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의 삶에서 배우는 사찰음식 이야기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2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을 읽으며 선재 스님의 글을 처음 접해보았다. 사찰음식 레시피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함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한동안 제철 식재료로 정갈하게 음식을 준비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소중함은 희미해지고 되는 대로 음식을 마련해서 먹던 차에, 이번에 선재 스님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시 그때의 마음을 되살리고자 이 책《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선재 스님. 사찰음식 명장이다.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발표한「사찰음식문화연구」는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으로, 불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 큰 병을 앓고 사찰음식으로 치유한 뒤,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위법망구(바른 길을 전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음) 정신으로 사찰음식을 전하는 한편, 불교 경전을 바탕으로 사찰음식의 철학과 정신을 체계적으로 다듬었다. 그것은 불교의 우주론적 관점에서 자연과 음식, 생명과 인간을 연관 지어 모든 생명이 행복하게 존재할 수 있는 평화와 공존으로서의 사찰음식이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 2장 '사찰음식, 삶을 깨우고 돌보다', 3장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에 걸쳐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선재 스님의 어린 시절과 출가 한 사연, 투병 중의 생각, 사찰음식 강의를 하며 있었던 일화 등 과거와 현재에 대한 글을 볼 수 있고, 음식을 접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 뒤에는 '한국인이 꼭 먹어야 하는 사계절 사찰음식'을 엄선해서 소개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제철 음식으로 정갈한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선재 스님의 글에는 은은한 향이 배어있다. 조곤조곤 펼쳐나가는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린다. 평소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것에 마음의 눈을 뜨도록 도와준다. 음식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있어서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된다. 대충 보려고 하다가도 천천히 음미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바쁘게 달려가려고 하다가도 멈춰서서 나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이다.

꽃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꽃을 보고 살기를 바라는 내 마음. 그러거나 말거나 꽃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고 질 뿐이다. 사는 동안 우리가 보고도 보지 못하는 것, 헛것에 가려 욕심에 가려 보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것들을 보지 못하고 놓치고 살아간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좋은 삶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충분히 보고 느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열심히 보고 느끼고 사랑하고 공부하는 삶. 결국, 수행이란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리라. (77쪽)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현재 나의 밥상을 돌아보게 된다. 예전에 선재 스님의 책을 읽으며 다짐했던 생각이 어느새 희미해지고, 복잡하고 화려해진 밥상을 떠올리며, 현재를 점검해본다. 이런 저런 정보로 인해 상식처럼 자리잡은 식문화, 그에 따라 골고루 챙겨먹지 못하는 영양 불균형의 식단이라는 자책에 자꾸 무언가 더 챙겨먹어야 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이 책은 복잡한 생각의 가지치기를 하고 진정 소중한 것만 남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찰음식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생명의 음식이다. 채식과 자연식, 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의 밑바탕에는 이러한 생명 존중이 담겨 있다. 삶은 곧 수행이다. 스님들만이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일상의 수행자다.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되 다른 생명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 오늘 마주한 밥 한 그릇에서 느끼는 고마움을 넘어 생각해보자. 이 밥을 먹고 '나'라는 생명이 다른 생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164쪽)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점, 자연 속에서 자연스런 음식을 먹었을 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도록 이 책이 이끌어준다. 그런 점에서 제철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한다.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보인다(237쪽)" 성철 스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마음에 새긴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면 몸을 다스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맑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한다는 것은 기억해야할 것이다.

 

양념에 대한 인식도 달리한 계기가 되었다. 양념의 어원은 '약 藥'자에 '생각 념念'자, 약념을 소리 나는 대로 쓴 말, 즉 약으로 생각하고 먹으라는 뜻이라고. 음식을 깨달음을 돕는 약으로 여기는 불가에서는 양념 역시 약이며, 부처님 시대 때부터 오랜 세월 계율로써 전해져 왔다고 한다. 약이 되는 양념보다 몸에 해로운 조미료도 많은데, 그 중 일반적인 가정에 있는 시판되는 간장, 소금이 유익하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방도를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잘 모르던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그 맛이 더해지고, 의미가 깊어진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을 살펴보고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라고 이 책은 질문한다. 오늘 내가 먹는 음식은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근원적인 시작이 어떤 음식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철음식으로 조물조물 무쳐내어 정갈한 밥상을 차려내어 스스로를 존중하는 일상을 보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우석훈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8만원 세대》의 저자 경제학자 우석훈이 책을 출간했다. 그런데 육아라니 다소 의아한 조합이다. 우석훈은 결혼을 하고 9년 만에 부모가 되었다고 한다. 결혼도 약간 늦었지만, 아이가 아주 늦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세 살과 다섯 살 두 아이의 아빠, '늙은 아빠'로 살아가면서 일어난 일들과 그의 생각을 담았다. 출산과 육아를 고민하는 많은 아빠들에게 사례로서 참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책《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것을 경제학의 시각으로 보면,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 많은 아빠들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막중한 책임, 스트레스, 하지만 그 사이사이로 그보다 더 많은 행복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 이거야말로 삶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 있다. (29쪽)

 

이 책은 총 5부 13장으로 구성된다. 1부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에는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고', 2부 '만만히 볼 수 없는 초보아빠가 나타났다!'에는 '그렇게 아빠가 됐다', '황금돼지의 해에 태어난 아이', '백일나기', 3부 '유모차를 고르는 경제학자'에서는 '프랑스식 육아와 이유식', '수면 전쟁', '돌잔치와 앨범 만들기', '버버리 아동복과 유모차 석 대', 4부 '아이가 자란다, 아빠도 자란다'에는' 정말로 예쁜 나이, 우리 나이 세 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5부 '평생 가는 생존체력 기르기'에는 '어린이집이냐, 영어유치원이냐', '우리말, 숫자, 그리고 영어', '두 아들의 아빠가 가르치고 싶은 것'이 담겨있다. 제목만 훑어봐도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포항물회' 편을 보았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글을 시작한다. 바다에서 물질을 하면서 평생을 살아온 해녀 할머니들의 입담에는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고. 그 중 해녀 한 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고……." 저자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에서 두웅, 하고 뭔가가 울리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한 아이를, 사람을 키운다는 무거운 책임을 이보다 명료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그 말의 여운이 이 책의 제목에 이어지고 있다.

 

이 책에는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에 대한 생각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솔직담백하고 때로는 직설적으로 심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짐을 엄마에게만 지워 놓고, "애 잘 키우라"는 무책임한 말만 툭 던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98쪽)' 는 말은 특히 공감하게 된다.

 

2012년 황금돼지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출산율이 높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왕 아이를 낳는다면 황금돼지해에 낳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들에게 실제 상황으로 일어난 문제들을 보니 쉬운 일만은 아니었겠다. 직접 겪은 일과 생각을 낱낱이 들려주는데, 고민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너무 많은 아기들이 한꺼번에 태어났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산후조리원 예약도 경쟁률이 치열해서 예약하기 힘들고 이 아이들은 평생 수많은 경쟁에 치여야할 것이다.

 

"늦깎이 아빠가 된 경제학자 우석훈의 두 아이 양육기를 독자들께 추천한다. 육아는 시간과 경제력과 애정이 모두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그 고난어린 과정을 엄마의 희생에만 떠넘기려 하는 대한민국 육아의 현주소를 꼬집는다. 저자의 말대로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_서울특별시장 박원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는' 일이지만, 저자는 한 푼 두 푼 벌면서 틈틈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기왕이면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자 우석훈의 육아법과 그의 생각을 살펴본다. 경제학자라고 육아법이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벌어지는 문제와 그에 대한 생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소신껏 무언가를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하며 아이를 키워나가는 모습을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의 잡화점 잡화점 시리즈
오기노 마사요 외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프랑스 여행을 하고 와서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곳에서 사온 소소한 물건들이 지금까지도 여행의 기분을 되살리고 있다. 사올 때에는 깨질까 걱정되었지만 그곳에서 사온 커피잔과 함께 하는 매일이 향기롭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모자 가게에서 사온 모자는 외출을 즐겁게 한다. 자그마한 에펠탑이 달린 볼펜을 사용하면서 수첩에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 어쩌면 나에게는 미술관 박물관보다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아이템인 듯하다. 이 책《파리의 잡화점》은 기억을 되살려주고, 다음 여행을 기약하는 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에 담긴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행복한 상상의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오기노 마사요, 사쿠라이 미치코 공동 저서이다. 오기노 마사요는 2002년 프랑스로 이주, 누벨 바그부터 프렌치 팝스는 물론 가십에까지 정통한 그녀의 프랑스 지식은 프랑스인조차 놀랄 정도이며, 취미는 책과 잡화 수집으로 일요일에는 골동품 시장을 돌며 예쁜 카페오레 보울과 그림책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쿠라이 미치코는 2000년부터 파리에 거주, 행복한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레스토랑과 디저트, 빵 등을 찾아 매일 파리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있다.

이 책은 파리에서 만난 '멋진 물건, 예쁜 물건, 맛있는 음식'이 주인공입니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그들만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행복을 찾아 부티크로'에는 '일상에 필요한 생활잡화',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물건들', '언제 먹어도 맛있는 것들', '여자를 꾸며주는 것들', '아이들을 위한 물건들'이 담겨있다. 2부 '주위에 넘쳐나는 예쁜 물건들'에서는 슈퍼마켓, 서점, CD/DVD 가게, 약국 화장품 가게를 소개해준다. 뒷부분에는 지도가 상세하게 담겨있어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당신의 행복은 찾으셨습니까?

이 말은 프랑스 가게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로, '찾고 있는 물건'을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멋진 비유이지 않나요?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물건과의 만남을 찾아 파리의 가게를 둘러봅시다. (책속에서)

찾고 있는 물건을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꼭 갖고 싶은 것을 엄선하여 아끼고 보듬으며 오랜 시간 사용한다면 낭비가 아니라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며 다음 번에 내가 찾을 행복을 물색해본다.

 

'카페오레 볼의 수수께끼를 쫓아서'에서는 카페오레 볼이 왜 이렇게 생긴 것인지 저자가 생각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둘레가 넓은 카페오레 볼에는 보통 머그컵보다 빵을 찍어먹기 쉽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인에게 '아침에 마시는 음료'인 카페오레에 빵을 찍어먹으려면 카페오레 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역사나 과학에 근거한 이야기는 아니라지만, 우리가 매일 같이 사용하는 잡화들에는 오랜 세월에 걸친 생활습관이 반영되어 왔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마무리된다.

 

 

아기자기한 잡화들이 선별되어 정갈하게 담겨있는 책이다. 그릇이며 수예용품, 천, 수첩, 문구점, 화장품 등을 눈으로 즐기며 살펴본다. 마치 쇼핑을 하듯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마음에 담아보는 시간이다. 초콜릿, 캔디, 빵 등 맛있는 디저트의 사진을 보며 달달한 상상을 해본다. 무엇보다도 '3유로 이하로 살 수 있는 파리의 과자 리스트'는 하나씩 사서 꼭 먹어보고 싶어진다. 선물용으로도 부담없이 좋을 것이다.

 

 

파리 여행 서적에 보면 한두 페이지에 걸쳐 파리에서 사올 기념품이나 맛볼 디저트를 짤막하게 소개한 것을 보고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책은 한 권에 걸쳐 잡화들만 소개하고 있으니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책이다.

 

파리에 가서 명품 쇼핑보다는 생활 속 잡화들로 소소한 쇼핑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먼저 이 책을 통해 마음에 드는 물품들을 찜해놓고, 파리에 갔을 때에 이 책 속 지도에 안내된 곳에 찾아가거나, 아니라면 주변 상점을 돌아다니며 비슷한 아이템을 찾아보는 것도 기분 좋게 쇼핑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파리의 잡화점'으로만 한 권의 책에 알뜰하게 담아낸 책이어서 파리 여행 전에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사회에는 헌법이 있다. 하지만 법이 공평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법'하면 손해보는 일, 억울함, 답답함 등의 단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법은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 소외계층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법이나 소송을 모르고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헌법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헌법은 살아있다》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제1호 헌법연구관이자 자타가 인정하는 '헌법 등대지기' 이석연 변호사가 들려주는 헌법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석연. 행정고시(제23회)와 사법시험(제27회)에 합격한 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에서 15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변호사로서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제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그는 제대군인 가산점, 행정수도이전법, 가정의례법, 국회의원선거구 획정 등 30여 건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내 한국 사회를 바꾸었다. 대표적 1세대 시민운동가로서 경실련 사무총장, '헌법포럼'대표,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헌법의 정신과 기본 원리를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쉽게 써보려는 오랜 생각의 결실이 바로 이 책입니다. 진정한 헌법시대의 도래에 직면하여, 또한 개헌이 화두인 시대에는 헌법이 더 이상 전문가나 지식인, 법조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숙지하고 소유해야 할 지적재산입니다. (8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헌법이란 무엇인가', 제2장 '개헌을 말하다'에서는 일반인이 헌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제3장 '헌법은 살아있다-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결정'에서는 대표적인 위헌결정 사례를 보여준다. 간통죄,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 수도이전법, 호주제와 동성동본 금혼제도, 과외교습 금지, 태아의 성별고지 금지, 공권력 개입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 부부의 자산소득 합산과세 제도 등의 위헌결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제4장 '헌법재판과 공익소송을 통해서 본 헌법의 기능'에서는 이석연, 지승호의 헌법대담을 보여준다.

 

헌법이 무엇인지, 헌법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건국절 논란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살펴본다. 개헌의 필요성과 개헌에 꼭 포함되어야 할 10대 핵심을 살펴보며, 개헌이 국민 축제의 장이 되어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 소외계층의 눈물과 한숨을 제대로 담아내는 법제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의 사회적 기본권의 내실화, 또는 실질화가 요구됩니다. 한 사회의 문명 수준을 보려면 그 사회가 소수자, 약자, 억울한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내지 못하는 헌법은 제대로 된 헌법이 아닙니다. (20쪽)

특히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솔론(Solon)의 말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는 실현되는 것이다."라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약자에게만, 또는 피치자인 국민에게만 일방적으로 준법을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법치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논리를 펼치는데, 설득력 있는 저자의 논리에 자연스레 눈길이 고정되는 책이다.

 

1, 2장이 헌법에 대한 접근성을 위한 발검음이라면, 3,4장은 실제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로 현실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준다. 3장의 '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결정'에서는 지금 현재 어떤 법이 바뀌었고, 그 과정은 어땠는지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수도이전법, 태아의 성별고지 금지, 부부의 자산소득 합산과세 제도 등의 위헌결정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전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성격과 쟁점 정리'로 현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4장은 인터뷰 전문 작가인 지승호와의 대담을 담았다. 저자와 지승호 작가의 대담을 엮은《페어플레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의 일부 내용을 출판사와 지승호 작가의 동의를 얻어 저자가 수정, 보완, 재구성한 내용이다.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실려있다. 제1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외의 다른 조항도 차근차근 살펴보게 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을 눈물 짓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이 알게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재미있게 읽고 흥미롭게 기억한다. 평소에 헌법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살고 있는 일반인으로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헌법에 대해 잘 모르거나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선입견을 깰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걸음 다가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놓은 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지식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최인호 지음 / 씨스케이프(이맛돌)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나같은 사람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세상이었으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세상은 바닥을 치고 있다.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 치를 떨면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하나씩 알아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 책 저 책 읽어보고 있다. 얼마 전《이재명의 굽은 팔》을 읽으며, 인간 이재명의 삶과 공부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에 읽은 책은《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이다. 이 책은 현재 데일리잉글리시 대표이자 (주)씨스케이프 고문인 최인호다.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 번역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재명 선거 캠프에서 나온 책도 아니고, 또 그들을 위한 조언을 주제넘게 늘어놓는 책도 아니다. 그저 내가 느낀 이재명, 내가 동의하는 이재명, 내가 걱정하는 이재명을 말하는 책일 뿐이다. (77쪽) 

 

 

이 책의 1장에는 2016년 10월 29일 이재명의 청계 광장 연설이 담겨있다. 그 장소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있는 현장에서, 이 연설이 흘러나왔겠구나. 현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안에서 끓고 있는 울분이 누군가의 목소리로 조리있게 흘러나온다.

그 날 내가 들은 건 연설이 아니라 시詩였다. 분노의 시, 고발의 시, 규탄의 시였으며, 무엇보다 위로의 시였다. 나는 그 누가 나를 대신해서, 마치 나인 듯, 나보다 더 분노할 때 진정으로 위로받을 수 있음을 그날 청계 광장에서 깨달았다. (18쪽)

그 누가 나를 대신해서, 마치 나인 듯, 나보다 더 분노할 때 진정으로 위로받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개개인의 생각을 함께 공감하는 장에서 이들은 위로받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분노와 위로를 느낀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2장 '그의 입에서 윤상원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3장 '촛불은 모든 '지도자들'을 태워버렸다', 4장 '애덤 스미스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5장 '다시, 청계 광장의 그 연설', 6장 '이재명과 시대 정신, 그리고 책임 공정 사회', 7장 '이재명과 언어혁명', 8장 '이재명과 청년배당, 그리고 기본소득', 9장 '이재명의 외교 안보 전략'으로 나뉜다.

 

"보수보다 진보의 가치가 옳다거나 진보보다 보수의 가치가 우월하다는 논의 자체가 언어도단입니다. 정상적 의미에서 보수나 진보 둘 다 중요하고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사회가 피아노나 기타처럼 하나의 악기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다. 이재명은 "왼손으로 칠 것인가 오른손으로 칠 것인가 고민하기 전에, 피아노 조율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악기를 '올바르게' 튜닝(조율)하는 것이 좋은 연주의 필수 조건이다. (78쪽)

보수와 진보, 명확하게 구분되는 색깔론에 속터지며 방황하기 이전에 우리는 현재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내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재명의 페이스북 글이 시원시원하게 맞는 말을 읊어준다.

오른쪽이 아니라 더 옳은 쪽으로 가야 합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보다 상식과 정의가 관철되는 정상적인 사회를 갈망하는 저는 그래서 진보가 아닌 '정상적인 의미의 보수'입니다. 오른쪽이 아니라 옳은 쪽으로 더 힘 있게 가겠습니다. 같이 가 주실 건가요?

_이재명의 Facebook 담벼락 글 중에서

 

이번 대선에는 대선 후보들에 대해 좀더 알고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본 책이다.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말과 생각, 추구하는 방향 등을 알게 되었고, 단순히 성남시장이라는 타이틀만 알고 있던 때와는 달리 정보가 풍성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