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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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암'이라는 소재는 자꾸 뒤로 미루고 싶어진다. 슬프고, 무겁고, 아프고, 속상한 느낌일 듯해서, 어떤 것이든 감당할 상태가 되었을 때 접하려고 한다. 안 그러면 한없이 가라앉는 느낌에서 헤어나올 수 없으니까. 몇 년 전,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한참 지난 지금에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젠가는 읽으려고 했던 책, 2012년부터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2016년 봄날 이 책《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존 그린.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마이클 L. 프린츠 상과 에드거 앨런 포 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여럿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한해 가장 뛰어난 청소년 교양도서를 선정, 수여하는 프린츠 상과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에 수여하는 에드거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존 그린이 순문학과 장르 소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재주꾼임을 증명한다.

 

이 책의 맨 앞에는 '작가의 말'이 있다. 보통 소설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허구를 담은 것으로 소설가는 독자가 진실처럼 느끼도록 유도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픽션이다. 내가 만들어 낸 내용이다. 이야기 안에 뭔가 사실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찾아내겠다고 노력해 봐야 소설에도,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시도는 우리 인류가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가공의 이야기도 현실적일 수 있다'는 개념 그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이 신선해서 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헤이즐은 말기암환자다. 다른 십대와 달리 화장품 대신 산소탱크를 상비해야 하는 소녀이다. 엄마는 딸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주치의인 짐 선생님에게 데려갔고,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서포트 그룹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포트 그룹 모임은 따분하다. 그 날도 마지못해 서포트 그룹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 '세상에서 나이 열여섯에 암에 걸리는 것보다 더 지랄맞은 일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암에 걸린 자식을 갖는 거다. (12쪽)' 그렇게 헤이즐 그레이스 랭카스터와 어거스터스 워터스는 만나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암환자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십대 암환자에게도 첫사랑이 있고, 둘이 주고 받는 대화에 웃음이 나오는 것도 이 소설이 주는 강약조절인 셈이다. 암이라는 소재자체가 주는 우울하고 어두운 상황을 이들의 알콩달콩한 대화로 분위기를 살린다. 생명력을 불어넣어 두근두근 유쾌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우리의 손이 책을 건네는 동안 살짝 엉켰고,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차갑네." 그가 내 창백한 손목에 손가락 하나를 얹은 채 말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을 때만큼 차갑진 않아."

"네가 의학용어를 말하는 게 정말 좋더라."

그는 일어서서 나를 잡아당겨 일으켜 세웠고, 계단에 도착할 때까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40쪽)

 

이 소설을 읽으며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틈틈이 웃다가도 먹먹해진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속이 답답하기도 하고, 어거스터스 워터스의 죽음 후에는 쿵 하고 내려앉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 장을 덮으니 비까지 내리는 바깥 날씨가 한몫 더해서 한없이 가라앉는다. 작가가 왜 이 책을 픽션이라고 강조했는지 어렴풋이 알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의 뒷날개에 있는 추천사를 읽어보았다. 나의 느낌과 비슷한 것을 골라본다.

-"매 페이지 독자를 매혹시켜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신중하게 짜인 대사와 생생한 캐릭터 속에 순수한 지성과 유머가 묻어난다." _커커스 리뷰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관한 가벼우면서도 긴 명상록 _혼 북

 

이 책을 읽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것이 다른 입장에서 보면 불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여러모로 생각에 잠기게 되는 부분이 많다.

넌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거야, 훌륭한 친구야.

(이 문장이 특히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는데, 이 말은 살아 있는 사람들은 불멸이라는 주장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넌 내 기억 속에서 영원할거야, 왜냐하면 난 영원히 살 거니까! 난 이제 너의 신이지, 죽은 놈아! 내가 널 소유했어!' 자신이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죽음의 도 다른 부작용이다.) (276쪽)

 

여운이 남는 책이다. 다 읽고나니 머리가 무겁고 멍한 느낌이 지속된다. 소설 속에 푹 빠져들어버린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 그것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할 일이 많은데 복잡한 감정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때 그것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아무 감흥이 없는 소설보다 이렇게 일상에 지장을 주는 소설을 읽고 싶다. 리뷰를 쓰는 손이 떨리고 먹먹하게 만드는 이 소설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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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 산책 - 단어 따라 어원 따라
이재명.정문훈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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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를 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단어와 어원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도 색다른 방법일 것이다. 책을 통해 단어로부터 시작되는 세계 문화 여행에 동참해본다. 이 책《단어 따라 어원 따라 세계 문화 산책》을 읽으며, 익숙한 단어를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접근해본다.

 

하나의 단어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한다.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순간은 늘 설렘으로 다가오고 숨어 있던 무언가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이 전혀 다른 곳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발뒤꿈치를 살작 들고 낯선 세계가 펼쳐지는 단어 틈으로 때로는 당혹스럽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흥미로운 문화를 힐끗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책 뒷표지 中)

 

이 책은 이재명, 정문훈 공동저서이다. 이재명은 KT에서 25년간 홍보팀과 경영지원실 등의 부서에서 대내외 언론, 사내방송, 'KT 사랑의 봉사단'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현재는 전업작가로 직장문화와 우리나라 자생식물 분야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대기업 사외보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정문훈은 2010년 KT에 입사하여 현재 글로벌사업추진실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다양한 해외활동과 여행경험을 바탕으로 세계문화와 역사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문화와 트렌드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언어문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만 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슬쩍 읽어나가다가 눈에 띄는 부분에 집중해서 읽을 요량으로 가볍게 펼쳐들었다. 예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끌어잡는 책이었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만족감을 얻었나보다. 모르던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감탄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커피, 카니발, 건물에 대한 예우 '메종', 코로나, 과일, 달걀, 화장실, 이름, 빵, 채소로 분류된 토마토의 사연, 기적을 안겨주는 행운의 상징물, 이색 상품을 파는 자판기 등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알아나간다.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영상을 보는 듯, 읽는내내 자연스럽게 세계 문화를 접해보는 시간이었다. 읽으면서 새롭게 아는 사실에 대해 놀라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이 책을 즐겼다. 신기한 것이 많은 책이었는데, 그 중 두 가지만 기록해본다.

 

세계 각국의 이상한 해장법도 신기하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겨드랑이에 레몬즙을 발라 숙취를 달랜다고 한다. 그리스는 버터를 먹는 방식으로, 중국인들은 해장을 위해 생계란을 먹는다. 러시아는 뜨거운 고깃국을 먹고 뜨거운 물에 30분 정도 목욕을 하고, 폴란드는 요구르트나 우유를 마신다. 한국의 해장술처럼 스코틀랜드나 네덜란드를 비롯한 몇몇 국가도 차가운 생맥주로 해장을 하기도 한다. (75쪽)

 

초콜릿에 밥 비벼주는 수녀 이야기도 특이하다. 멕시코에서는 실제로 초콜릿 소스에 밥을 말아 먹는 요리가 있는데, 바로 전통음식 '몰레mole'라고. 몰레를 싫어하면 멕시코인이 아니라고 할 만큼 몰레는 한국인에게 김치나 된장과 같은 전통 음식이다. 처음 접하는 이야기인데 '몰레'의 유래까지 알게 되었다. 그 맛을 상상해본다. 물론 초콜릿을 밥에 비벼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어느 날 멕시코 푸에블라 지방의 산타로사 수녀원은 대주교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앞두고 있었다. 대주교에게 맛잇는 음식을 대접하고픈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들은 가난했기에 무엇 하나 마땅히 준비할 것이 없었다. 음식을 담당하는 수녀가 궁리를 해보았으나, 시간에 쫓기기만 할 뿐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교의 방문이 임박하자 이 수녀 밑에서 일을 거들던 어린 보조 수녀가 식품 창고에 있던 여러 재료들을 섞어 맷돌에 갈고 마지막으로 초콜릿을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래된 칠면조 고기에 이 소스를 올려 음식을 완성했다. 다행히 대주교는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난 후 다른 수녀가 그 음식의 이름을 물었다. 음식을 만든 수녀는 별 생각 없이 "제가 만든 건 몰레예요."라고 대답했다. 몰레는 스페인어로 '섞어 만든 것'이라는 의미다. 지금은 특정 음식인 몰레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몰레의 유래다. (85쪽)

 

모르던 상식을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는 책이다. 예상밖의 재미가 있고 교양을 쌓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펼쳐나가서 신기한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단어에 숨겨진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재미도 누리고 교양도 쌓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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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새로운 상상, 한옥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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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인문학, 한옥에 살다》를 흥미롭게 보았다. 막연히 생각하던 '한옥의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낱낱이 살펴보며 알찬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기에 한옥을 디자인 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이번 책에 관심이 갔다. 이 책《디자인의 새로운 상상, 한옥》을 통해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자연과 인간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낸다. 한옥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상현. 한옥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목수 일까지 배운 한옥연구가이다. 한옥학 개론서《즐거운 한옥읽기 즐거운 한옥짓기》를 세상에 내보낸 이후, 대중에게 한옥을 쉽게 안내하는《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과《한옥과 함께하는 세상 여행》, 한옥이 품은 인문학적 가치를 찾는《인문학, 한옥에 살다》그리고 재미있는 강연 형식으로 풀어낸 미학 입문서《깨져라 미학 유쾌하라 예술》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디자인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잇고, 다시 인류의 오랜 역사를 하나로 묶습니다. 현대에 와서 디자인이 예술과 어떻게 결합되는지 보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이론을 실제 디자인에 적용해 볼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디자인 이론의 뿌리에는 한옥이 있습니다. 한옥을 통해 우리 과거 디자인을 이해하고, 미래 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는 말 中)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자연 속으로', 제2장 '자연 밖으로', 제3장 '새로운 상상력, 한옥', 제4장 '한옥의 공간구성원리로 보는 토탈디자인'으로 나뉜다. 제목에 '한옥'이 들어가 있어서 처음부터 한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리라 기대했는데, 처음에는 자연과 디자인으로 시작된다.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한옥으로 이끄는 이야기에 따라가본다. 다방면으로 디자인을 폭넓게 바라본다.

 

한옥에 대해서 알기 위해 한옥만을 짚어보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동서양의 디자인 모두 제각각 다양하다. 디자인에 관심없던 일반인에게도 쭉 훑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지식을 제공해주고 있다. 조금씩 주제를 좁혀가며 한옥에 다가가는 시간을 보낸다. 한옥은 건축물 하나만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의하면 '토탈디자인'이다.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하나의 흐름 속에 자리잡고 있고 소통 정신과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통해 영성, 자연, 사회, 상대, 정서에 관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담아내는 토탈디자인으로서의 한옥을 본다.

한옥은 땅이 바뀌면 집이 바뀌고 주변이 바뀌면 다시 집이 바뀝니다. 마치 이야기를 듣는 사람 따라서 이야기의 표현과 설명 방식을 바꾸는 능숙한 이야기꾼처럼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합니다. 우리가 한옥을 유심히 살펴야 하는 까닭입니다. (232쪽)

 

디자인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이 디자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어서 한옥의 세계로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읽어나갔다. 하지만 집을 짓는 기분으로 읽어나간 책이다. 기초공사를 하고 차근차근 집을 지어가는 심정으로, 디자인의 기초부터 밟아나간다. 

디자인은 어쩌면 모든 학문의 출발점일 수도 있습니다. 디자인을 통해서 수리적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으며, 대상을 관념화하는 능력도 키웠을 것입니다. 이제 관념과 실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우리의 생활과 정신문화는 매우 다양한 변화를 실천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자인은 실용적이면서 한편 인류의 정신문화에 방아쇠를 당긴 정신적인 출발점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닫는 말 中)

 

이 책을 통해 잘 몰랐던 디자인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관심없던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관련 업종에 있는 사람들, 건축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한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의미를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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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을 자유 - 행복한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본격 싱글학
이진송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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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이유는 이 한 문장에서였다. '니 연애 니나 재밌지'.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했다. 우리는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같은 사회에 살고 있다. 연애를 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일까? '연애'는 선택의 문제이다. 연애할 자유가 있고, 연애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것이다. '연애 과잉 시대, 지금 연애하지 않는자, 모두 무죄!' 통쾌하게 무죄 선언을 하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비연애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 책《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읽으며 시원스레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진송. 국내 최초 비연애 칼럼니스트이다.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독립잡지《계간홀로》발행인이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일단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눈을 홉뜨고 나에게서 어떤 '하자'를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13쪽) 멀쩡한데 왜 연애를 안 하냐고 압박하거나, 무언가 하자를 발견하면 그것 보라는 식의 사람들이 많은 사회이다. 왜 이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지, 그냥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행복하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것인지.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으면 정상인 취급을 받지 않는 사회에서 들려주는 '연애하지 않을 자유'도 귀기울여볼 일이다.

 

이 책의 책날개에 나오는 첫 번째 문장에 공감한다.

연애 권하는 사회, 연애지상주의 사회에서 '홀로(single)'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남의 인생에 참견 많은 대한민국에서, 특히나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관심과 애정을 가장한 잔소리와 지적질에 무방비로 시달린다. (책날개 中)

왜 연애를 하지 않는지, 연애를 하면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결혼을 하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아이를 낳으면 둘째는 언제 낳는지…. 특히 명절 때 누구나 시달리는 질문일 것이다. 당연히 물어봐주어야 하는 관심어린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듣는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질문이건만, 이런 관행은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책이다. 속 시원한 느낌이 들다가도 계속 반복되니 책 속의 표현대로 "꽈배기세요? 왜 이렇게 배배 꼬임?" 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기도 하다. 연애의 장점만을 보여주는 책을 볼 때에는 '니 연애 니나 재밌지'라는 생각이 들며 피로감을 느끼곤 하지만, 비연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연애의 단점을 나열한 것도 유쾌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저 사람살이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저자의 의도는 분명히 알 수 있고, '국내 최초 비연애 칼럼니스트'가 이야기하는 싱글라이프 탐구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주변에서, 텔레비전이나 다양한 매체에서,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떠들어대는 데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그래도 저자가 주변에서 연애에 대해 이야기해대는 오지라퍼들에게 좀더 관대하면 좋겠다. 심한 오지라퍼들은 그냥 무시해버리길…. 잘 몰라서 그렇게 이야기하고도 아무 생각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를 바란다. 종교처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자신의 종교로 전도하고자 할 때, 그 사람은 그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연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연애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연애를 하면 좋은 점이 분명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연애가 삶의 전부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좋다'에서 멈추지 않고 '그러니까 연애해' '연애하지 않는 너는 불쌍해'로 넘어가는 것이 연애 지상주의의 문제점이다. 나는 이 연결고리를 끊고 싶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를 모두 '무죄'로 석방하고 싶다. (310쪽) 

굳이 연애를 위해 애써야한다거나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존재 가치가 있고,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질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연애하는 나잇대가 점점 어려지고, 연애하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도 많다. 비연애 생활자들은 자존심을 바닥으로 떨어뜨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소신껏 발언을 하고 전개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톡톡 튀고 걸러지지 않은 듯한 발언도 나름 신선했지만, 한 층 성장한 모습을 보일 때, 저자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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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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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어 42주 이상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영국 전역에서 5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전 세계 26개국에 판권이 계약된 소설《너를 놓아줄게》. 무엇보다도 "울리는 전화벨도, 식사도 건너뛰고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는 아마존 독자의 격찬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소설을 찾고 있었다. 이왕 소설을 읽는다면 푹 빠져들어 헤어나오기 힘든 느낌에 사로잡히고 싶었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현실 속 이야기인양 푹 빠져들어야 읽는 맛이 난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을 읽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어디 한 번 보자.'라는 생각으로 읽어본 소설이다. 별다른 사전지식 없이 읽은 이 소설《너를 놓아줄게》는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긴장과 충격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이 소설의 작가는 클레어 맥킨토시. 12년 동안 영국 경찰로 재직하면서 범죄수사과 형사와 공공질서를 담당하는 총경을 지냈다. 지역 뉴스레터와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다가 2011년 경찰을 그만두면서 전업 작가가 되었다. 영국 언론으로부터 이보다 잘 짜인 이야기는 없었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탄탄한 구조가 매력적인 이 데뷔작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옥스퍼드에서 실제로 일어난 미해결 사건을 모티프로,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고 숨기게 하는지를 강력 범죄의 피해자가 된 어린아이와 그의 부모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살인자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전개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전환을 작가만의 필치로 영리하게 그려냈다.

 

이 소설은 프롤로그에서부터 강렬함을 보여준다. 엄마와 아들이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길 건너편 붉은 벽돌집, 엄마와 아들 둘만 사는 집이다. 아들은 따뜻하고 환한 현관 안으로 들어가려고 집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난데없이 자동차 한 대가 나타나 다섯 살배기 소년을 치고 사라진다. 첫 장면부터 사고로 아이를 잃는 엄마의 처절한 충격을 함께 느낀다. 제이콥의 죽음이 1면 기사로 나왔고, 별 상관없는 사람들까지도 비난하고 나선다. "차를 세우지도 않고 그대로 가버리다니." 여자는 다시 쯧쯧 혀를 차더니 말을 잇는다. "생각해봐요. 다섯 살짜리래요. 그렇게 어린아이가 혼자서 길을 건너도록 내버려두다니 대체 어떤 어머니일까요?"(31쪽)

 

이 책에는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하고 셋 이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장면이 그림처럼 펼쳐지며 인상 깊게 각인되었지만, 화자가 바뀌고 드라마의 회차가 끝나는 듯한 면이 있어서 사실 '울리는 전화벨도, 식사도 건너뛰고' 마지막 장까지 읽지는 않았다. 장이 바뀔 때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밤에 읽지 마라,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라는 경고를 착실하게 지키며 낮에 읽었기 때문에 일상적인 일은 할 수 있었던 것이지, 밤에 읽었다면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잠 자는 것을 보류하다가 날을 샜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다섯 살 소년 제이콥이 뺑소니 차에 치인 사망사건 하나로만 전개되는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각기 다른 듯한 사건들이 얽혀 있다. 전체의 큰 틀을 바라보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범인이 누군지 궁금해서 읽어나갔고, 범인을 알게 되는 것 이상으로 세세한 정황들이 깨알처럼 얽혀 있어서 두꺼운 소설이지만 놓치지 않고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소설의 예상치 못한 전개에 빠져들어갔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도 생생하게 전개되어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가까운 이들의 사건처럼 감정이입이 된다.

 

이 소설을 읽는내내 한 편의 잘 짜인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의 완급조절, 그림같이 펼쳐지는 묘사라면 점점 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읽다가 그만두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읽을수록 매력을 발산하는 책이다. 영국 언론으로부터 '이보다 잘 짜인 이야기는 없었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탄탄한 구조의 매력을 느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읽기를 권한다. 푹 빠져드는 순간이 올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소설 속 세계를 읽어내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을 펼쳐들면 저절로 그리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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