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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 ㅣ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평점 :
어느덧 무더위가 오고 말았다. 에어컨을 켜고 자려니 시끄럽기도 하고 감기 걸릴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끄고 자려니 푹푹 찌는 더위에 숨이 막혀 잠에 들지 않아 뒤척이다가, 어짜피 잠들지 못할 바에는 그냥 하얗게 지새우기로 하고, 이 소설을 꺼내읽기 시작했다. 잠 안 오는 더운 여름 날에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이 제격이다. '시간의 덫'에 걸려든 전대미문의 밀실 살인 사건을 담은 일본소설『단델라이언』은 밤에 읽기 제격인 소설이다.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살인 사건의 결합으로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들어본다.

이 소설의 제목인 단델라이언은 '민들레'라는 뜻으로, 사자의 이빨 또는 송곳니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dent-de-lion’에서 유래한다. "그렇게 귀여운 꽃에 이토록 사납기 그지없는 이름이 붙어 있다니."라는 띠지의 글에 궁금한 생각이 더해졌다. 이 소설은 경찰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미스터리, 화제의 베스트셀러『데드맨』시리즈의 완결편이다.『단델라이언』은『데드맨』,『드래곤플라이』에 이은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강렬한 소재와 다중 플롯을 통해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는 수작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오싹하고 진지하게 뜨거운 여름밤을 불살라본다.
이 소설의 지은이는 가와이 간지. 2012년『데드맨』으로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수상 당시 평단으로부터 '데뷔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으며 기존 미스터리 소설을 뛰어넘는 새로운 천재 작가의 탄생을 예고했다. 가와이 간지는 살인 사건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간 실존에 관한 탐구와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으며, 치밀하고 절묘한 플롯과 마지막 문장까지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 있는 내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프롤로그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하늘을 나는 소녀'라는 민담, 하나는 '1988년 에미와 유메'라는 이야기로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어느 날, 쌍둥이 에미와 유메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두 가지 이야기가 어느 순간 하나로 결합되며 오싹한 세계로 훅 들어간다.
이것은 우리가…… 에미가 여덟 살, 유메도 여덟 살이던 때의 이야기.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은 나, 히나타 에미의 이야기. 내가 유메와 함게 태어나 유메와 함께 자라고, 그리고 열아홉 살의 나이로 죽기까지의 이야기다. (22쪽)
소설, 특히 미스터리 소설은 도입부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어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생긴다. 전혀 상관없을 듯한 무언가가 연결고리가 되어 훅 치고 들어오는 것이 있거나, 예상치 못하던 소재가 눈길을 잡아끄는 경우도 있고, 이 소설처럼 담담히 전개되는 민담 이야기와 연결되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사건과 결합되는 경우도 인상적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초반은 시선을 잡아끄는 데에 충분했다. 이 소설을 아예 모르면 읽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일단 펼쳐들면 그냥 덮어버리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순식간에 푹 빠져드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여타 추리소설과 다른 느낌은 도입부의 매력에 더해 심리묘사가 압권이었다. 어느 순간 훅 치고들어와 마음에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어서 이 소설을 채워나간다.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공감하게 되는 무언가가 마음 속 깊이 들어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내게 죄가 있다면 '꿈을 꾼 죄'밖에 없는데. 이건 분명.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무 살 안팎의 학생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놀이 삼아 꿈을 꾼 죄에 대한 벌인 거다. 꿈을 꾸는 것은 죄다. 꿈을 꾼 자에게는 벌이 내려진다. 꿈에서 나갈 수 없게 된다는 벌이……. 그리고 죄란, 아무리 후회해도, 그 어떤 벌을 받는대도,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380쪽)
『단델라이언』은 16년 전 하나의 사건에 휘말린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소용돌이 치며 펼쳐지는 소설이다. 주제 의식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완성도 높은 수작으로, 절묘한 복선의 활용, 다중 플롯을 통한 긴박한 전개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가설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한 추리물인 동시에, 심도 깊게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 사회에서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반문하는 작품이다. _신유희(번역가)
일본 서평 전문 사이트 '독서미터' 리뷰의 글 중에 이런 평이 있다. '단순한 엽기 살인이 아니라, 가슴 아픈 사연과 사회 문제를 능숙하게 녹여냈다'고 말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마음에 무언가가 남아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신선한 느낌의 매력적인 소설이어서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