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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 편이야 - 세상을 바꾸는 이들과 함께해온 심상정 이야기
심상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1월
평점 :
지난 대선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심상정. 대선토론에 나와서 당차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괜찮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선에서 탈락했지만, 국민들의 박수와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낙선자에게 이와 같은 응원을 보낸 일은 이제까지 없었다고. 함께 꿈꾸면 바꿀 수 있다고 믿어온 사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한순간도 물러서지 않았던 사람, 심상정의 이야기를『난 네 편이야』를 읽으며 귀담아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심상정은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1978년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전태일 평전』등을 읽으며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야학 등을 통해 당시 전혀 존중 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대학을 그만두고 노동 현장으로 들어갔다. 1985년 하루에 열 시간도 넘게 일해야 했던 어린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노동자동맹파업인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한다. 이 일로 지명 수배를 당하게 된다. 2016년 민주주의를 뒤흔들었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는 가장 먼저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며 시민들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광장을 지켰다. 2017년 5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조기에 치러진 19대 대선에 유일한 진보 정당(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변화의 정치는 어떻게 가능할까? 어떤 사람이 이런 변화의 정치를 만들어낼까? 물론 뛰어난 재능, 탁월한 통찰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믿는 힘을 가져야 한다. 사람을 믿는 사람만이 세상을 바꾼다. (6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난 네 편이야'에는 시골 아이, 골치 아픈 여대생, 공장에 가다, 수배자, 대투쟁, 연애와 결혼, 아들 등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2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는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은 전태일들, 평등해야 풍요롭다, 내 삶을 바꾸는 정치, 대통령과의 설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민주주의 등을 볼 수 있다. 3부 '꿈을 꾸겠다 말해요'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단식, 낡은 것과의 이별, 516호의 사연, 촛불 혁명, 노동에 귀천 없고 사랑에 차별 없다, 청년들, 다시 정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대선토론을 할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듣다가, 점점 듣다보니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새 공감하고 있는 느낌 말이다. 이 책도 그냥 심상정이 쓴 자서전같은 이미지로 읽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글솜씨에 빠져들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스물다섯 살의 여공, 위장 취업자 신분으로 출근하던 날의 분위기를 묘사한 것부터 시선을 끌어당긴다. 왜 그런 꿈을 꾸었고, 어떻게 그 꿈을 키워나갔는지, 생생하게 공감하며 읽어나간다. 그런데 29페이지에 있는 '어머니와 나' 사진을 보고, 어쩌면 모녀가 그렇게 닮았나 생각했다. 깜짝 놀랄만큼 닮아서 적어두고 싶었다. 성장과정의 사진도 함께 있어서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오늘의 고통을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려면 잘못된 어제를 완전히 밀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하지 못한 숙제에 발목 잡히게 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한 때 옳고 새로웠던 것도 변하지 않으면 낡은 과거일 뿐이다. 진보 정치는 곧 변화의 정치다. 끊임없이 변신함으로써 그 시대의 가장 아래에 있는 다수의 편에, 새로운 세대의 편에 서야 한다. (304쪽)
무겁게 읽지 않고 부담없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도 된다. 당장 무슨 운동에 참여하거나 사회를 바꾸는 데에 일조해야 한다고 결심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역사는 흐르고 있고, 지금도 우리에게는 바뀌어야 할 현실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함께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못보던 것을 볼 수 있도록 시야를 트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이 들려주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 비전을 부담없이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 술술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내용이 가득해서 읽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다행이라는 글을 보며 앞으로 만들어나갈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