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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사회에는 헌법이 있다. 하지만 법이 공평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법'하면 손해보는 일, 억울함, 답답함 등의 단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법은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 소외계층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법이나 소송을 모르고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헌법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헌법은 살아있다》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제1호 헌법연구관이자 자타가 인정하는 '헌법 등대지기' 이석연 변호사가 들려주는 헌법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석연. 행정고시(제23회)와 사법시험(제27회)에 합격한 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에서 15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변호사로서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제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그는 제대군인 가산점, 행정수도이전법, 가정의례법, 국회의원선거구 획정 등 30여 건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내 한국 사회를 바꾸었다. 대표적 1세대 시민운동가로서 경실련 사무총장, '헌법포럼'대표,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헌법의 정신과 기본 원리를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쉽게 써보려는 오랜 생각의 결실이 바로 이 책입니다. 진정한 헌법시대의 도래에 직면하여, 또한 개헌이 화두인 시대에는 헌법이 더 이상 전문가나 지식인, 법조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숙지하고 소유해야 할 지적재산입니다. (8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헌법이란 무엇인가', 제2장 '개헌을 말하다'에서는 일반인이 헌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제3장 '헌법은 살아있다-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결정'에서는 대표적인 위헌결정 사례를 보여준다. 간통죄,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 수도이전법, 호주제와 동성동본 금혼제도, 과외교습 금지, 태아의 성별고지 금지, 공권력 개입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 부부의 자산소득 합산과세 제도 등의 위헌결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제4장 '헌법재판과 공익소송을 통해서 본 헌법의 기능'에서는 이석연, 지승호의 헌법대담을 보여준다.
헌법이 무엇인지, 헌법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건국절 논란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살펴본다. 개헌의 필요성과 개헌에 꼭 포함되어야 할 10대 핵심을 살펴보며, 개헌이 국민 축제의 장이 되어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 소외계층의 눈물과 한숨을 제대로 담아내는 법제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의 사회적 기본권의 내실화, 또는 실질화가 요구됩니다. 한 사회의 문명 수준을 보려면 그 사회가 소수자, 약자, 억울한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내지 못하는 헌법은 제대로 된 헌법이 아닙니다. (20쪽)
특히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솔론(Solon)의 말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는 실현되는 것이다."라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약자에게만, 또는 피치자인 국민에게만 일방적으로 준법을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법치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논리를 펼치는데, 설득력 있는 저자의 논리에 자연스레 눈길이 고정되는 책이다.
1, 2장이 헌법에 대한 접근성을 위한 발검음이라면, 3,4장은 실제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로 현실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준다. 3장의 '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결정'에서는 지금 현재 어떤 법이 바뀌었고, 그 과정은 어땠는지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수도이전법, 태아의 성별고지 금지, 부부의 자산소득 합산과세 제도 등의 위헌결정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전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성격과 쟁점 정리'로 현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4장은 인터뷰 전문 작가인 지승호와의 대담을 담았다. 저자와 지승호 작가의 대담을 엮은《페어플레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의 일부 내용을 출판사와 지승호 작가의 동의를 얻어 저자가 수정, 보완, 재구성한 내용이다.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실려있다. 제1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외의 다른 조항도 차근차근 살펴보게 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을 눈물 짓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이 알게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재미있게 읽고 흥미롭게 기억한다. 평소에 헌법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살고 있는 일반인으로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헌법에 대해 잘 모르거나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선입견을 깰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걸음 다가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놓은 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지식이기에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