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그리스 - 2017 ~ 2018 최신 정보 수록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홍수연.홍연주 지음 / 길벗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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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15년 전에 패키지 여행으로 간 것이 전부, 다시 간다면 자유여행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다. 패키지로 갔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곳에서 여유 있게 머물지 못했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지 못하며 강행군을 했던 기억만이 가득하다. 그 당시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곳이다. 그런 기억조차 희미해질 무렵, 이 책《무작정 따라하기 그리스》를 읽게 되었다. 어찌 여행 본능이 꿈틀거리지 않겠는가. 이 책은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중 그리스편이다. 제목만 보아도 자유여행으로 가기에 충분한 정보를 담은 듯하다. 2017~2018년 최신 정보가 수록된 이 책을 통해 '아테네, 크레타, 산토리니, 미코노스, 메테오라, 테살로니키' 여행을 꿈꿔보는 시간이다.

 

 

이 책은 '테마와 코스'가 1권과 2권에 걸쳐 수록된 분리형 가이드북이다. 여행 가이드북을 보면 보고 싶은 것도 많고 숙소도 마음에 드는 곳이 많지만, 여행 중에는 그 중에서 선택을 해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테마를 미리 선택해서 여행지를 압축해보는 것도 여행의 시작이다. 1권 '미리 보는 테마북'에는 관광, 음식, 쇼핑, 체험 등 놓칠 수 없는 그리스 최신 여행 테마가 총집합 되어 있다. 2권 '가서 보는 코스북'에는 고민할 필요 없이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 그리스 최다 여행 코스가 구성되어 있다. 1권을 보며 나의 취향에 따른 여행 테마를 잡아보고, 2권을 보며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워본다.

 

1권에서부터 시선을 자극한다. 이 책에 담긴 사진은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하다. 직접 가서 보고 싶고, 음식도 먹고 싶어진다. 그리스 12신 여행, 인기 명소&세계문화유산, 역사적 장소, 골목길, 박물관, 예술 여행, 노을&야경 베스트, 힐링의 시간, 태양의 후예 따라하기, 꽃보다 할배 따라가기, 베스트 촬영지 등 볼거리가 풍부한 여행지 그리스에서는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다. 특히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예능프로 <꽃보다 할배>를 통해 알려진 여행지를 직접 가보며 인생컷을 남길 수 있도록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어서 방송을 접한 사람이라면 더욱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곳에 직접 가서 그들처럼 그곳을 거니는 상상을 하면 당장 짐을 싸고 싶어질 것이다.

 

고기 요리, 해산물 요리, 유제품, 그리스 빵, 그릭 커피, 맥주&와인&전통주, 아테네 먹자골목, 전망 레스토랑 등의 정보가 빼곡히 담겨있다. 여행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미리 익히고 가야 할 정보들이 가득하다. 특히 그리스 요리를 배워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를 추천하고 있으데 눈길이 간다. 요리책 저자이자 TV 쇼 진행자인 다이안 코힐라스가 운영하는 글로리오스 그릭 키친 쿠킹 스쿨에 갈지, 요리사 니키 로즈가 요리 교실과 유기농 농장 투어를 함께 묶어 진행하는 크레타 요리 스쿨에 가볼지, 선택은 자유.

 

미로 여행, 풍차와 펠리컨, 크루즈&요트 여행, 동키 체험&케이블카, 이아 마을 저녁 노을, 위병 교대식, 분화구 일주, 007영화의 배경이 된 메테오라, 리카비토스 언덕 등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여행을 이 책에서 소개한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다양한 이벤트가 줄지어 늘어서 있으니 관심사와 성향이 따라 꼭 몇 가지라도 체험해보자. 그 순간 여행의 즐거움은 두 배, 아니 어쩌면 무한대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248쪽)

 

쇼핑 가이드로 1권은 마무리된다. 핵심 쇼핑 명소, 중앙 시장, 플리 마켓, 그리스 식재료, 그리스 천연 화장품, 그리스식 샌들, 기념품, 선물 리스트 등 그리스 여행을 하며 기념으로 무엇을 사올지 미리 살펴본다. 특히 '볼 때마다 여행지의 추억이 새록새록~ 꼭 사고 싶은 기념품'에서는 올리브 비누, 컵&접시, 티셔츠, 미니어처 기념품, 올리브나무 공예품, 액세서리, 에코 백 등 소소한 기념품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저자들은 '마음에 들면 바로 그 자리에서 꼭! 사세요'라며 '그때 살걸' 후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여행 중 그런 경험이 있어서 절대 공감이다. 2권에는 지도, 코스, 여행지 정보, 교통편 등 실질적인 정보를 담았다. 2권만 가지고 여행을 떠나서 여행지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여행 정보이기에 현지에서 꼭 필요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

 

이 책의 활용법

STEP 1 미리 보는 테마북(1권)을 펼친다. 관광, 식도락, 쇼핑, 체험 등 나의 여행 목적과 취향에 맞는 테마 매뉴얼을 체크한다.

STEP 2 가서 보는 코스북(2권)을 펼친다. 1권에서 체크한 테카 장소를 2권 지도에 표시해 나만의 여행 동선을 정한다. (1권에서 소개하는 모든 장소에는 관련 여행 정보가 기재된 2권 코스북 페이지가 표시되어 있다.)

STEP 3 이제부터 가벼운 여행 시작~ 2권만 여행 가방 속에 쏙 넣는다. 1권은 숙소에 두고 다음 날 일정을 체크할 때 사용하면 편리하다.

(책 뒷표지 中)

 

그리스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일단 이 책을 읽으면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1권을 읽으며 자신이 관심있어하는 분야에 대한 소개가 나오면 가슴이 뛸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스레 2권을 펼치고 여행 코스를 잡아보게 되고, 다음 여행지로 그리스를 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스에 여행을 가고 싶지만 정보가 없어 막막한 사람, 가이드북을 찾는 사람, 그리스 자유여행을 꿈꾸는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이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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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R - 우리가 몰랐던 디자인 이노베이터의 생각과 힘
서승교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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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창의력을 강조하는 시대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평범한 사람으로서, 창의력에 이제야 관심을 가져보려고 해도 막막하기만 하다. 창의력을 키우고 싶지만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모르겠다. 홍범식 베인앤컴퍼티 대표는 추천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수의 경영자들과 창조성에 대한 주제를 논의할 때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는데, 바로 "그런데 창의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라고. 이 책은 창의적 능력을 키우는 방안을 체계적, 실천적으로 다루었고,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활용해본 방법을 다양한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 정리했다고 하니,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져서 이 책《크리에이티브 R》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승교. 현재 SK플래닛 고객인사이트팀에서 디자인 이노베이션 프로세스를 통한 새로운 고객가치 발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디자인 이노베이션의 선도자이자 실무 전문가로서 다양한 비영리 자문과 강연, 온오프라인 기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34건의 직무 관련 발명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창의의 젖소 시대'에서는 '두 도시 이야기', '창의의 젖소가 부족하다', '창의의 젖소, 어떻게 시작할까?', '창의력 근시안, 창의력 원시안' 등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2장 '창의의 젖소들이 일하는 법, 크리에이티브 R'에서는 고객과 공감대 형성하기, 고객의 행동에서 혁신의 단서 모으기, 고객의 진짜 니즈 분석하기, 고객이 감동하는 혁신 만들기 등 크리에이티브 R1,2,3,4를 설명한다. 3장 '창의의 젖소 목장 운영법'에서는 절대 컨설팅 받지 말라, 당신이 하려는 이노베이션에는 빠진 것이 있다, 이노베이션 조직 운영의 Must Do 리스트 등 일곱 가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4장 '창의의 젖소 탄생'에서는 '인문학에서 배워라', '필요하다면 훔쳐라', '누구나 창의의 젖소가 될 수 있다'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과거의 혁신 사상 주입이 구성원의 생각까지 혁신하게 만들지 못했다며, 현대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요구되는 혁신은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언급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혁신은 '고객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깊은 이해를 통해 고객 삶의 질을 높이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고객 삶의 지속적 개선을 이노베이션의 지향점으로 설정해야만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는 전문적인 디자인 이노베이션 역량이 모여서 진행될 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그래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 즉 고객 철학을 가지고 끈기 있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데 전문성을 가진 전문적인 디자인 이노베이터를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에 비유해서 '창의의 젖소'라 정의하고, 창의의 젖소가 생활하며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디자인 이노베이션 조직을 '창의의 젖소 목장'이라 칭한다. 또한 이 농장에서 창의의 젖소들이 일하는 방식을 '크리에이티브 R' 프로세스로 제안한다.

1. Rapport (고객과 공감대 형성하기)

2. Read (고객의 행동에서 혁신의 단서 모으기)

3. Re-Think (고객의 진짜 니즈 분석하기)

4. Radical Create (고객이 감동하는 혁신 만들기)

 

다양한 사례와 흥미로운 설명으로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실질적이어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특히 이 책의 제목과 주요 내용이 담긴 2장은 네 가지로 분류된 크리에이티브 R을 하나씩 구체화시킬 수 있어서 의미 있다. 사용자 조사 인터뷰 사례, 공간을 훑어보며 고객이 말하지 않는 것도 관찰하는 능력, 고객의 왜곡을 해석하는 방법 등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분석하여 혁신으로 향하는 법을 배워본다.

지금까지의 혁신은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How to'에만 집중해 왔다. 일단 만들어놓고 나서 고객에게 가치 있는 물건과 서비스라고 계속해서 계몽해 왔다. 어느 영역이고 마찬가지다(기술, 사업, 디자인 등). 그럼에도 고객은 쉽게 수용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만들까'보다는 'Why & What ro'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이 왜 그렇게 느끼는가를 알면,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답은 자연스럽게 도출되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하면 -물론 제대로-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할 까닭이 없지 않을까? 고객은 감탄(신기)만 해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상품과 서비스 안에 있는 가치가 자신의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를 기준으로 구매한다. 고객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여러분은 그저 신기하다고 해서 드론 배송 서비스에 추가로 돈을 내겠는가? 디자인의 결과물이 나오면 항상 이렇게 반문해 보라. "당신이라면 살래?" (232쪽)

 

이 책은 순서대로 분석하며 읽기를 권한다. 특히 2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면 3장과 4장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그러면 앞으로 어떤 점에 집중해서 이노베이션을 할지 파악해볼 수 있다. 이론을 익히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파악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노베이션을 습득할 수 있다.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다가와서 실행에 옮기기 유용하다. 현장성이 느껴지는 책이어서 집중이 잘 되는 책이다. 특히 '누구나 창의의 젖소가 될 수 있다' '창의적 인재 To-do 리스트'인데, 창의성을 훈련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을 꾸준히 실행해볼 수 있으니 하나씩 체크하며 연습할 수 있다.

 

이 책은 창의력을 키우고 싶어하는 개인은 물론, 창의적인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경영자에게도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노베이션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보며 충분히 실제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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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양장) - 개정증보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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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언어만 접하고 살아가는 환경은 제한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누군가가 짚어주지 않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존재 자체를 모르기도 한다. 이번에 새움 출판사에서는《이방인》,《어린 왕자》다음으로《위대한 개츠비》의 새 번역본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당연한 듯 알고 있던 고전번역본이 사실은 왜곡되었다면?'이라는 무시무시한 화두를 던져준다. 외국 작가의 책을 지금껏 번역본으로만 접하고 있었으니, 오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기는 하다. 신랄하고 정밀한, 67군데의 오역을 지적한《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보며, 진정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본다. 

 

 

《위대한 개츠비》의 지은이 F. 스콧 피츠제럴드는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1913년 프린스턴대학교에 입학했지만 1917년 제1차세계대전의 발발로 대학을 중퇴한 후 육군 소위로 임관하였다. 전쟁에서 죽기 전에 작품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1920년 첫 장편소설《낙원의 이쪽》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25년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하였다.

 

옮긴이는 이정서. 2014년 기존 알베르 카뮈《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며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아 학계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출판계와 번역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오며 자성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2015년 생텍쥐페리의《어린 왕자》의 정밀한 번역을 시도해 기존 번역에서 놓쳤던 문제들을 바로잡았다.

 

사실 고전소설을 읽겠다고 집어들었다가 중도포기한 적이 많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한 번 읽겠다고 결심만 하고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한 번 읽다가 멈춘 후에는 자꾸 뒤로 미루곤 했다. 유명하고 익숙한 제목 때문에 궁금한 생각이 들면서도 피부에 와닿는 계기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번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계기로 번역을 시작하였는지, 이 책에서는 '역자의 말'을 소설의 앞에 두어 번역에 돌입한 계기를 알려준다.

작가(혹은 출판사)는 왜 이 책의 제목을 <위대한 개츠비>라고 한 것일까? 아니 왜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한 것일까? 이 번역은 그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나로서는 기존 번역서를 읽고 도저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원본을 찾아본 나는 그간 읽은 번역서들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을 받았고, 결국 전체 번역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역자의 말 中)

 

섬세한 표현과 문체로 인간 본성을 아주 솔직히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언젠가 한 번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알맞은 시기에 읽을 기회를 만든 듯하다. 연휴라는 점이 책에 집중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어떤 번역본을 접하느냐에 따라 끝까지 읽어나갈지 중도포기를 하게 될지 판가름이 나는 듯하다. 집중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 오역을 줄였다는 믿음 등이 이 책의 장점이다.

 

290페이지로 이어지는 번역이 끝나고 나니, '역자노트'가 기다린다. 책 전체의 1/3 정도 분량인 역자노트에는 번역을 하면서 있었던 과정, 고뇌,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낸 부분 등을 살펴보게 된다. 특히 마지막 문장에 대한 일화가 인상적이다.《위대한 개츠비》번역을 시작한 걸 알고 전문가 한 분이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 질문을 받을 당시에는 당황했다고. 그도 그럴 것이 번역이 한참 진행 중이라는데 마지막 문장을 물어보았으니 뜬금없다고 여길 만하다. 그런데 번역이 반쯤 진행되었을 무렵 또 다른 한 분이 똑같이 물어왔다고 한다. 왜 사람들이 마지막 문장에 집착하는 건지 그땐 몰랐지만, 번역을 끝내면서는 그때와 달리, 끝 문장에선 거의 주저함이 없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닉의 마지막 회고는 시처럼, 아포리즘처럼 직유와 은유가 적절히 배합된 난해하면서도 아름다운 아주 긴 문장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뚫고 나오자마자 만난 저 까다로워 보이지만 단순한 문장은 오히려 너무나 당연해서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의미가 새겨져 왔던 것이다. 역시 직역 그대로가 답이었으며, 앞 문장에서 물 흐르듯 흘러 와야 했던 문장이었다. 떼어 놓고서는 결코 해석이 되지 않는……. (443쪽) 

 

역자가 다음 번역 작품으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특히 이 책에는 '역자노트'가 첨부되어 기존의 문제점과 함께 비교해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번역이라는 것이 의역의 문제도 있고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기존의 번역을 비난한다기보다는 기존과는 다른 의견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번역본은 특히 전체적으로 물흐르듯이 읽을 수 있도록 틀을 잡아주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으로《위대한 개츠비》를 접한 것은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번역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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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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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이다. 제목을 보며 즉각 '맞아, 맞아!'하며 반응을 했다.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 어떻다고 괜히 변명하듯 얼버무리며 께름칙하게 느꼈던 불편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속시원한 느낌이 들 것이라는 예감으로 이 책《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를 읽어보게 되었다. 사노 요코의 명쾌한 이야기를 보며, 나답게 사는 인생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사노 요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삶이 별 다를 것 없다고 말하는 이 글을 읽고 왠지 모르게 힘이 나서 작가처럼 솔직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건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 삶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들어 있어서가 아닐까?

_옮긴이의 말

 

솔직담백한 에세이를 읽으면 후련하다. 사노 요코의 글은 진솔한 언어라는 생각이 들어 깔끔하다. '머리말을 대신하는 자문자답'부터 인상적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제일 기뻤던 일은?'이라는 질문에 "이건 확실히 알아요. 이혼했을 때예요. 객관적으로 보면 아주 불행한 일인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거예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앞에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는 솔직한 발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들판에는 가련한 꽃도 핀다, 친구 따위 필요 없었습니다, 새는 찻주전자에 내일은 없다, "눈치가 빠른 녀석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나는 늘 눈치 빠르게 행동했다, 이불을 깔 공간만 있으면 된다, 눈가에 은가루를 바르고 일어난 아들은 변두리 캬바레의 호스티스 같았다, 점점 더 모르게 되었다, 이윽고 아이는 어른이 된다, 코스모스를 심은 것은 심기가 불편한 중년의 아버지였다, 나는 엄마도 아이였구나 싶어 굉장히 놀랐다, 이래도 되는 걸까 고양이가?, 새가 하늘을 날고 있어도 불쌍하지는 않다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사노 요코는 말로 내뱉기는 민망한 무언가를 속시원하게 풀어낸다. 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라는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노 요코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이는 것이다. 솔직담백하게 말이다. 물론 읽으면서 '그건 아니지'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나의 생각일 뿐이다. 다른 인간이지만 비슷한 생각으로 겹쳐지는 교차점을 찾으며 읽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도 몰랐던 내 속마음을 들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은 시대와는 상관없이 엇비슷한 것인가? 각각의 짧은 글 뒤에는 언제 발표한 글인지 연대를 보여주는데, 대부분 1980년대이다. '이불을 깔 공간만 있으면 된다'는 1978년 작이다.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그 시대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지금과의 차이점을 발견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아무래도 지금 시대의 글이 아니고 일본인의 글이기 때문에 시공의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그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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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내 유년의 빛
베이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한길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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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은 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가지각색의 복합적인 기억의 편린이 모여 인생이 된다. 하지만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면 그곳에 대한 단상은 정리해두면서도, 끊임없이 일상이 이어지는 공간에 대해서는 변화의 흐름에 맡겨두고 기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경향이 있다. 나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한 도시라는 공간을 부정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그 도시에서 성장한 저자들의 자전적 에세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을 통해 그 도시의 과거가 살아나고 현재로 이어지는 삶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책은《베이징, 내 유년의 빛》으로 중국의 대표 시인 베이다오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는 중국 신시기 '몽롱시'의 대표 시인으로, 깊이 있는 자아의식과 철학, 상징과 암시, 냉엄하고 심오한 필치로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199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유년을 18개의 에피소드로 반추한다. 1949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점철된 유년기를 보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고된 기억의 문을 연다.

 

 

저자는 베이징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 도시와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고. 13년 동안 떠나 있던 베이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긴 했지만 베이징의 모습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고 한다. 완전히 낯선 도시, 그는 자신의 고향에서 이방인이 된 셈이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나의 고향, 서울을 떠올린다.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그곳을 떠난지 이제 7년이 되었고, 이달 말에 잠깐 들르려는 그곳은 이미 나에게 낯선 공간이 되어있을 것이다. '자신의 고향에서 이방인이 된 셈이었다'는 표현이 내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온다.

 

그는 그 순간부터 이 책을 써야겠다는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글로써 이 도시, 베이징을 재건하고 싶었다고. 이 책은 베이다오 시인의 베이징 재건 과정이며, 경건한 의식이다. 유년 시절의 기억부터 글이라는 매개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과거와 현재의 세상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기억은 선택적이고 모호하고 배타적이다. 게다가 장기적인 동면 상태에 빠져 있다. 글쓰기란 이런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다. 기억의 미궁에서는 하나의 길이 또 다른 길을 인도하고, 하나의 문이 또 다른 문으로 열려 연결된다. (10쪽_나의 베이징, 머리말 中)

 

이 책에는 베이다오가 들려주는 18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빛과 그림자, 냄새, 소리, 장난감과 놀이, 가구, 레코드판, 낚시, 수영, 토끼 키우기, 싼불라오 후퉁 1호, 첸씨 아줌마, 독서, 상하이에 가다, 초등학교, 베이징 제13중학, 베이징 제4중학, 대관련, 아버지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글은 베이다오의 유년 시절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 들려주며 진행된다. 글을 보며 과거의 순간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부모 세대의 삶을 가늠해보기도 한다.

 

병상에 계신 아버지를 뵈러 베이징으로 돌아오며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저자의 글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많이 묻어나 있다.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또 그의 아들이 아버지가 되며 삶은 이어진다. 가부장적이고 단호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신장암과 B형 간염으로 병상에 누우신 모습까지, 읽어나가다보면 다른 모습이지만 묘하게 겹쳐지는 인간사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내가 아홉 살이 되던 해 봄에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베이하이공원에 놀러 갔던 일이 기억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방이 짙은 황혼에 젖어 있었고 얼음이 녹는 한기가 느껴졌다.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걷다가 공원 후문에서 200~300미터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걸음을 늦추고는 사방의 유람객들을 둘러보고 나서 내게 말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백 년 후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 우리를 포함해서 말이야."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안경 테두리가 번쩍였다. 그 속에 한 가닥 냉소가 감춰져 있었다. (328쪽)

 

《상하이, 여자의 향기》가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을 돋우는 글이라면, 이 책《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남성 작가가 유년의 기억을 살려 담담하게 들려주는 그 시절 세상의 이야기이다. 책표지의 색깔이 전체적인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두 권의 책을 연이어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두 가지 방식으로 베이징과 상하이를 바라보고, 자신의 기억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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