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 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 보고서
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비크 지음, 조동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북한과의 관계에 좀더 변화가 생기는 요즘, 북한에 관련된 책에도 눈길이 간다. 특히 이 책은 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 보고서라는 점에서 관심이 생긴다. 한국과 북한의 문제는 해외에서 보면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특히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어떤지 궁금했는데, 이 책이 그 답을 알려줄 것이다. 시기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이다.


 

이 책은 미국, 서방, 한국의 편향된 북한 정보에서 탈피하고자 남북한은 물론 중국, 동남아, 러시아, 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거친 노력의 산물이다. 앞서 2004년 두 저자는 함께 쓴 첫 책이자, 프랑스에 최초로 탈북자들의 세계를 알린 르포『탈북자들』로 그해 최우수 탐사보도 도서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中)

 


이 책은 쥘리에트 모리요, 도리앙 말로비크 공저이다. 쥘리에트 모리요는 기자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 한국학자로, 서울대학교 교수, 파리 전쟁사관학교 남북관계 세미나 지도교수를 역임했다. 350년의 역사를 지닌 국립동양어문화대학Inalco에서 한국어와 한국사를 배운 이후 오랫동안 남북한을 정기적으로 왕래하며 한반도의 문화, 역사, 지정학에 큰 관심을 표명해왔다. 도리앙 말로비크는 중국 및 중화권 전문 대기자로, 프랑스 3대 일간지의 하나인「라 크루아」의 아시아 담당 부장이다. 30년간 중국을 왕래하며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쥘리에트 모리요와 더불어 수많은 인터뷰와 취재를 행했다.

우리는 '100가지 질문'이 대중에게 매우 낯선 북한을 다루고 있음을 주지했다. 북한의 방정식은 복잡하지만 해법은 점차 가시적이다. 우리는 오늘을 밝히기 위해 과거를 소개했고, 한국신화의 시조인 단군 이래 발현된 경이로운 문화적 지평을 고려했으며, 자국을 현대화하려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물론 수세기 동안 자기 운명의 주인인 적이 거의 없었던 한반도의 과거를 간과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모든 질문을 남과 북 두 개의 한국에 공통된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했다. (16쪽_작가의 말 中)


 

 

 

*이 책은 글과 말(미팅과 인터뷰)로 된 다양한 정보에 근거한다. 몇몇 인물은 정보원 보호를 위해 신분을 감추거나 이름을 바꿨다.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인터뷰는 통역의 도움 없이 저자들이 직접 행한 것이다.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된다. 1부 '역사', 2부 '정치', 3부 '지정학', 4부 '현실', 5부 '경제', 6부 '사회와 문화', 7부 '선전'으로 나뉜다. 총 백 가지의 질문이 이어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어떻게 선포되었을까?, 1995년 대기근으로 얼마나 많은 북한인이 죽었을까?, 김정일의 장례식에서 북한인들의 슬픔은 진심이었을까?, 우리는 김정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북한은 외교전을 어떻게 진행할까?, 북한에 납치된 일본 시민들은 누구일까?, 강제노동수용소의 현실은 어떠할까?, 탈북자들은 왜 서울을 떠날까?, 통일은 가능할까?, 북한에서 여성의 경제적 비중은 어떠할까?,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노예일까?, 북한은 인종차별적인 나라일까?, 오늘날 북한에서의 삶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북한 일상의 하나일까?, 북한에서 교육의 위상은?, 북한의 의료체계는?, 북한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을 믿어야 할까?, 탈북자들의 증언을 믿을 수 있을까?, 북한인들은 관광객들과 말할 권리가 있을까? 등 100가지 질문과 그 답을 볼 수 있다.

 

목차를 보며 궁금한 곳을 먼저 찾아보게 되었다. 목차를 찬찬히 살펴보면 궁금한 질문이 눈에 들어오고 그 부분을 먼저 찾아 읽게 될 것이다. '김정일의 장례식에서 북한인들의 슬픔은 진심이었을까?'가 가장 먼저 의문이 들었다. 엄동설한에 눈물을 흘리며 2011년 12월 17일 사망한 그들의 지도자 김정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모습, 서방인들은 통제국가의 이런 집단 히스테리를 해석하기 어렵다는데 과연 그것은 진심이었을까. 비록 많은 북한인들에게 김정일의 이미지는 여전히 어려운 시절과 고난의 행군, 기아와 그 사망자와 비극에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그것은 진심이라는데, 이들의 감정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답변은 짧지만 정확하고 상세하다. 북한에 대한 명료한 관점을 지닌, 이 분야의 완벽한 입문서다."

_「아시엑스포 Asiexpo

북한에 대해 역사, 정치, 지정학, 현실, 경제, 사회와 문화, 선전으로 분류하여 궁금하게 생각할 만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간다. 짧지만 간단하고 명료하게 정리된 글이어서 북한에 대해 이 정도는 파악해보아야 할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남한도 북한도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좀더 객관적인 시선이라 생각되어 집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읽어도 무난하지만 질문과 그에 대한 글이어서 목차를 보고 궁금한 것을 먼저 찾아 읽는 것을 권한다. 몇 가지 읽다보면 다른 질문들에 대한 것도 궁금해져서 금세 100가지 질문에 대해 다 읽고 말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요즘, 북한에 관해 책을 읽으며 알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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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벌어서 산다 - ‘돈 좀 모아본 언니’가 알려주는 혼자서도 여유로운 삶을 위한 1인용 재테크 수업
정은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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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를 보면 요즘 텔레비전에서 하는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떠오른다. 이 책의 제목은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 있다. '나 혼자'와 '산다' 사이에 '벌어서'라는 단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인 시대, 혼자 살려면 잘 벌고 잘 모아서 여유있게 살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이 책은 '혼자서도 여유로운 삶을 위한 1인용 재테크 수업'을 알려준다. 혼자의 삶을 택했다면, 재테크는 숨 쉬듯 매일매일 해야 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이 책《나 혼자 벌어서 산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정은길. 전 tbs 교통방송 아나운서이자 스피치 및 커리어 코칭 회사 '첫눈스피치'의 대표이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생활밀착 대테크 전문가'로 불리는 것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저축에 몰두했고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스물아홉 살 때 1억 원을 모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생활밀착 재테크 전문가로서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돈 관리 강의를 진행하는 저자는 1인 가구의 삶을 택하는 2030이 많은 데 비해 대부분의 재테크 도서들이 4인 가족 기준으로 쓰인 것에 의문을 느끼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싱글의 장점은 자유로움이다. 매일 똑같은 삶 대신 즉흥적인 변주를 꾀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동의나 허락 없이도 마음껏 일을 벌여도 상관없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이 모든 게 한결 수월해진다. 이러한 싱글의 장점을 부족한 돈 때문에 지레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현재의 돈을 잘 관리한다면 미래의 돈 역시 밝고 예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최선의 준비가 바로 '집'과 '일'이다. 지금부터 이 두 가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려 한다. (13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싱글, 현재의 돈 그릇을 확인하라!'와 2부 '싱글, 미래의 돈 그릇을 키워라!'로 나뉜다. 1부는 나 혼자서도 멋지게 살기 위한 내 집 마련 프로젝트이고, 2부는 나 혼자서도 여유롭게 살기 위한 커리어 구축 프로젝트이다. 1부는 1장 '나 혼자 산다, 빠듯하게'와 2장 '나 혼자 산다, 여유롭게'로, 2부는 3장 '나 혼자 산다, 불안하게'와 4장 '나 혼자 산다, 자신있게'로 나뉜다. 딱히 사치하지 않는데 월급이 통장을 스치는 이유,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목적부터 생각하라, 내 집 마련의 천적은 투자 부추기는 세상, 나는 돈이 없어도 부동산에 간다, 그래서 어떤 집을 사야 하나요?, 족쇄가 아닌 자유를 선물하는 '집', 돈을 벌고 있어도 불안한 마음은 왜일까?, 한 우물은 옛말 다양한 숭비 파이프 만들기, 회사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을 못찾았다면, 내 진짜 능력을 알아야 먹고살 수 있다, 어제의 거절이 오늘의 제안으로, 직업의 의미 재정립하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재테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다. 교과서적인 정보가 아닌, 실질적인 이야기로 가득해서 친한 언니가 아끼는 동생을 위해 건네는 주옥같은 정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제기, 현재 상태 체크를 넘어서 한 단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떻게 해야할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어서 돈 자체는 물론, 삶의 방향도 체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당당하고 행복한 싱글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스스로를 책임지겠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 노력을 하고 있는 나 자신부터 가장 아끼고 사랑해 주길 바란다. 그래야 내가 일구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애틋하다. 내가 관리하는 돈에도 애정이 실리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도달하고 싶은 행복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70쪽)

재테크에는 방법도 여러 가지, 방향도 다양하겠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방법에 귀를 기울여보면 부자 언니의 노하우를 전해들을 수 있다. 싱글 라이프를 보다 윤택하게 하고 싶다면,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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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三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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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열두 권의 시집. 기획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명화 감상과 함께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떤 책을 먼저 읽어볼까 생각하다가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이 함께 담긴 이 책을 선택했다.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라는 문장이 화두처럼 맴돈다. 그동안 얼마나 시를 잊고 살았던가. 이 순간만큼은 시와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하고자 이 책《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는 1월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2월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3월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4월 '산에는 꽃이 피네', 5월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6월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7월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8월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9월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10월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 11월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 12월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으로 구성된다. 클로드 모네, 파울 클레, 에드워드 호퍼, 앙리 마티스, 피에르 보나르, 빈센트 반 고흐, 칼 라르손 등의 미술 작품과 함께 시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365+1편의 시, 500여 점의 명화

80여 명의 위대한 시인, 12인의 천재 화가

열두 달의 계절과 느낌

생일 시와 생일 명화

열두 권의 시화집에 담다 (책 뒷표지 中)

 


이 책에 담긴 시를 쓴 시인은 다음과 같다. 윤동주, 백석, 정지용, 박인환, 김소월, 노천명, 변영로, 윤곤강, 이해문, 이상화, 노자영, 이장희, 허민, 박용철, 에밀리 디킨슨, 타데나 산토카, 마쓰세 세이세이, 마사오카 시키, 가가노 지요니 등 19인이다. 그림은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이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인데,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아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그가 도움을 주었던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은 마네, 모네, 르느와르, 피사로, 드가, 세잔 등이었다. 그가 소장하고 있던 67점의 인상파 작품들을 사후에 프랑스국립미술관에 기증했으나, '주제넘은 기증'에 당황하여 수용 여부를 놓고 미술관에서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논란을 계기로 인상파 화가들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시집과 좀더 크고 두꺼운 책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을 법하다. 부담없이 지니고 다니며 어디에서나 펼쳐들 수 있는 크기인 점은 반가우나 글씨와 그림이 작아서 아쉬움이 크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던 시를 다시 불러들이는 데에 의의를 가져본다. 윤동주의 <봄>을 시작으로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산토카의 하이쿠, 변영로의 <봄비>, 김소월의 <바람과 봄>, 백석의 <고방>, 박인환의 <구름> 등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 한 편의 시와 그림을 즐길 수 있다.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마사오카 시키

 

 


이 책에 실린 윤동주의 시는 다소 생소한 작품들이지만,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과 함께여서 색다른 느낌으로 접한다.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입장에서는 약간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또한 필요한 시간이다. 하루 한 편의 시와 그림이니 부담없이 감상하다보면 바쁜 하루 중 문학적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명화와 시가 만나 만들어낸 독특한 큐레이션 시집, 열두 달 새로운 작품을 마음에 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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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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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설이 있다.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고, 내가 평소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담았는데도, 푹 빠져들어 읽는 소설 말이다. 이 소설이 그랬다. 장기는 두는 방법만 알 뿐, 관심도 재미도 못느낀다. 그런데 소설집을 펼쳐들자마자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단편소설『장기 호랑이』를 단번에 읽게 되었다. 소설가라면 독자가 관심 있게 생각하는 소재는 기본, 뜨뜻미지근 시큰둥한 소재마저 눈여겨볼 수 있도록 시선강탈을 해야하나보다. 그래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도 시간낭비하지 않은 것 같은 후련함을 느끼게 해주니 말이다. 이 소설처럼 말이다.


이 책은 김종광 소설집이다. 처음에 실린『장기 호랑이』말고도 일곱 편의 작품이 더 있으니,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장기호랑이, 범골사 해설, 범골 달인 열전, 놀러 가자고요, 봇도랑 치기, 산후조리, 만병통치 욕조기, 아홉 살배기의 한숨 등 여덟 가지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종광. 1971년 충남 보령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다. 1998년 계간《문학동네》여름호로 등단했다. 신동엽창작상과 제비꽃서민소설상을 받았다.

변명을 하자면, 내 부모의 인생이 기록되어야만 하는 귀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줄기차게 썼다. 내 부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골에서 한평생 최선을 다한 농부이기에 기록되어야만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이 마치 내 문학적 탐구의 그 모든 것인 양 늘 절박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기회만 닿으면 두 분의 삶을 궁구하려고 했다. 자식 된 자로서 제 부모의 삶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마는, 나는 유독 집착이 심했던 게다. 내가 소설가가 된 것은 어버이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루하고 사소한 농민으로서의 삶을 경이롭고 기억할 만한 사건의 연속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나는 아직 덜 썼다고 생각한다. 어버이에 대해 기록한 바를 총집합하고 재구성하여, 어버이의 평전과도 같은 소설을 쓸 작정을 하고 있으니.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는 산문집에 쓴 글)


저자는 이번에 골라 묶은 태반이 위와 같은 마음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는 여전히 농사짓고 소를 키우신다고. 처음에 실린 소설『장기 호랑이』에서 집중하며 읽은 속도감에 힘입어, 다른 단편들도 순식간에 읽었다. 소설을 읽다보니 소재를 멀리에서 찾지 않고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찾았으면서도 기가 막히게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울토박이었다가 이주를 했다. 가끔은 이곳 어르신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주로 자연풍광과 책읽기를 즐기며 아주 드문드문 사람들을 만나서 솔직히 어려움은 몰랐다. 문제는 매일같이 사람들과 부딪치고 있는 요즘이다. 갑작스레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고 보호자로 지내던 와중,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 서울로 가야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 뒷담화가 일상인 것과 개인신상을 꼬치꼬치 캐묻는 문제, 너무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 뒷담화를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을 하나씩 뜯어가며 난도질을 하는데 이상한 나라에 혼자 떨어진 것처럼 낯설고 마음이 황폐해지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얼굴을 마주대하면 아주 절친이 따로 없다. 그렇게 뒷담화하던 사람들이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보니 바로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남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되나보다.

어머니 수다에 따르건데, 노인네들이 입심은 좋아서, 마을회관겸 경로당이든, 마늘 까는 자리든 한과 공장이든 마을버스 정류장이든, 청소년 수련원 이용자 밥해주는 주방이든 서너 입 이상 모이기만 하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제외한 온 동네 사람을 하나씩 골라내 짚단처럼 엮은 뒤 성능 좋은 '뒷담화' 콤바인에 처넣고 돌려대는 모양이다. (190쪽)




또 어르신들의 뻔한 레파토리도 이 소설을 읽으며 만나게 되어 웃음이 난다. "내 인생 얘기를 해달라고? 허어, 그게 한두 시간으로 되나. 소설책 백 권으로 써도 모자랄 것인데!" 다들 이런 식으로 말했지만, 노인네가 몇 시간 동안 염불한 이야기를 녹취해보면 한 여남은 가지 얘기만 되풀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53쪽) 실제 그런 어르신들을 보아도 시간이 모자라 다 듣지 못했는데, 어쩌면 길고 긴 이야기를 몇 마디로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주는 재미는 이렇게 읽으면서 현실 속 누군가를 떠올리며 읽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전혀 느낄 수 없게, 꼭 실제 있었던 일을 듣는 듯한 느낌이고, 오늘 이웃집 누군가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놀러 가자고요』라는 단편 또한 시골의 일상을 잘 보여주는 듯 했다. 음성지원이 되는 듯이 생생하게 와닿는 것은 물론, 어르신들이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떠드시는지 알듯도 하다. 이건 실화다 실화. 지금 이 순간에 어디선가 충분히 있을 법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저자의 출생지를 다시 한 번 보면서 계속해서 그곳 이야기를 써나가기를 기다리게 된다. 또한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으니, 어쩌면 나에게는 중간 역할을 하는 매개가 필요했던가보다. 이 소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세대 차이, 지역 차이를 넘어 하나로 엮는 듯한 느낌이다.


아찔한 속도감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긴다. 그러면 노태훈 문학평론가가 들려주는 작품해설의 첫 문장을 만난다.

이 거침없이 콸콸 쏟아지는 이야기의 행렬을 통과해 여기 도착해 있다면 혹시 김종광을 소설가라기보다 재담꾼이나 만담가 혹은 해설사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인물들의 사연과 역사는 마치 이 기회만을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또 그 이야기들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허구의 영역이라 쉬이 생각되지 않는다. (317쪽)

그리고 이미 다 읽은 다음에 보았지만 작품해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이 소설을 읽었다. 무방비 상태로 그저 이야기에 몸을 맡기며 읽어나갔다. 그러다보면 후딱 시간은 흐르고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소설의 역할이 소설 속이야기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이해하기 힘들었던 무언가를 마음으로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 책이 그런 역할을 아주 잘~ 충분히 했다고 생각된다. 저자의 팬이 되어버린 예감이 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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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기술 - 일 결정력을 높이는 말 사용법
잭 퀄스 지음, 오윤성 옮김 / 생각의서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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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렇게 하니까 이번에도 이렇게 합시다!" 그동안 그래왔다는 이유로 다음 번에도 똑같이 하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말이 된다. 원래 하던 사람들 틈에 들어가면 의문을 제기하는 것 조차도 용납되지 않는다.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본전을 찾는 거, 싫지만 그렇게 해야 했다. 정말 맞는 걸까?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말기술》에서는 돈, 시간, 노력 낭비를 부르는 잘못된 결정을 상대하는 말기술을 가르쳐준다니 솔깃할 것이다. 그에 대응하는 방법도 알려준다고 하니 눈을 번쩍 뜨면서 집중해본다.


 


너무 늦었어, 지금은 바쁘니까, 믿어봅시다 등 근거와 논리 없이 밀어붙이는 말 받아치는 9가지 기술 (띠지 中)

 


이 책의 저자는 잭 퀄스. 지출 관리 전문가이자 저자 및 강연가이다. 15년 이상 기업 리더와 비즈니스맨들에게 비용 관리의 방법을 가르쳐왔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수천만 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바잉 엑셀런스 등 다수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립했으며 현재 두 곳에서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우리의 일과 삶을 망치는 적은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악당처럼 사악하게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존재한다. 좀 더 간사하고 교묘하고 위험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말'이다. 겉은 달지만 속엔 독이 들어 있는 말, 지혜로운 조언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말, 그런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문장'이 우리의 적이다. (6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들어가며 '잘못된 결정으로 이끄는 한마디가 있다'를 시작으로, 1부 '어쩔 수 없다! vs 정말 어쩔 수 없을까?', 2부 '특별하다! vs 정말 특별할까?', 3부 '아깝다! vs 정말 아까울까?'로 나뉜다. 나오며 '성공도 실패도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로 마무리 된다. "너무 늦었다"는 말, "너무 바쁘다"는 말, "당장 그것부터 하자"는 말, "우리는 다르다"는 말, "믿어보자"는 말,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한다"는 말 "그 사람 없으면 안 된다"는 말,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말, "그 정도는 우리가 직접 하자"는 말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지금껏 왜 이렇게 생각을 못했지, 라며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지만 우리는 과거로부터 그래왔던 것에 당연스레 의지한다. 어떤 면에서는 위험하지만, 위험한지도 모르고 착각을 한다. 그러니 이 책의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며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우리에게 능력이 없다고, 감히 다른 방법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는 거짓말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말이다. 그 한마디 말로 우리는 사업의 기회를 빼앗기고, 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치며, 불행한 상황으로 떠밀린다. 철창에 갇힌 짐승 신세가 되는 것이다. 철창은 진짜 제약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던지는 제약은 가짜이고 허상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바르게 고치지 않으면 실로 강력한 제약이 된다. 알고 보면 더 자유롭게 더 많은 선택지를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제 발로 막다른 길에 들어서게 된다. (19쪽)


 


이 책에서는 아홉 가지의 구체적인 문장을 깊이 있게 살펴보며, 잘못된 언어와 근거 없는 경험 때문에 틀린 방향으로 결정을 하게 되는 모습을 살펴본다. 읽는 내내 '맞아, 그 말이 그렇게 작용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책의 제목이 주는 평범한 느낌이 아쉬울 정도로 일단 펼쳐드니 내용이 솔깃했다. 돈, 시간, 노력 낭비를 부른 말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변화시키면 될지, 이 책을 읽으며 파악해본다.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당신의 결정력을 높여주는 대단히 매력적인 책

_스코트 매키언, 스탠퍼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


이 책은 지금까지의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동의만 하며 관행적으로 진행해온 일들에 방해받지 않고, "더 이상 잘못된 결정에 당하지 않겠습니다" 라며 당당히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특히 합리적인 판단으로 더 좋은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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