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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평점 :
이 책《글쓰기 동서대전》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호기심이 생겼고, 꼭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찜해놓았다. 글쓰기에 관해 현재에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막상 이 책을 읽겠다고 펼쳐드니 생각보다 두껍다. 그동안 글쓰기에 관해 이렇게 방대한 서적을 보았던가. 책을 집어들자마자 살짝 위압감이 느껴졌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니 주석을 포함하여 688페이지에 달한다.
이 책은 18세기를 중심으로 멀게는 14세기부터 가깝게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을 비롯해 중국, 일본 그리고 서양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장가 혹은 작가들이 선보인 글쓰기의 미학과 방법을 교차 비교해 살펴보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라는 문제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 접근해 본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애초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 작업은 필자가 지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인터넷 신문 <헤드라인뉴스>의 후원 하에 진행한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철학'이라는 대중 공개강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쪽 들어가는 글 中)
이 책은 그 당시의 강좌를 기반으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서양에서 나타난 글쓰기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집필해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동서양 최고 문장가들 39인을 통해 글쓰기의 9가지 핵심 비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한정주. 역사평론가, 고전연구가이다. 베네디토 크로체의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는 말과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의 철학을 바탕 삼아, 역사와 고전을 현대적 가치와 의미로 다시 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글쓰기의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최근에 들어와서는 일국사와 민족사의 한계를 넘어선 지역사(아시아사) 공부와 더불어 동서양 문명과 지식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교차, 비교하는 작업에 큰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동심의 글쓰기', 2장 '소품의 글쓰기', 3장 '풍자의 글쓰기', 4장 '기궤첨신의 글쓰기', 5장 '웅혼의 글쓰기', 6장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7장 '일상의 글쓰기', 8장 '자의식의 글쓰기', 9장 '자득의 글쓰기'로 나뉜다. 이덕무를 시작으로 이탁오, 루소, 니체, 이익, 바쇼, 장대, 프란시스 베이컨, 박지원, 니코스 카잔차키스, 홍길주, 쇼펜하우어 등 동서양 최고의 문장가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아홉 장에 걸친 분류로 나누어 옛 문장가들에게서 글쓰기의 핵심 비법을 배우는 기분으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동심, 소품, 풍자, 기궤첨신, 웅혼, 차이와 다양성, 일상, 자의식, 자득'으로 나누어서 글쓰기에 관해 짚어보는데, 각각의 주제에 맞게 동서양 최고 문장가들이 언급되어 있으니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많고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몰랐던 사실과 옛사람들의 글을 이 책을 통해 읽어보는 시간이 유익하다.
혹은 차례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익숙한 사람의 글을 먼저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이다. 워낙에 두꺼운 분량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다 익히고 노하우를 얻어보겠다고 욕심부리다가는 지치기 십상이다. 글쓰기에 관한 역사속 인물을 총망라해놓은 사전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한 번 읽는다고 모든 것이 습득되지 않으니 문득 생각날 때 찾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이들의 글쓰기가 정답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서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다. 글쓰기에 관해 정답을 나열하는 글이 아니라, 이들을 통해 나만의 정답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에는 '자득'이 필요할 것이다.
괴테의 글쓰기 묘책을 알았다고 해도 괴테와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지원의 글쓰기 비법을 이해했다고 해도 그 비법이 곧바로 나의 글쓰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괴테나 박지원과 같은 다른 사람의 묘책이나 비법을 길잡이 삼아 나아가는 가운데 자신만의 묘책과 비결을 스스로 깨달아 터득하는 것, 이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따라서 글쓰기 철학과 미학의 궁극적인 경지는 '자득 自得'일 수밖에 없다. (595쪽)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나만의 길을 찾는 발판을 삼아본다. 다른 사람의 비난이나 혹평이 두려워 혹은 좋은 글이나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할까 봐 글쓰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만약 그 글이 세상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감정과 생각을 진솔하고 자유롭게 썼다면 잘 썼는가 그렇지 않는가에 상관없이 모두 좋은 글이자 훌륭한 글이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 힘을 얻는다. 글쓰기에 관해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책이다. 읽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나만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글쓰기 방향을 잡는 데에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