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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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하는 질문이 있다.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어요?" 그런데 한국인이 아닌 다른 국적의 사람들 중 의외로 '쿠바'라는 답변을 여러 차례 들어보았다.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여러 차례 듣다보니 더 이상 생소한 곳이 아니라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로 점찍어 두게 되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이 책을 읽으며 쿠바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 시켜본다. 이 책은 백민석 작가의 글과 사진으로 구성된 쿠바 여행 에세이인데, 2인칭으로 쓰인 단편소설 같은 글이다. 쿠바라는 곳에 대한 호기심에 더해 얼마 전 읽은 소설『죽은 올빼미 농장』의 작가 백민석에 대한 기대감에 이 책『아바나의 시민들』을 더욱 관심 있게 펼쳐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백민석.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문학과사회》여름호에 소설「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소설집『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장원의 심부름꾼 소년』『혀끝의 남자』와 장편소설『헤이, 우리 소풍 간다』『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목화밭 엽기전』『러셔』『죽은 올빼미 농장』『공포의 세기』가 있으며, 미술 에세이『리플릿』이 있다.

보통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쓰고 나면 소모된 느낌을 받게 된다. 단편을 쓰고도 그 공허한 감정을 며칠이나 추슬러야 하고, 좀 긴 글을 마치고 나면 실제로 욕지기질을 하기도 한다. 언제나 그랬다. 안 그랬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아바나의 시민들』을 쓰고 나서는 오히려 충만한 감정을 가졌다. 믿기지 않게도 내 안에서 무언가 샘솟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우울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모된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무언가 내 안에서 생산된 느낌이었다. 작가가 되고 나서 처음 경험한 신기한 느낌이었다. (334쪽_작가의 말 中)

 

저자가 직접 사진도 찍고 글도 썼다. 여느 여행기처럼 무심코 나가다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주인공이 나 자신이 되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말레콘의 산책길을 거닐기도 하고, 아바나의 연인들 사진도 내가 찍은 듯, 어느새 저자의 여행이 나 자신의 여행이 되어버린 양 분주해진다. 사진과 함께 짤막한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곳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듯 상상하며 읽을 수 있도록 표현했다. 그래서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이야기를 하고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되나보다.

 

말레콘은 중독성이 있다. 아바나에 짐을 푼 지 이틀 만에 당신은 중독된다. 아침을 먹고 옷을 차려 입고 숙소를 나와 지정된 스케줄이라도 되는 양 말레콘을 떠돈다. 당신의 고개는 늘 말레콘을, 말레콘에 와 부딪는 파도를, 파도를 밀어내는 플로리다 해협의 바다를 보느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다. 매 순간 스펙터클한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중독은 스펙터클함에 의한 것이 아니다. 쉴 새 없이 와 부서지고 포말을 날리는 파도들 때문도 아니다. 당신은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보면서, 실은 당신 자신을 보는 것이다. 당신의 실존에 끊임없이 그어지는, 그러면서도 금세 스러지곤 하는 주름을 보는 것이다. 상념. 행복했던 한때이든, 불행했던 한때이든, 또 미래의 행복이나 불행에 대한 불안까지 드리워진 상념에서 당신은 헤어날 길이 없어진다. 말레콘에서 당신은 상념에, 당신 자신에 중독된다. (55쪽)

'삶이 주는 옅은, 희박한 고통'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여행을 할 때에도,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일상에 적응한 다음에도, 죽을만큼 고통스럽다고 생각된 순간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상하게도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조금만 지나가면 약간은 옅은 고통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삶의 고통은 아직 참을 만하고, 심지어 적당히 즐길 만하다.'라는 표현 앞에 멈춰서서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잘 몰랐지만, 읽고 나면 아바나의 곳곳을 탐색한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기는 저자 자신의 여행이 아닌 독자의 여행인 듯 표현해냈다. 생소한 곳이지만 어느새 나에게 특별한 여행지로 탈바꿈된다.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시간에도 책은 상상속에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으로 아바나를 마음속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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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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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배철현 교수의 신간이어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종교를 소재로 하지만 특정 종교의 시선으로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기에 다양한 지식에 관심이 많은 비종교인이 읽기에도 거부감이 없는 책『신의 위대한 질문』, 저자의 영적 탐구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만큼, 독자에게도 자기수련을 향한 여행에 초대하는 책『심연』등 배철현 작가의 책은 꼼꼼히 읽어나가게 된다. 또한 새로 출간되는 책들도 섭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신간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이 책『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읽으며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추적한 인간의 조건을 살펴보는 긴 여정에 동참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배철현. 인간 문명의 정수가 담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는 고전문헌학자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대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창의인재혁신 학교 건명원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심연』등이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137억 년 전 우주의 탄생부터 1만 년 전까지, 인간 정신의 놀라운 전개 과정을 추적하고자 한다. 이 위대한 여정의 결정적 순간들을 여러분과 함께 관찰하고 싶다. (17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이타적 인간의 탄생'에 이어, 1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는 총 5장으로 구성되는데, '무한한 우주에 던져진 유한한 인간, 처음이란 무엇인가,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신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다, 위대한 여정의 시작'에 대해 들려준다. 2부 '우리는 언제부터 인간이 되었는가'에서는 기획하는 인간, 불을 다스리는 인간, 달리는 인간, 요리하는 인간, 배려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등 총 6장에 걸려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3부 '우리는 누구인가'에서는 의례하는 인간, 조각하는 인간, 그림 그리는 인간, 영적인 인간, 묵상하는 인간, 교감하는 인간, 더불어 사는 인간, 종교적 인간 등 8장에 걸쳐 들려준 후 에필로그 '인간의 위대함은 어디에서 오는가'로 마무리된다.

 

1부 시작에서 노란 종이 위에 인쇄된 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문장들이 현재의 고민과 고통에서 시야를 넓힐 계기를 마련해주며 나의 시각을 우주까지 확장시킨다.

우주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별들이 존재할까? 인간이 탐구를 통해 발견한 별들은 100년 후에 발견할 별들에 비하면 티끌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 티끌의 모습이 비록 초라해보일지라도 이것은 무한한 우주의 신비에 대한 인간의 숭고한 노력이자 경외의 표현이다. (22쪽)

사실 거창하고 무거운 듯한 주제의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살짝 고민했는데, 역시나 배철현 교수의 책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고민부터 하면서 책장을 펼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내 것이 아니지만, 일단 책을 펼쳐든다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행에 초대받을 것이다. 저자가 알아서 이리저리 이끌며 다양한 지식을 풀어낸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방대하고도 깊은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그 흐름에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흥미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인간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사뭇 진지해지며 근원적인 사색에 잠긴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언제부터 인간이 되었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이 질문들 속에서 혼자 헤매지 말고, 고전문헌학자 배철현 교수의 이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일단 집어들어 펼쳐보면 인류에 대해 폭넓게 살펴보며, 인간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또한 인간의 위대한 여정이라는 거대한 여정에 동참하며 자기 자신 안에 있는 위대함을 발견하고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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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 어이없고 황당하고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 마는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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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힘들 때 여행을 더욱 강렬하게 꿈꾸게 된다. 막상 떠날 상황이 되지 않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이다. 나의 여행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를 통해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보기도 하고 들뜨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책《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은 제목의 수식어에 눈길이 가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이없고 황당하고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 마는'이라는 문장은 내가 생각하던 여행과도 닮아있다. 돌아다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여행을 하게 되고, 여행을 하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힘들었기 때문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곳일수록 더욱 강하게 기억에 남아서 또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왠지 나의 여행과 교차점이 많으리라 생각되어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어느 여행지 한 곳에 대한 것만 적어내려간 것이 아니라, 태국, 인도, 일본,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프랑스 등의 여행지가 수록되어 있다. 여행지 자체보다는 여행지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더욱 강조된다. 물론 그 생각은 그 장소에 여행을 갔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렇기에 여행지와 함께 여행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인생, 참 이상한 일, 전기장판을 켜고 온 것이 분명하다, 내가 어쩌다 여기에,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혼자 여행하는 여자, 기차는 직선으로 떠난다, 두 번 다시 그곳에 갈 일은 없지만, 지도 위를 걷는 법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생각의 단상을 볼 수 있다. 어쩌면 나도 여행 중에 느껴보았을 법한, 아니면 그 상황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할지 떠올려보며 읽어나간다. 어느새 그녀의 여행 이야기에 빠져들어 여행지에서의 생각을 엿보는 시간을 보낸다. 여행을 해본 곳이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든, 그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저 여행을 하며 느낀 생각이나,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다지 그런 것만도 같지 않은 나의 취향과 너무도 비슷해 문득 멈춰서 생각에 잠기는 부분이 많아졌다.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불타올라 여행을 결심했지만 정작 나는 박물관도, 미술관도, 유적지에도 흥미가 없었다. 그럴 거면 대체 왜 아득바득 돈을 모아 비행기에 올라 그 먼 데까지 날아갔던 거지?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고, 배탈이 나서 매번 화장실에 드나들고, 고생이란 고생은 죽도록 하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 이름조차 생소한 도시의 낯선 침대 위에서 외로움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당장 귀국하지 않았던 거지? 실은 그건 어린 시절을 다시 한 번 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다시 한 번 이 세계의 이방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한없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나에게 아무것도 할 일 없는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다시 한 번 이 세계를 느끼고 싶어서가, 다시 한 번 더 무럭무럭 자라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190쪽) 

 

이 책은 말 그대로 여행이라는 '이상한' 일에 대한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다. 추억에 젖을 만한 부분만 편집한 여행의 모습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들려준다. '길게는 20시간씩 비행기를 갈아타고 몇 달치 생활비를 며칠 만에 탕진하고 낯선 숙소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에 눈물을 흘리고 사기꾼과 호객꾼에게 당하고 온종일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걸어다니는 이 모든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인 일들'이라는 측면에서 여행을 바라본다면, 저자의 생각과 교차점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다. 여행을 미화하는 책도 나름의 기분전환과 자극이 되지만, 여행의 현실을 들려주는 이 책도 진정 여행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무엇보다도 예전의 나 자신을 만난 듯한 기분에 한껏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을 보냈다. "그 개고생을 해놓고, 왜 또 짐을 꾸리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에 공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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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탐구생활
김호 글.그림, 최훈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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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의 나날들, 이럴 때면 더욱 생각나는 것이 맥주다. 시원한 맥주를 한 컵 쭉 들이키면 '캬~' 행복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루 끝자락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지도 몰라요.

_무라카미 하루키

하지만 지금껏 맥주의 종류, 맛의 차이 등을 굳이 따지지 않고 마셔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한때 선호했던 맥주는 맛이 아니라 병모양과 라벨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던 것도 기억나고, 지금은 그저 익숙한 이름의 맥주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 그러고 보니 조금이라도 맥주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이 책《맥주탐구생활》을 읽으며 맥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채워본다.

 

 

이 책의 글과 그림은 김호. 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일러스트 및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감수는 최훈진. 크래프트 맥주 양조사 겸 비어소믈리에다.

유독 맥주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물어본다면 라벨 디자인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맥주는 종류도 많거니와 라벨이 천차만별이라 무척 호기심이 가더라고요. 예쁜 맥주 라벨과 맛의 상관관계를 파헤쳐 보겠다는 핑계로 마시고 또 마시다 보니, '이렇게 마시기만 하지 말고 그림으로 남겨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마셔 온 맥주를 하나둘 그리기 시작했고, 가짓수가 늘어나니 하드에만 모아두기 아쉬웠어요. 온라인에 그림과 맥주에 대해 짤막한 감상평만 남기기보다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책으로 묶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탐구를 시작하기에 앞서_김호)

 

저자는 '크림 에일'이라는 맥주를 마셨을 때의 일화를 들려준다.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가 '당했다!'라는 배신감을 느꼈던 사건이었다. 그 이후 '라벨도 중요하지만 맥주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춰야 구매에 실패하지 않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름만 보고 모험을 하며 맥주를 선택했다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어서 당황하고 결국 아는 것만 마시게 된 나도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해서 '탐구를 시작하기에 앞서'부터 공감하며 읽어나갔다.

《맥주탐구생활》은 쓰라린 마음 대신 맛있는 맥주를 찾을 수 있게 돕는 맥주 가이드북입니다. 향과, 맛, 색, 기원 등을 바탕으로 구분되는 '맥주의 스타일'에 대한 소개를 일러스트와 그래픽을 활용해 정리했습니다. (탐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中_김호)

 

 

 

 

일단 이 책은 얇은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얇고 부담없는 구성이 접근성을 뛰어나게 한다. 맥주에 대해 좀더 알고 싶기는 하지만, 두꺼운 분량이나 무게감에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 굳이 그렇게까지는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때, 이 책이 적당하게 느껴졌다. 먼저 '기초탐구'에서는 맥주란 무엇이며, 크래프트 맥주, 맥주의 재료, 몰트의 종류와 맛, 홉의 종류와 향, 효모, 물, 부재료, 맥주 양조 과정, 맥주의 구분 등을 간단하게 알려준다. 이 정도의 간단한 지식은 알고 넘어가는 것이 맥주에 대한 기본 자세. '나만의 맥주 취향 찾기, 맥주 스타일의 이해'에서는 다양한 맥주 세계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찾으려면 에일과 라거라는 개념보다 맥주의 색, 맛, 발상지, 알코올 도수 등으로 정해지는 스타일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조언하니 꼭 염두에 둘 것.

 

3부 '심화 탐구'에서는 맥주 취향 찾아보기, 맥주를 어디서 살까, 구매하기 전 체크포인트, 맥주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 맥주 스타일별 권장 온도, 어디에 마실까, 시음 용어, 맥주와 페어링 하기 등의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맥주를 구매하고 마실 때 도움이되는 정보는 단연 2부, '스타일 탐구'는 맥주 선별의 큰 틀이 되어서 한참을 잊고 있다가도 이 책을 집어들어 슬슬 넘기며 구입할 맥주를 골라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얇으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이다. 맥주에 대해 핵심적인 지식을 갖추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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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거뜬히 회복하기 세종병원 심뇌혈관 시리즈 1
피터 레빈 지음,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옮김 / 꿈꿀자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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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소리 없는 살인자, 뇌출혈은 뇌에 폭탄이 투하된 것 같은 상태라는 것을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이 책《뇌졸중 거뜬히 회복하기》를 읽게 된 것은 뇌출혈로 재활에 열중하고 있는 어머니를 조금 더 스마트하게 보필하고자 하는 보호자로서의 마음 가짐에서였다. 주변에 어머니의 투병 소식을 알리면 다들 보호자가 힘을 내야한다, 끼니 거르지 말고 잘 먹고 힘을 내라, 등등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질병을 앓는 어머니의 보호자가 되고 보니, 무능하고 멍청하게 보낸 시간들이 무안해진다. 지금에야 회복 단계이기 때문에 한시름 놓았지만, 이왕이면 이런 책을 미리 읽어두거나 발병 초기에 정신 바짝 차리고 읽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보호자가 더 환자같이 하얗게 질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기를 지나면, 즉 재활에만 힘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안정기에 접어들고 나면, 이 책의 진가는 더욱 크게 발휘될 것이다.

 

이 책은 놀라운 비밀을 알려줍니다. 누구나 뇌졸중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듣기 좋은 얘기를 늘어놓는 게 아닙니다. 뇌졸중은 뇌의 병입니다. 뇌졸중을 이기려면 뇌를 알아야 합니다. 뇌는 한번 다치면 회복이 안 된다고 믿던 때도 있었지요. 그러나 많은 연구 끝에 뇌가 훨씬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뇌졸중을 앓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는 반복 연습을 통해 뇌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신경가소성'이라고 합니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저앉지 말라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6쪽)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되어 선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된 것은 2017년 3월이다.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잘 만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뇌졸중을 앓은 사람에게는 원인이나 예방보다 재활에 대한 지식이 무엇보다 요긴하다'는 역자의 말에 절절하게 공감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 책의 저자는 피터 레빈. 미국의 물리치료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뇌졸중에 관한 수많은 임상연구에 참여하면서 저서 <뇌졸중 거뜬히 회복하기>를 출간하고 유수의 학술지에 60여 편에 이르는 논문을 발표했다. 케슬러 재활센터의 연구원을 거쳐 현재 신시내티대학 신경운동 회복 및 재활 연구소의 공동 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또한 대뇌피질의 가소성을 촉진하는 최선의 시스템을 연구, 보고하는 단체인 시냅스투게더를 이끌며 뇌졸중 전문 잡지에 매달 칼럼을 연재한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뇌졸중 회복의 기본', 2장 '빠른 회복을 위한 요령과 팁', 3장 '회복 상태 유지하기', 4장 '환상적인 치료 기법', 5장 '회복에 필수적인 요소들', 6장 '회복 전략', 7장 '경직의 조절과 극복', 8장 '동기부여', 9장 '기계를 이용한 회복'으로 나뉜다. 정체기를 거부하라, 뇌의 환상적인 가소성을 이용하라, 도전이 곧 회복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동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 보호자를 위한 팁, 낙상이 제일 무섭다, 두 번째 뇌졸중이 일어날 위험을 줄이자, 뼈를 보호하라, 자연스럽게 걸어보자, 놀면서 회복하기, 잘 자야 회복도 빠르다, 뇌졸중 회복의 4단계, 회복이라는 도전, 도움이 오히려 해가 될 때, 더 잘 걷는 법 등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일부 치료자는 뇌졸중이 만성기에 접어들면(보통 뇌졸중이 생긴지 3개월 후부터 만성기라고 한다) 더 이상 회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뇌졸중이 생긴 후 몇 년, 심지어 몇년 후에도 회복이 진행될 수 있다. (37쪽)

이 책에서는 '정체기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라'며, 회복에 어떤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한다. 정말로 좋아지고 싶다면 뇌졸중이 생기기 전에 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묘하게도 힘이 나고 자신감이 생긴다. 어느 정도 회복 단계에서 재활 중인 환자라면 이 책이 막막한 현실에서 손을 내밀어줄 것이다. 시각적인 문제 등으로 본인이 직접 읽기 힘들다면 보호자가 읽어주더라도 자신감이 생기고 적극적으로 재활에 임할 것이다.

 

특히 '주의할 점은 없을까?'라는 코너를 함께 다루어서, 주의할 점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씩 욕심이 더 생길만큼 회복세를 보이다가 낙상 사고로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인지, 특히 낙상 사고에 관해서는 제일 먼저 읽어보았다. 병원에 보면 물론 같은 병동에 환자들을 모아놓아서 그렇겠지만, 뇌졸중 환자들이 많고 재활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줄을 서있다. 중요한 것은 다들 병명은 비슷해도 증상과 회복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먹고 건강을 찾았다든지, 무얼 하면 도움이 된다는 등의 정보에 귀가 얇아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활에 집중해야한다는 점이고, 이 책이 회복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은 뇌졸중 후 운동치료를 위한 기본 개념부터 최신 연구와 치료법을 모두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시간이 모자란 환경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필독을 권유한다. 책을 읽고 구체적인 사항을 전문의와 상의한다면 치료방침 결정과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치유의 희망과 용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_백남종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평생 살면서 이 책이 필요없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이 해당 질환으로 고통받는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고 해당 지식을 갖추어야할 것이다. 보호자들이여, 정신 바짝 차리자. 이 책이 회복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데에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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