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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유발 하라리의 최신작《호모 데우스》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인간 종의 역사를 들려주는 책《사피엔스》는 작년에 읽은 책 중 손에 꼽은 명작이었다.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능력에 저절로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추천사처럼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외칠 정도였고, 재미있게, 흥미롭게, 몰입해서 본 책이다. 그렇기에 당연스레, 저자의 신간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호모 데우스》를 읽어보게 되었다.
《사피엔스》에서 나는 인간이 신, 인권, 국가 또는 돈에 대한 집단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이 행성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호모 데우스》에서는, 우리의 오래된 신화들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짝을 이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검토할 것이다. (6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로 나뉜다. 우리의 오래된 신화들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짝을 이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검토한다. 1부에서는 무엇이 우리 종을 이처럼 특별하게 만드는지 이해하기 위해 호모 사피엔스와 여타 동물들의 관계를 살펴본다. 2부에서는 1부의 결론을 토대로 호모 사피엔스가 지난 천 년 동안 창조한 기이한 세계와 우리를 현재의 교차로로 데려온 길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다시 21세기 초로 돌아와 인류와 인본주의에 대한 훨씬 더 깊어진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처한 곤경과 우리에게 가능한 미래들을 이야기한다.
이 책 역시 두껍지만 한달음에 읽게 되었다. 먼저 기아, 역병, 질병에 대한 역사와 현재 상황을 살펴보며 미래를 예측해본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 자명하다. 유발 하라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즉,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라고. 인간이 행복과 불멸을 추구한다는 것은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신이 되겠다는 것이라는 설명에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 책에 담긴 내용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저자의 독특한 관점을 글에 잘 녹여냈다. 어떤 면에서는《사피엔스》보다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 철학, 종교, 역사, 경제, 생물학 등 다방면의 이야기가 펼쳐져서 흥미롭다. 저자의 박식함에 다양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물 흐르는 듯한 글솜씨를 마음껏 발휘했다. 또한 곳곳에 심어놓은 유머 코드에 매료된다. 무엇보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함께 생각하도록 만들고 그 다음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해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우리의 시야를 근시안적인 것에서 멈추지 않게 하며,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확장시킨다. 친절하게 짚어주고 떠먹여주며,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을 이어나간다. 초반부터 빠져들어 읽게 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탄력을 받아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추진력이 좋아서 누구든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이라 생각된다.
유머 코드를 곳곳에 심어 놓아서 웃으면서 읽게 되지만 결코 가벼운 소재가 아니다. 우리 인류의 역사와 인간종의 미래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재를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설명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또한 데이터교의 지배 부분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인본주의는 경험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고, 우리는 일어나는 모든 일의 의미를 우리 안에서 찾음으로써 우주에 의미를 채워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데이터 교도들은 경험은 공유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고, 우리는 자기 안에서 의미를 발견할 필요가 없다(실은 발견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기록해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에 연결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면 알고리즘들이 그 경험의 의미를 알아내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해준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데이터교도가 되어있고, 어쩌면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되어버린 것에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인류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같은 기능을 더 잘해내는 알고리즘이 개발된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이 현시점에 우리가 처한 조건화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은 그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써 다르게 행동하고, 미래에 대해 훨씬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은 단 하나의 결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함으로써 우리의 지평을 좁히는 대신, 지평을 넓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43쪽)
저자는 이 책을 덮은 뒤에도 이 질문들이 오랫동안 당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생각의 시작이다. 인식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다가와버린 현실을 재인식하며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무도 모르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생각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 이 책이 하는 역할이고, 함께 내딛는 한 발자국인 셈이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545쪽)
《호모 데우스》는 당신을 놀라게도, 즐겁게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
_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 대학교 명예교수,《생각에 관한 생각》저자
독자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있는 책이다. 책의 두께와 인문서적이라는 점이 전혀 압박이 되지 않는다. 두껍지만 일단 펼쳐들어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고 상상 이상의 재미를 주며 압도적으로 휘어감는 책이다.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