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사라지는 시대 - 디지털 기억은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
애비 스미스 럼지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고 있다. 기록으로 남기면 책을 읽을 당시의 마음까지 되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읽었다는 것밖에는 남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글을 남기면 어느 정도 분량의 기억까지 떠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 군데의 사이트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든 소리소문없이 사이트를 폐쇄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지금은 나보다 더 기억을 잘하는 스마트한 기계이지만, 사이트가 없어져버리면 그동안 누적된 나의 글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사실 지금껏 유행하다가 시큰둥해지거나 없어져버린 사이트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정성껏 올렸던 글이 흔적조차 없어졌고, 한 시절의 열정도 함께 사라졌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생각해보니 언제부터인가 내 기억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에 맡겨놓고 머리를 비웠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서평을 올리며 책에 대한 기억을 디지털에 저장해놓고, 사진을 찍어 놓고 여행의 기억은 하드디스크에서 잠자게 방치해두었다.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는 안도감에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것들이 꽤나 많다. 이 책《기억이 사라지는 시대》를 보며 나혼자만의 걱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애비 스미스 럼지. 문화사학자이자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터이다. 모든 미디어에서 문화적 기록물을 생성, 보존, 사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디지털 보존, 온라인 교육, 도서관과 기록 보관소의 역할, 디지털 시대의 지적 재산권, 새로운 정보 기술이 역사와 시간 개념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연구하고 글을 써왔다. 현재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션, 지적 재산권, 디지털 경제에 대해 컨설팅하면서 여러 대학교와 미국과학재단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디지털 기록, 인간의 기억을 대체하다', 2장 '오직 인간만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이유', 3장 '왜 소크라테스는 문자를 멀리했을까?', 4장 '신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인쇄술의 파고', 5장 '지식의 자유로운 공유를 허하라', 6장 '기억이 과학을 만났을 때', 7장 '살아 있는 과거들과 죽은 과거들 사이에서', 8장 '기억은 미래로 열린 상상력이다', 9장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의 생존법' 등 총 9장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정보 인플레이션이 언제 있었을까? 얼핏 월드와이드웹을 시작으로 인간은 정보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더 많은 정보를 욕망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와 같은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변곡점 네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메소포타미아의 글자 발달이고, 둘째는 고대 그리스의 도서관 발달이다. 셋째는 르네상스 시기에 일어난 그리스와 로마 문예의 부흥, 금속활자 발명이고, 넷째는 18세기 계몽 운동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정보 풍요의 경제 체제가 여기, 서구 사상사의 이 변곡점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21세기가 되기 전까지 우리는 내적 기억을 보충해 주는 기억 보존 체계에 의존했다. 설형문자, 두루마리, 인쇄물의 지극히 단순한 이점 중 하나는 그런 매체에 새겨진 기억이 쉽게 변형되지 않고 겹쳐 써지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내구성 좋은 도구들은 뇌와 정확히 반대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물리적 형태만 잘 보존되면 종이 위에 담긴 글자와 이미지는 몇 번이나 읽혔든 수백 년 동안에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반면, 디지털 기억은 생물학적 기억과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딱히 고정되어 있지 않고, 쉽게 겹쳐 써지고, 일어난 변화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업데이트된다. 디지털 기억을 이용하게 되면서 우리는 고정되고 안정적인 물리적 기억의 결정적인 이점을 한 가지 잃는다. 고정되고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로 정보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45쪽)

이 책을 보면서 디지털 기억의 약점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껏 나의 기억보다 더 똑똑하게 기억한다고만 생각했는데, 0과 1로 기록된 데이터인 컴퓨터 암호는 인간의 기억보다도 불안정한 것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읽다보니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다.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주제일 것이다.

 

"대단히 넓은 시야로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조망한다. 저자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잘못하면, 21세기 역사는 거대한 빈칸으로 침묵 속에 남을지도 모른다."

-니콜라스 카(베스트셀러《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저자)

 

인류 집단 기억을 기록하는 부분에 대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훑어본다. 인류의 기록 기술이 획기적인 발전을 맞을 때마다 어떻게 대처했는지 역사적 관점으로 짚어보고,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단순히 현재의 문제만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굵직굵직한 사건을 파헤쳐보게 된다. 현재의 인류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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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 - 건강한 나를 위한 따뜻한 철학 아우름 14
백승영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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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가 묻다

"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길을 찾는 힘든 여정을 걸어야 할까요?"

백승영이 답하다

"내 삶은 스스로가 삶의 예술가로서 한 조각 한 조각 공들여 꾸며 가는 것입니다.

어떤 재료를 선택해서 어떤 색채를 입혀 어떤 모양으로 빚을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입니다."

 

이 책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제 14권이다. 아우름 시리즈는 얇은 두께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문서적이어서 다방면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담아낸 책이다. 한 권 한 권 더해질 때마다 사색에 잠기며 세상을 알아간다. 저자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인 책이어서 다음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졌을지 궁금해하며 기다리게 된다.

 

아우름 14권의 저자는 백승영. 현재 홍익대학교 미학대학원의 초빙교수이자 (재)플라톤아카데미 연구교수로 있다.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철학은 삶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하는 따뜻한 삶의 철학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사랑하는 삶이 아름답다', 2장 '함께하는 삶', 3장 '행복하고 싶으세요?', 4장 '잘 살아간다는 것'으로 나뉜다. 제목부터 화두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 지금까지 나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못하고 그저 남들처럼 살려고 애썼고, 나를 휘어잡는 인생의 멘토가 나타나기를 바랐던 시간을 떠올린다. 왜 나는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물으려고 했던가. 철학자의 책을 보며 내 마음을 직시하는 시간을 보낸다.

 

만일 지금 모습에 만족한다면 그 모습 그대로 살면 됩니다. 반대로 지금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바꾸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매일 아침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오늘도 어제의 나처럼 살 것인가?'를 물어보세요. 그러면 어제처럼 살아도 될 것 같은 자기이기에 당당하고, 어제와는 달리 살기를 원하고 노력하는 자기이기에 당당한 자기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24쪽)

이 글을 보니 살아가는 것이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사랑이 중요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꼭 해야할 일이다. 어렵게 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격려하면 그뿐인 것이다. 어제와 같든 다르든, 지금의 나 자신이 기특하다.

 

읽어나가다 보면 문득 나를 일깨우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그런 문장들 덕분에 이 책으로 활력을 얻는다. 어떤 삶을 살든 나만의 삶을 살고, 내 개성대로 살아갈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만의 그물을 갖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니 누구나 독특하고 일회적이며 고유한 존재입니다. 그 이심이체인 인간들이 함께 모여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룹니다...(중략)...세상은 다채롭고 다양해야 흥미롭고, 그런 세상이어야 살아갈 맛도 납니다. 또한 각자가 자신의 개성대로 독특하게 살아가야 세상이 변하고 발전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차이가 있어야 인간이고, 차이가 있어야 세상이며, 그 차이가 세상의 변화를 만듭니다.  (57쪽)

 

이 책을 읽으며 인생에 있어서 자신만의 길을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길을 곡선이라고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든다. 무난하게 읽다가 어느 순간 '흠~'하면서 받아적고 싶은 글귀를 만나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을 어떤 모양으로 빚을지 사색에 잠긴다.

우리 인생은 곡선입니다.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기도 하고, 난관에 부딪히면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가다가 마음이 변해서 다른 길을 가기도 하고, 가다가 쉬기도 하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삶이요 인생입니다.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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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호의 조난
A. 코레아르.H. 사비니 지음, 심홍 옮김 / 리에종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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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작품이 있다. 작품 속 세상은 처참하다. 아비규환, 생지옥의 느낌이다.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이 알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이 그 현장에서 살아돌아온 사람들인데다가 그림 속 화면 중심 부분 돛대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화가 제리코가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그림을 제작한 것이 바로 이때의 일화를 근거로 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책《메두사호의 조난》이 더욱 궁금해졌다. 당연스레 손이 가는 책이었고,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은 H.사비니A.코레아르 공저이다. 이들은 1816년 6월 당시 각각 군의관과 광산기사로 프랑스의 세네갈 원정대에 소속되어 메두사호에 올랐다. 조난이 일어났을 때, 이들은 구명정을 마다하고 다른 150여 명과 함께 뗏목에 올라 13일을 표류한 끝에 살아남은 15명 가운데 있었다. 구조된 뒤에 건강을 먼저 회복한 사비니가 앞서 귀국하면서 이 책의 근간이 되는 '보고서'를 썼고, 오랜 병원생활을 겪은 코레아르가 합세하여 이 책을 완성했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가 <메두사호의 뗏목>을 그릴 수 있었다.

 

이 기록은 프리깃이 좌초한 순간부터 시작해 생루이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책에 종종 해상 전문용어를 사용한 것은 저자들이 미리 서문에서 양해를 구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해양에 종사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의 뜻이 정확히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기술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이 책이 소설이 아니고 역사를 기록한 것이기에 그런 점은 감안하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용어보다도 생생한 사실 전달이 목적인 글이고, 그 목적은 달성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가 가슴에서 치밀어오른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참사인데 인재(人災)라는 점, 무능한 선장과 사후 대처도 미흡했다는 점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역자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그해 가을이었다고 한다. 온 국민이 생중계로 보았던 그 사건 때문에 마음에 돌덩이 하나 얹어놓은 듯 무겁게 가라앉는다. 굳이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 당시의 일과 교차된다.

"이런 상태로 항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장비들과 지도가 있습니까?"

우리의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네, 제가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지급했습니다." 우리를 통솔할 해군 장교가 누구냐고 다시 한 번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바로 저입니다. 잠시 후 제가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 나서 그는 모습을 감추었는데, 나중에 구명정 위에 올라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자신을 철석같이 믿는 불행한 자국 사람들에게 프랑스 해군이 도대체 어떻게 이처럼 기만적일 수 있단 말인가? (59쪽)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갈수록 가관이다. 장교들은 어쩐 일인지 정원이 충분히 남아있는 보트에도 사람들을 덜 태웠고, 하는 수없이 152명의 사람들은 뗏목을 만들어 올랐다. 그런데 장교용 보트와 연결된 예인줄을 결국 풀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의 이기심의 끝은 어디인가. 총독이 뗏목이 버려진 과정을 교묘하게 설명했지만, 이 사람들은 알았던 것이다. 밧줄을 푼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는 당시의 상황은 5장 '사투'를 거치며 구체화된다. 앞 부분까지는 워밍업이었다면 '사투'부터는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읽어나가야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불편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극한 상황에서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잔인함에 치를 떨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152명 중 단 15명 만이 살아남는 항해였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 책에서는 사실의 기록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때로는 현실이 더욱 치열하고 극악무도하다.

그 재앙의 밤 동안 죽음을 가까스로 면한 불행한 사람들은 뗏목에 널려 있던 시체에 달려들어 살을 저며 냈다. 그리고 몇몇은 즉시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었다...(중략)...끔찍한 식량이지만, 그것을 먹은 사람들의 기력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그 맛을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햇볕에 말리자고 제안했다. (111쪽)

 

낭만주의 회화의 대표작이자 세계100대 명화에 빛나는 <메두사호의 뗏목>

루브르 미술관 드농관에 전시된 가로 716cm 세로 419cm의 대작!

이 책을 읽으니 그림으로만 알던 한 장면이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속이 울렁거리며 울컥하는 느낌이다. 이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조난은 또 없을 것이다.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을 그 사건을 생존자가 낱낱이 증언하고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 기록이 역사가 되어 후세에게 전달되는 역할을 했다.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될 일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명화 <메두사호의 뗏목>을 보고 앞뒤 상황을 알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이 잔인하다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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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 - 지금 그대로도 좋은 당신을 위한 하루 심리학
이동귀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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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무언가 쿵 하면서 마음을 뒤흔든다. 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고? 나도 한 때에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딱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서른 이전의 사람들은 서른이 되면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성공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섬세한 성격 또한 완전히 바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죠. 미래는 불확실하고, 책임질 일은 많아집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또 상처 주는 삶을 삽니다. 나름대로 애썼지만 서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사는 게 참 어렵다고 느낍니다.' (프롤로그 中)

서른이 되며 후련함과 동시에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이에 저자는 '서른을 바뀌어야 할 의무가 아닌, 바뀌지 않을 자유가 주어지는 때라고 생각해보세요.'라고 조언한다. 특히 성격이 섬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서른이 지나도 여전히 인간관계에서 쉽게 상처받고 많이 아파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다. 연구 분야로는 성격 변인(완벽주의, 꾸물거림증, 자기가치감 등)과 정신 건강, 긍정 심리학적 상담 등이 있고 한국인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한국상담심리학회 인증 상담심리사 1급 자격을 바탕으로 20여 년간 상담 및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 군 상담 분야의 발전을 위해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자격 기준 확립과 운용 및 활동 매뉴얼 개발 등을 주도한 바 있다.

 

이 책《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관계에서 상처받고 나에게서 탓을 찾는 섬세한 사람들의 공감 이야기를 담았다.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고민과 아픔부터 자기 안의 심리적 갈등까지 총 20가지의 가상사례로 들려준다. 인간 심리를 다룬 책은 흥미를 갖고 즐겨 읽게 된다. 읽으면서 내 마음도 정리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고민 사례와 제언이 남의 일 같지 않게 와닿아서 자꾸 되짚어가며 읽어보았다.

각 장은 대체로 주변에 있을 법한 누군가의 고민을 담은 사례로 시작되며, 모든 사례는 저의 상담, 생활 지도 및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한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고민의 이유에 대한 탐색과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생각이나 태도에 대한 제언이 이어지며 각 장의 말미에는 그 장의 주제와 관련한 심리학적 지식 및 테스트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관련 참고문헌을 통해 관심 있는 분들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2부로 나뉜다. 먼저 이 책의 차례를 보면 마음을 파고드는 주제가 있게 마련이다. 아니,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고, 주변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한다. 저자와 상담한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가 모이고 걸러져서 압축된 것이리라. 그래서 그런지 정제된 핵심만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다. 고민 당사자에게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지만, 저자와 같은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생각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 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 나와 타인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천천히 이 책 속의 문장을 곱씹어본다. 어쩌면 나를 이해해주고 나에게 공감해주는 누군가를 만난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갈등의 표면적인 부분에서 버럭 화를 내고 말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근본적인 부분에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한 뼘 깊이 들어가 인간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라고 한다. 본문은 가상사례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낱낱이 풀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정리할 수 있다. 꼭 기억하고 인간관계에 적용해야할 가치인 것이다.

첫 번째, 절대 다른 사람은 바꿀 수 없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세상과 타인에 대한 나의 태도뿐입니다. 두 번째, 그들은 그들의 노래를 부르도록 두고, 당신은 당신의 노래를 부르세요. 나의 가치는 세상과 타인의 평가에 귀속되는 게 아닙니다. 세 번째,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세요. 그때 진정한 내면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6쪽)

 

피부에 와닿는 고민을 생생하게 들어보고, 거기에 대한 해결 방책까지 상세히 볼 수 있어서 몰입해서 보게 되는 책이다. '나도 이런 고민 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저자의 조언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자가 일러주는 해결책이 정말 와닿는다.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생각된다.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생각될 때면, 고민에 잠식되어 헤어나올 길이 막막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안에 자신의 고민이 있는지 살펴보고 해결책까지 시원하게 읽어나가기를, 힘든 당신이 조금은 편안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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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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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새벽별을 보러 가자니 파카까지 챙겨입고 나가야할 지경이다. 낮에도 이제는 반팔을 입을 수가 없어서 한차례 옷장 정리를 해두었다. 어느 순간, 훅 하고 가을이 왔고, 겨울이 문앞에 있는 듯 쌀쌀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제 2016년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왔다. 11월은 우리말로 '미틈달'이라고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란 뜻이다. 이번 달에도 월간 샘터 11월호를 읽으며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달에 만난 사람박시백. 대하역사만화《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저자이다. 국보 제51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조선왕조실록》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역사기록의 정수인데, 각 방면의 역사적 사실들이 총망라되어 특히 실증자료와 문학적 상상력에 목마른 창작자들에겐 영감의 원천으로 주목받기도 한다고. 그는 조선사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부채의식과 역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은 욕심으로 조선왕조실록의 만화화 작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7월 이후《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2013년까지 무려 십 년 동안 매년 두 권꼴로 출간되었다. 그는 최근 총 7권 예정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만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서민의 글쓰기는 매달 기다리는 코너이다. 이번에는 '다 쓴 글은 교정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으로 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소리 내서 읽어 본다면 더 훌륭한 교정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가며 어떤 점을 고치면 문장이 더 나아지는지 짚어준다. 또한 마지막으로 맞춤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론은 '교정을 하지 않으면 글을 다 쓴 게 아닙니다'라고 하니 꼭 기억해야겠다.

 

과학에게 묻다도 유심히 보았다.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다. 지진 발생은 본디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이며, 지진 예측이 여태 불가능한 이유는 판 구조의 복잡성 때문이라고 한다. 지진은 앞으로 어떤 규모로 언제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니 기상재해와는 다르게 생각해야할 것이다. 100세 시대 건강법에서는 '체력 소모도 현명하게'할 것을 권한다. 활동하는 동안에는 힘든 줄 모르지만 집에 와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녹초가 된다면 활동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제시해준다. 반드시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이라는 보상을 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선현 정리컨설턴트는 관계의 정석을 연재하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관계에도 VIP가 있다'고 알려준다. 낡은 관계를 비웠다면 행복과 에너지를 주는 관계로 주변을 채워야 하는데,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선 VIP 리스트를 만든다. 다양한 사람들 중 다음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꼽아보자. 위험을 감수하고도 나를 도와준 사람, 내가 후회할 만한 일을 막아준 사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먼저 알려주고 싶은 사람, 함께 슬픔을 나누고 싶은 사람, 실패했을 때 격려 받을 수 있는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곁에서 자극하는 사람, 결혼식,장례식에 꼭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 등등. 10명에서 30명 사이가 적당하다. 매월 한 번씩은 연락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VIP리스트를 훑어보며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 안부를 전한다. (56쪽)

 

얇은 책자 속에 웃음도 감동도 정보도 눈물도 모두 담겨있다. 어느 순간 마음을 훑어가며 나의 시간을 채운다. 축제도 많고, 모임도 많아서 외출할 일이 잦아진 요즘에 월간 샘터는 가벼운 동반자가 된다. 무게감은 덜고, 내용은 알차서 믿고 집어들고 나갈 수 있다. 이번 달에도 월간 샘터 11월호를 통해 다양한 주제의 글을 접하며 세상의 소리에 귀기울여보았다. 다음 호에는 겨울을 맞이하여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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