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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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은 인문지리학의 원리를 적용하여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학문분야이다.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이 책의 소개를 읽고 나니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은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 국제관계에 대해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국제 문제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너무 어렵지도 않고 한 권으로 어느 정도 흐름을 읽고 싶다는 나의 기대를 채워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이자, 파리 8대학 유럽학연구소의 교수이다. 또한 글로벌 정치 전략 연구가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전략연감과 국제전략학술지의 발행인 겸 편집 주간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적인 지정학 전문지에 수많은 논문을 발표한 것은 물론, 국제관계, 핵 문제, 군축 문제, 프랑스 외교정책 등의 주제로 50여 권의 책을 펴냈다.

과거의 지정학적 사건들은 아직도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한반도 분단처럼 현실 속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즉,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완벽한 짜임새의 이 책은 1945년 이후 국제관계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보여준다. 수록된 풍부한 지도와 연대표, 쉬운 용어 등은 복잡하고 방대한 현대 세계사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돕는다. 책은 지정학을 크게 세 단계, 냉전과 데탕트, 다극화 세계의 출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책날개 中)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제1부 '냉전'에서는 유럽의 냉전, 남반구의 냉전을, 제2부 '데탕트'에서는 황금시대, 데탕트 효과에 대한 비판적 고찰, 남반구의 데탕트, 페레스트로이카의 성공과 실패를, 제3부 '양극화 이후의 세계'에서는 국제적 관점, 지역적 관점에 대해 볼 수 있다.

오늘날 국제 뉴스를 접할 때 우리가 부딪히는 어려움은 이전처럼 정보 통신 신기술의 폭발적 성장과 정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왜 선택됐고,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지정학이나 정치학, 역사학적 맥락을 배제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면 그 뉴스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지만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요인들을 배치해놓은 다음에라야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하다. (서문 中)

 

이 책은 다소 어렵게 여겨질만한 주제를 굵직굵직하게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읽어나가다보면 얇고 폭넓게 세계를 훑어보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지도로 표시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아쉬운 것은 지도가 이왕이면 칼라였으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욕심일 뿐, 전체의 흐름을 짚어보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최근 과거의 정황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본다. 지정학 입문서라고 하기에 알맞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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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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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한 번, 죽음은 찾아온다, 언젠가는. 하지만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직접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하기에 결국은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영화나 소설, 아는 사람의 죽음 등으로 간접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주어진다. 이 책은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을 담고 있다. 이 책《숨결이 바람될 때》는 <뉴욕타임스>, 아마존 종합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36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2016년 최고의 화제작이기에 더욱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의사인 저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죽음 속에서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자는

그것이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이란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오래된 이름은 이미 사라졌다.

세월은 육신을 쓰러뜨리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

독자여! 생전에 서둘러

영원으로 발길을 들여 놓으라.

- 브루크 풀크 그레빌 남작, <카엘리카 소네트 83번>

 

이 책의 저자는 폴 칼라니티.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에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그에게 암이 찾아왔다. 의사이자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보인 그는 약 2년간의 투병 기간 동안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e Long Have I Got Left?)', '떠나기 전에(Before I Go)'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각각 <뉴욕 타임스>와 <스탠퍼드 메디신>에 기고했고, 독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3월, 아내 루시와 딸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등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입원했던 어느 순간이 떠오른다. 갑작스런 이상에 응급실에 가서 잠을 설쳐가며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온 상태도 아니었는데, 의사가 잔뜩 겁을 주었다. 무언가 추정된다는 이상한 병명을 얼음장같이 차갑게 이야기했다. 놀라서 되묻는 어머니에게 무표정으로 다그치며 질문조차 못하게 단호하게 말을 끊어버렸다. 물론 직업상 그렇게 해야만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으리라고 생각은 했다. 몸의 이상보다는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던 기억이다. 눈물이 쏙 빠지게 암울했던 그 때를 떠올리면, 의사는 감정같은 건 서랍 속에 꽁꽁 숨겨두고 출근해야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에서 좀더 자유로워지며 인간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고, 그들도 자신의 문제가 되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의사인 폴 칼라니티 자신이 죽음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자기 자신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와 환자를 볼 때는 달라진다. 건강했을 때에는 환자를 볼 때 가족의 입장까지 배려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스스로의 문제가 되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죽음에 대한 태도까지도 말이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141쪽)

 

이 책은 빨리 읽히지 않는다. 읽다보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속도가 더뎌진다.

습관적으로 속독을 하는 나는 이 책만은 도저히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인용된 문학작품의 예문들이 빛나서도 아니고 의사 수련 과정의 에피소드가 내가 경험했던 젊은 날의 수련과 같아서만도 아니었다.

-마종기(시인, 의사)

추천사에서도 이런 글이 있듯이, 습관적으로 속독을 하는 나 또한 이 책만은 유난히도 느리게 넘겨보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보아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루시 칼라니티의 에필로그를 보다보니 어렴풋이 가닥이 잡혔다. 이 책엔 중요한 것을 언급하기 위해 시간과 싸우며 글을 쓰는 사람의 절박함이 담겨있다.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검토하고, 씨름하고, 수용했다. (254쪽) 그 절박함이 독자인 내게도 충분히 전해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편안한 죽음만이 최고의 죽음은 아니다. 삶 자체도 역경과 고난이 함께 하는 것이다. 삶의 자세와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는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며, 언제 죽음이 나를 덮쳐오더라도 능력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놓고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생각해본다. 폴 칼라니티는 아프면서도 환자를 보았다. 차분하게, 자신이 해야할 일 혹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삶을 소진했다.

 

죽는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지만, 그로 인해 풍부한 경험과 사색을 하고 글을 써나갔다. 죽는 전 날까지도 말이다. 이 책은 의사의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이 가득 담겨있는 책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생각의 폭이 달라진다. 제목부터 소재와 내용 모두 나를 휘어잡는 책이다. 한동안 여운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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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대신 세계일주 - 대한민국 미친 고3, 702일간 세계를 떠돌다
박웅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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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한다? 당연히 수능을 봐야하고 대학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며 다들 같은 길을 가고 있는데, 그 길에서 이탈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짐작이 간다.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도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래도 대학은 보내야 하지 않냐는 관심을 빙자한 오지랖에 지치고 힘이 빠졌을지도 모른다. 어지간한 배짱으로는 자신만의 길을 가기 힘든 상황에서 저자는 '그래도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선택했기에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이 책《수능대신 세계일주》를 읽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박웅. 글과 사진을 담았다. 1995년 9월생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안양에서 자랐고, '수능대신 세계일주'라는 여덟 글자로 20대 초반의 미약한 밥벌이를 하는 중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보지 않고 한국을 떠나 호주로 향했다. 그곳에서 1년이 조금 덜 되는 시간 동안 돈을 벌어 1년이 조금 더 되는 시간 동안 육대주 24개국을 여행했다. 그렇게 702일간 한국 나이로 스무 살과 스물한 살에 걸쳐 떠돌았다.

 

'무언가를 얻지 못했어도 좋아' 같이 감상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얻었어야 했다. 대학을 가지 않았고 독기에 가득 차 돈에 목숨을 걸고 살던 내 스무 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했다. 나는 세계일주로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얻어진 내 결론은 '기억'이다...(중략)...누군가가 나에게서 뺏어갈 수도 없고 뺏길 일도 없는 온전한 나의 기억들을 껴안고 나는 살아갈 것이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2부로 나뉜다. 1부 '길 위에서 꾸는 꿈, 꿈속에서 걷는 길', 2부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의 사이에서'이다. 앞부분에는 '박웅의 세계일주 경로'를 지도로 표시해놓았다. 그 모든 국가에 대한 글을 싣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 실린 여행기들은 그 나라에서 있었던 시간과 기억의 총합이라고 언급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하는 '화양연화'. 저자는 그 단어가 좋다고 한다. 발음할 때 나는 소리도 좋고 뜻도 좋고 한자어라는 사실도 좋았다고.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청년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좀더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나는 그 시절에 그리 하지 못했기에 은근히 부러웠나보다. 어떤 길을 가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시간이든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소중한 기억을 남기는 데 필요한 일이리라. 글을 읽으며 저자 또한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겹게 한 발 내디뎠던 첫 여행의 감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내 나이가 올해로 스물둘인데 벌써 인생의 화양연화가 지나갔다면 그만큼 처량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앞으로 살면서 돈을 많이 버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운명의 상대와 짝을 이뤄 행복하게 사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어쩌면 다시 여행을 떠나 아프리카와 네팔과 중동을 누비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마음대로 살아보겠답시고 바들거리며 호주로 떠나 처음 여행을 다니던 그때의 감정과 감성은 두 번 다시 느끼기 힘들 것이다. (19쪽)

 

이 책을 통해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선택한 청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은 청춘의 이야기이다. 그의 인생 길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른다. 두 갈래의 길, 즉 수능과 수능대신 여행의 길에서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고 모든 것은 달라졌다.

스물한 살의 내가 살아온 인생을 너희는 가질 수 없겠지만, 반대로 지금 너희가 살아온 인생과 너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가 이제 와 가지기에도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42쪽)

 

솔직담백하고 때로는 날선 욕지거리까지 들려주는, 팔딱팔딱 뛰는 활어같은 책이다. 그 시기를 거치고 그 나잇대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그 만의 화법으로 여행 경험을 들려준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뿜어내기 위해 글을 썼을 것이다. 넘치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 부분이 나중에는 저자 자신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는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자신의 나이에 따라 깨달음과 감정이 조금씩 달라진다. 중간 점검의 의미로 그동안의 여행을 짚어보며 이렇게 책을 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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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 - 프로이트도 놓친 꿈에 관한 15가지 진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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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옛날 꿈을 잘 꾼다. 꿈을 통해 어느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평소에는 생각지 않았던 오래 전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이 난데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꿈에서 깨고 나면,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 상황이 나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이 책《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프로이트도 놓친 꿈에 관한 15가지 진실을 이야기해준다고 하니 솔깃했다. 또한 꿈의 힘을 활용하면 인생도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슈테판 클라인. 1965년 독일 뮌헨 출생으로 뮌헨대학교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작《행복의 공식》은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우연의 법칙》은 미국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2007년 최고의 과학 서적'으로 뽑혔다. 출간할 때마다 화제가 되었던 그의 저서들은 전 세계 27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에서 나는 꿈이 무의식적 욕구의 표현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꿈은 우리 의식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이자 삶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을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통해 풀어낼 것이다. (7쪽)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꿈을 무시했던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에서는 그냥 꾸는 개꿈은 없다, 꿈에 대한 기억을 신뢰하지 마라, 꿈과 현실 사이, 당신이 잠들어도 뇌는 잠들지 않는다, 우리는 꿈속에서 본다고 믿는다 등 총 5장으로 구성된다. 2부 '꿈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에서는 지난밤 기억을 걷는 시간, 꿈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매일 밤 꿈을 꾼다, 프로이트도 놓친 꿈의 해석, 감정에서 드러나는 꿈의 의미, 꿈을 통해 자신을 더 알고 싶다면 등의 이야기를, 3부 '어젯밤 꿈이 우리의 인생을 바꾼다'에서는 인생의 방향을 말해주는 꿈,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빠져나오는 법, 내 맘대로 꿈을 조정하는 법, 꿈에서 슬쩍한 크리에이티브한 생각들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천연색 꿈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55세보다 더 젊다면 아마도 천연색으로 꿈을 꿀 것이라고 말한다. 1999년 조사에 응한 미국인의 83퍼센트가 항상 혹은 때때로 천연색으로 꿈을 꾼다고 밝힌 반면, 그보다 몇십 년 전에는 대답의 양상이 전혀 달랐다고 한다. 미국 철학자 에릭 슈비츠게벨은 영화가 꿈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는데, 어느 시대에나 표준은 천연색 꿈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흑백영화가 스크린에 이어 텔레비전에 방영되면서 사람들은 회색 동영상을 보는 경험에 익숙해졌고, 이 경험은 꿈속에 전이되어 전후 세대의 꿈에서 색채가 사라졌다고 한다. 천연색 꿈에 대해 흥미롭게 다가오는 설명이다.

 

'꿈을 조작할 수 있을까: 향기 편, 소리 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 무엇보다 '프로이트도 놓친 꿈의 해석'을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궁금했던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꿈에서 슬쩍한 크리에이티브한 생각들'에서는 카프카의 문학과 비틀스의 음악이 나오는데, 이런 일화도 읽는 재미를 준다. 요즘 광고로도 많이 접하는 '예스터데이'의 멜로디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과학자, 수학자, 화학자 등 꿈을 통해 발견하는 일화가 흥미롭다. 창조적 사고는 꿈과 깨어 있음 사이의 상태에서 가장 잘 일어날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새벽잠에 공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글쓰기를 마치면 공들여 잠을 자고 꿈을 꾸도록 해야겠다. 창조적인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각종 실험에 대해 언급하며 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금껏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한 번 깨뜨리고 재구성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선하다. 꿈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다. 꿈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이 지난밤 수면 중에 체험한 모든 것은 자신의 정신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장면을 꼼꼼히 구성했고 자신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지어냈다. 당신은 자신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창작했다. 온 우주를 창조했고, 그 완벽한 환상 속에 출연했다. (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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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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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왠지 기대가 되고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는 사실 '고양이'가 출현한다는 것만으로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표지 그림을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표정이 매력적이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면 읽어야만 한다는 느낌이 강렬해질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닐스 우덴베리. 스웨덴의 신경의학과 교수로 심리 치료와 인생관 연구를 해왔고, 현재 70세를 넘겨 국가에서 수여하는 명예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실제 저자에게 생긴 일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로, 인생에 관한 넉넉한 유머와 성숙한 자의식으로 한 마리 고양이가 노인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다. 2012년에 스웨덴에서 출간되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실화로 인기를 모았으며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는 의사 면허가 있다. 대학에서 심리 치료와 '인생관의 경험적 연구'를 강의하며 자상한 정부 덕분에 명예롭고 품위 있게 교수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나 스스로는 자신을 작가라고 부르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고 몇몇은 꽤 잘 팔리기도 했다. 요즘은 고양이도 키운다. 아니, 고양이가 나를 키우는 건가? 글쎄, 실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9쪽)

이 책의 첫 시작이 예사롭지 않다. '요즘은 고양이도 키운다. 아니, 고양이가 나를 키우는 건가?'라는 글에 일단 한 번 웃음을 터뜨리고 시작한다. 어떻게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 저절로 집중하며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실 무척이나 부러웠다. 고양이와의 첫 만남 이야기를 보니 고양이에게 선택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럽기만 했다. 왜 우리 동네 고양이들은 도망만 다니는 것인지. 이 고양이처럼 빼꼼히 쳐다보며 자리잡고 있지 않은지. 바구니라도 하나 갖다 놓을까. 별별 생각을 하며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고양이에게 주인을 찾아주고자 전단지를 붙이고 경찰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고양이가 마당에서 안 나가고 버티면 어떻게 해야죠?"라고 질문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우리 작은 나비'라 부르며 자연스레 고양이의 주인이 되었다. 우리는 사로잡혔다! 우리의 저항은 무너졌다. 혹은 차라리 부서졌다고 하는 쪽이 낫겠다. 고양이가 이겼다. (24쪽)

 

길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한 순간에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어느 여름날, 아기고양이 세 마리가 나타났다가 한달 쯤 후에 뿔뿔이 흩어졌던 일을 떠올린다. 고양이에 대한 공감 때문일까. 나에게 있었던 고양이의 기억과 교차되며 책 속에 빠져들게 된다. 글을 읽으며 고양이가 낯설던 나에게 고양이가 나타나서 어쩔 줄 모르고 버벅거리던 것을 떠올린다. 갑자기 사라졌을 때의 걱정과 허전함도 이 책을 읽으며 되살려본다. 고양이 때문에 여행을 망설이게 되는 것, 쥐같은 먹잇감을 물어오는 문제 등 겹치는 부분이 자꾸 눈에 보인다.

 

고양이가 우리를 골랐지 우리가 고른 게 아니다. 고양이들은 수천 년 동안 그랬기 때문에 꼬리를 자랑스레 치켜들만하다. 이들은 계급을 부여받기 거부하는 자립적인 개인주의자들이다. 많은 사람이 꿈꾸는 바로 그런 주체적인 모습이다. (168쪽)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서로 삶의 일부가 되고,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런 느낌일까. 저자는 고양이, 아내와 함께 셋이서 쭉 함께 살기를 기대한다며, 고양이는 15년 넘게 살 수 있으니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아흔 살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데에 망설여지는 것이 오랜 기간을 함께해야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저자는 고양이를 만나 함께 지내기로 결심했고, 그 시간은 흐르고 있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던 스웨덴 학자가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재미있게 그려나간 에세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울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특히 이 책이 꿈과 희망을 심어주리라 생각된다. 그나저나 집주변을 기웃거리는 고양이가 없는지, 창고를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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