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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좋은 날, 경복궁 - 경복궁에서 만난 비, 바람, 땅, 생명 그리고 환경 이야기
박강리 지음 / 해나무 / 2018년 4월
평점 :
'바람 좋은 날, 경복궁'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어디론가 가고 싶던 어느 봄날,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경복궁으로 향했는데 그 시간이 평생 기억에 남는 평온한 때였다. 물론 '나중에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지'라던 생각은 그저 생각으로 머물렀지만, 경복궁을 떠올리면 여유로운 시간이 함께 떠올라 미소지어진다. 그래서 먼저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갔다. 그런데 이 책은 '경복궁에서 만난 비, 바람, 땅, 생명 그리고 환경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경복궁을 환경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적은 없었기에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바람 좋은 날, 경복궁》을 읽어보게 되었다.


경복궁은 어제와 내일이 맞물린 자리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찾아오니 오늘의 장소도 된다. 지구 안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산다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 앞으로 어떤 내일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그 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테지만, 경복궁이라면 어제를 돌아보며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되어줄 것이다. 이야기꽃들이 삶에 스며들어 경복궁을 다녀가는 걸음걸음마다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면 좋겠다. (7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광화문 사거리', 2장 '흥례문 영제교', 3장 '근정전', 4장 '사정전', 5장 '경회루', 6장 '강령전', 7장 '교태전', 8장 '자경전', 9장 '향원정', 10장 '함화당 집경당', 11장 '동궁', 12장 '북악'으로 나뉜다. 지구는 산을 만들고 사람은 궁궐을 지었네, 경복궁은 크지 않다 작지 않다, 자연의 화기를 감지한 사람들, 지구 흙을 만나는 시간, 자연을 건축물로 표현한 경회루, 교태전에 아양 떠는 교태는 없다, 제멋대로 생겨서 귀한 대접 받는 돌님, 상처 입은 지구의 땅을 돕는 살구나무, 궁궐의 장독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궁궐엔 뒷간이 있었다, 지구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네, 북악이 있어 경복궁이 더 멋지다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경복궁을 천천히 거닐어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과거와 이어지는 현재의 시간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진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너무도 멀리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 마당, 지붕, 길, 담장 등 하나하나 자세히 바라보면 그동안 못 보았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동안 못 보았던 것에 대해 눈을 뜨는 것이다. 이 책이 나의 눈을 뜨게 해주며 경복궁을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 책을 읽으며 잘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도 인상적이다. 박석은 화강암을 얇은 판으로 떼어낸 것이고, 드므는 넓적하게 생긴 큰 독을 뜻하는 우리말이라는 점은 이 책에서 짚어주니 하나씩 알아간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회루의 '경회'는 임금과 신하가 덕으로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올바르게 만나 올바르게 정사를 펼치고자 하는 이상이 담겼다. 오늘날 우리에게 '경회'는 자연과 인간이, 인간과 인간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만나고 싶은 소망을 품게 한다. (126쪽)

최근 들어 문화유산으로서의 경복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시도들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경복궁을 '환경과 생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340쪽_윤여덕 (사)한국의재발견, 우리궁궐지킴이 대표 추천의 말 中)
지금껏 경복궁은 그저 경복궁이라는 문화유산으로만 인식했다면, 이 책을 통해 인식의 틀을 넓혀본다. 유적지의 겉모습만 보기 보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그곳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의미 있듯이, 이 책을 통해 경복궁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게다가 직접 그곳을 거닐지 않아도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어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