한 그루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살아서 말을 건네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내뿜고 있는 나무를 재발견하게 되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한 나의 변화였다. 세상을 보는 눈이 한 폭은 깊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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