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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위대한 질문 -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ㅣ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유사 이래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이 바로 성서이다. 나도 성서를 읽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흐지부지 중단하기 일쑤였다. 나에게 성서를 읽어보라고 권유한 사람은 종교인이었는데, 무조건 믿으라고만 했지 성서의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를 짚어주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람도 잘 몰랐을 것이다. 그저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점점 성서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물론 나에게도 행간을 읽는 능력은 없었기에 성서는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성서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읽고 믿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행간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성서에서 신은 인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명령하거나 알려주지 않는다. 신은 인간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책 뒷표지 中)
이 책을 읽으며 '신의 위대한 질문'에 귀 기울여본다. 종교를 소재로 하지만 특정 종교의 시선으로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기에 다양한 지식에 관심이 많은 비종교인이 읽기에도 거부감 없는 책이다. '경전은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인생의 나침판이며, 동서고금을 통해 오래전부터 전해내려 온 소중한 정보들의 집합체이다.(389쪽)'라는 말을 되새기며, 성서에 접근해본다.
이 책은 13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의 제목은 질문으로 되어 있다. '너는 어디에 있느냐?', '너의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수 있는가?', '주님께 드릴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네가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너는 어찌하여 내가 악하게 여기는 일을 하였느냐?', '너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네가 무엇을 보느냐?', '무엇이 선한 것인가?', '누가 우리를 대신하여 갈 것인가?', '네가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등 13개의 질문에 이어 에필로그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로 구성된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이력에 주목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배철현.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 그 종교들을 탄생시킨 고대 오리엔트 문명과 헬레니즘 문명을 가르치고 있다. 기원 전 6세기 다리우스 대왕이 세 가지 쐐기문자로 기록한 베히스툰비문의 독보적인 권위자이며, 구약성서에 쓰인 히브리어와 아람어, 신약성서에 쓰인 그리스어를 비롯해 다양한 고대 언어를 연구한 국내 유일무이한 고전문헌학자라는 점이다. 성서를 한글 번역본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저자 스스로 다양한 언어로 연구했기에, 우리가 접할 수 없는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한 가지 시선으로만 접했던 것을 역사와 연구 자료에 근거한 저자의 설명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새로이 눈을 뜰 수 있다.
<시편> 8편 5~6절을 히브리어 원문으로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신이 인간을 신처럼 창조했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주께서는 사람을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지으시고, 그에게 영광과 존귀의 왕관을 씌워 주셨습니다. 주께서 손수 지으신 만물을 사람이 다스리게 하시고, 모든 것을 사람의 발아래에 두셨습니다.
히브리어 성서에서의 인간은 기원후 4세기 그리스도교 교리의 근간을 마련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유전적으로 원죄를 지니고 태어난 죄인이 아니다. 인간은 '하나님보다 조금 못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데 일부 한글 성서나 영어 성서에서는 이 구절이 "천사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로 번역되어 있다.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어쩌다가 '천사'로 둔갑된 것일까? 성서 번역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원전 3세기 히브리어 성서가 그리스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원문이 왜곡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20쪽)
이 책으로 신이 인간에게 던진 질문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살펴본다. 먼저 가벼운 마음으로 목차에 나온 질문을 훑어보더라도, 본문은 가볍게 훑어지지 않는다. 본문을 읽을 때에는 사뭇 진지해지는데, 그동안 읽지 못했던 행간을 읽는 묘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말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생각하며 읽게 된다. 역사적 배경, 언어학적인 설명 등 알지 못했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학문적으로 접근해보는 시간이다. 소설, 그림 등의 매체를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주제에 접해본다.
본문이 다 끝나서 책 내용이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되었지만 부록부터 다시 시작이다. '경전이란 무엇인가?', '처음이란 무엇인가?', '혼돈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이어지는 꽤나 긴 여정이다. 창조와 혼돈, 인간에 대해 들려주는 다양한 지식을 통해 근원으로 향해가는 지적 갈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이 책은 책 뒷표지의 글처럼 '언어학,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펼치는 통찰의 향연'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접해보았던 문장이지만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학문적으로 접근했기에 이 책을 읽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감탄하고 짚어주는 의미에 집중하면서 나만의 생각에 잠기기 위해서는 하루이틀의 시간으로는 택도 없는 일이다. 조금씩 읽어나가며 곱씹게 되는 책이다. 관련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것이고,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해보고 싶은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