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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대한 반론 - 생명공학 시대, 인간의 욕망과 생명윤리
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평점 :
한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의《완벽에 대한 반론》이 와이즈베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09년 미국 Harvard University Press에서 출간한 마이클 샌델의 The Case against Perfection[한국어판《생명의 윤리를 말하다》(2010,동녘)]을 새롭게 번역하고 전면 감수하여 출간된 것이다. 먼저 이 책의 앞부분에 있는 '이 책을 향한 찬사'를 읽어보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읽고 생각해볼지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도덕철학자이자 정치철학 사상가 중 한 명인 샌델의 명료한 주장이 담긴 이 책은,
유전공학과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오늘날의 윤리적 논쟁과 직결된 핵심적인 이슈들에 대한 이해에 성큼 다가가게 해준다.
_가브리엘 그바다모시(영국 시인, 극작가), BBC 라디오
인간 복제, 줄기세포 연구, 강화 약물 복용 등 일부 유전공학 기술에 느낀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다면,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더불어 샌델은 당신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_마이클 킨슬리(칼럼니스트),《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저자
이 책의 저자는 마이클 샌델.《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이다. 1980년부터 35년간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강의 '윤리학과 생명공학, 그리고 인간 본성의 미래'를 비롯하여 뉴욕 대학 의학대학원, 독일 생명과학윤리센터, 미국 생명윤리학회, 한국 다산기념 철학강좌 등 여러 기관에서 주최한 강연에서도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정답 대신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온 기존의 저서들과 달리, 이 책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 생명체 복제, 유전적 강화 약물 복용 등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저자 자신의 견해와 입장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현대 과학이 견지한 윤리적 입장을 비판함으로써 새로운 생명과학 시대에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 (책날개 中)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뉜다. 강화의 윤리학을 시작으로 생체공학적 운동선수, 맞춤 아기를 설계하는 부모, 우생학의 어제와 오늘, 정복과 선물에 대해 살펴보고, 에필로그로 배아 윤리학:줄기세포 논쟁을 다룬다. 무언가 께름칙하고 불편한 면이 있어서 판단보류로 덮어놓은 수많은 문제들에 관해 자연스레 문제제기를 하며 우리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짚어본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건드려주며 시원하게 견해를 끌고 나간다.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는 느낌은 '생각보다 괜찮다'이다. '정의'를 논할 때부터 책을 읽기 전에는 뻔하고 고리타분할 것이라 지레짐작했는데, 막상 책을 읽으면 금세 빠져들어 읽게 되는 면이 있다. 편견을 깨는 시원한 느낌은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생명윤리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견해를 밝힌다니 정답이 정해진 뻔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아닌지 미심쩍었는데, 첫 번째 사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청각장애인 레즈비언 커플이 청각장애인 자녀를 갖기 위해 5대째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 출신인 정자 기증자를 찾아냈고, 성공적으로 아들이 청각장애로 태어났다. 사람들은 비난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비슷한 경우로 키크고 탄탄한 몸애에 가족 병력이 없으며 SAT 점수가 1400점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난자 제공자를 찾는 사람에게는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지는 않았다는 사실.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물 복제를 비롯한 유전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화와 유전공학은 인간성의 한 측면, 즉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행동과 존재 방식에 칭찬이나 비난을 받을 만한 책임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위협할 수 있다. 철저한 훈련과 노력의 결과로 홈런 70개를 치는 것과, 스테로이드나 유전학 기술 덕분에 강화된 근육의 도움으로 홈런 70개를 치는 것은 엄격히 다르다. (43쪽) 이에 따른 우리의 도덕적 반응과 성취의 주체, 강화에 따른 인간성 위협에 관련된 설명을 언급하며 "이러한 설명에는 꽤 타당성이 있지만, 나는 강화와 유전공학에 따르는 주요한 문제는 그것이 인간의 노력과 주체성을 훼손한다는 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문제는 인간의 기계화가 아니라 자연과 본성을 정복하려는 충동이라고. 조목조목 예를 들며 설명해나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견해를 타당하게 논리적으로 전개해나가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윤리학과 생명공학'을 다루는 책이어서 그동안 읽은 마이클 샌델의 책과는 다르다고 생각되었지만,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이클 샌델의 강연을 들으며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것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흘러갈 것이며, 우리는 그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이 책을 보며 각각의 사례에 대해 나의 의견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또한 마이클 샌델이 제안하는 생명공학 시대의 새로운 윤리학에 동조하며 논쟁에 동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